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마감하는 출판계 기사들을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정의란 무엇인가'일 것이고, 하반기에 돌풍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11월에 소개된 책들중에는 보수, 진보를 주제로 한 책들이 보인다.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등의 책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노골적인 제목의 '진보집권플랜'이다.
<진보 집권 플랜>
조국·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
"2012년, 늦어도 2017년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 재집권 가능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재집권 방안을 모색한 <진보 집권 플랜>.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는 부제가 붙은 이 대담집은 6·2 지방선거의 핵심 의미를 진보·개혁 연대의 학교 ‘무상급식’ 전략에서 찾는다. 이거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강북 ‘뉴타운’공약이 서울표를 휩쓸어버린 것과 같은 충격파를 6·2 지방선거에 몰고 왔을 뿐 아니라, 무엇이 차기 대선 판을 휩쓸어버릴 진보·개혁 세력의 초강력 무기가 될 것인지를 보여준 강력한 예시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공약, “진보가 밥 먹여 준다. 뿐만 아니라 더 좋은 밥을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먹게 해 준다”는 사실을 생활 속에서 피부 깊숙이 각인시켜줄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4분5열을 극복하고 6·2 지방선거 때처럼 연대하고 뭉치는 것이다.
조국과 오연호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개혁 세력을 참패로 몰고간 요인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교육, 일자리, 의료, 주택 등 진보·개혁 세력 발목을 잡았던 핵심 민생문제 실패를 이젠 현 정권이 훨씬 더 열악하고 증폭된 형태로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49.8%에 달하는 비정규직 비율, 더 심화된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문제, 거품붕괴 위기 속에 더 멀어지고 있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상생이 가져다줄 무한대의 실익을 외면하는 파탄상태의 대북정책, 대기업만 살찌운 기업프렌들리, 4대강 개발 등 막무가내 토건사업….
두 사람은 현 정권의 이런 실정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무상급식, 반값 (대학)등록금,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회임금, 무상의료 또는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원가공개와 반값 아파트, 검찰 개혁, 종부세 개선 부활, 산업·기업 민주화 등 획기적인 대안들을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들이대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집권당이 차기 대선을 겨냥해 내놓은 복지국가론이 그들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정책)정책과 어떻게 모순되는지를 지적하고 탈신자유주의 대안 복지정책의 진수와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한다. 이를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것은 진보·개혁이 아니라 수구·보수 세력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이탈리아 올리브 동맹이든 무지개연대든 2단계 소통합 방식의 야권통합이든 386(486)과 20대의 연대든 유권자들 변화욕구를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라고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8509.html
조국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부드럽지만 촌철살인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그의 바람처럼 이 망국의 개발시대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많지는 않지만 조국교수는 몇 권의 대중적인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생각해보니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가 몇 년째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앨버트 허시먼 지음·이근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천원
보수에 대해 분석한 책도 소개되었다. 진보,개혁정책에 대해 역효과를 내세우며 무용론을 내세우는 보수의 논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앨버트 허시먼(1915~)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제 The Rhetoric of Reaction: Perversity, Futility, Jeopardy)는 예컨대 ‘복지국가’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비판 논법을 이렇게 요약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경제학적 시각에서 실업자와 사회적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의 일부를 돌리는 ‘이전지급’이 야기하는 갖가지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그런 이전지급 방식들은 ‘나태와 타락’을 조장하고, 의존을 부추기고, 더 건설적인 국가의 다른 부양제도들을 파괴해서,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것은 허시먼이 이 책에서 보수주의자들이 개혁이나 진보를 가로막기 위해 들이대는 전형적인 ‘수사적 무기’(rhetoric of reaction, 반동의 수사학)로 든 세 가지 명제 가운데 ‘역효과 명제’(perversity thesis)다. “정치·사회·경제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동도 행위자가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 추천자 우석훈은 이를 “너희들이 뭘 해봤자 역효과만 난다” “그래봐야 너만 더 힘들어진다”는 말로 요약하면서, 차라리 감세가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던 이명박 대선 공약,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며 이를 ‘줄푸세’라 불렀던 박근혜 경제공약이 이 명제 위에 선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둘째 명제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그 노력들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무용 명제’(futility thesis)다. 셋째는 “변화나 개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변화나 개혁은 이전에 얻어낸 소중한 성취들마저 오히려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는 ‘위험 명제’(jeopardy thesis)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봤자 소용없어!”라는 얘기다.
