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과 그의 시대
김창현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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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은 요상한 승려라는 기억이 있다. 아마도 신돈을 주제로 한 드라마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신돈에 대한 생각이 확 틀어지게 된 것은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를 읽다가 신돈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고려말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설명때문이다.

 

시신을 수습하던 매골승이었던 신돈은 그 신분 때문에 많은 이들의 견제와 미움을 샀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점 때문에 공민왕의 신임을 받았다.

공민왕은 대대로 벼슬하고 권세가 있는 집안인 세신대족世臣大族과 새로 진출한 초야신진草野新進, 그리고 유학을 공부해 과거에 급제한 유생儒生들을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세신대족'은 친척과 당파가 나무뿌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엄호한다며 싫어했다. '초야신진'은 마음과 행동을 잘 꾸며 이름을 낚지만 귀하고 현달해지면 집안이 시원치 않은 것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대족과 혼인하여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 팽개쳐버린다며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생'에 대해서는 유약하여 결단력이 부족하고 문생이니 좌주니 동년이니 하며 당파를 이루어 사사로운 정에 휩쓸린다며 비판했다.(187쪽)

이런 과정에 독립적으로 개혁을 할 만한 인물은 바로 승려였고, 그가 바로 신돈이었다. 왕은 뒤로 물러나고 신돈이 앞장서 고려를 개혁하기 시작했다.

신돈의 개혁의 가장 정점은 바로 노비제도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신돈은 원래 양인이었다가 불법적으로 노비가 된 사람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노비가 양인이 되는 과정에서도 신돈은 노비 소유주가 아닌 노비의 말을 먼저 들었다. 가히 혁명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공민왕은 점차 권력이 강해지는 신돈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신돈이 개혁을 실시하기 위해 등용한 유생들도 신돈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결국 공민왕은 신돈을 제거하기 이른다. 그리고 고려의 개혁은 거기서 끝난다.

 

'신돈과 그의 시대'를 정도전과 엮어서 읽다보면 신돈의 개혁사상이 정도전의 사상보다 훨씬 더 혁명적이고 근대적임을 알 수 있다. 정도전에게 새로운 시대는 재상들이 중심이 된 나라다. 거기에 일반 백성은 없다. 물론 일반백성은 땅을 불하받아 국가에 조세를 내는 존재로써는 인정되지만 신돈처럼 혁명적인 사상을 갖지는 않았다. 신분제도 자체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았다. 신돈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성균관을 짓는데 그 성균관을 통해 왕조교체의 세력이 만들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조선왕조 및 신진사대부, 정도전은 모두 신돈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신돈의 개혁이 지속되어 노비제의 근간이 바뀌었다면 고려,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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