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부퀴즈왕 (2disc) - 할인행사
유선동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신선한 소재지만 진행은 평범했다.

한석규가 남자로서는 특이하게 전업주부로 나온다.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아줌마들과 쟁탈전을
벌여 슈퍼마켓에서 쇼핑도 한다. 꽤 특이한 소재다.
남자들의 아내 돕기를 조금 확대하면 가수들 매니저 중에 그런 경우들이 있다.
또 조금 확대하면 셔터맨이라고 해서 약국이나 미용실 등 여성의 사회참여가 적극적인 분야에서
남자들이 경제적 기대를 많이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입장 바꾸어 공평하게 한석규처럼 내조를 확실히 하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주부들의 가정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해보자는 취지는 꽤 흥미로왔다.

하지만 영화로서의 기본 요소들은 어떠했나?
아쉽게도 진행이 너무 평범하고 말았다. 위기가 닥치는 것을 보면 결말이 어떻게 될지 보이고
그 중간 중간은 때로 과장된 캐릭터와 뻔한 행동이 나타난다.
직장 생활하는 아내를 유혹하는 상사, 무능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고민이 가출로 이어지는 등.

좀 더 유머스럽게, 좀 더 리얼하게 사람들을 고민시켰다면 한결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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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단다
Andrea Jobe 감독 / 인피니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기독교의 원리를 아주 간결하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나무사람이 주인공이죠. 피노키오 처럼, 당연히 그에게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외양은 목수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창조주입니다.
나무를 깍고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것은 흙으로 사람을 빚었고 숨을 불어 넣었다는 것과
같은 맥입니다.

피노키오는 사고치고 활발하게 놀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돌아가는데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사고도 못치는 못난 친구입니다.

마을의 논리는 세상의 논리와 비슷하게 별과 벌점으로 오가는데 이는 돈,명예를 상징합니다.
지치고 가난한자 가장 눌린자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입니다만
그에게 마지막 손길을 뻗는 사람이 하나 존재합니다.

죄도 없고 명예도 없는 그런 하얀 존재, 일종의 천사,수녀 등의 상징이죠.

그리고 목수와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은 다른 세계로 옮겨갑니다.

네 비록 오늘 미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나의 세계에서는 큰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자가 모두 귀한 존재 special 한 존재라는 게 바로 요점입니다.

American beauty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평범하다는 말에 그렇게 서럽게 웁니다.
그렇게 경쟁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압박이 많습니다.

드 보통의 불안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얻은 것을 잃을까봐 불안을 느끼고 그 해소하는
수단으로 여러가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는 종교입니다.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 아니 다른 규칙을 더욱 중시하는 것이 바로 종교가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방법이죠. 그리고 그 비용이 들지 않으려고 하려면 단지 마음만 움직이면
됩니다. 재물을 나누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왕이 공을 세운 신하에게 전답을
나누어 주려고 해도 가지고 있는 전답은 금방 바닥을 드러냅니다.
나폴레옹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훈장을 만들었고 지금도 많은 위정자들이 모방합니다.

하여간 우리들 삶 모두 마음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지죠.
가까운 곳에서 먼 곳, 다시 영원한 곳을 찾아나서고 자신의 먼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힘, 오늘의 높은 지위도 던지고 가난한 이웃에게 손을 빌려주러 몸을 낮추는
그런 동력 모두들 종교의 여러 면이죠.

자녀에게 기독교를 알려주고 싶은 분들은 딱 적당한 영화입니다.
책으로도 워낙 유명한데 결코 허명은 없지만 너무 짧아요 30분도 안되는 시간이라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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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2disc)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한 마디로 개그다.

주인공도 주인공이 하는 짓도, 같이 나오는 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스토리 전체 영화 전체가 바로 개그다.
확 폭소를 일으키기 보다는 쉬지 않고 사람에게 우스은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다.
정년 얼마 안남긴 상태에서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은 경찰이 열심히 목숨 바쳐 싸워서 순직 처리되려고 뛰어다닌다. 주변 동료들이 그를 다 다시 보게 되고 상사들은 좋아하면서 격려를 해준다. 은근히 너무 무리
하지 말라고 충고도 곁들여서.

갑자기 박수 받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매일 매일을 당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군대가서 버리는 시간 처럼 떼우려고 하지 말고 뭐
이런 교훈 아닐까? 전에 한번 페이퍼에 내 주변에 있었던 군대처럼 회사 생활한 동료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었는데 주인공의 회사 인생 마지막이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시한부 인생의 모습만 있었다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하나의 비극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인공 여자가 있다. 그녀는 주인공이 알고 있는 그냥 '아는 여자'다.
같은 동네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알기 어려운 것을 보면 실제 주인공의 외모는 영화만 못 했을 것이다.
개성도 직업도 뛰어나지 않아서 특색이 없다. 주인공도 둔하지만 아는 여자도 무척이나 둔하다.
딱 하나 놀라운 것은 중학생 정도 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오는 하나 같은 마음가짐과 모든 면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지극함이다.

