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 오디오CD 3장)
미치 앨봄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웰빙(Well-Being)은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한 키워드일 것이다. '잘 살기' 위해 우린 유기농채소를 주문하거나 직접 새싹채소를 길러 먹기도 하고 천연섬유 옷을 사입고 야근수당을 거부하고 안락한 저녁시간을 가족가 함께 보내며 문화생활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내 생각엔 진정한 웰빙은 웰다잉(Well-Dying)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던 모리 슈워츠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 나누었던 특별한 수업을 책으로 묶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통해 잘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책엔 루게릭병으로 이미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은 교수가 애제자와 함께 그간의 삶을 회고하며 삶의 또 다른 한 과정인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온갖 재주로 꾸며낸 허구보다 넌픽션이 더 짙은 감동으로 안겨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죽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단순하고 확실한 명제를  '내.게.' 적용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씩씩한 기운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젊은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말을 입에 올리길 꺼려하고 화두로 삼는 걸 금기시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책의 모리교수처럼 죽음에 대해 비통해하거나 암울한 기색없이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죽음조차도 의미있게 해석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단 생각을 해보았다. 모리교수의 삶도 의미있었지만 모리보다 좀 더 이르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잘 죽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의 삶은 분명 '잘 사는'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잘 죽어야 하고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

담담한 문체로, 사랑하는 노은사의 죽음을 다루면서도 섣불리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방식의 서술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는 이 책 어딘가에서도 표현되어 있듯이 "메타쉐콰이어의 새순같은 " 중학생들과 이 책으로 한 달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 애들만했을 땐, 설마 내게도 서른이란 나이가 올 것이며 마흔의 삶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연초록 이파리같이 싱그러운 그 아이들은 기꺼이 '나이듦'과 '병듦'과 '잘 죽기'에 대해 사유하였다. 모리교수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은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리교수의 주옥같은 가르침이 많이 있지만, 내가 탄복했던 한 토막을 옮기며 마친다./050713ㅂㅊㅁ

.....둘씩 짝을 지은 후, 한 사람이 뒤로 돌아서서 다른 학생이 잡아주리라 믿고 뒤로 넘어지는 실험이다. 우리 대부분은 뒤로 넘어지는 것이 거북하다. 그래서 겨우 몇 인치 뒤로 넘어지다가 멈춰버린다. 그리곤 당황해서 웃음을 터뜨린다.마침내 한 학생이 나선다. 날씬하고 말수가 적은 검은 머리의 여학생인데, 언제나 큼직한 흰색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

그녀는 양팔을 엑스 자로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립톤차 광고에서 모델이 수영장에서 뒤로 빠지는 것처럼 움찔하지 않고 뒤로 자연스럽게 넘어진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바닥에 "꽝!"하고 자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닥에 꽝하고 부딪치려는 순간, 짝이 그녀의 머리와 어깨를 위로 확 잡아 일으킨다. "와!" 학생 몇이 탄성을 지른다. 또 몇  명은 손뼉을 치기도 한다. 마침내 선생님은 미소를 짓는다. 선생님은 그 여학생을 보면서 말한다.

"봤지요. 이 학생은 눈을 감았어요. 그게 여러분과 다른 점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여러분이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에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中 8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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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7-1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보려하나 봐요. 제가 이 책이 심드렁했던 것은 죽음에 대해 여전히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는 저의 완고함 때문인 것 같아요.

날개 2005-07-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모리 바람이 불었나요? 어제는 마태우스님, 오늘은 진주님....^^
추천은 제가 한거 아시죠? 흐흐~

실비 2005-07-1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제 글 올린건데 비교되잖아요.ㅠㅠ

진주 2005-07-1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한 기운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젊은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고 했잖아요. 마태님은 아직 씩씩한 젊은이라서 그런거예요 히히^^

날개님, 마태님의 리뷰를 보고 필을 받아서리-근데 제가 이 책 리뷰는 쓴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없어서 썼답니다. 날개님은 언제나 제 글에 추천해 주시는 분이시죠! 고마워용~~

