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인권기행>을 리뷰해주세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 소개의 사진 속 작가는 손가락 굵은 마디로 대충 빗었을 것 같은 단발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덥수룩한 수염을 길렀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의 옷차림도 그다지 패션어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무난히 예측할 수 있다. 딱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을 거침없이 다닐 것 같은 분위기다. 당연 이런 분위기는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테고 39시간을 낡은 트럭을 타고 비포장 산길을 마다하지 않은 결과라 하겠다. 책을 읽다가 자주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오지도 아니고 원주민조차 가기를 꺼려하는 곳을 기어이 찾아가 인터뷰하고 보고 사진 찍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2006년에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를 방문하여 PART1으로 엮었고, 2008년 다녀온 볼리비아, 니카라과, 쿠바를 PART2에 풀어놓았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항상 우승국으로 지목되는 아르헨티나를 빼고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는 평소에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 나라의 민중에게 관심과 걱정과 안쓰러움의 감정을 가지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때로는 비슷한 민주화를 겪었다는 동지적 시선으로 이들 나라들의 민주화운동, 민중혁명운동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문제점들을 쓰고 있다. 작가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들은 작가의 글들에 사실성을 더해주고 작가가 기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읽는 사람도 리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기행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니카라과, 쿠바의 다섯 나라의 민중혁명, 민주화운동의 공통분모를 찾자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미국의 CIA! 볼리비아의 캄페시노들은 코카를 재배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이 재배하는 코카를 코카인으로 오해하여 코카 재배제한을 요구했고, 원주민 대부분의 코카재배자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또 아르헨티나는 30년 동안 군부정권의 지배를 받았다. 30년의 군부정권이 수립될 수 있었던 이유에 미국이 등장한다. 아르헨티나의 군부정권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마르크스주의, 반정부주의자,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가족, 친구를 납치, 암살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다음으로 칠레는 피노체트의 독재가 유명하다. 피노체트가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CIA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카라과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미국정부의 악행과 더불어 바나나 플랜테이션의 네마곤 중독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의 몰염치함까지 더하고 있다.  

 왜 미국은 도대체 이들 남미나라에 이리도 참견을 해 남미 민중을 가난과 고난의 삶을 살게 만드는가? 작가가 인터뷰한 인사들의 말과 중간중간의 작가의 글로 미루어 본다면 남미의 풍부한 자원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70,80년대의 이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도 결국은 남미가 내장하고 있는 자원의 갈취에 있어서 방해요소였을 뿐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님은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 받아들인 현재가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자본이 우선되어 민주화가 더뎠고 민중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이들 나라가 피를 댓가로 선거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화를 이루었고 민중혁명이 성공하였다고 자평하여도 여전히 남미민중들은 현재 자신들의 민주화와 혁명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남미민중들의 민주화의식 부족함도 있겠지만 아직도 미국자본이 남미의 민중에게 드러나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이다. 작가는 쿠바의 기행에서 글을 끝맺고 있다. 그 맺음이 마치 다음 나라로 바로 기행을 떠날 것처럼 갑작스런 자연스러움이 강해 약간은 당혹스럽지만, 남미의 혁명운동이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맺음이라 하겠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그들의 민중혁명은 작가의 다음 글이 다음 장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처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 라틴아메리카의 민주화, 민중혁명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거울이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미국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싶다면.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p.99 "딸이 실종된 뒤로는 세상에 사는 맛이 다 사라져버렸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기뻐야 할 순간에도 기쁨은 사라지고 눈물만 흘리게 됐어." 

pp.110~111 라틴아메리카의 정치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정치학과 미겔 드 루카 교수의 과거사 정리의 의미는 한 국가의 도덕성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군부의 인사들은 반드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서 학살을 저지른 뒤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가 아무런 도덕성이 없음을 말해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산교육이라면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을 사회가 보여 주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사 정리문제를 비판하는 말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인 정치학>을 리뷰해주세요.
와인 정치학 -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최고급'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인과 정치학이 만났을 때 두가지 생각이 가능하다. 첫째, 인간생활에 있어서 각자의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 차이를 보일 때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조정하는 또한 이러한 정의를 개인에서 국가 차원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정치(政治, politics)라는 개념과 '와인'이 만났을 때 이 음료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파워는 무엇일까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음료의 범주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와인'이 곧 정치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타일러 콜만은 전자는 제처두고 후자의 편에서 와인정치학을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어디에서 어떤 와인을 재배할지, 라벨의 내용들, 수입 수출 가능한 와인의 선택, 지역 상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 와인의 가격, 와인의 품질등 이 모든 것들이 와인정치학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우리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와인정치학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정치학의 주체자인 와인 생산자, 포도재배자, 유통업자, 와인비평가들이 와인소비자에게 어떻게 와인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공급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와인산업의 구세계 프랑스와인과 신세계 미국와인 

