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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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1권은 공양왕 4년 임신년 3월 무술일(1932년 3월 17일) 부터 시작한다. 이날은 이성계가 낙마한 날이다. 날던 새도 떨어뜨리던 이성계가 낙마하고 그 뒤로 보이지 않는 많은 움직임이 있다. 그 중심에 정도전과 정몽주가 있다. 역사서로는 잡지 못했던 그림이 소설을 통해 그려진다.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진 그날 이후 정도전과 정몽주는 묘하게 동일한 입장에 서 있다.

 

이성계를 경계하던 이들은 정몽주를 중심으로 왕위를 노리고 있는 이성계를 제거해야 할 기회임을 들어 정몽주를 보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이방원이 정몽주가 걸림돌이라면서 정도전에게 정몽주 제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둘은 이성계, 정몽주 모두 제거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성계가 왕을 욕심냈다면 이미 위화도 회군 때 왕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1권에서의 정몽주와 정도전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에는 서로 다른 생각이었지만.

 

전하! 500년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시면 아니 되옵니다. 향나무는 인간들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들을 보듬어 안고 수명을 늘려 왔사옵니다. 나무도 이와 같을진대, 고려와 같은 큰 나라가 회생할 방도가 어찌 없겠사옵니까?(155쪽)

 

그 꼴을 당하고도, 멸망에 이르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정년 자위할 수 있을까. 이런 나라를 과연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142쪽)

 

정도전은 이방원과 정몽주에 대한 처리를 두고 부딪힌다. 그런 과정에서 정도전이 생각하는 왕권국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왕도 사람이다. 어진 이도 있고 각박한 이도 있으며 똑똑한 이도 있고 멍청한 이도 있으며 유약한 이도 있고 강건한 이도 있다. 왕이 전권을 휘두른다면 혼군(昏軍) 혹은 폭군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왕은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고 신하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은 힘에서 나오고 그 힘은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내 구상의 핵심은 왕을 예외로 두지 않는 것이다. 왕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만 전체를 뒤바꾸지는 못하는 체계 속 일원이다. 이렇게 짜 둬야 왕이 설령 삼강과 오륜을 무시하더라도 체계 속에서 고쳐 나갈 수 있다. (239~240쪽)

 

이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대통령중심제의 국가는 대통령이 권한이 막대하다. 그 권한을 재상 즉 의회가 견제하고 법과 제도라는 체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보인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의회를 밑으로 생각하고 법과 제도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꾼다. 이런 젠장, 정도전이 500년 전에 한 고민이 지금도 유효하다니.

 

 

김탁환의 소설을 처음 읽어본다.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오랫만에 접하는 역사소설이라 그러려니 한다. 김탁환의 소설을 쭉 읽다보면 문체가 익숙해져 쭈욱 읽히는 때가 오긴 할 것이다. 책 말미에 보면 김탁환은 '소설 조선왕조실록'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대놓고 조선왕조실록이라 하지는 않을것이다. 정도전과 조선개국을 다룬 '혁명'처럼 그에 걸맞는 제목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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