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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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고의 그룹 스맙의 멤버이자 국민배우(?)인 키무라 타쿠야가 2008년 출연했던 정치드라마 <체인지>가 떠오른다. 가계를 잇기 위해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가 국회의원이 되고, 초선의원이 정치권의 파워게임으로 인해 일본총리가 된다는 현실에서 0 %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 얘기를 좀더 하자면 키무라가 연기했던 아사쿠라 케이타는 뽀글머리 정치 문외한이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으로 총리대신이 되어 연금문제, 비리사건, 재해사건, 미국과의 경제협상 등의 일을 해결해 나간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써가며 자신이 최고 전문가이며 자신들의 정책이 국민을 위한 최고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노회한 닳고 닳은 정치가들에게 아사쿠라가 자신이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국민 대부분도 그럴 것이니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것. 또 한장면은 마지막에 결국 아사쿠라가 사퇴하면서 하는 연설이다. 연설이 길어서 전부 기억할 순 없지만 골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그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드라마이라지만 아사쿠라를 보면서 실제로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는 그대로 정치를 하는 혹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교과서적(?) 정치인이 있을까하는 의문과 동시에 바램을 가졌었었다.  

<후불제민주주의>로 돌아와서 유시민은 아사쿠라의 그 기준을 '헌법'에 둔 것 같다. 딱히 기준할 것이 없어 찾다보니 그래도 가장 만만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이 '헌법'이라나. 그 생각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생각해 보면 진정 그러하다.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이 이루어졌어야 하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고, 그나마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헌법'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시민은 헌법의 '당위'를 강조하지만 너무 강한 긍정은 부정을 암시하니 어째 '헌법'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더불어 책의 3분의 2를 차지한 '권력의 실재'파트는 왠지 작가의 장관시절, 국회의원시절의 회고적 냄새와 변명의 기저가 깔려있는 것 같아 껄끄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체인지>드라마에서 가졌던 나의 바램이 유치한 환상임을 또한번 절감했다. 그냥 가만히 있지. 불쑥불쑥 등장하는 '사실은... 그때는 그런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원래 의도했던대로 되지 않고...' 뭐 이런식의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이면의 모습을 접한 신선함보단 책임회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작가는 이명박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나 대한민국의 그냥 평범한 국민인 본인은 이명박정부의 보수나 노무현정권의 진보나 모두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가는 없었고,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우린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선 아직도 치루어야 할 비용이 많은 듯 하다. 그래도 민주주의에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선 진보를 선택해야 하나.

*서평도서의 좋은점 - 글이 대체로 짧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치얘기가 짧게 끝나 그나마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정치경제(지금도 수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시간이 지루했던 성인이나 지루한 학생들. 

*마음에 남는 책속의 한 구절 - p.71 사회는 매우 다양한 신념과 이익이 서로 의존하고 경쟁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그 균형 상태가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지적(知的)생태계 또는 이해관계의 생태계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p. 92 인류 역사에서 실제 나타난 적이 있거나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국가 형태 중에서 가장 뒤늦게 나타나 지구 전체에 퍼져나간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고도의 지성적 사유 능력을 가진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 행성에서 일어난 생물 진화의 최고봉이라면, 민주공화국은 호모사피엔스의 문명사에서 일어난 제도 진화의 최고봉이다. 민주공화국은 두 개의 토대 위에 선 문명의 건축물이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한 법률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가치의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둘 모두를 명문화했다. 

p.167 대중의 선택을 무조건 찬미하는 지식인과 언론인, 정치인들을 경계하자. 현대는 권력자의 시대가 아니라 대중의 시대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많지만 대중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국민이 왕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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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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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촛불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어떠합니까. 