역효과 명제와 무용 명제는 인간과 사회의 활동 목적을 보는 관점이 거의 정반대다. 역효과 명제는 인간 세계를 매우 변덕스럽다고 보고 그 때문에 변화 시도가 뜻밖의 반작용을 낳는다고 보는 데 비해 무용 명제는 세계가 고도로 조직화돼 있고 내재하는 법칙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어서 인간이 그것을 고치려는 건 소용없는 짓이라고 본다. 따라서 어떤 면에선 무용 명제가 역효과 명제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역효과가 나더라도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세계와 개입의 여지조차 없는 세계의 차이. 무용 명제는 마르크스주의 사조에 맞서는 무기였고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비판도 무용론 중심으로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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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는 진보와 개혁을 저지하려던 세력이 18세기 프랑스대혁명 이후 20세기 복지국가 논쟁에 이르는 시기에 동원한 보수주의 담론과 주장, 수사법을 좌우한 ‘논쟁의 규범’들을 역사적·분석적으로 살핀다. 바로 그 가공할 역추진력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역효과·무용·위험 명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장하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리스트, 조지프 슘페터, 니컬러스 칼도 등과 함께 동아시아국가들 경제성장 기적에 기여한 “다른 종류의 경제학자들” 중 한 명으로 꼽은 허시먼이 이 책을 출간한 것은 1991년이다. 레이건 정권의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를 이어받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쟁’을 지휘하던 당시와 정치적 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횡행하는 지금의 한국 사정이 닮은꼴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0868.html
가난한 사람들이 맹렬히 보수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에 대한 마땅한 대답을 갖지 못한 내게 선거와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이다. 조지 레이코프를 설명할 때 종종 노암 촘스키에 빗대기도 한다. 그가 촘스키의 제자인데다가 언어학자이면서 현실정치에 활발히 참여하기 때문인데, 그런 설명에서 놓치는 점이 하나있다.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는 촘스키와 전혀 다른 입장이라는 점이다. 물론 정치를 분석하는 시각도 전혀다르다. 촘스키의 경우 자신의 학문과 현실정치라는 분리된 두개의 세상을 가지고 있지만 조지 레이코프의 경우 자신의 전공인 인지언어학 개념을 확장시켜 현실정치에 참여한다.
11월에는 조지 레이코프의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가 소개되었다. 이번 조지 레이코프의 번역 출간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 번역출간된 책은 이미 작년에 출간되었던 자유전쟁이 출판사만 바뀐 경우인데 지난달에 소개되었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역시 2004년에 '도덕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같은 역자가 번역 출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저자의 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는데 다시 출간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흥미롭다. 하여간 조지 레이코프의 책은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나익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천원
"프레임(Frame)이란 말은 흔하게 쓰인다. 가볍게 생각하면 ‘생각의 틀’쯤으로 해석되지만, 그것이 지배하는 힘은 깊다. 우리의 믿음과 행동, 주의와 철학은 늘 그 틀 모양대로 생성되고 변형되며 작동한다. 프레임은 말의 영향을 받는다. 언어는 곧 인지의 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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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프 교수가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에서 주목한 것은 ‘자유’라는 단어다. “(이라크 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2005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자유, 해방이라는 단어를 20분 동안 49차례나 사용했다.” 이라크 전쟁은 자유를 지키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는 숭고한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었다. 지은이는 이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진보의 가치였던 ‘자유’가 보수주의의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자유는 프레임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달라진다. 부의 재분배나 의료보험을 한쪽에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자유가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른 쪽에선 부를 누릴 개인의 자유를 앗아가고 시장의 자유 작동 원리를 억압하는 해악으로 해석한다. 공항 알몸투시기도 한쪽은 개인 자유의 영역을 훼손하는 폭력으로, 다른 쪽은 테러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인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미국에서 보수주의의 일방적인 승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후진적인 의료보험제도가 용납되고, 부자 감세가 횡행한다. 종교의 자유는 억압되고 영장 없이 사생활도 뒤질 수 있다. 미국 국민이 이런 폭력을 용인하고 따르는 이유는 뭘까? 보수주의자들이 붙인 ‘자유’라는 딱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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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진보주의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보수주의자들의 언어를 따라하지 말고 본원적 ‘자유 프레임’을 서둘러 복원하라는 것이다. “자유를 잃는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자유의 개념을 잃는 것이 훨씬 더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0865.html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후 대한민국은 한미합동훈련에 이어 포사격훈련까지 수행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당사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는 어떤 판단의 근거도 허용하지 않는 일이다. 평화롭던 우리 땅에 포격을 가했으니 우리땅에서 우리가 훈련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데 이게 당연할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세계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가 남한의 사격훈련에 대해 유엔안보리를 소집한 것이다. 당한 것은 우리인에 어째 세상 돌아가는 것은 우리의 뜻과 같지 않다. 이런 시대에 시각을 조금 폭 넓게 볼 만한 책이 나온 것 같다.
