문제가 생겼어요! 그림책은 내 친구 25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겨울, 우리 집 막내를 즐겁게 해 준 문제작! ^^ 막내는 미리 웃을 준비라도 하듯 헤실 거리며 이 책을 내민다. 실은 아이가 처음 그리 하였을 때 이 책의 어떤 장면이 재미나서 그리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만큼 그림들이 매우 단순하다. (작가에게 핀잔을 들을 소리겠지만 종이 낭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면에 여백을 많이 두고 있다. ^^;;) 하지만 단순함에서 다양한 것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천이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모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동그라미 두 개를 제시하고 그림을 그려보게 한 실험 결과물을 보여주었더랬다. 그러면서 동그라미의 위치나 크기를 달리하는 등 여러 가지 표현법을 생각해내거나 다양한 사물을 연상하여 그려낼 줄 아는 아이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라고 평했다. 이 책을 처음 보면서 나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기발한 그림들을 제시한 결과물에 감탄하며 강사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는 길쭉한 세모 형태의 다리미 자국에서 다양한 사물을 이끌어 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왼쪽 책장에는 본문 글이, 오른쪽 책장에는 배경 그림 없이 대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할머니가 수를 놓아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새하얀 식탁보. 그런데 다림질을 하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식탁보에 누렇게 눌은 다리미 자국을 내버렸다! 아, 절망이다. 화자의 절망적인 심정을 작가는 다리미 자국에 몇 개의 선을 그려 넣어 커다란 포탄으로 변신시켜 대변하고 있다. 


  


 
 이후 다리미 자국은 간결한 덧그림만으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의자가 되기도 하는 등 무한 변신을 한다. 이 작품을 아이가 아주 재미난 책으로 인식하게 된 대에는 막내의 큰 언니의 공(?)이 크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책을 보다가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로 묘사한 장면을 가리키며 막내에게 아빠라고 한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몇몇 장면을 가족과 연관시키며 함께 본 이후로 막내에게는 마우스나 의자 같은 사물 외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눈도 들어 있는 책이 되었다. 

 - 다른 그림책을 볼 때도 흔히 그러하듯 자신이 특히 더 좋아하는 장면을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큰지, 막내는 엄마가 책장을 차례차례 넘기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하듯이 앞서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는 자기가 찾던 장면이 나오면 소리를 치기도 하고 조잘거리며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주인공의 엄마는 참 너그럽고 현명하다. 내 성격 같았으면 짜증부터 냈을 텐데... 세상 끝으로 도망가고 싶을 만큼 큰 걱정에 휩싸여 고민을 한 주인공의 염려와 달리 엄마는 소중히 여기는 테이블보에 또 하나의 다리미 자국을 보탠다. 그리고 고 고운 색실들로 새로운 추억을 아로새긴 -세 사람의 추억이 모두 담긴-식탁보는 가족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가 되었다. 

 모 블로그에 도서 정보를 페이퍼로 올릴 때 책 제목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더니 블로그 이웃이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들어와 봤다는 댓글을 남기셔서 "엣, 이거 제목이 문제인걸~"하고 웃었던 일이 있다. 도형이나 무늬 같은 것을 제공하고 이를 포함하여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책을 가끔 접한다. 이 책은 생각의 힘을 발휘하여 다양한 그림 그리기와 더불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참신한 그림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1-05-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태은이는 안 읽어본 그림책이네요 태은이도 좋아할지 궁금하군요. 기발하면서 재미나요.
연우가 좋아한다니 저도 무조건 좋아집니다
 
[지구를 위한 한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구를 위한 한 시간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0
박주연 지음, 조미자 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부터 '밤은 캄캄하다'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야간 활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비롯하여 대형 마트, 음식점, 스포츠센터 등 심야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휘황찬란한 색색의 네온사인을 비롯한 온갖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도심 지역에 가보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환하다.