와인정치학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선 와인을 대표한 두 나라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 역사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구세계 프랑스와인을 들여다보자.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와인에 대한 인식은 프랑스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와인이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아주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와인인 보르도와인은 프랑스 국내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네덜란드에도 수출되어 그 명성을 높였다. 보르도와인을 이러한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들은 바로 중개상인들이었으며 이들은 보르도와인을 위한 분류체계를 발전시켜 서열을 굳히고 시장에서의 권력을 확대시키기도 했다. 프랑스와인의 황금기를 꼽자면 1860~1875년을 바로 그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와인양, 포도나무면적, 수출품목, 연간 국가 조세 수입 등에서 모두 큰 폭의 성장율을 기록했으며, 1875년 포도나무뿌리잔디 질병이라는 시련이 닥쳐, 전체적인 시스템이 붕괴되고 와인에 대한 사회적 구조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나 프랑스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를 확산시켜 와인산업에 닥친 위기를 국가 수준으로 관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또한 와인등급제도의 체계 확립과 품질 개선을 위한 많은 시도를 통해 와인의 정석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프랑스인들의 와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철저한 관리, 과감한 정부 지원등으로 프랑스와인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등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 와인은 의미있는 존재는 아니어서 정부의 간섭, 지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금주령과 대공황으로 와인생산이 모두 기초화되었으며 품질도 많이 저하되었고, 이에 침체된 와인 산업 번영을 위해 샌트럴 계곡 캘리포니아와인 협회 갤로와인이 등장하였으나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1972년에 비로소 와인시장에 거대자본(대기업)이 투자를 시작하게 되고 와인을 브랜드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와인정치학의 영향 

좋은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좋은 와인과 그렇지 못한 와인을 구분하기 위해 와인 산업자들은 등급제도를 도입하였다. 프랑스와인은 원산지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원산지 규정 등급제도는 안정성과 전통을 바탕으로 생산업자, 상인, 원산지 인증기관, 비평가들이 블라인드 테스팅을 거쳐 해당지역의 개성을 갖춘 와인을 분류하며 원산지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분류제외대상', '뱅 드 타블(가장 낮은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등급제도는 원산지를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와인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도 해 와인 품질관리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운영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샤토와 중개인들간의 이해문제,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법안 등의 배경으로 인해 와인 소비가 감소되고 있어 우수한 품질의 와인 검증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원산지제도가 부담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며 와인소비자는 프랑스와인의 라벨등급에 100% 신뢰도를 장담할 수 없다. 미국와인 라벨은 어떠할까? 미국은 와인재배업자, 포도재배업자 각자의 이해가 쉽게 결정나지 않아 포도품종이 라벨에 명시될 경우엔 75%가 해당품종이어야 하고, 포도재배지역를 명시할 때는 포도의85%가 해당 포도재배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며, 단일양조장 명시엔 95%가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는 경우에 따른 라벨 표시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와인의 품질을 우선시 한다기 보다는 와인산업 종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와인정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다른 주체자는 유통업자들이다. 유통업자의 영향력은 미국와인 산업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금주법 이후 미국은 각주마다 까다롭고 특징적인 주류법를 가지고 있게 되어 유통업자가 와인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미국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두가지 방법 중에서 유통업자를 통해 와인을 구입하면 와인생산업자는 적은 수익을 소비자는 비싼 와인을 구입하게 되는 부정적인 면과 다른 와인 경쟁자(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남아프리카)의 출현으로 인한 유통업자들의 합병에 따른 와인산업의 대기업화, 와인의 대량생산, 소비자들의 선택 폭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함께 한다.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서 와인평론가들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선택하는 와인이 성공하기도, 그 반대로 그가 선택하지 않은 와인으로만 수입해서 성공하기도 하는 등 와인평론가들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환경을 바꾸는 와인의 힘   

와인은 단순히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는 음료가 아니다. 와인은 인간의 삶과 환경을 바꿀 수도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내파지역이 와인으로 발전, 성장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와인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환경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내파지역 발전의 동기였던 와인산업이 환경파괴의 주범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도나무 재배자들이 포도나무 성장에 방해가 되는 해충들을 천적을 이용해 해결하기도 하고, 생태역학적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 혹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포도 경작지를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다.   