정세현의 정세 토크
정세현 지음·황준호 정리/서해문집·1만5000원
" 북핵 폐기냐, 아니면 북핵 관리냐.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까지만 해도 미국의 평화협정 논의에 상당한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그걸 워낙 견제하고 반대하니까 미국이 슬그머니 중단했고, 그러다가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미국이 변했다. 사고 직후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황이 없다”고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도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먼저 설정해 놓고 그걸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찾아내거나 또는 만들어내려는 한국의 움직임에 서서히 동조했다.
아마도 미국은 사건 초기에는 그게 일본하고 갈등을 빚고 있던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 이전 문제 해결에 유용한 카드가 되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북풍몰이를 하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을 적당히 활용하고 맞장구를 쳐주면 후텐마 기지 이전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는 하토야마 내각을 압박할 수 있고, 결국 미국 국익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6자회담 재개 동력이 떨어져버렸다.
미국이 왜 이러나? 미국의 본심 자체가 겉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면서도 실제로는 어영부영 나중에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이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려는 건가? 다시 말해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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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토크에선 이런 얘기를 했다. “해마다 하는 한-미 군사훈련도 사실은 미국이 신형 무기 들고 나와서 성능 보여주면 우리 국방부가 신무기 구매계획을 세우고 예산 신청을 하는 거잖아요.” 올해 4월에는 이런 얘기. “2009년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이 한국에 ‘확장된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합의를 했습니다. …사실 ‘확장된 억지’는 ‘확장된 의존’과 표리관계입니다. 우리가 미국에 군사·안보적으로 더 의존하게 된다는 건데, 달리 말하면 미국산 무기 수입을 더 늘린다는 얘깁니다. 확장된 억지가 명문화되는 시점을 전후로 미국산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한국의 자격(FMS)이 최상위로 격상됐는데, 그거 다 돈 나가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가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에까지 들어가자는 말이 나올 겁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9747.html
11월에는 스님의 주례사와 한겨레특강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또한 읽어볼 만하다.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휴·1만2000원
"정토회라는 불교 수행단체를 이끌고 있는 법륜 스님은 지난해 정해진 주제 없이 현장에서 나온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즉문즉설’(則問則說) 전국 순회강연을 했고, 그때 강연 주제가 사랑과 결혼이었다. <스님의 주례사>는 그 즉문즉설 녹취문 중 일부를 가려 뽑아 간추린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부부 사이에 생긴 갈등 문제예요.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왜 갈등이 생길까요?” 스님은 그게 다 상대방 덕을 좀 보자는 지극한 이기심에서 비롯됐다고 잘라 말한다. 스님 얘기는 길게 에두르거나 번다한 장식이 없다. 쉽고 명쾌하다. 하지만 그 정도 얘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끌릴까.
