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명한 이치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데뷔작이다. 데뷔작품으로 30만 네덜란드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그해 '올해의 유럽소설'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찬사와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작품은 과연 어떨까. 기대와 의구심을 동시에 갖고 첫 장을 넘긴다.
여대생 마리. 점성술사-밀 반 에이스던, 간질병 환자-다니엘 달마이어, 철학자-귀도 더 베터링크, 신부-클레멘스 브란트, 물리학자-후고 모어란트, 예술가-루카스 아스베이크, 정신과의사- 간질병 환자 아버지 를 만나 그들에게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며 운명, 신체, 지식, 성, 사랑, 예술을 배운다. 7명의 남자를 만나면서 마리는 철학적, 문학적, 감성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 자신의 정체성에 도달한다.
책 전체에서 '철학'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의 전공이 철학이기에 작가의 전공이 철학이기에 독자도 철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마리의 대사에서 혹은 7명의 남자들 대사에서, 그들의 머리에 흐르는 생각 속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너무 그것들이 많다.
철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책을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겠으나 거의 300 페이지 가깝게 여기저기 널려있는 방대한 글자들이 쏟아내는 보이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추적에 기가 눌리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리는 7명의 남자를 만나서 점차적으로 발견해 내고 깨달아 가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첫번재 남자에게서 즉, 일곱번째 남자까지 만나지 않고서도 마리가 깨달은 자기 정체성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