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에 대한 반성을 담고 책을 주제로 독서중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에 대한 부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이 사회적인 문제에서 독립시켜 모든 문제의 근원을 개인으로 치부하며 개인의 능력을 계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더 이상 서점의 '경영 담론'은 경영 과학을 통한 생산성 증가 같은 전문 지식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노동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최면적인 동기 부여를 위한 미사여구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경영 담론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삶을 '관리'하고 계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경영'과 '삶', 혹은 '노동'과 '삶'은 하나가 되었다. 스펙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뻔한 내용인 줄 알면서도 자기 계발 도서를 읽으며 동기를 부여 받는다. 이런 방법은 '하면 된다'를 부르짖으며 공업화를 이룩한 한국인의 심성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투혼'을 통해 주어진 인프라 이상의 성적을 뽑아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표어는 '하면 된다'의 연장선상에서 하나의 태도를 정당화한다. 국가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신자유의주의 개혁, 한국에서는 IMF 외환 위기로 테일러주의가 붕괴한 자본주의 세계엔, 그리고 노동자의 열정을 착취하려는 '펌프질'만 남았다. '열심히'로는 부족했다. 그건 미적지근한 단어였다. 한 TV광고는 '당신이 머리가 아픈 건 열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 열정을 갖지 않은 당신은 죄인이다. (102쪽)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이 경영의 대세가 된 것은 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이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면 회사는 정년은 아니더라도 꽤 오랜기간 직업이라는 안전장치를 제공해오던 회사와 직원간의 관계가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회사는 이제 직원을 더 이상 사람이 아닌 회사 자원의 하나인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회사 경영이 자원을 적재 적소에 활용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적자원은 깊은 지식과 함께 다양한 능력(역량이 불리는)을 갖춰야 한다. 이 틈을 타고 2000년대 자기 계발서들이 직장인과 예비 직장인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이 흐름은 단순히 직장인에서 멈추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처지임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결국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내가 나를 관리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라는 단어는 일종의 불명예가 되었다. 이 사회의 노동자 수는 결코 줄지 않았지만, 자신이 노동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노동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새로 등장한 '자기 계발' 담론들은 그들의 눈을 가려 현실을 직시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50쪽)

...

각종 '경영의 기법'의 최종 과녁은 다름 아닌 '나'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언제나 도약을 준비하는 자세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경게를 늦추지 않고, 자발적인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혁신과 쇄신에 힘쓰는 '1인 기업' 으로서의 나.

이런 '경영 정신'의 뒷면에는 하나의 강박적 주문이 새겨져 있다. '나는 결코 노동자가 아니다. 내가 지금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즉, 나는 누군가의 명령이나 받으며 시키는 일을 하는 그런 수동적이고 나태한 노동자가 아니다. 능력을 계발하고, 인맥을 형성하고, 몸값을 올리고, 비전을 갖고, 성공과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자기 계발 담로은 '나'를 경영하는 주체로 인지하는 동시에 그것을 상품으로 대상화하여 시장에 내어놓은 담론이다. 다이어트, 성형과 같이 육체를 관리하는 일이 자기 계발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이다.(51쪽)

사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기에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왜곡되어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는가를 보여준다. 프로게이머, IT종사자, 문화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래서 돈이 아닌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요한다. (영화시장과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세계적이지만 영화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계가 유지되기 힘든 수입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 돈을 따지고 들면 열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해버린다.)

 

하지만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사회전체와 맞닿아 있다. "사기계발"이라는 주제로 책읽기를 하다 보니 자기계발에 주제를 두고 독서를 하다보니 후기가 전체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개인 스스로가 경영자라는 마인드를 강요하는 것은 특정산업이나 전체 노동시장이나 똑같다. 결국은 당신이 못해서 성공하지 못했고 실패한 것이라는... 사회와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을 개인에게 전가시키고는 시치미를 뚝 떼는 참 염치없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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