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를 좋아한다. 그 나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숲은 당연 좋다. 공기 맑고, 풀이 있고, 바람이 있고, 온갖 동물이 있고, 사실 마지막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임을 알고 있다. 반달곰 지킴이들이 아무리 지리산에 반달곰을 방생시켜도 눈이 띄지 않고, 찾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이건 우리나라 산 생태 문제이고, 그럼 저 광활한 미국땅은 어떨까? 내 호기심에 발동이 걸린 것과 유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놈이 있으니, 바로 표지의 바보곰이다. 이 곰이 나를 이끌었다.

빌 브라이슨이 그의 친구 스티븐 카츠와 애팔래치아를 종주한다. 맨 처음엔 '뭐 그게 대수겠어? 그냥 산을 종주한 것 뿐이잖아?'라고 아주 간단하고 성의 없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애팔래치아'의 길이를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나의 눈은 브라이슨과 카츠에 대한 존경의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애팔래치아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과 비슷한 의미를 가졌다. 우라나라 등줄기 백두대간도 감히 종주를 하겠다는 어설픈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몇 십배의 면적을 가진 미국의 애팔래치아를 종주했다는 인간들이 있으니, 백두대간, 애팔래치아에 담긴 의미는 제치더라도 그 산길를 걷는다는 것 자체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여행 파트너인 브라이슨과 카츠의 불협조화(?)에 웃음이 인다. 꼼꼼한 성격의 브라이슨. 산중에서 혹시 곰을 만나면 혼자보단 둘이 낫겠다 싶어 여행 파트너를 급구하던 차에 카츠가 그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책의 초반부에선 '만일 나라면 좀 더 기다려 다른 친구와 떠났을 텐데'라는 브라이슨을 향한 동정의 마음을 종종  품었다. 그만큼 카츠는 여행 파트너로썬 제격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여행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 수록 그 둘의 관계와 우정이 부러웠던 이가 비단 나뿐이었을까 싶다.

브라이슨과 카츠의 종주를 따라 걷다보면 카츠의 별난 성격에 킥킥 웃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카츠가 브라이슨보다 뒤떨어져서 걸었기에 둘의 산행은 철저히 자신만의 산행이었지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걷다 어느새 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다시 내려와 다른 봉우리를 향해 걷고 이러한 산행의 시간이 몇 시간, 몇날,며칠을 지속되어, 다시 숲이 아닌 세상으로 나오는 것을 반복한다. 브라이슨은 자신이 다시 세상으로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편리한 교통생활 방식에 의문을 가지며, 걷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없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또한 아직 누구도 정확히 그 길이를 알 수 없는 길고 긴 애팔래치아 산맥에 길을 낸 사람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산행가 브라이슨의 냉철한 눈에 애팔래치아의 이런저런 모습이 다 드러나며, 그것에 덧붙여 애팔래치아의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부여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브라이슨의 냉철하고 분석적인, 또한 감상적인 감성이 적절히 혼합되어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을 땐 어느새 모르게 산행을 끝마쳤 때의 뿌듯함과 벅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간 거창하진 않지만 동네의 야산이라도 한번 올라가 볼까하는 어줍지 않은 마음까지 잠시 품게 되니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웬만한 요가 수련책보다 운동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바보곰은 아니지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를 숲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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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11-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잘 읽었습니다..

글샘 2005-11-2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애팔래치아라면 모르겠지만, 한국의 대도시 산들은 너무 인간의 발에 짓밟히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집에서 죽치고 있답니다.^^

Yellowpencil 2005-11-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좋은 리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당선이 되어서 무지 쑥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