여기서의 고전적 질문 하나. 내가 좋은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좋을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좋을까? 쉬운 답은 아닌데 옛날 중국에서는 딸은 높은 집으로 보내고 며느리는 낮은 집에서 데려오라는 가정 지침이 있었다. 완전한 정답은 없을 것 같은데 주변의 경우를 살펴보면 어느 일방이 자격지심이 생길 정도의 격차는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었다. 커리어 우먼과 결혼하고 가정적인 면을 같이 키우자고 하면 여자의 커리어가 떨어져가는 것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커리어가 계속 뻗어나가는 것을 질시하는 단계가 되면 서로 사이의 갈등이 커져갈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지극히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한번쯤 생각해주지만 막상 그런 사랑의 기초는
막연한 동경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나 하나의 앎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상대방에 대한 낯설음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진부함이 더 많이 채워나갈 때 거리는 벌어져간다.
동경은 반복된 일상으로 전환되어가고 더 해서 일방적인 봉사를 위한 열의 또한 사라져간다.
바로 그 다음 단계는 아름다운 여인의 불행, 멋진 왕자님의 공허함일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 결코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영화의 개그 중 논란을 만든 대목은 역시 공던지기다. 야구가 많이 담긴 영화다운데 팬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영화 속에 PPL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좀 답답했다. 브랜드를 일부러 드러낸 장면이 꽤나 많았는데
제작비 보전의 차원치고는 스토리 중간에 끼여들기가 심한 편이었다.

우스은 결말, 뻔한 결말이지만 이를 통해 찾아갈 수 있었던 우리들의 순수했던 시절은
유치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다. 나는 어느 편이었을까? 아는 남자였을까 아니면 나에게도
누군가 그런 아는 여자가 있었을까? 그럼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아냐 양쪽 다 아닌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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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12-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진 감독의 영화는 아디치 미츠루의 작품들처럼 은근히 중독성이 있고, 다소 컬트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벌써 열댓번은 봤는데도 여전히 좋더라구요.
제목이 멋집니다. ^_^

사마천 2006-12-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열댓번? 확실히 영화매니어시군요. 저는 그정도로 감동적이지는 않았는데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SE (2disc) - 할인행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헨리 폰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서부, 무언가 질서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자유로울 것 같은 땅.
젊음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 그곳.
이러한 서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는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서부의 공간은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곳이다.
곳곳에 인디언이 동부로부터 밀려나 거주하고 있었기에 충돌이 많았고
캘리포니아 가기 중간에는 거대한 사막과 협곡이 존재하기에 경제성도 떨어졌다.
그런 서부지만 거기에는 무언가 막연한 꿈이 있었다. 젊은 개척자를 흡수하는.
오늘은 하인으로 작은 월급을 받고 가정부로 박하게 살더라도 어느날
총 한 자루 삽 하나 들고 서부로 가서 하나씩 자기 땅을 개척한다면 어엿한 시민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국경이 열려 있었기에 미국이라는 사회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성립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정부가 없는 땅은 어떻게 운영될까? 각자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
황비홍의 메시지가 남자당자강이라고 해서 자신과 가족, 주변을 지키라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모든 질서는 총으로 유지된다. 모택동이 이야기했듯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그런 총에 법조문이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이러한 체제의 문제는 약육강식이다.
영화가 막 시작되자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단서도 남기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는 힘은 보안관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이 보안관이 영화 내내 해결해내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다. 잘못된 단서를 쫓아 애매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잘해야 조작된 경매 주관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이러한 체제는 영원한 것일까? 아니다 서부의 경계를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어가는 거대한 힘이 있다.
바로 철도다. 쇠로 만들어진 길을 달리는 쇠로 만든 차 바로 이것이 철도다.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가지고 힘껏 수많은 사람과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따라 들어오고 이에 맞추어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다.
전신에 의해 정보가 교환되고 법이 강제되고 화폐가 밀고 들어온다.