 
 이 그림책은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Earth Hour (지구촌 불끄기)"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동참을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3월 31일 7시 30분, 호주 시드니. 노랗거나 푸르스름한 빛으로 밝게 빛나던 도시가 한 시간 동안 깜깜한 어둠 속에 잠겼다. 책장 한 면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포함한 도시의 전경을 담았는데, 책장을 넘기면 같은 장소지만 빛과 어둠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대규모 정전 사태나 큰 사고라도 발생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처음으로 실행한 날이다. 일년에 하루,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는 이 행사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처음에는 시드니의 220만 가정과 기업들이 동참하였다. 이후 이 행사를 지지하는 참가국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제적인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 관련 사이트( http://www.earthhourkorea.org/)에 들어가 글을 읽어보니 "Earth Hour"는 세계적인 자연보호단체인 WWF(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에 의해 조직되었으며, "2010년 행사에는 전 세계 128개국 4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이 해에 우리나라도 116개 도시 및 정부기관, 수십 개의 회사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화석 연료와 전기의 발견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빛과 열기, 가스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밤이 되면 잠을 자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듯이 지구도 잠시나마 달구어진 몸을 식히고 쉴 시간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지구는 그런 사이클을 벗어나 끊임없이 가열되고 있다. 밤이 되어도 열이 내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마냥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헐떡이고 있는 지구에 찾아온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같은- 재앙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더 늦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때가 닥치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작한 지구촌 불끄기 행사. 이제는 백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수억 명이 함께하며, 시드니의 하버브릿지를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 우리나라의 남산 타워도-도 잠시나마 불을 끄고 어둠 속에 자리하는 것으로 지구의 미래가 밝아지는 길에 동참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그 한 시간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한 시간. 우리가 잠시, 그리고 작은 불편을 겪는 동안이나마 지구가 달아오른 몸을 식이며 몰아쉬던 숨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집 전등 두세 개 끄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리 집'이 점차 많아진다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자기 집 전등을 함께 끈다면 하찮은 것이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전등 스위치만 누르면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주변이 환해지는 편리함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에게 그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둡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정전이 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이 길어질 때면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촛불이나 손전등을 켜놓고 아이와 재미있는 그림자놀이도 하고,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책을 읽거나 밥을 먹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별빛도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작은 스위치를 내리는 아주 간단한 행위이지만 지구가 아파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줄 것이라 여겨진다.
 


   본문 뒤에 실린 정보 페이지에는 지구촌 불끄기 운동의 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몇 가지 꼽아 놓았는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줄이기 및 분리수거, 계절에 맞는 옷 입기 등 우리 생활 속에서 비교적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지구촌 불끄기 행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고, 올해에도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뉴스 매체를 통해 접하긴 했으나 정확한 날자와 시간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쳐 보냈는데-‘2011년 3월 26일 오후 8시 30분에 시행- 이 책을 보면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잊어버리지 않고 동참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라도 일정을 등록해 놓을까 싶다. 비단 이 행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없더라도 불필요하게 켜놓은 집안 여러 곳의 불끄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행해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이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지구를 위해서, 아니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을 찾은 할아버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봄을 찾은 할아버지
한태희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겨울은 추워도 어지간히 추워야지, 이래서야 어디 봄이 오겠는가 싶을 만큼 혹독하고도 길었다. 그 와중에 사십 평생에 그렇게 눈이 많이 온 건 처음 봤다 싶을 정도로 눈도 유난히 많이 내려 아이들은 다른 해보다 더 자주 눈 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이라 그렇다 쳐도 어른들에게 폭설은, 집 앞의 눈 치워야지, 출퇴근 때 빙판길을 걷거나 운행하느라 신경은 곤두서고 시간은 더 걸리는 등 고충의 연속이었다. 기다리다 보면 절로 올 봄이지만 어디쯤 와 있는지 알기라도 하면 버선발로 달려가서 후딱 잡아끌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지난겨울이다.

