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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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까마득히 옛날, 고등학교 시절 칠판 한 귀퉁이에는 항상 사자성어가 한자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종례시간에 10개 정도의 사자성어를 한자로 씀과 동시에 뜻풀이 시험을 보곤 했다. 그리고 기억으론 모의수능시험 언어영역에 앞문제로 항상 한자성어 문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담임선생님의 이러한 한자교육이 우리가 성어에서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길 바라는 배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수능 언어영역에서 1점이라도 더 점수를 올리길 바랬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직업 마인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시험봤던 성어는 거의 생각나지 않고, 나의 한자 수준은 상식의 선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사람은 자고로 공부다라고 생각하면 그 기억이 오래 못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래 기억에 남는 학습내용들은 그 당시 공부시간에 재미있는 얘기라든지, 왜 생겨났는지 같은 기원, 그리고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것들인 것 같다. 그래서 기대를 했다. 요즘은 한 소스만으론 소위 대박치기 힘드니깐 재미있는 얘기와 기원, 에피소드가 풍부한 성어공부(고전공부)일 거라고 말이다. 성공적인 경우라면 클래식하면서 유행의 감각을 잃지 않는, 지적으면서 유머가 있는 책의 출현이고, 반대로 실패한 경우라면 역시 두 마리 토끼는 잡기 힘들다는 속설이 맞는 책의 출현이겠지만 . 아무래도 '지혜의 숲에서..'는 후자가 아닌가 싶다.
작가는 아예 자신의 책을 젊은 세대들보단 40대 정도의 리더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머리에서 한 손의 토끼는 진작에 놔주었다. 그런대도 나머지 한 토끼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은 뭔지. 본문에서 설명하고 있는[채근담] [삼국지] [좌전] [손자] [한비자] 등의 중국고전의 뜻 풀이와 우리내 세상살이와 겹치기는 너무 리더와 부하 직원의 관계에만 매어놓아서 억지스러우며, 일반적이지 못해 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다. 오히려 작가의 설명과 비유가 없는 끝부분의 고전개요에 나오는 단편적 격언들이 더 마음에 와닿으니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작가 모리야 히로시는 이렇게 말한다. "고전을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중국고전에는 자신의 체험을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지혜에 관한 내용이 엄청나게 많으니 중국고전을 읽는 데 소홀히 한다면 이는 너무도 애석한 일이다"라고. 하지만 작가의 고전 적용의 화살은 모두 리더와 부하 직원에만 겨누어져 있다. 누구라도 '고전'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전'읽기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해 기피하게 된다. 중국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중국고전=한자공부라고 생각하는 우리(?)를 위해서 중국고전을 재미있게 정리하는 센스 발휘와 좀더 폭넓은 독자층를 염두에 둠과 고전 적용 범위를 넓혀 주었다면 '지혜의 숲..'이 중국고전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정리한 책으로 손꼽힐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오랜만에 한자공부를 할 수 있다.(참.. 틀리게 읽는 한자가 많아 당황스러웠음;;)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화장실에서 오래 있는 사람. 글의 길이가 짧아 막간을 잘 이용할 수 있음.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p.327 不患人之不己知, 患己無能也(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슬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