실비님 댓글 경매 낙찰 받으신 거 축하해요^^(뜬금없이?)
... 제 글 맘에 안 들어요 ㅠㅠ

실비 2005-07-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말이죠 저번에 날개님이 주신 책이 이책이거든여.. 이제 리뷰 쓰고 올리려고 했떠니만 비교 되자나요.ㅠㅠ

진주 2005-07-1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괘아너요 실비님...마태님도 어제 올리셨는데요? 우리가 모리바람을 확실히 일으키자구요 ㅎㅎㅎㅎㅎ

잉크냄새 2005-07-1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든, 사랑이든, 죽음이든...결국은 삶의 연속선상에 있겠지요.

진주 2005-07-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
 

   

 

 

 

바람돌이님은 참말 좋은 선생님이시지요. 담임을 맡고 계신 학생들의 생일엔 책선물을 해주신다는 군요(우리애들도 바람돌이님 닮은 선생님을 좀 만났으면).  이벤트도 <중학생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벤트를 하셨어요. 거기서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성심을 다하여 '내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해 드렸더니 그것이 당첨되어서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게 되었답니다. 아흐!

<중학 1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과 <중학 2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을 달라고 떼를 썼더니(^^;)오늘 두 권이 쒱하고 날아왔어요. 책이 생각보단 넓데데한 것이 제법 큽니다. 정가를 보니, 10000원, 12000원 하는 책인데...겁나게 비싸군요. 고맙습니다. 님은 얇아빠진 제 주머니의 봉입니다요ㅡ.ㅜ

메모지에 <재미없을 것 같지만 재미있게 읽으라>고 하셨는데, 흐흐 저는 무지 재밌을 거 같은데요? 암튼 열나게 읽고서리 리뷰로 고마움을 갈음하겠나이다. 다시 한 번 더 고맙습니다!

05071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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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7-1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축하드립니다~~ (밧뜨~~저는 떨어졌으니 슬퍼하꺼야욤! 엉엉~~)

stella.K 2005-07-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선 절판으로 나오던데 어떻게 보내주셨을까요? 암튼 기쁘시겠어요.^^

진주 2005-07-1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이 추천해 주신 책은 제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에궁..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스텔라님, 절판 된 후 다시 재판한 모양이더라구요. 저렇게 좋은 책은 계속~~~재판되겠죠? 빨리 읽고 리뷰 올려야 할 텐뎅...

물만두 2005-07-1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역시 진주언니 대단하세요^^

2005-07-1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7-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축하드립니다 님이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바람돌이 2005-07-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으세요. ^^
아영엄마님 물만두님 이벤트에 맛들인 제가 다음에는 꼭 님들을 뽑아드립지요. 아니지 우리집 예린이랑 해아가 뽑아드릴 거예요. ^^

날개 2005-07-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1등하실줄 알았습니다..^^

진주 2005-07-1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거 축하를 너무 많이 받는게 아닌가요? ㅎㅎㅎ
남들 <이주의 리뷰>받은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축하를 받으니 이 밤에 잠이 안 올라 그랍니다 히히힣히히~~~~
만두님, 부리님, 바람돌이님, 날개님!
아름다운 밤이에요 호호호호