 처음 이 그림책을 볼 때는 '한태희'라는 작가를 생소하게 여겼는데 작가 소개 글을 찾아보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도깨비 아부지>라는 동화책의 삽화를 그린이다. 더구나 지난달에 <도솔산 선운사>,<아름다운 모양>을 구입해서 다음에 막내랑 같이 볼 요량으로 책꽂이에 꽂아둔 상태. 작가가 누구인지 미처 눈여겨보지 않고 화풍이며 내용이 마음에 들어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들이었던지라 뒤늦게 작가의 작품 목록을 보고서야 같은 이의 작품임을 알고는 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주었더랬다. 그러면서 이 작가의 작품과 인연의 끈이 이어지려고 새삼 그 두 권이 끌렸던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원색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는 빨강을 흩뿌려 놓은 듯한 꽃나무가 그려진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할머니를 위해 봄을 찾아 나선 할아버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외딴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 안에서 무료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할머니가 빨리 봄이 와서 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하고, 이에 할아버지는 봄을 찾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기다리면 올 것이라며 할아버지를 만류하던 할머니는 주먹밥 몇 덩이를 넣어 주며 가까운 곳만 찾아보고 돌아오라고 한다. 
 
- 방안 풍경을 두루 살피다 보면 벽에 걸린, 붉은 꽃과 나비가 그려진 족자가 고즈넉한 방안 분위기에 활력소 역할을 하며 시선을 끈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뭇가지를 잘라 화병에 꽂는 장면을 보면, 나뭇가지에 새순 혹은 꽃망울이 자리 잡은 듯하여 작품 말미에 어떤 변화가 있는 형태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끝자락에 노부부가 집 앞 매화나무 아래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장면에는 방문이 닫혀 있어 안을 살필 수 없는 형국이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할머니가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그린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


  
 이곳저곳을 헤매던 할아버지는 짐승들이 더 잘 알지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을 찾아간다. 곰이란 동물은 긴 겨울동안 동면을 하다가 봄이 오는 것을 어찌 알고, 시기에 맞춰 잠에서 깨어나지 않던가. 그것이 할아버지가 짐승들 중에 곰을 먼저 떠올린 이유일 게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도 주먹밥 하나를 꿀꺽 삼킨 곰은 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날짐승을 추천한다.

   할아버지에게 주먹밥을 건네받아 맛있게 먹은 꿩은 자기도 모른다며, 강물에 사는 이무기에게 물어보라고 말하지만 오래 산 이무기 역시 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한다. 이처럼 전래 동화에 흔히 등장하는 형식도 취하고,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인 이무기를 내세워 옛이야기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자락에서 이무기의 대사 처리를 좀 더 나이에 걸맞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명색이 천 년을 산 이무기인데 아이 같은 말투-몰라요/말이에요- 대신 "모른다오/말이오" 같이 연륜이 묻어나는 말투를 썼으면 어땠을까.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 위에서 내리는 눈발을 꽃송이처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울 만큼 달콤한 꽃향기를 풍기는 아이의 등장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에 한결 따스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꽃향기가 아이에게서 풍겨 나온다고 하여 놓고 다음 장면에 꽃향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고 표현한 점이 거슬리긴 하지만...) 할아버지가 다다른 곳에 모습을 드러낸 매화꽃 한 줄기. 매화는 아직 눈발이 날리는 겨울에 모습을 드러내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꽃이다.



 홍매화가 이리도 붉던가! 온 가지마다 붉은 꽃을 활짝 피운 매화나무가 양쪽 책장을 꽉 차게 매운 이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곱다는 느낌보다는 새빨간 꽃들이 발산하는 강렬한 생명력은 앞서의 아쉬운 부분들을 상쇄시킬 만큼 아름답고 뇌쇄적이다. 붉은 꽃들이 만발한 나무 아래에서 꽃의 정취에 한껏 취한 듯 흥겹게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매화나무는 없지만 자그마한 빨간 꽃들을 쉼 없이 피워 올리는 기린초(꽃기린) 화분이 있어 매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꽃을 보면 가라앉았던 기분도 살아나는 것이, 삶에 큰 활력이 되어준다.