와인은 파워다! 

와인은 단순히 주류가 아니다. 와인은 생산지인 유럽, 미국, 호주, 칠레 등을 벗어나 세계 여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고 와인전문잡지, 와인잔, 와인셀러, 치즈같은 다른 분야의 산업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를 주고 있다. 좋은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포도재배자, 와인생산자, 비평가, 유통업자들의 힘겨루기가 작용하지만 소비자는 그들 사이의 파워게임을 생각하기보다는 타이틀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와인의 비전문가들이 라벨에 있는 그들의 파워게임에 기죽지 않고 좋은 와인을 선택하길 바란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와인 라벨에 씌여져 있던 외국어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와인라벨의 내용이 매번 헷갈리는 와인초보자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와인정치학'을 통해 맛본 와인의 애달픈 사연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2009-07-04 13:39 
    와인은 매혹적인 호기심으로 달콤함에 이끌리고... 정치는 권력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검은손의 압박에 숨이 막히는... 이 둘의 느낌을 한꺼번에 합쳐놓은『와인정치학』이란 제목이 던지는 상반된 느낌에 이끌리어 딱딱하면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위드블로그 도서캠페인에 선뜻 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제가 상상한대로였건만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뇌로는 눈으로 따라가는 활자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좀..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감독 겸 배우, 가수, 코메디언, 소설가, 화가. 예술계쪽으론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다른 분야는 직접 본적이 없고,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피와뼈'(사실, 오다기리 조 때문에 본 영화이긴 했지만;;)와 또 배틀로얄(영화 자체가 워낙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화 '자토이치'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특별상을 받았단다.(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나의 영화적 편견에 따르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계이면서 한국을 혐오하는 쪽이란다. 출연했던 영화에서의 이미지, 외모, 들리는 소문 등으로 개인적으로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완전비호감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기타노는 결코 세상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식의 권위적인 스타일의 사람이다. 서평도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사서 읽지 않았을 책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 표지의 기타노의 굳은 표정과 "너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문구가 읽으면서 속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기타노는 책의 앞뒤에 20세기 불행의 원흉을 세계편과 일본편으로 각각 50명씩 나누어서 '원흉어워드'처럼 순위를 정해놓고 그 불명확한 이유들을 나열해 놓고 있다. 순위와 그 이유를 읽고 있자니 마치 그 기준이 본인보다 더 유명하면 바로 상위에 이름이 랭킹??!! 일본에서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 신랄한 독설가로 유명해서인지 기타노가 내세우고 있는 주장들은 모두 거침이 없다. 그런데 거침은 없는데 주장에 대한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 보다는 본인 편한대로, 생각대로식 이야기이다.  

 본사회가 불행한 이유를 정치에서 찾으면 외교의 부재, 본연의 국회의원 부재와 불필요한 정상회담등을 꼽고 있으며 이러한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돌수출, 배째라식 외교, 일본해산, 마이너리그 정상회담, 오키나와 독립과 카지노 건설 등의 대책을 말한다. 불행의 원인은 가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즉, 이상적인 아버지 부재, 아이들에게 자기 방이 있어서, 어머니가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서 불행한 삶을 산다. 가정에서의 이유들을 정리하고 보니 타당한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주장 뒤에 나오는 기타노식 해법들은 완전 남성중심, 자기중심적 내용들 뿐이어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인다.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찾은 기타노의 불행의 이유는 IT 기술이 발달해서, 얼굴이 못 생겨서, 야구나 축구에서 실력있는 선수 없어서란다. 아! 여기서의 모든 내용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고 반어법으로 봐야하지 않나하는 주장이라면. 반복적, 부정적, 열거식 반어법들은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며 반감만 생기도록 한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본편의 세계의 원흉 랭킹 순위까지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과연 기타노의 이런 독설들이 어떻게 책으로까지 편집되어서 출판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출판자유의 혜택 수혜자일 뿐인가? 아님 평범한(?) 독자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반어법의 승리때문인가? 이것도 아니라면 일본인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예술혼(?)을 지닌 사람이기에 기타노가 하는 말이라면 참고 들어주는 것인지? 기타노의 '위험한 일본학'은 기타노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호감적인 이미지는 여전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분을 배가 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책이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 독설이라면 논리정연 보단 무조건 밀어 부쳐야 한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해 보려고 했으나... 없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91 일도 잘하면서 가정에도 충실한 아버지란 있을 수 없다. 내게 있어 가정이란 이미 있으니깐 어쩔 수 없는 것뿐이다. 