제게만 보이는 님, 허윽...저..저두...*^^*
 

대학교수들이 말하는 ‘명논술’ … 정형화된 ‘학원논술’ 피하고 독창적으로 명료하게 써야

“‘용사마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2005학년도 한양대 정시논술 문제는 익숙한 ‘아이템’에서 출제됐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 중 배우 배용준과 그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을 터이기 때문. 그러나 아이템이 쉽다고 문제까지 쉬운 건 아니다. 평소 배용준의 외모와 드라마 ‘겨울연가’, 남이섬에서 눈물 흘리는 일본 아줌마들에게만 흥미를 느낀 수험생이라면, ‘비판적 분석’이란 전제조건 때문에 용사마를 외계인보다 더 낯선 존재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용사마 현상은 우리 사회가 왜곡된 민족주의적 자긍심을 갖게 했습니다. 일본의 중년여성들이 용사마에 열광했다고 해서 그것이 일본 전체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의 그것보다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또한 일본 중년주부들은 전후 세대로서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산 삶을 ‘겨울연가’ 식의 순수한 사랑에서 보상받으려 했습니다. 이것이 진정 그들 삶의 개선을 가져오지 않았지만요. 이렇듯 대중문화는 현대인의 행동과 사고를 지배합니다. 비판적으로 읽지 않으면 역기능에 휘말려 현대인은 ‘우중(愚衆)’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용사마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도록 요구한 겁니다.”
 
‘맞고 틀리고’ 떠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를 글로 보여주는 것
 
직접 채점에 참여한 한양대 이도흠 교수(국문과)의 말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비판적 사고’에 접근한 수험생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수험생들은 비판을 시도하긴 했는데, 자신이 무엇을 비판하는지도 잘 모르는 채 원고지를 꾸역꾸역 채워놓았다. 이 교수는 “사고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대학교수들이 ‘잘 쓴 글’이라고 꼽는 논술답안은 어떤 것일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서 논술시험 출제 및 채점에 관여한 교수들을 인터뷰했다.
 
교수들은 논술답안을 세 가지로 나눴다. ‘꽝논술’과 ‘명논술’, 그리고 ‘학원논술’. 꽝논술은 논술 문제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고 내용도 문장도 엉망인 답안을 말한다. 명논술의 정의는 간단하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한 글’이 그것이다.
 
사실 많은 대학의 논술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은 문제들이다.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 문제는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를 논술하시오’였다. 서강대는 ‘개인의 실존과 대중의 익명성에 관한 관점들이 나타난 제시문을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논술하라’고 주문했다. 인식론, 실존, 현대사회의 익명성 등은 철학에서 아주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다. 논술 참고서라면 충분히 다루고도 남을 ‘평이한’ 주제다. 관건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명료하게, 창의적으로 표현해내느냐다. 서울대 인문대학의 김모 교수는 “논술 교과서에서 읽고 외운 듯한 글을 써내기 때문에 비슷한 답안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대학이 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각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 고려대 이남호 교수, 한양대 이도흠 교수 (왼쪽부터).
 
“인식의 문제는 모든 학문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주제입니다. 학문이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는가, 이는 학자들에게도 영원한 고민거리죠. 마치 답이 있는 듯 말하지만, 사실상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이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에요. 그것이 맞고 틀리고는 관계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바로 여기에 명논술의 핵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논술 참고서에 의존하지 말고, 내 생각은 무엇인지 거기에 집중하세요.”
2005년 1월에 치러진 고려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현장(왼쪽). 이화여대 입시 논술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수험생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바로 ‘학원논술’을 적어내는 것이다. 학원논술이란 논술학원에서 배운 듯한 정형화되고, 다른 수험생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채운 논술을 일컫는다. 교수들은 “학원논술은 자기만의 생각과 논리가 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들이 말하는 학원논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글의 구조가 정형화됐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사회학)은 “기승전결로 나눠 쓰고, 본문에는 주어진 지문의 일부를 인용하고, 속담이나 사자성어로 마무리하는 정형화된 ‘프레임’이 자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개는 자신만의 글쓰기 특색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식상하다는 인상을 준다.
 
둘째, 주제와 맞지 않는 엉뚱한 사례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다. 2005학년도 정시논술 채점에 참여한 연세대 신형기 교수(국문과)는 “미리 준비한 레고 조각을 가지고 와서 맥락에 맞지 않는데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환경, 북핵, 인간소외, 노령화, 포스트모더니즘 등 각각의 ‘이슈’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단락씩 미리 준비한 다음 비슷한 이슈가 출제되면 어떻게든 써먹기 위해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하더라도 글 속에 ‘레고 조각’을 우겨넣는다는 것. 신 교수는 “이는 글의 개성적 관점이 상실되는 원인이자, 전체적인 논지 전개를 흩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주제 벗어난 사례·유식한 척 어려운 말 인용 땐 ‘감점’
 
