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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살아 남은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것과 정반대인데, 이 책의 주장대로라면 그렇게 부르는 편이 낫겠다.
보세 옷 가게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랜드)의 성공사례를 소개한 후 한
상인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80년도에 옷 가게를 시작했는데, 난
왜 다 망해 가는 상가에 있는 걸까요’(p6)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해지자, 이에 대한 해답에 대해 스스로 설득시킬 필요성을 새롭게 발견한다. 상풍가치
연출 전문가(VMD, 비주얼 머천다이저)인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세계 여러 곳의 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부부가 생업을 그만두고 1년간 세계일주를 떠나고, 그 결과물로 33군데의 성공한 시장을 이 책에 소개한다. 성공한 시장에는 특별한 성공한 이유가 있었다. 진열을 창의적으로
잘한다 던지, 상인의 열정이 높다 던지, 옛 것을 유지한다
던지 같은 각각의 이유가 있으나, 근본적인 이유로는 좋은 상품인 것을 발견한다.
이 책은 시장에
대한 기행문인지, 시장 마케팅 분석에 관한 책인지 헷갈린다. 둘
다 아닌 것 같다. 그냥 특이한 성공한 시장의 소개와 나열인 듯하고,
정답은 없고, 성공사례의 나열이므로 그 중에서 자신의 업태에 맞게 선택 적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하지 못할 것이다.
(p172~177) 필자의 직업 이름이 VM가 맞는지 VMD가 맞는지 시작한 이야기가 기능인이 될 것인지, 전문가가 될
것인지 설명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선 곰곰이 따져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기능인으로서 그냥 시간만 맞춰 내가 할 일을 때울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만들고 관심을 부여하고 열정을 부여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책의 형식은
다채롭다. VMD의 직업의 작가의 글처럼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 되어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새롭게 나오는 사진의 화려함은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한다. 그런데 필력은 조금 딸리는 것 같다. 화려함 속에 공허함이랄까. 수채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편이 좋겠다. SNS로
점철되는 21세기에 알맞은 편입이다. 글씨만큼 사진이 많다. 대신 사진이 많은 것을 설명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적절한
묘사라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수월하게
넘어가고, 사진만 봐도 재미있는 ‘화보집’ 혹은 ‘그림책’ 같은
도서이며, 인쇄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이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여러 곳을 다녀 봤고, 가는 곳마다(전부는 아니지만) 시장을 둘러 보곤 하는데, 놀라운 건 이 책에 소개된 시장 중에
내가 가본 시장이 없었다. 기억을 가만 뒤져보니 뮌헨의 빅투알리엔 마르크는 가 본 곳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니 길에서 맥주 마시는 것 외엔 내 시선을 잡아 끌 별 특징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나라에서
가장 성공하고 특이한 시장과 우리의 장사 안되는 몇몇 전통 시장을 절대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바라나시 시장에는 영국의 시장과 독일의 시장과는 별다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래도 모두
이 책에 소개될 정도로 잘 되지 않는가. 어쩌면 작가는 우리의 것은 이미 많이 알고 있어서 특장점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명동과 압구정에선 화려한 트렌드를 볼 수 있고. 남대문 시장에선 다양한 상품을, 동대문 시장에선 거대한 도매 시장을, 가락 농수산물 센터에선 다양한 농수산물을, 자갈치 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수산물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집필하면서
흔히 발생되는 오류 중에,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비교 대상을 필요 이상으로 깔아 뭉개는 경향이 보인다. (성공사례인) 어떤 시장에선 어떤 점이 좋다를 강조하기 위해, 중간중간 우리의
성공하지 못한 재래 시장의 잘못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뉴욕시의 첼시 마켓인 경우 성격은 압구정동이나
가로수길과 유사해 보이는데, 굳이 전통시장을 끌어 들여 비교한다. 그냥
그 도시의 유명한 시장을 소개하고 응용 부분은 독자의 선택에 맡겨 두고 마쳤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어
가면서 특이하게 발견한 것은 매일 밤새워 영업하는 시장은 없었던 것 같다. 소개된 많은 시장들이 일요일엔
문을 닫고, 토요일엔 단축 영업을 한다. 즉 상인들이 충분히
쉬는 것이다. 우리의 시장은 명절 때만 몇 일 몰아 쉬는 것과 비교된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에선 대기업의
거대 매장인 대형마트가 격주에 하루 쉬는 과정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당사자와 어중떠중 언론들이 그 난리
피지 않았던가. 책의 첫머리로 다시 돌아가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여유 없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는 문제 제기에 대한 한가지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통신회사에
다니는 오종택 친구가 추천해서 읽은 책이다.
80년도에 옷 가게를 시작했는데, 난 왜 다 망해 가는 상가에 있는 걸까요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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