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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 오디오CD 3장)
미치 앨봄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웰빙(Well-Being)은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한 키워드일 것이다. '잘 살기' 위해 우린 유기농채소를 주문하거나 직접 새싹채소를 길러 먹기도 하고 천연섬유 옷을 사입고 야근수당을 거부하고 안락한 저녁시간을 가족가 함께 보내며 문화생활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내 생각엔 진정한 웰빙은 웰다잉(Well-Dying)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던 모리 슈워츠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 나누었던 특별한 수업을 책으로 묶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통해 잘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책엔 루게릭병으로 이미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은 교수가 애제자와 함께 그간의 삶을 회고하며 삶의 또 다른 한 과정인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온갖 재주로 꾸며낸 허구보다 넌픽션이 더 짙은 감동으로 안겨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죽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단순하고 확실한 명제를 '내.게.' 적용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씩씩한 기운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젊은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말을 입에 올리길 꺼려하고 화두로 삼는 걸 금기시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책의 모리교수처럼 죽음에 대해 비통해하거나 암울한 기색없이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죽음조차도 의미있게 해석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단 생각을 해보았다. 모리교수의 삶도 의미있었지만 모리보다 좀 더 이르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잘 죽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의 삶은 분명 '잘 사는'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잘 죽어야 하고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
담담한 문체로, 사랑하는 노은사의 죽음을 다루면서도 섣불리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방식의 서술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는 이 책 어딘가에서도 표현되어 있듯이 "메타쉐콰이어의 새순같은 " 중학생들과 이 책으로 한 달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 애들만했을 땐, 설마 내게도 서른이란 나이가 올 것이며 마흔의 삶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연초록 이파리같이 싱그러운 그 아이들은 기꺼이 '나이듦'과 '병듦'과 '잘 죽기'에 대해 사유하였다. 모리교수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은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리교수의 주옥같은 가르침이 많이 있지만, 내가 탄복했던 한 토막을 옮기며 마친다./050713ㅂㅊㅁ
.....둘씩 짝을 지은 후, 한 사람이 뒤로 돌아서서 다른 학생이 잡아주리라 믿고 뒤로 넘어지는 실험이다. 우리 대부분은 뒤로 넘어지는 것이 거북하다. 그래서 겨우 몇 인치 뒤로 넘어지다가 멈춰버린다. 그리곤 당황해서 웃음을 터뜨린다.마침내 한 학생이 나선다. 날씬하고 말수가 적은 검은 머리의 여학생인데, 언제나 큼직한 흰색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
그녀는 양팔을 엑스 자로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립톤차 광고에서 모델이 수영장에서 뒤로 빠지는 것처럼 움찔하지 않고 뒤로 자연스럽게 넘어진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바닥에 "꽝!"하고 자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닥에 꽝하고 부딪치려는 순간, 짝이 그녀의 머리와 어깨를 위로 확 잡아 일으킨다. "와!" 학생 몇이 탄성을 지른다. 또 몇 명은 손뼉을 치기도 한다. 마침내 선생님은 미소를 짓는다. 선생님은 그 여학생을 보면서 말한다.
"봤지요. 이 학생은 눈을 감았어요. 그게 여러분과 다른 점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여러분이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에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中 8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