이 변화를 강제하는 힘은 멀리 영국에서 투자한 막대한 자본이었다.
신대륙에 건설되는 온갖 인프라 사업이 대박이 될 것이라고 꿈에 부풀었던 자본을 끌어다가
미국의 철도 자본가들은 무지막지한 개발 드라이브를 건다.
그 앞에 놓여 있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철도를 싸게 놓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동력을 끌어모은다.
영화 말미에 보면 나오는 머리 길게 딴 중국인 노동자들도 그렇지만 여기저기 땡볕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 이 모습은 결코 미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철도도 중국의 철도도 모두 거의 비슷한 목적과 방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철도에서 일하던 노동자, 철도를 반대하다가 목숨 잃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대로 한반도의 근대와
overlapping 된다.

노동하는 이들은 모두 자본의 세계, 즉 일정한 대가를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팔고, 화폐로 시장에서
구매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일원이다. 물론 법의 지배를 받고 기업의 통제를 따른다.
반면 서부의 인간들은 자유인이다. 스스로 지켜야 하고 자급자족이 큰 원칙이다.

영화는 이 대목에서 하나의 갈등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남편, 처음 죽어야 했던 일가족의 가장은
하나의 꿈을 갖고 있었다. 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역을 만들어 대박을 내보자는.
일종의 알박기라고 할 수 있는 이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자본의 냉정한 논리는
이를 그냥 두지 않는다. 싸게 먹고자 이들을 밀어버리려고 총잡이를 고용해 사살한 것이다.

자본주의 초창기 역사는 이런 식의 피바람을 많이 일으켰다.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 등 수많은 자본가들은 독점을 만들기 위해 무수한 폭력을 행사했다.
영화는 서부의 한 시대를 보여주지만 크게 보면 질서와 무질서, 자유와 강제의 대비를 나타낸다.
몸이 불구가 되어가도 기차를 타고 태평양을 보겠다는 자본가는 화려한 객실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지만 그 속은 시커멓다.
그 흐름이 옳든 그렇지 않든 변화는 만들어진다.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그 변화속에서 다시 새로운 꿈이 만들어진다.
뉴올리언즈에서 몸을 팔던 매춘부 아가씨도 따뜻한 물에 자신을 씻어내는 이른바 갱생을 한뒤
이곳에서 어엿한 안주인 행세를 한다. 역을 만들고자 했던 남편의 꿈은 결국은 이루어진다.
그 혜택을 누가 입던 가는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각각의 이해를 추구했고 중간의 많은 마찰은 있었지만
철도는 계속 서부로 움직여간다.
영화 마지막은 이들 남을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의 노력을 치하하며 질서의 수립을 통해 이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반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총을 의지해 살던 사람들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한 때 자본가의 앞잡이가 되서 악행을 대신하면서 질서에 편입을 하려고 했던 프랭크도 결국
적응하지 못한다. 부하들에 배신을 당하여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래도 뭔가 미흡한 것이 남는다.
하모니카는 왜 부하들의 배신을 미리 알려주었을까? 원수이면서도.
아마 하모니카는 프랭크에게 무언가 서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자유인으로 살다보면 서로 서로 비슷해지고 익숙한 것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쨌든 태평양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이 열차를 따라 서부는 좁아져간다.
자유인의 활동 공간 또한 점점 좁아져간다. 늑대와 춤이 인디언이 줄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이제 총잽이도 설땅이 별로 없다.
잔잔하다 못해 애잔하기까지 한 음악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삶과 자본, 질서, 서부와 같은 여러
단어들로 만들어진 감상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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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10-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 TV에서 대충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
감독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레볼루션'까지 3부작을 계획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완성되지 못한 3부작은 늘 아쉽지요.(갠적으론 제임스 카메론에 의한 '터미네이터' 3부작이 안된 것이 가장... ^^;; )

사마천 2006-10-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심히 음악만 기억하다가 보게 되었는데 꽤 생각할 주제를 많이 주더군요. 덕분에 리뷰가 길어졌습니다. ^^
 
감독, 열정을 말하다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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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일까요?

깡패, 나이 상관 없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욕설 퍼붓고 심하면 구타까지 한다
장군, 수 없는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 지시해달라고. 그런데 막상 내가 제대로 지시하는건가 의심스럽다
힘없는 피고용인, 사방에서 님자 부치며 대접받다가, 다음 번에는 이 일 하지 못할까봐 고민하게 된다
간택받는 여인, 열심히 치장했는데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으면 어쩔까

이 모든 것이 영화판의 감독이다.

그런 감독 여럿과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말들을 주고 받아 책 한권을 만들어내었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이들 감독의 모습을 담겨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노력했다고 보여진다.
굳이 특정한 시각을 가지고 거기에 맞추어 재단하려고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드러내려고만 했다 생각된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감독 각자의 개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진님의 까발리는 듯한 인터뷰 방식과 대조가 된다고 한다.