이렇게 미리 준비한 레고 조각은 여러 학생들에게서 똑같이 반복되기도 해 채점하는 교수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2005학년도 고려대 정시논술 출제위원장이었던 이남호 교수(국문과)는 “2005학년도 논술시험에서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나폴레옹이 한 말을 인용한 논술 시험지가 여러 장 발견됐다. 아무래도 논술학원에서 배웠거나 참고서를 보고 외운 것 같다”며 “남들과 똑같은 표현을 쓰면 자기 생각이 없다고 판단해 감점을 한다”고 말했다.
 
셋째, 자신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구절이나 사례를 가져다 쓰는 것이다. 신형기 교수는 “어떤 학생이 ‘장 보드리야르가 말하기를 ~라고 했다’고 썼는데 가만 읽어보니까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쓴 티가 났다”면서 “그저 유식하게 보이면 점수를 잘 받을 것처럼 오해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충고했다.
 
군더더기 문장은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 부족 드러내는 일
 
대학교수들이 말하는 ‘감점을 피하는 비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시문과 제시문을 철저하게 따르라는 것. 논술시험에서 기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주어진 제시문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읽고 지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따르느냐다. 2006학년도 논술문제 출제위원장을 맡은 고려대 A 교수는 “지시문과 무관한 서술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지시한 바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잊었거나,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말의 낭비’ 또한 줄여야 한다. ‘지금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겠다’는 등의 쓸데없는 문장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남호 교수는 “곧바로 원인에 대해 서술하면 된다. 이런 문장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며 “원고지 3분의 1을 이런 ‘낭비성 문장’으로 채우는 수험생도 있는데, 이는 자신의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걸 드러내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별 내용도 없는데 몇 번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안 되는 ‘안 읽히는 논술’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사고의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학 입시전형에서 논술 비중이 강화되는 추세임은 더 이상 의심할 나위가 없다. 수험생들 간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21세기의 대학교육에서 ‘글쓰기’는 핵심 자질이다. 때문에 21세기의 대학은 ‘글 잘 쓰는’ 인재를 선호한다. 최근 각 대학들이 ‘글쓰기 클리닉’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서울대 글쓰기교실의 김태환 선임연구원은 “지식의 양적 팽창이 날로 심화되면서 이제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라면서 “지식의 소화는 독서력이, 새로운 지식의 창조는 글쓰기 능력이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논술시험을 잘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21세기가 요구하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 글쓰기 실력을 함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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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권하는 독서법 & 글쓰기 훈련
책 내용 요약해보고 텍스트에 시비 걸어라


△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라(서강대 김영수 교수·사회학)

단테 ‘신곡’이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해도 읽기에는 재미가 없다. 꾹 참고 읽어야 하는 책은 읽지 말라. 자신의 수준에 맞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어라. 그렇다고 해서 무협지나 SF소설만 읽는 것은 좋지 않다. 사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책을 읽어라.

△ 텍스트를 비판하라(2006학년도 고려대 논술출제위원장)

텍스트에 시비를 걸어라. 텍스트의 논리적 비약, 미비점, 혹은 결함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라. 논리적 정합성에 대해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이 중요하다.

△ 책 내용을 요약하라(서강대 서정목 교수·국문학)

단순히 감상을 적는 게 아니라 줄거리를 직접 요약해보라. 소설이든 철학책이든 그 내용을 꼼꼼하게 요약해봄으로써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요약하여 익숙하게 익혀놓은 내용은 실전 논술에서 충분히 활용할 기회가 올 것이다.

△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읽어라(2006학년도 고려대 논술출제위원장)

모국어를 정확히 쓸 줄 알아야 한다. 한국어의 철자나 맞춤법이 틀리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수시로 글을 읽으면서 모르거나 아리송한 단어는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라.

