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서평단 알림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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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도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라틴아메리카를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이정재, 이미숙 주연의 영화<정사>를 봤을때 리우데자네이루에 가보고 싶었고, 장국영, 양조위의 <해피투게더>를 보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보리라 다짐했고, 체 게바라의 <라틴여행기>를 읽고서는 페루의 마추픽추에 가보고 싶었으며, 신문 지면을 브라질의 화려한 삼바 무희들이 장식할 때는 브라질의 카니발을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김병종의 여행길을 따라가다보니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또 어찌나 부러운지. 그러면서 어찌나 나의 마음이 술렁이는지. 이래저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다잡고 김병종을 따라 조용히 나도 라틴아메리카에 발을 들여놓는다.

<쿠바>- 떠오르는 나름의 이미지들이 있다. 아바나의 더티댄싱, 뜨거운 태양, 아마추어 야구,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할아버지, 할머니, 체 게바라, 카스트로, 소련,.... 처음엔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많아 새삼 놀란다. 김병종도 본인이 떠올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기대에 차서 쿠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쿠바 이미지엔 사람들이 있었으니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체 게바라, 헤밍웨이가 바로 그것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에 목말라 있던 작가에게 5살짜리 한국어 실력으로 쿠바 여행을 가이드해주는 쿠바 남자는 김병종에게 차갑게 '선생님도 영화를 보셨나요?'라고 하지만 먼 길을 날아온 여행자에게 그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가지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작가에게 행운이 따라서인지 작가는 그렇게 기대하고 바라던 일을 여행지에서 경험하게 된다. 인생을 노래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음악을 듣다보면 쿠바가 격렬한 혁명의 나라임을 잠시 잊게 된다. 하지만 쿠바는 치열하고 격렬했던 혁명으로 거대강국 미국에 대항하여 맞섰던 나라이다. 과거의 혁명으로 현재의 쿠바를 만들었고 지금도 베레모를 쓰고 시가를 물고있는 체 게바라의 사진 아래서 혁명중인 나라이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의해 쿠바의 곳곳마다 가난이 자리잡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쿠바의 사람들은 언제나 무리지어 노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춘다. 그들에겐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그리고 몸을 흔들 수 있는 음악만 있으면 그다지 삶이 피곤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쿠바 여행에서 심열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면 헤밍웨이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카페와 그의 산책로, 그의 별장, 그리고 그의 쿠바친구. 헤밍웨이의 마초적 삶을 동경하는 작가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책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쿠바여행기는 사람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쿠바의 두 명물 트로피카나와 말레콘에 대한 작가의 감상과 그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멕시코>-작가 김병종의 그림작엔 선인장, 디에고 리베라, 세계적 휴양지 칸쿤, 거리의 악사 마리아치,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 거리의 행상들, 멕시코의 농부들이 있다. 작가는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에 중점을 두었으며 화가의 본성때문인지 그는 이 두사람의 관계와 인생으로 멕시코를 바라보고 그의 발걸음을 옮긴다. 그를 쫓다보니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맞고 있는 선인장의 나라만이 아닌 예술의 멕시코를 접하게 된 것 같아 새로운 발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작가가 예술의 나라라고 극찬을 마지아니하는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이다. 정열의 탱고의 나라. 보르헤스의 나라. 에비타의 나라. 탱고와 뗄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아졸라의 나라. 영화 <여인의향기>에선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실수로 넘어지면 그게 바로 삶이라오'라고 했단다. 그리고 탱고를 '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했단다. 또한 교민 H씨는 '다만... 와인에 취하고 탱고에 취할수록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아득하게 멀어지고 말 것 입니다.'라고도 했다. 비단 탱고만이 아르헨티나의 매력이겠는가. 예술을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사람들의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인것이다. 정말 아르헨티나에 가고싶게 만든다. 이럴 땐 작가가 얄미울뿐이다.

<브라질>-라틴아메리카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 이 나라에서 작가는 춤과 신과 축구를 소개한다. 삼바드로모. 어느 누가 삼바를 추는 화려한 무희들에 묻혀보고 싶지 않겠는가. 브라질인들은 짧은 카니발을 준비하는 기쁨으로, 카니발을 즐겁게 즐김으로써, 다음 카니발을 준비할 기대감으로 1년을 산다고 한다. 이것이 브라질인들이 가난과 불평등을 이겨내는 삶의 방식이다. 국민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브라질에서 신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의 표현인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과 코르코바도 예수상을 보면서 작가는 달빛이 모두에게 비치는, 팔 벌린 예수 모두 내게로 오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들을 선사한다. 브라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구 얘기도 있음은 물론이다.

<칠레>-지구상에서 가장 긴 나라. 안데스의 품안에 있는 산티아고에서 작가는 이사엘 아옌데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가를 지구 반대편, 가장 긴 나라에 이끌고 온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들려준다.

