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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정치학 -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최고급'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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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과 정치학이 만났을 때 두가지 생각이 가능하다. 첫째, 인간생활에 있어서 각자의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 차이를 보일 때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조정하는 또한 이러한 정의를 개인에서 국가 차원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정치(政治, politics)라는 개념과 '와인'이 만났을 때 이 음료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파워는 무엇일까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음료의 범주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와인'이 곧 정치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타일러 콜만은 전자는 제처두고 후자의 편에서 와인정치학을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어디에서 어떤 와인을 재배할지, 라벨의 내용들, 수입 수출 가능한 와인의 선택, 지역 상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 와인의 가격, 와인의 품질등 이 모든 것들이 와인정치학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우리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와인정치학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정치학의 주체자인 와인 생산자, 포도재배자, 유통업자, 와인비평가들이 와인소비자에게 어떻게 와인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공급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와인산업의 구세계 프랑스와인과 신세계 미국와인 

와인정치학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선 와인을 대표한 두 나라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 역사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구세계 프랑스와인을 들여다보자.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와인에 대한 인식은 프랑스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와인이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아주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와인인 보르도와인은 프랑스 국내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네덜란드에도 수출되어 그 명성을 높였다. 보르도와인을 이러한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들은 바로 중개상인들이었으며 이들은 보르도와인을 위한 분류체계를 발전시켜 서열을 굳히고 시장에서의 권력을 확대시키기도 했다. 프랑스와인의 황금기를 꼽자면 1860~1875년을 바로 그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와인양, 포도나무면적, 수출품목, 연간 국가 조세 수입 등에서 모두 큰 폭의 성장율을 기록했으며, 1875년 포도나무뿌리잔디 질병이라는 시련이 닥쳐, 전체적인 시스템이 붕괴되고 와인에 대한 사회적 구조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나 프랑스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를 확산시켜 와인산업에 닥친 위기를 국가 수준으로 관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또한 와인등급제도의 체계 확립과 품질 개선을 위한 많은 시도를 통해 와인의 정석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프랑스인들의 와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철저한 관리, 과감한 정부 지원등으로 프랑스와인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등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 와인은 의미있는 존재는 아니어서 정부의 간섭, 지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금주령과 대공황으로 와인생산이 모두 기초화되었으며 품질도 많이 저하되었고, 이에 침체된 와인 산업 번영을 위해 샌트럴 계곡 캘리포니아와인 협회 갤로와인이 등장하였으나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1972년에 비로소 와인시장에 거대자본(대기업)이 투자를 시작하게 되고 와인을 브랜드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와인정치학의 영향 

좋은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좋은 와인과 그렇지 못한 와인을 구분하기 위해 와인 산업자들은 등급제도를 도입하였다. 프랑스와인은 원산지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원산지 규정 등급제도는 안정성과 전통을 바탕으로 생산업자, 상인, 원산지 인증기관, 비평가들이 블라인드 테스팅을 거쳐 해당지역의 개성을 갖춘 와인을 분류하며 원산지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분류제외대상', '뱅 드 타블(가장 낮은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등급제도는 원산지를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와인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도 해 와인 품질관리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운영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샤토와 중개인들간의 이해문제,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법안 등의 배경으로 인해 와인 소비가 감소되고 있어 우수한 품질의 와인 검증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원산지제도가 부담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며 와인소비자는 프랑스와인의 라벨등급에 100% 신뢰도를 장담할 수 없다. 미국와인 라벨은 어떠할까? 미국은 와인재배업자, 포도재배업자 각자의 이해가 쉽게 결정나지 않아 포도품종이 라벨에 명시될 경우엔 75%가 해당품종이어야 하고, 포도재배지역를 명시할 때는 포도의85%가 해당 포도재배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며, 단일양조장 명시엔 95%가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는 경우에 따른 라벨 표시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와인의 품질을 우선시 한다기 보다는 와인산업 종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와인정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다른 주체자는 유통업자들이다. 유통업자의 영향력은 미국와인 산업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금주법 이후 미국은 각주마다 까다롭고 특징적인 주류법를 가지고 있게 되어 유통업자가 와인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미국에서 와인을 구입하는 두가지 방법 중에서 유통업자를 통해 와인을 구입하면 와인생산업자는 적은 수익을 소비자는 비싼 와인을 구입하게 되는 부정적인 면과 다른 와인 경쟁자(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남아프리카)의 출현으로 인한 유통업자들의 합병에 따른 와인산업의 대기업화, 와인의 대량생산, 소비자들의 선택 폭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함께 한다.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서 와인평론가들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선택하는 와인이 성공하기도, 그 반대로 그가 선택하지 않은 와인으로만 수입해서 성공하기도 하는 등 와인평론가들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환경을 바꾸는 와인의 힘   

와인은 단순히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는 음료가 아니다. 와인은 인간의 삶과 환경을 바꿀 수도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내파지역이 와인으로 발전, 성장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와인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환경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내파지역 발전의 동기였던 와인산업이 환경파괴의 주범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도나무 재배자들이 포도나무 성장에 방해가 되는 해충들을 천적을 이용해 해결하기도 하고, 생태역학적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 혹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포도 경작지를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다.   

와인은 파워다! 

와인은 단순히 주류가 아니다. 와인은 생산지인 유럽, 미국, 호주, 칠레 등을 벗어나 세계 여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고 와인전문잡지, 와인잔, 와인셀러, 치즈같은 다른 분야의 산업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를 주고 있다. 좋은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포도재배자, 와인생산자, 비평가, 유통업자들의 힘겨루기가 작용하지만 소비자는 그들 사이의 파워게임을 생각하기보다는 타이틀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와인의 비전문가들이 라벨에 있는 그들의 파워게임에 기죽지 않고 좋은 와인을 선택하길 바란다. 

*서평도서의 좋은 점- 와인 라벨에 씌여져 있던 외국어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와인라벨의 내용이 매번 헷갈리는 와인초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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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인정치학'을 통해 맛본 와인의 애달픈 사연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2009-07-04 13:39 
    와인은 매혹적인 호기심으로 달콤함에 이끌리고... 정치는 권력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검은손의 압박에 숨이 막히는... 이 둘의 느낌을 한꺼번에 합쳐놓은『와인정치학』이란 제목이 던지는 상반된 느낌에 이끌리어 딱딱하면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위드블로그 도서캠페인에 선뜻 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제가 상상한대로였건만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뇌로는 눈으로 따라가는 활자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