pp.101~102 야구를 잘하는 녀석보다 못하는 녀석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후보선수는 후보선수대로 살아가는 법이 있는 법이다. 모두 선발선수가 돼야 한다. 노력하면 선발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전후교육이다. 공부 또한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하면 된다!"같은 말을 주문이라도 외우듯이 반복해 주입시킨다. 인간은 못 하는 쪽이 훨씬 많은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를 리뷰해주세요.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득히 옛날, 고등학교 시절 칠판 한 귀퉁이에는 항상 사자성어가 한자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종례시간에 10개 정도의 사자성어를 한자로 씀과 동시에 뜻풀이 시험을 보곤 했다. 그리고 기억으론 모의수능시험 언어영역에 앞문제로 항상 한자성어 문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담임선생님의 이러한 한자교육이 우리가 성어에서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길 바라는 배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수능 언어영역에서 1점이라도 더 점수를 올리길 바랬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직업 마인드라는 생각이 든다.  

래서인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시험봤던 성어는 거의 생각나지 않고, 나의 한자 수준은 상식의 선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사람은 자고로 공부다라고 생각하면 그 기억이 오래 못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래 기억에 남는 학습내용들은 그 당시 공부시간에 재미있는 얘기라든지, 왜 생겨났는지 같은 기원, 그리고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것들인 것 같다. 그래서 기대를 했다. 요즘은 한 소스만으론 소위 대박치기 힘드니깐 재미있는 얘기와 기원, 에피소드가 풍부한 성어공부(고전공부)일 거라고 말이다. 성공적인 경우라면 클래식하면서 유행의 감각을 잃지 않는, 지적으면서 유머가 있는 책의 출현이고, 반대로 실패한 경우라면 역시 두 마리 토끼는 잡기 힘들다는 속설이 맞는 책의 출현이겠지만 . 무래도 '지혜의 숲에서..'는 후자가 아닌가 싶다.  

가는 아예 자신의 책을 젊은 세대들보단 40대 정도의 리더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머리에서 한 손의 토끼는 진작에 놔주었다. 그런대도 나머지 한 토끼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은 뭔지. 본문에서 설명하고 있는[채근담] [삼국지] [좌전] [손자] [한비자] 등의 중국고전의 뜻 풀이와 우리내 세상살이와 겹치기는 너무 리더와 부하 직원의 관계에만 매어놓아서 억지스러우며, 일반적이지 못해 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다. 오히려 작가의 설명과 비유가 없는 끝부분의 고전개요에 나오는 단편적 격언들이 더 마음에 와닿으니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가 모리야 히로시는 이렇게 말한다. "고전을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중국고전에는 자신의 체험을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지혜에 관한 내용이 엄청나게 많으니 중국고전을 읽는 데 소홀히 한다면 이는 너무도 애석한 일이다"라고. 하지만 작가의 고전 적용의 화살은 모두 리더와 부하 직원에만 겨누어져 있다. 누구라도 '고전'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전'읽기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해 기피하게 된다. 중국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중국고전=한자공부라고 생각하는 우리(?)를 위해서 중국고전을 재미있게 정리하는 센스 발휘와 좀더 폭넓은 독자층를 염두에 둠과 고전 적용 범위를 넓혀 주었다면 '지혜의 숲..'이 중국고전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정리한 책으로 손꼽힐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오랜만에 한자공부를 할 수 있다.(참.. 틀리게 읽는 한자가 많아 당황스러웠음;;)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화장실에서 오래 있는 사람. 글의 길이가 짧아 막간을 잘 이용할 수 있음.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p.327 不患人之不己知, 患己無能也(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슬퍼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무식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자뻑 아니다.) 가끔 어처구니 없는 말과 생각들로 '내가 왜 이럴까?'라는 자책은 하지만, 그래... 무식은 아니다...그래도 oo교양, oo상식, oo철학들은 나도 모르게 나를 주눅들게하고, 읽고 또 읽어도 항상 새롭게만 느껴져서 '아직 멀었군'하는 생각과 함께 재도전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다. 나에게 '철학'은 내가 이루어야 할 지적 로망이다.  읽어도, 들어도, 배워도 항상 제자리 걸음 중인 나의 철학적 지식에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봄바람을 불어주듯 젊은 철학자 황상윤식 유쾌한 철학이 말을 걸어와 희망의 바람을 불어주었다. 자아! 그럼 이제부터 '철학'이란 놈에 대해서 알아볼까. 