윤형근(모심과 살림 연구소 소장) - 지난 봄에서 여름, 자주는 아니지만 광장에 나갔다. 어린 중고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서먹함 없이 먹을 것, 마실 것, 촛불 꽂힌 종이컵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던 서울광장 혹은 청계광장에서 구호도 외치고,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촛불은 나에게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에 대한 설익은 경험 같은 것이었다.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운이 좋게도 2008년 5월 4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보았다. 마침 일이 있어서 그 곁을 지나던 차였는데, 그 촛불집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집회에 나가면서 웹 2.0 방식으로 네트워크화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10대 청소년 학생들, 사이버 커뮤니티 운영진과의 인터뷰 경험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하향식 시민운동문화와는 다른 '유희와 삶의 시민운동',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네트워크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 처음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나중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거의 매일 촛불집회에 나갔다. 집에 돌아간 뒤에 더 재미있는 일 생길까봐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평소에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을 통 크게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2MB덕에 감동적인 '국민MT'를 한 뒤 그 감격 오래 간직하느라 학생, 학부모, 동네 주민과 함께 서대문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이 군림하는 나라에서 근현대사를 공부한 좨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임시정부와 제헌헌법의 주요 내용을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 전투경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어디 존경할 만한 보수 한 분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다. 

박영선(참연연대 기획위원장) - 촛불이 밝혀진 곳이라면, 부지런히 쫓아다니긴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꾼, 기껏해야 관찰자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낡디낡은 머리와 전혀 뜨겁지 않은 가슴을 가진 나로서는 촛불시민의 말과 몸짓을 이해하기는커녕 따라하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을 부단히 좇은 덕에 때묻고 닳아빠진 나 같은 사람도 촛불의 영혼을 아주 미약하게라도 마음에 새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명원(문학평론가,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 - 촛불 국면 당시에 집회가 벌어지던 광화문 일대를 끝없이 이동했다. 대중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을 관찰하고 의미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새벽,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아고라를 검색하는 일에 골몰했다. 책상 위에서 촛불에 관한 몇 편의 글을 썼지만, 가슴은 숯검덩이처럼 타버리는 것 같았다. 

박재동(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 처음엔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장관 고시가 강행되고 나서는 광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 만화연대회원들과 함께 시민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다가 나중에는 이 놀랍고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몸이 몹시 좋지 않아 두세 시간만 그리다가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현장에 서고 보니 시민들의 물결 속에 함께 싸여 있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라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 며칠을 누워 지내고 또 나가고..... 그러면서 대단히 많은 것들을 그렸고, 그려주었다. 진한 감동이었다. 특히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토론하는 모습, 노래와 춤으로 혹은 연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광화문 네거리에 누워 하늘을 보는 기분아란! 

차병직(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고려대와 이화여대 겸임교수) - 광장의 구석에 서서 바라보기도 하였도, 차를 타고 지나친 적도 있었다. 가장 많이 한 일은 100일 동안의 행동에 대하여 쓴 글 읽기와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였다. 미래를 위한 명료하고 희망적인 결론은 어렵겠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오건호(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 주말 촛불집회 때 지인들과 약속을 정해 거리 '야유회'를 가졌다. 주로 시의회 앞에서 모였고, 행진이 시작되면 뒤편에서 불을 밝히는 '일반시민'이었다. 광화문 대로에 옹기종기 앉아 광장의 해방감을 맛보았고, 곳곳에 흐르는 발랄한 구호들을 듣는 즐거움도 컸다.  

김현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재학) ㅡ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시위 현장에 매일 출근했다. 그 현장에는 주 5일 근무가 없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서울의 모든 랜드마크에 슬프고 비통한 기억을 심어 주었고, 그 와중에 몸에 몇 군데의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생겼고, 형광색소에 맞아 아끼던 원피스가 다 망가져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아가씨 몸에 흉터나 만들고 예쁜 옷이나 망치는 게 무슨 정부냐! 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분노를, 매우 진지하게 했다. 

신진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ㅡ 5월부터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카메라와 MP3를 바지주머니에 찌르고, 한 손에는 종이와 펜을, 다른 손에는 손 팻말과 팸플릿을 들고, 서울광장과 광화문, 종로와 을지로를 쏘다녔다. 덕분에 무척 날씬해졌다. 그런데 손이 모자라서 한 번도 촛불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쉽다. 