두 방식 모두 일리가 있다.
우선 까발리는 방식은 거짓말 많이 하는 집단, 사실 보다 허구에, 속보다 겉을 치장하는 분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 꽤 필요하다. 특히 거짓 좋아하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는 잘 까발려야만 한다.

반면 감독들은 스스로 자기 주장이 분명한 사람이다.
철학 아니면 미학, 그것도 아니면 유머라도 가지고 2시간 가까이 관객을 붙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인터뷰는 개성을 드러내는 쪽이 훨씬 훌륭한 접근법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로 꽤 유명한 분들이 있다. 최일남, 오효진 두 작가의 인터뷰집을 보면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 분들 작품도 볼만하고...

이 책에서 본 감독 중에 변영주의 경우는 한명의 당당한 논객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 박하사탕이 너무나 관대하다고, 광주에 대해 참회하는 군인 하나도 없는 지금 현실에서
고민하다가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런 진압군을 영화에 담는 것은 웃기지 않냐고 묻는다.
스스로 초청 강사료 낮추고 대학 마다 다니면서 한미 FTA 반대, 스크린쿼터 반대를 논리적으로 설파한다고
하는데 이 책의 출연 감독들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로 주장을 전개하는 것 같았다.

화두로 스크린쿼터 폐지 부분이 많았는데 이준기를 노무현과 토론에 내보내고 가서
노무현의 말장난도 아닌 우스운 대답 듣고 나온 걸 보고 분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법정에 나가려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게 기본인데 최소한 투쟁하는 자신들과
제대로 협의 했다면 그런꼴 당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
고시공부는 혼자와의 싸움인데 그 시험의 약점이 남을 제대로 설득해내는 역량과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감성이 키운 인재를 골라낸 것은 아니다.
관료들의 괘변도 화가나지만 영화에 대해 무지하고 몽매한 노무현의 말장난에도 다들 화가난다.

참고로 얼마전에 영화판에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탄핵 다음날 만나서 논쟁 벌렸던 친구인데
FTA 찬성하냐고 물으니 당근 아니라고 한다. 그럼 아직도 노무현 지지 하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답변에.
영화 FTA하는 논리와 경륜으로 외교니 행정이니 경제운용 해대는데 누가 그를 지지해야 하느냐고
내가 반론해주었다.

읽다보면 영화판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하는 과제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건물주는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흥행이 많이 되면 좋아 한다. CJ,오리온과 같은 영화재벌이
스크린쿼터 반대에 나서지는 않는다.
배우는 영화 못 찍고 그냥 CF 나가도 돈 많이 번다.
감독은 어떨까? 아마 막대한 피해자일 것이다.

세상은 공평한 것이 아니라 영화 찍는 것은 선착순으로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들 감독은 분명 남이 부러워할 만한 행운아다.

그래서 앞장서는데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조감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달았다는 뿌듯함에 한편에 돈 300만원 받으면서 밤낮없이
고생한 시절이 길었다. IMF 맞아서 경제가 무너질 때는 정말 데뷰할 날 없을 것 같아 하늘이 노랗게
보였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대작 영화가 망해버려 영화판에 돈이 씨가 말라버릴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증이 온다.

이렇게 괴로운 시절을 이겨낼 수 있게 된 힘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열정이다. 무언가 세상을 향해 토해내고 싶은 목소리가 안에 있다.
그것을 그대로 삭히지 못하고 수백 수천번 다듬어 하나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다시 이를 들고
돈 잃지 않으려고 고심하는 자본가 꼬여낸 다음 갖은 고생 해가면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도 대부분 실패하는 것이 영화라는 세계다.

수련이 시련이 되고 기대가 절망이 되는 그런 냉혹한 현실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본다.
이들 중에 민노당 당원이 왜 많을까 물어본다면 그들이 한 때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었고
아직도 그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점으로 답을 달고 싶다.

거대한 변혁을 거쳐왔던 남한사회와 그 속에서 한껏 뜨거운 열정을 품었던 이들 젊은 감독들이
한국영화를 바꾸어 놓았듯이 더 큰 세상에 더 큰 메시지를 줄 날을 기대해본다.

80년대 전두환 시절의 암울함 속에서 올리버 스톤의 살바도르를 보며 언제 우리들은 광주를 놓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세계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 물어보았다.

변영주 감독의 접근은 위안부 다큐먼터리로 얼마간 이루어내었고 봉준호의 괴물은 반미를 유머로 보여준다.
아직은 더 좋은 것이 앞에 남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날까지 행군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전에 우선 스크린쿼터부터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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