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작가가 원래 여행작가였다는 것을 그동안 몰랐었다.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 사는 작가가 1990년대 초 유럽을 여행하고 쓴 책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시골인 아이오와주 출신이다. 얼마나 시골인지는 네브라스카에서 얼마간 지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혹시 여러분들은 서양식 유머를 좋아 하시는가? 서양식 유머가 sarcasm과 어루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아무리 농담과 유머, 위트, 비꼬기를 좋아한다고 한 권 전체를 관통할 만한 분량을 만들기 쉽지 않을텐데, 이를 이뤄낸 기념비적인 책이다. 주옥같은 농담이 책의 페이지 마다 가득하며, 책의 전체를 덮고 있다. 심지어 겹치는 농담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쓰기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구라꾼 아저씨의 무용담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도무지 끝나지 않을 듯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며 몰입하는 사이에 390페이지의 책 한권이 끝났고, 약간 아쉽기 까지 하다. 나는 대부분 출퇴근 하는 전철안에서 읽었는데, 소리를 죽여가며 웃음을 참아야 한 시간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 초반에 쓴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만 재미 있을 수도 있겠다. 심지어 이 책은 2008년 우리 글로 번역 되었으며, 2015년에 내 손에서 읽혔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언급되었던 몇몇 카페나 호텔은 지금은 없을 수도 있겠다. 25년 쯤 지났으니 책에서 묘사되었던 상황이 많이 변했있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책은 여행 정보에 관한 책이 아니라, 여행하는 한 사람의 눈으로 보노 느낀 내용을 적나라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글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원래 예측불가능을 경험해서 기억으로 기록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여행서적이나 나의 이쪽 세상에서의 경험이 다른 쪽의 상황에 직접 적용 할 때 그 결과가 맞아 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다른 문화>라는 전가의 보도 처럼 쓰이는 단어로 해석이 가능하며, 적응해 나가면서 해결하며 하루를 버텼다는데 묘미가 있다. 그렇다고 내일의 일도 해결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평상시의 긴 시간의 인생을 여행이라는 기간에 몰아 넣은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를 알면서 모르면서 반복하는 것을 볼 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기능도 있는 듯 하다. 

 

가끔 시간도 공간도 다르지만, 동일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작가 역시 지나간 기억 속에서 꺼내올 때 정감이 뚝뚝 묻어 나온다. p107-108 <Y Not Grill>의 기억이라던가, 나라간 문화를 비교할 때의 이야기, 역사 속에서 적용하는 이야기 들이다. 한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여러분도 유쾌하면서 직설적이지만, 글 쓰는 방식에서도 좋은 작가라는데 동의 할 것이다.

 

참고로 38일간의 유럽 여행 후, 나도 내 인생을 바꾸기로 했다. 결심은 선택을 필요로 하고, 다른 선택하지 않은 것을 포기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맞았다. 당시의 결정 덕분으로 지금 충분히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만일 당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역시 동일한 결정을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소식이 있는데, 몇일 후에 있을 토익헌터 박병재 선생이 주관하는 독서 토론회에 이 책을 들고 나가기로 방금 전 결정하였다.

 

(p216) 이탈리아 인들이 일본 사람 같은 노동 윤리를 갖췄더라면 이들은 지금쯤 지구의 종주국이 되어 있을 터다. 그렇지 않으니 천만다행이다. 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일상의 유쾌한 대소사, 그러니까 아이들이나 식도락, 카페에서 언쟁하는 데 쏟아 붓느라 바쁘다. 삶이란 원래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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