그다음 얘기는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합니다”로 이어진다. “내가 온전한 상태에서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덕을 보려 하지 말고 덕을 베풀라는 것, 그런 걸 깨친 경지가 ‘온전한 상태’인 듯한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결혼한 아내와 남편은 자식이 없는 스님들보다 열배, 백배는 더 열심히 수행해야 합니다.” “끝없는 연습” “수도” “마음공부”도 같은 말인데, 먼저 이치와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 중심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교설이 자리잡고 있다. 스님 얘기는 사랑과 결혼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관계, 개인의 절망감, 무지, 행복, 운명 등 닿지 않는 데가 없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7385.html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겨레출판·1만2000원
"세상은 ‘드럽고 치사하게도’ 1등만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를 ‘술 푸게’ 한다. 술만 푸지 말고 제대로 반기를 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마쓰모토 하지메. 그는 대학 식당 밥값 인상에 항의해 구우면 악취 나는 ‘꽁치 굽기’ 데모를 하고, 모두가 자기계발에 열 올리는 ‘바쁜 사회’에 저항하며 역 앞에서 고타쓰(일본식 난방기구) 놓고 술 마시는 ‘한가한’ 데모를 했다. <예스맨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찍은 앤디 비클바움은 신자유주의의 첨병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투표권도 사고팔 수 있다”며 이들의 생각을 정론직필한다. 이런 방식으로 주류 권력의 음모를 널리 알리는 셈이다. 지지율로 따지면 ‘하위권’이었음에도 끝까지 서울시장 후보를 완주해낸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얼핏 1등처럼 보이는 소설가 공지영씨, 한국 사회 비주류인 ‘좌파’ 안에서 또 ‘비(B)급’을 지향하는 김규항씨 등도 참석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매년 주제를 정해 벌이는 ‘인터뷰 특강’에서다. 올봄 이들이 모여 전수한 ‘무한경쟁사회에 발칙한 발차기를 날리는 비법’을 모아 묶었다.
노회찬 전 대표는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서울대의 ‘1등 독식’이 없도록 16개 국공립대가 통합되는 ‘꿈을 꾸라’고 말한다. “천만명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되니까.” 마쓰모토는 등록금 투쟁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대학을 그만둔 다음 매일 학교에 가라”고 제안한다. 수입이 없어진 대학은 당혹스럽고, 학생들은 간판 획득이 아닌 공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저항하지 않는 당신, 모두 유죄!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9757.html
일년을 갈무리 하는 독서내용을 담은 정혜윤의 글도 관심을 끌었다.
올해 읽은 책들을 돌아보며…
정혜윤의 새벽 3시의 책읽기 /
"볼라뇨의 <칠레의 밤>에 대해선 죽기 전날 밤의 변명이란 부제를 내 맘대로 달아뒀다. 죽기 전날 변명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나는 이 책을 읽고 배웠다.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서 네덜란드어를 모르는 프랑스인 조제프 자코프는 어떤 지적 모험을 하게 된다. 즉 네덜란드에 가서 프랑스어를 가르쳐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정확히 말하면 스승은 네덜란드어를 모르고 제자들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상황), 그런데 이들이 겪은 일이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우리의 고정 관념을 뒤흔들어 놓는다. 학생들은 프랑스어 철자법도 배우지 않은 상황에서 프랑스어를 스스로 익히기 시작했다. 교육에 있어서 유식한 자 무식한 자 유능한 자 무능한 자 똑똑한 자 바보 같은 자의 분할이 깨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만약 천재 교육을 원하는 부모라면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 책에서 “나는 인간이다. 고로 생각한다”로 뒤집을 때 인간에 대한 어떤 강력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신뢰가 사람을 얼마나 해방시키는지 알게 될 것 같다.
<감정노동>은 언제나 친절한 항공사 승무원의 미소로 시작한다. 감정노동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고양시키거나 억제할 때의 노동을 말한다. 승무원들뿐 아니라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미소가 저마다의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요구된 것의 결과물일 가능성에 대해서 동의한다면 감정노동은 무엇인가란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한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까지 이르게 된다. 서비스직의 비중이 늘어가는 사회에서 감정이 상품이 된다면 그렇다면 내 진짜 감정은 언제 어디서 표현해야 하나부터 나는 도대체 정말은 뭘 느끼는가까지 다 궁금해질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08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