주요섭ㅡ 주중에만 서울에 머물렀던 상황에서 주로 초록정치연대 회원들이나 한살림 회원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생명이 먼저다"라는 손 팻말을 들고. 밤새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자유는 참 아름다웠다. 특히 생명평화운동 단체들과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7월5일 국민승리대회는 감격적이었다. 나에게 촛불은 은하수이다. 우주적 공명을 일으킬듯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물결치듯 장엄하게 흐르는 은하수. 

최현주(참여연대 교육홍보팀장) ㅡ ....2008년 여름 내내, 촛불 속에 있었으나, 집회 현장에는 많이 머물지 못했다. 민주주의 축제에서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다야한 실무가 필요했고, 그 실무들에 갇혀 대체로 사무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짜릿한 광장의 경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대한민국 평범시민) ㅡ 안타깝게도, 부끄럽게도 촛불 속에 나는 없었다. 내가 고작 한 일이라곤 언론에 촛불에 관련된 소식이 보도될때 마다 손 불끈 쥐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것 뿐이다. 현정부의 최우선에 국민이 없음을 알고 분노했지만 나는 촛불시위에 참여할 능동성은 발휘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대생을 보고, 물대포에 몸이 휘청이는 청년을 보고, 경찰의 진압 방패,곤봉에 찍히고 맞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와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지금은 그 아름다웠던 촛불 속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을 안고 만일 다시 한번  부당함에 맞서 촛불이 대한민국을 수놓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행동하리라 결심해본다. 

*서평도서의 좋은점-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철저히 촛불집회에 대한 망각을 막아준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고병권의<추방과탈주>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촛불시민.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 p.134 ~135 촛불집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정치적 목적을 잃지 않아야 살아난다. 단순히 문화행사라든지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라고 변명한다면, 장기간의 촛불집회는 과도한 축제요 무질서한 운동회라는 냉정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직 구체적 정치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관철을 위한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해야 정당성을 부여받는데 더 유리하고 떳떳할 것이다. 초중고생이나 유모차 부대의 참여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정치 행동의 진의를 가리거나 희석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이나 학생의 참여는 그 성격의 범위 내에 합당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촛불집회의 스포츠화나 축제화가 행동의 부분적 위법성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일 때 촛불집회는 계속 의의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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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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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추장 고병권은 이제 한국사회의 성격은 공동체 안에 있지만 사실상 바깥의 삶을 살고 있고, 바깥에 있지만 내부의 어느 곳보다 척도의 명령이 강한 곳, 내부와 외부가 섞여 있는 '주변'으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병권은 마진의 의미를 4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주변은 권력과 부의 영역에서 부차화된 대중 지위. 둘째 한계. 대중들의 삶이 척도가 강하게 관철되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곳인 한계지대로 추방되고 있으며 불안정과 위기가 대중들의 삶의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셋째, 이익. 권력과 자본이 '주변'을 생산하고 관리 활용함으로써 이익을 챙기며 마지막으로 이런 끔찍한 상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전무를 공백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즉, 주변은 주변, 한계, 이익, 공백을 동시에 의미한다. 그 예들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3년 지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 새만금개발, 평택미군기지(공공부문 사유화 과정에서 소유권 박탈 형식을 띰), 화성 앞바다 간척사업, 이랜드 투쟁 등을 들고 있다.  