  
  


 채색 수묵화의 화풍에 더하여 (아이들이 붓글씨 쓸 때 사용하는 화선지 같은) 종이의 가로 결을 살려 놓아 옛이야기의 정취를 한껏 살려 놓았다. 내지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의 볼거리 중의 하나. 앞내지의 그림을 보면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어 정적이 내려앉은 고요함 그자체이다. 반면 뒤내지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한 봄이 찾아 와 있다. 본문의 매화나무가 강렬한 붉은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뒤내지의 분홍과 노랑이 산천을 물들인 파스텔 톤의 풍경은 부드럽고 은은하다. 아, 본문에 등장했던 꿩 부부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얼음이 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거라던 이무기는 못 찾겠다. 혹 이미 승천해서 자취를 감춘 건가? 꼬리 끝자락이라도 살짝 보여줄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름길 그림책은 내 친구 28
도널드 크루스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집 막내는 위로 (멀미를 일으키는 탓에 탈 것을 싫어하는) 두 아이와 달리 자동차, 버스, 기차 등의 탈 것에 호기심이 많고 타는 것도 참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탈 것이 등장하는 그림책과 스티커북을 자주 꺼내오는데, <화물 열차/도널드 크루스>를 꺼내 볼 때면 함께 보는 책으로 인식해서인지 이 책도 실과 바늘처럼 함께 가져온다. - 최근에 <트럭>도 구입했는데 (와우~ 책 크기라니!) 딱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도 좋아하는 장면을 오래 펼쳐 놓고 즐겨 감상한다. 특히 분홍색 트럭을 좋아한다는~ ^^;

 기찻길을 할머니 댁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용하려던 아이들이 겪은 일을 담은 이번 작품은 <화물 열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화물 열차>는 하얀 여백을 배경으로 색색의 차량이 등장하여 전반적으로 밝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반면, 이번 작품은 배경 자체가 어둠이 내린 저녁 무렵이고 중반부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열차는 커다랗고 위협적인 느낌을 속도감 있게 방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본문이 아닌,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이 기찻길로 올라서 있는 앞표지 그림뿐만이 아니라, 양표지를 활짝 펼쳐 보면 뒤표지의 한 쪽면에 그려진, 전방을 비추고 있는 샛노란 불빛은 조만간 기차가 모습을 드러낼 것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헌사를 담은 내지에 보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위험한 순간을 겪긴 했지만 그 일을 소재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의미일까.




 
 책에 씌운 겉표지의 책날개에 보면 아이들이 왜 기찻길로 가기로 했는지를 알려주는 글이 담겨 있다.(원작에도 이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한글판에서 도입부에 대한 설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은 글인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여름이면 가는 시골 할머니네 집 옆에 있는 기찻길. 가까이 가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음에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 되어 얼른 할머니 댁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금지령이 내려진 지름길을 택해서 걸어간다. 아이들이 웃고 소리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몸싸움도 하며 계속 기찻길 위를 걸어가는 사이, 왼쪽 책장 상단을 보면 기차의 등장을 예고하듯 -작은 글자 크기로- "뚜우우"하고 기적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점차 커지는 (글자 크기와) 기적 소리와 노란 불빛은 기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등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게 만든다. 다급하게 뒤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한 아이들의 모습과 "달려!", "내려가!" 같은 단순한 외침 역시 긴박한 상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아이들 뜀박질보다 더 빠른 기차가 언제 바로 뒤에 들이닥칠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 마침내 위용을 드러내는 커다란 화물 열차.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열차 칸을 보여주는 것으로 독자가 작품속의 아이가 되어 열차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하단에는 "칙칙 폭폭" 혹은 "칙폭" 같은 의성어 글자에 입체감을 주고, 크기에도 변화를 주어 소리의 강약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샛노란 불빛을 사정없이 앞으로 비추며 달려오는 기차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는지를 참으로 잘 담아낸 수작이다. 

 어른들이 절대 다니지 말라고 못 박은 금지된 길로 가다가 겪은 그 두려운 일은 기차의 샛노란 불빛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아로 새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은밀한 비밀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세월만큼 마음속 깊이 숨어 있었으리라. 할머니께도, 엄마한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글이 아이에게도 인상에 남는지 본문을 들려주기도 전에 제가 먼저 앞서서 "아무 말 안 했죠~" 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 하나 정도는 가슴에 묻어 둔 어른들에게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4-3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놀러왔답니다.

갑자기 '절대 잊지 못 할 첫 기억'이라는 문구가 생각나요. 심리적으로 무척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경찰서에서 울다가 빵 얻어먹었던게 첫 기억이예요.
다른 것들은 부모님이 말씀해주신 재생 기억 같고, 이것은 생생해요. 부모님이 모르는 부분이 생각나거든요.
기차도 그랬을거 같아요.