철학...참 뻔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자신도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철학자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려고 동분서주해도 철학자 자신들도 본인이 무엇을 연구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어렵기까지 하다. 그러니 성격 나쁘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철학'을 사람들이 싫어해도 '철학' 자신은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억울하단다. 자신은 성격도 좋으며 항상 사람들 옆에서 기웃기웃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주어서 억울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황상윤의 설명에 귀기울이다 보면 '철학'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최초의 철학자라고 하면 탈레스를 든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는 이 주장이 틀리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틀린 주장을 내세웠는데 탈레스를 최초의 철학자라고 하는 이유는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최초로 했기 때문이다. 철학의 시작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질문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고 드러나는 진실의 범위도 달라지며 어떤 철학자인지도 결정되는 것이다. 고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우리는 철학이 무엇인지 몰라도 철학을 할 수 있고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산다. 사소하든, 중요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며, 저마다 각기 다른 기준, 즉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 철학으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생각들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행동에 따라 결과도 대부분 다르게 나타난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이고 모여 무엇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한 사람의 삶이다. 즉, 개인의 삶은 개인의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철학자일까? 황상윤의 유쾌한 철학을 접하기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철학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헤겔, 공자, 맹자 등이었다. 누구나 이들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들의 철학론까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설명할 수 있었다면 철학이 나의 지적 로망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황상윤의 유쾌한 철학 얘기를 들은 지금 나의 철학이 갖고 있는 의미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철학에 대한 나의 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리 마셔도 해갈되지 않는 목마름이 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상의 부조리함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해도 참세상과 거짓세상을 구분 짓지 않고 참세상은 거짓세상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고 있다면,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론이다. 또한 두 개의 주장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는 자장vs짬뽕, 발라드vs힙합, 전지현vs송혜교, 액션영화vs멜로영화  등의 주장의 이면에도 참과 거짓이 제눈에 안경도 아니고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칸트의 철학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일상에서 데카르트, 맹자, 홉스, 하먼, 마르크스 등을 알게 모르게 만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생각을 확장하면 우리의 인생은 많은 철학자의 생각과 함께 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철학은 어렵거나 고리타분하거나 고루한 것이 아니다. 철학은 변화를 수용할 줄 아는 포용성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처지와 위치에 따라 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고, 선택도 달라지기 때문에 철학론들도 처지와 경우에 따라서 선택되기도 탈락되기도 하면서 시대가 발전,변화함에 따라 철학도 발전하고 변화한다. 황상윤의 유쾌한 철학으로 처음의 답답함, 거리감, 어려움 같은 '철학'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개혁성, 시대성을 가진 새로운 '철학'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쾌한 철학과 만나고 헤어진 지금 다른 철학책이나 철학자가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철학얘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너무 뻔한 질문이라고 무시할 수도, 그 질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그런 질문에 '철학이란 무엇이다'라고 답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철학의 시작은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보다. 그리고 '철학은 무엇이다'라는 답에 가깝게 왔어도 또다시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이 '철학'인가?

*서평도서의 좋은 점 - '어라? 철학? 별거 아니군. 그래 난 아직 무지, 무식까진 아니야. 이만하면 꽤 철학적인 인간이라구'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철학이 지적로망인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96 지금까지 철학은 세계에 대해 수많은 해석을 내려왔다. 어떤 해석이 올바른지 갑론을박하면서 논쟁해 왔다. 그러나 진리는 기존 철학이 해 온 것과는 달리,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 대한 해석 속에 진리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철학이 망상으로 꿈꾸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고정 불변한 해석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해석은 변화,발전하는 세계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발전할 수 밖에 없으며, 그래야만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세계의 변화 속에서 구현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p.116 많은 사람들이 혈통을 중시하며 단일한 혈통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류를 현재까지 살아남게 해 준 것은 단일한 혈통도 유전자의 동일성도 아니었다. 혈통이나 유전자의 동일성은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 뿐이다. 공룡도 멸종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혈통과 유전자의 다양성 때문이었다. 그 다양한 차이가 인류를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