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가가가 쾅!!!"
"헐~~~"
앞의 소리는 베에토벤의 운명교향곡-내 휴대폰의 문자 알림음. 요란스럽게 휴대폰이 울리자 작은놈이 친절하게도 나한테 갖다준다. 뒤의 소리는 들고오다말고 애가 놀라서 지른 외마디!
/허거걱..엄마, 아기 가졌어요?!?!
/뭔 소리야?
/ 이거 보세욥!
아이가 똥그랗게 토끼눈을 뜨고 눈앞에 바싹 디미는 휴대폰 액정화면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상략.....얼른 낳으세요!]
/아~~~오해야 오해~~~이건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까 얼른 나으라고 하는 거야~~~~~
/아냐, 엄마, 분명히 '낳으세요'라고 'ㅎ'이 있잖아요?
/끄아아악~ 정말 아니거든? 이건(나의 두둑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말야, 나이먹은 여자들의 인생의 경륜이라고나 할까, 인품 또는 덕망이라고도 불리는 고명하신 똥배님이란 말얏~
인터넷의 글을 읽다보면 "낳"이란 글자가 잘못 쓰이는 걸 자주 본다.
" 아프다니 걱정입니다. 속히 낳으시길 바랍니다" ( X )
이건 건강을 다시 회복하라는 '나으시길"의 틀린 표현.
"아우보다 형이 낳다" ( X )
이건 아우보다 형이 '훌륭하다' 정도로 해석되는 말의 틀린 표현.
'낫다'를 기본형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낫ː다1
낫ː다1〔낟따〕[나으니·나아] [자동사][ㅅ 불규칙] (병이나 상처 등) 몸의 이상이 없어지다.
예문 부스럼이 낫다. 두통이 말끔히 낫다.
낫ː다2
낫ː다2〔낟따〕[나으니·나아] [형용사][ㅅ 불규칙] (서로 견주어) 좋은 점이 더하다.
예문 이것이 더 나아 보인다. 끓여서 먹는 것이 더 낫다.
왜 'ㅅ'보다 더 어려운 'ㅎ'을 굳이 쓰면서 틀리는 걸까.
그나저나,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을 해도 녀석은 애꿎은 나의 똥배를 한없이 미심쩍은 곁눈질로 보는 것이 아닌가. 우이쒸~ 살빼야겠다..투덜투덜.../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