△ 한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글쓰기 하라(서강대 김영수 교수·사회학)

내가 쓴 글을 고쳐 쓰고 또 고쳐 써보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섯 번 정도는 다시 써보는 것이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한 번씩 써보는 것보다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자기 글을 계속 고쳐 쓰면서 자기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가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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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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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가 지나가버린 과거에만 머문다면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또 미래이다. 중국은 우리의 발해사와 고구려사를 송두리째 앗아가려고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를 꾸미고 있고 일본은 독도를 끊임없이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다. '무슨 소리냐? 역사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증거하고 있는데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헛소리냐'고 일축해 버리고 싶지만 현실 속에서는 이 당연한 사실을 증거해 나가야하는 싸움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역사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선생은 선생대로 모두들 열심히 제 역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학생은 역활은 무엇일까? 학생은 우리의 역사를 힘써 배워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내 역사를 모르면 우기기 대장 듕귁 뗏놈과 파렴치한 일본 쪽바리들에게 조상을 이리저리 떼어 먹히는 어리석은 후손이 되고야 만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전국역사교사모임>는 우리나라 전국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약 2000명의 역사선생님들이 펴낸 책이다. 나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는 역사를 지켜야 하는 이유만으로도 배우고 익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550여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 앞장에서는 역사교육의 목적에 대해 원론적인 부분들을 다루어 놓았다.

이 책이 출중한 이유는, 일선에서 열심을 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생생한 호흡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흔히 역사교육은  ‘추상적인 교육과정―국정 단일 교과서-설명 위주 수업―지식 암기 측정 시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겐 역사과목은 단순 암기 과목의 지겨운 과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살아있는 역사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가슴으로 느끼고 궁극적으로는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능동적인 수업이 되도록 여러모로 고심하고 돌파구를 찾는 선생님들의 열의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교과서에 형광펜, 빨간볼펜, 별표를 표시하며 닳도록 외우게 하는 대신, 입체적인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 4장(수업자료 찾기)과 5장(수업방법 모색), 6장(정보화 시대의 역사교육), 7장 (역사체험학습)-즉,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수업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실정에 맞게 운영하면 정말 효과적이고 즐거운 수업이 될 것이다. 현장감이 생생한 교육안들을 책값만 지불하고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으로 여겨졌다.

끝으로, 내 아이의 역사공부를 학교 선생님께만 맡기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인 학교선생님의 역활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역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과목보다 특히 역사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끊임없이 대할 수 있는 과목이다. 날마다 뉴스를 통해 역사문제를 접하며 집 주위의  문화재를 둘러보고, 때론 좀 멀리 나가 유적지 체험도 할 수 있다. 삶을 통하여 꾸준하게 아이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는 삶의 가장 큰 스승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일선에서 역사를 지도하는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이 땅의 부모라면 큰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식이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

050709 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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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7-0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진주님의 침묵은 이런 리뷰를 낳기 위한 것이었나요? 감탄하는 지우개...

바람돌이 2005-07-0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 제 이벤트에 당첨되셨는데 빨리 오셔서 책 골라 주세요.
에휴~~ 이런것도 연락해야 되남유?
앗 그리고 이 책은 제 수업준비 자료네요. 헤헤~~~

진주 2005-07-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싸돌아 댕기느라 미처 발표도 제대로 못 본 거 용서해 주시고요, 수업다녀와서 책 골라도 되겠지요?
앗, 나도 이걸로 수업 준비하는데 헤헤헤~찌찌붕......

진주 2005-07-0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개님, 과찬이십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침묵ㅋㅋ 거거이 바빠서리 말할 틈이 없었지라...)

미네르바 2005-07-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사에 대해 관심이 참 많아요. 만일 제가 초등학교에 있지 않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있다면 전 국어나 역사 교사가 되고 싶어요. 님 덕분에 좋은 책 소개 받습니다. 저도 꼭 읽어 보고 싶어요. 일단 보관함에 넣을 게요. 잘 읽었습니다.
그렇죠? 역사란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통해 현재, 미래로 연결되죠.

진주 2005-07-1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국어나 역사 샘을 하시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님은 늘 제게 추천을 아끼지 않으시죠 흐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