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2disc)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한 마디로 개그다.

주인공도 주인공이 하는 짓도, 같이 나오는 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스토리 전체 영화 전체가 바로 개그다.
확 폭소를 일으키기 보다는 쉬지 않고 사람에게 우스은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다.
정년 얼마 안남긴 상태에서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은 경찰이 열심히 목숨 바쳐 싸워서 순직 처리되려고 뛰어다닌다. 주변 동료들이 그를 다 다시 보게 되고 상사들은 좋아하면서 격려를 해준다. 은근히 너무 무리
하지 말라고 충고도 곁들여서.

갑자기 박수 받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매일 매일을 당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군대가서 버리는 시간 처럼 떼우려고 하지 말고 뭐
이런 교훈 아닐까? 전에 한번 페이퍼에 내 주변에 있었던 군대처럼 회사 생활한 동료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었는데 주인공의 회사 인생 마지막이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시한부 인생의 모습만 있었다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하나의 비극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인공 여자가 있다. 그녀는 주인공이 알고 있는 그냥 '아는 여자'다.
같은 동네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알기 어려운 것을 보면 실제 주인공의 외모는 영화만 못 했을 것이다.
개성도 직업도 뛰어나지 않아서 특색이 없다. 주인공도 둔하지만 아는 여자도 무척이나 둔하다.
딱 하나 놀라운 것은 중학생 정도 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오는 하나 같은 마음가짐과 모든 면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지극함이다.

여기서의 고전적 질문 하나. 내가 좋은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좋을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좋을까? 쉬운 답은 아닌데 옛날 중국에서는 딸은 높은 집으로 보내고 며느리는 낮은 집에서 데려오라는 가정 지침이 있었다. 완전한 정답은 없을 것 같은데 주변의 경우를 살펴보면 어느 일방이 자격지심이 생길 정도의 격차는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었다. 커리어 우먼과 결혼하고 가정적인 면을 같이 키우자고 하면 여자의 커리어가 떨어져가는 것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커리어가 계속 뻗어나가는 것을 질시하는 단계가 되면 서로 사이의 갈등이 커져갈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지극히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한번쯤 생각해주지만 막상 그런 사랑의 기초는
막연한 동경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나 하나의 앎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상대방에 대한 낯설음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진부함이 더 많이 채워나갈 때 거리는 벌어져간다.
동경은 반복된 일상으로 전환되어가고 더 해서 일방적인 봉사를 위한 열의 또한 사라져간다.
바로 그 다음 단계는 아름다운 여인의 불행, 멋진 왕자님의 공허함일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 결코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영화의 개그 중 논란을 만든 대목은 역시 공던지기다. 야구가 많이 담긴 영화다운데 팬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영화 속에 PPL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좀 답답했다. 브랜드를 일부러 드러낸 장면이 꽤나 많았는데
제작비 보전의 차원치고는 스토리 중간에 끼여들기가 심한 편이었다.

우스은 결말, 뻔한 결말이지만 이를 통해 찾아갈 수 있었던 우리들의 순수했던 시절은
유치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다. 나는 어느 편이었을까? 아는 남자였을까 아니면 나에게도
누군가 그런 아는 여자가 있었을까? 그럼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아냐 양쪽 다 아닌지도 몰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12-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진 감독의 영화는 아디치 미츠루의 작품들처럼 은근히 중독성이 있고, 다소 컬트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벌써 열댓번은 봤는데도 여전히 좋더라구요.
제목이 멋집니다. ^_^

사마천 2006-12-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열댓번? 확실히 영화매니어시군요. 저는 그정도로 감동적이지는 않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