저는 그림책 올려주시는 페이퍼를 좋아해요. 제가 더이상 사서 보지 않아서이기도 하구요.
즐거운 주말되셔요. 어제 천둥 번개 무서웠어요. ^^
 
무엇을 할까? - 일과 신발 그림책은 내 친구 27
정해영 글.그림 / 논장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여러 나라의 신발의 특색을 잘 드러낸 <누구 발일까?>이라는 그림책으로 눈길을 끈 정해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귀와 눈이 솔깃했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 마음에 쏙 들었기에, 또한 우리나라 작가이기에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던 터... 이번 그림책도 의성어와 의태어를 잘 버무린 리듬감 있는 본문 글과 콜라주 기법의 선명하면서도 입체감 있는 그림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도 큰 <누구 발일까?>를 네 살배기 아이가 참 좋아하여 읽어달라며 자주 꺼내 오는데, 신발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최근 들어 이 책도 종종 간택을 받는다.
 




 이번 그림책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과 관련된 신발의 모양과 기능, 특징 등을 알려준다. 이번 작품도 전작과 유사한 형식으로,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신발에 먼저 초점을 맞추어 크게 부각시켜 놓았으며 다음 장에 그 신발이 사용되는 현장을 배경으로 하여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발을 보호해 주는 신발의 기능과 정보를 전달한다. 간결하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의성어, 의태어들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모양이다. 소리와 행동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아이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몇 번 읽어주고 나면 아이가 먼저 표현을 한다. 

 신발 밑면에 징이 박혀 있는 축구화를 신은 선수의 발이 부각되어 있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발 끈, 실땀 등 신발의 외양을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양말 역시 '정말 양말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다양한 재료(헝겊, 종이, 실 등)를 이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신발의 질감과 입체감을 잘 살리고 있다. 
 


 한 마리 백조처럼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의 토슈즈는 겉으로 보기에 부드럽고 고운 천으로만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 발끝에 체중을 실어야 하는 발레리나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앞부분이 딱딱한 나무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뜨거운 열기로부터 발을 보호해주면서 물에 젖지 않는 기능이 더해진 소방관의 방수화도 눈길을 끌고, 표지 그림에 보인 신발은 어떤 신발일까 궁금했는데 어부가 신는 가슴 장화란다. 아이에게는 운동선수나, 소방관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제각각 모양은 다르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적합한 신발을 신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도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신발 구경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요상한 모양의, 실체를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는 정체불명의 것이라 여겨지는 것이 물고기와 함께 등장한다. 신발은 신발인데 꼬리처럼 보이는 그 것. 물고기들이 노니는 물 속에서 찰싹찰싹 헤엄치는데 도움을 주는 오리발이다. 아이는 이것도 발에 신는 것이라는 점이 신기한 모양이다. 푸른 풀밭이 펼쳐진 축구 경기장, 조명을 받으며 모델들이 워킹을 하는 화려한 패션쇼 무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바다 등 일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역동적으로 펼쳐져 현장감을 더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본문 뒤에는 정보 페이지를 통해 신발의 특징을 좀 더 자세하게 보충 설명해 놓다. 방수화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것도, 간호화가 따로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정보 페이지를 통해 군화/피겨 스케이트/안전화 등 여러 종류의 신발의 장단점도 알 수 있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의류직물학과 산업 미술을 공부한 후 패션디자이너로 일을 했으며, 2009년부터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간된 작품을 보면 의복(옷, 신발)과 관련된 도서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잘 살려 자신의 꿈(작가)을 이룬 것에 부러운 마음이 인다. 

 작은 언니의 실내화도 신어보고 싶고, 큰 언니의 새 운동화도 신고 걸어보고 싶어 하는 우리 집 막내. 자기 신발은 아직 달랑 두 켤레 뿐인 탓인지 새로운 신발에 욕심을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다양한 신발들의 출현이 이채롭게 다가오는가 보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일에 따라 모양이나 기능이 다른 신발이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면 또 어떤 종류의 신발들이 더 있는지 궁금해 하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