연구실 동료 중 한명이 한번 싸워보자라고 외쳤을 때 저자와 함께 연구실의 인문학자들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길 위에서 만나고 길 위에서 묻고 길위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했다. 이런 모습에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혁명 운동이 겹쳐진다. 마르코스는 치아파스 원주민들의 저항사는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세계에 대한 저항의 연장임을 주장했다. 대한민국 신자유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탈출의 최선책으로 선택되어 국민통합이데올로기, 국민형성프로젝트수행, 국민은 승리와 패배, 긍지와 굴욕의 운명공동체라는 확고하고 절대적인 이념으로 뿌리내려 구조 전환기에 단 한번 겪는 줄 알았던 구조조정은 하나의 상시적구조로 정착하게 되었으며, 정부의 통치 스타일은 탈규제를 요구하며, 강력한 법질서를 강조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살길'이라는 기치 아래 희생되어 신자유주의 국가(정부)에서 사실상 자신을 보호해 줄 정부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자들은 과연 어떠한 책임을 지고 연구하고 실천해야하는지 고병권은 두번째 장에서 반성하고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다. 대학의 인문교수들이 인문학의 사멸을 걱정하며, 정부의 투자를 요구할 때 저자를 비롯한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자의 생각, 말과 다르지 않는 '현장'에서 실천하는 인문학을 소리높여 외친다. 더이상 인문학은 지적허세의 위치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그러길 바라는 사람들의 배움으로 거듭나는 현장인문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학문이야 말로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에 저자는 선언문을 작성한다. 5가지 선언문에서 생각의 정도에 따라서 급진보적인 성격의 내용도 물론 있다. 사고의 다양성과 관점의 파괴를 지지하는 저자의 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 반대의견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인류뿐만 아니라 '함께 함'에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인문학도의 연구와 실천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서평도서의 좋은점 - 인문학은 어렵지 않다.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이 인문학의 시작이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마르코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저자의 말을 빌린다.'다르게 살 잠재력이 있고,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145 '생각한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할 수 없음'이란 '다르게 생각할 수 없음'이다. 또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가진 생각, 내가 빠져 있는 생각을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 관성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은 '갖는'게 아니라 '낳는'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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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6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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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이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영화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더이상 특별하고 의미를 두는 문화생활이기 보다 소비하고, 무의식적으로 접근 가능한 문화상품이다.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고, 잊혀지고. 정말 수많다. 이렇게 수많은 영화들 중에 개인이 그 영화들을 기억하는 방법과 정도도 수많을 것은 당연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이야기,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 색다른 촬영기법 등으로 영화에 잣대를 대고 평한다. 여기 진중권은 그의 전문분야를 살려 '미학'이라는 잣대를 한껏 휘두른다. '미학'은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이란다. 진중권은 이런 사전적 의미의 '미학'을 '영화감상'에 한껏 적용한다. 작가의 충실한 본분의 실행으로  '진중권식 영화보기'의 황새걸음 때문에 뱁새의 다리는 찢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소개되어 있는 영화들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듬뿍 받은 작품들과 사고의 전환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우선 디지털 기술의 은총을 받은 작품으로는 단연 <300>이 돋보이며, 서사의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미학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나비효과>와 <메트릭스>에 이견을 달기엔 웬만해선 쉽지 않을 듯 하며, 시각적인 영화를 그 감각을 넘어서 관객이 바로 그 노르망디 해변에 있는 것처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한 촉각적 감상을 가능케 했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20분에 대한 진중권의 해석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진중권식 영화 감상법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호응할 수 없는 데는 비일반적인 영화선택과 그의 언어 사용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겠다. 여기서 소개 되고 있는 영화는 총 37편이다. 이중에서 영화관에서 혹은 DVD등으로 본 영화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미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서사적으로, 환상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침이 마르도록 씌여있어도 다가오는 감흥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는다. 좀더 대중적인 영화를 선택했더라면 인문학적 의미가 축소되지나 않을까하는 작가의 기우가 작용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어느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말들이 조사를 빼곤 모두 영어네요....."  참... 영어가 많이 등장한다. 물론 우리말로 해석하기 힘든 영화용어도 있지만, 빈번한 영어사용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더불어 마지막 영화평 때까지 마음이 무거웠던 다른 이유는 37편 전부는 아니지만 소개된 영화가 과연 이런 해석으로 풀이될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보기 숙제가 생긴 것 같기 때문이다. 

*서평도서의 좋은점-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보기. 스토리만으로 영화를 보던 1차적 시각이었다면 2,3차의 눈을 갖게 해 줄 계기를 마련.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작가핏줄이라면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 책내용(?)핏줄은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영화동아리 신입회원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선배.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p.226 해석에 대한 이 강박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꿈은 받드시 해석할 필요가 있는가?' 꿈의 해석학이 아닌 꿈의 제작학이 있을 수 있듯이 굳이 꿈을 해석하려 들지 않는 그런 사유체계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변경해야 할 것은 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p.230 대중은 아직도 영화의 표면에서 줄거리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평론가들은 그 심층에 깔려 있는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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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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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얘기보단 건축물과 관련된 역사얘기,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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