<페루>-체 게바라의 <라틴여행기>에서 체는 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보고 한없는 슬픔과 고통을 표현한다. 작가 또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영화를 누렸던 옛 잉카인들의 위대함과 놀람의 감정을 느끼며 그들의 후손들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쿠스코를 떠나 오른 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는 슬픔을 느낀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라틴여행일지에 끝을 맺는다. 그의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과 예술이다. 그의 뒤를 쫓다보면 어느새 나는 헤밍웨이의 별장에,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앞에, 프리다 칼로의 고양이가 있는 푸른집에, 보르헤스의 카페와 서점에, 피아졸라의 탱고 거리에, 리우데자네이루의 아름다운 해변에 와있곤 한다. 이를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것은 작가의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다. 작가의 그림들이 한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강렬한 원색의 특별한 꾸밈없는 그의 그림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열과 강렬함과 생동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라틴아메리카로의 여행을 마구마구 부추기는 이 책으로 당분간은 위안삼아야겠다. 내가 작은 수첩과 펜을 가지고 떠날 예술여행, 라틴여행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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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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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누군가는 항상 말했다. 아버지가 아팠었다고. 하지만 난, 기억하지 못한다. 어릴 적 아버지는 돼지김치찌개을 기가 막히게 끓여주었고. 학교에 간 언니들을 마냥 기다리며 심심해 하는 어린 딸의 소꿉친구가 되었주었다. 나의 등을 힘껏 밀어줘 나의 썰매가 저만치 미끄러져가게 해주었으며, 언제나 그 거친 손으로 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래서 난 모든 아비는, 세상의 모든 아비는 다 그런 줄만 알았다. 아비는 항상 내곁에 있어주었기에 아비는 존재하지만 곁에 없는 아비는 생각치 못했다. 여기엔 존재하나 곁에 없는 아비가 많다. 여자에게도, 소년에게도, 여고생에게도, 그에게도. 그들의 아비는 세상의 어디에 존재하는가. 아비 없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 아비가 있어 세상에 '나'가 생겼음에도 현재의 '나'에겐 그때의 아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단 현재의 '나'에게 '아비'만 존재하지 않는가. 결코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있는 것 같지 않고, '나'가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그 존재감이 너무 뚜렷하고 그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 아이러니를 현대의 우리는 제정신으로 이고 살 수나 있을런지. 반쯤 미치지 않고서야 존재의 유무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 반쯤 미친 세상에 반쯤 미친 상태로 살아가고, 확신하는 존재에 대해 의심하며, 나의 존재에 대해 가끔 머리를 갸우뚱해 보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살이의 대처가 아닐런지. 어릴 적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아비는 진짜였던가. 자, 의문과 불확실한 삶의 시작이 바로 이것이다. 혼란스럽다면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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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서평단 알림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 여신들의 사랑과 질투, 배신, 그리고 용기...
베티 본햄 라이스 지음, 김대웅 옮김 / 두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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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도서>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이유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반드시 읽어야만 될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역사를 따져본다면 중학시절이 시작인 듯 싶다. 그때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제목 붙여진 것부터 해서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이 같은 것들을 제법 많이 읽었다. 하지만 지금도 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다. 정말 많이 익숙하고 이름이 짧고 간단한 신들에 대해선 무난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아직도이다. 작가 라이스도 이것을 지적해 준다. 서문을 읽으면서 어찌나 반가운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의 이름을 헷갈려하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종족(?)별로 나누어서 설명해준다. 차분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신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는 변하지 않았다. 신과 인간과 자연의 탄생의 기본 스토리에 변함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화 속의 신들에겐(여신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그닥 새로울 것도, 놀랄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해석은 있을지 언정 새로운 내용이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 '여신들로 본'을 뺀다면 어느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뒤지지 않는 이해하기 쉬운 신화 이야기라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여신들을 버리고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에 접근해 읽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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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서평단 알림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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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도서>

필립 말로 숭배자 자칭 탐정 슌페이와 착한 바디하곤 전혀 관계없는 팔십 먹은 그의 비서 아야가 콤비를 이루어서 사건을 해결한다. 슌페이와 아야가 맡은 사건은 주로 주인 잃은 애완동물의 주인찾아주기가 대부분이다. 슌페이는 그럴듯한 탐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원하던 사건이 아니더라도 슌페이는 나름 충실, 성실, 전문가답게 사건을 해결한다. 어찌보면 참으로 성실한 청년이라하겠다. 세상은 하드보일드하지만 슌페이의 마음은 드라이하지 않다. '하드보일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고, 부드럽지 않으면 살아갈 가치가 없음'을 슌페이는 팔십 노인 아야를 그의 비서로 채용하면서, 주인이 더이상 키울수 없어 버린 강아지를 찾아 보살핌으로써 하드한 세상을 소프트하게 살아간다. 여기서 또. 참 착한 청년이지싶다. 슌페이가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있어서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유행에 따라 애완동물을 키웠다가 여의치 않으면 서슴없이 버리기도 해 어느새 도시의 뒷골목은 사랑을 잃어버린 동물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슌페이가 탐정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슌페이의 동물찾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도시의 인간들이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얼마나 나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해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또한 사람들 손에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한다고 하는 지나친 행동이 또 무엇을 잃게 할 수 있는지도 약간은 과격하게 우리에게 경고해 준다. 이래저래 인간은 어리석은 동물에 불과한지. 하지만 책 말미에 인간이 어리석어도 이래서 아직은 살아갈 가치가 있지않나하고 느낄 만한 작은 감동이 남겨져 있으니 아직은 실망만 하기엔 이르지 않을까한다. 슌페이.. 참 따뜻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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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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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요? 어디로요?"
"아주 아주 먼곳. 사람 마음속만큼이나 먼곳...."-8쪽

여행은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여행이다.-50쪽

다다는 감탄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이런 날카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던가? 못했던 것 같은데.-132쪽

"어린애로서 수상한 어른들한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건 건전한 거야."-133쪽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161쪽

애정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다는 느낌을 상대한테서 받는 거란 걸요."-193쪽

"일을 저지른 뒤에는 이유 같은 건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야. 저질렀다는 진실만 남지."-244쪽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순 없어도 회복할 순 있다는 말이야."-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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