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인권기행>을 리뷰해주세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 소개의 사진 속 작가는 손가락 굵은 마디로 대충 빗었을 것 같은 단발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덥수룩한 수염을 길렀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의 옷차림도 그다지 패션어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무난히 예측할 수 있다. 딱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을 거침없이 다닐 것 같은 분위기다. 당연 이런 분위기는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테고 39시간을 낡은 트럭을 타고 비포장 산길을 마다하지 않은 결과라 하겠다. 책을 읽다가 자주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오지도 아니고 원주민조차 가기를 꺼려하는 곳을 기어이 찾아가 인터뷰하고 보고 사진 찍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2006년에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를 방문하여 PART1으로 엮었고, 2008년 다녀온 볼리비아, 니카라과, 쿠바를 PART2에 풀어놓았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항상 우승국으로 지목되는 아르헨티나를 빼고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는 평소에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 나라의 민중에게 관심과 걱정과 안쓰러움의 감정을 가지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때로는 비슷한 민주화를 겪었다는 동지적 시선으로 이들 나라들의 민주화운동, 민중혁명운동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문제점들을 쓰고 있다. 작가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들은 작가의 글들에 사실성을 더해주고 작가가 기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읽는 사람도 리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기행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니카라과, 쿠바의 다섯 나라의 민중혁명, 민주화운동의 공통분모를 찾자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미국의 CIA! 볼리비아의 캄페시노들은 코카를 재배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이 재배하는 코카를 코카인으로 오해하여 코카 재배제한을 요구했고, 원주민 대부분의 코카재배자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또 아르헨티나는 30년 동안 군부정권의 지배를 받았다. 30년의 군부정권이 수립될 수 있었던 이유에 미국이 등장한다. 아르헨티나의 군부정권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마르크스주의, 반정부주의자,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가족, 친구를 납치, 암살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다음으로 칠레는 피노체트의 독재가 유명하다. 피노체트가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CIA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카라과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미국정부의 악행과 더불어 바나나 플랜테이션의 네마곤 중독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의 몰염치함까지 더하고 있다.  

 왜 미국은 도대체 이들 남미나라에 이리도 참견을 해 남미 민중을 가난과 고난의 삶을 살게 만드는가? 작가가 인터뷰한 인사들의 말과 중간중간의 작가의 글로 미루어 본다면 남미의 풍부한 자원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70,80년대의 이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도 결국은 남미가 내장하고 있는 자원의 갈취에 있어서 방해요소였을 뿐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님은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 받아들인 현재가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자본이 우선되어 민주화가 더뎠고 민중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이들 나라가 피를 댓가로 선거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화를 이루었고 민중혁명이 성공하였다고 자평하여도 여전히 남미민중들은 현재 자신들의 민주화와 혁명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남미민중들의 민주화의식 부족함도 있겠지만 아직도 미국자본이 남미의 민중에게 드러나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이다. 작가는 쿠바의 기행에서 글을 끝맺고 있다. 그 맺음이 마치 다음 나라로 바로 기행을 떠날 것처럼 갑작스런 자연스러움이 강해 약간은 당혹스럽지만, 남미의 혁명운동이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맺음이라 하겠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그들의 민중혁명은 작가의 다음 글이 다음 장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처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 라틴아메리카의 민주화, 민중혁명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거울이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미국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싶다면.

*마음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p.99 "딸이 실종된 뒤로는 세상에 사는 맛이 다 사라져버렸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기뻐야 할 순간에도 기쁨은 사라지고 눈물만 흘리게 됐어." 

pp.110~111 라틴아메리카의 정치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정치학과 미겔 드 루카 교수의 과거사 정리의 의미는 한 국가의 도덕성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군부의 인사들은 반드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서 학살을 저지른 뒤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가 아무런 도덕성이 없음을 말해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산교육이라면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을 사회가 보여 주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사 정리문제를 비판하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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