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 시인선 97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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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묘역에 자리를 잡은 송건호 선생과 옛 묘역에 있는 김남주 시인을 찾았다.

   오월이 다 가기 전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년 찾는데 올해는 정부가 '희한한 기념'을 한 터라 부러 오월의 끄트머리에 찾았다. 흐릿한 날씨가 항쟁에 대한 몰이해를 대변하는 것 같아 덩달아 우울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너무 투쟁적이라 부르지 말라는 보훈처의 궤변 앞에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싶다. 그들이 한 건 투쟁이고, 항쟁일터인데 투쟁적이지 말라니 대체 무슨 소린가? 개인적으론 5.18을 민주화운동이라 말하는 게 싫다. 민주항쟁 내지 민중항쟁이 좀 더 적절한 말이겠다. 30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이름도 갖질 못하고 있다.  

  <한겨레>를 통해 평소 좋아하던 다카하시 데쓰야의 기사를 접했다. 다카하시는 데리다를 전공한 일본의 철학자인데 군국주의와 야스쿠니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저서를 내놓고 있다. 그는'무모한 시도'라며 5.18 국립묘지와 야스쿠니 신사를 비교하는데 두 장소의 공통점이 '국가 폭력으로 숨진 사람들을 국가가 제사 지낸다'는 것이다. 5.18은 옛 묘역에 있던 사람들이 국립묘지로 옮겨오면서 국가가 강요하는 '숭고한 희생'논리가 작동하게 되었다는 게 글의 요지다.   

  다카하시가 이 정부가 하는 행태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립'이란 이름을 갖게 된 묘지가 투쟁과 항쟁의 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항쟁의 '박물관화' '박제화'를 말하는데 30주년을 맞는 자리에서 그의 예견에 가슴 아프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황지우의 <게 눈속의 연꽃>을 오월 내내 읽었다. 시 <華嚴光州>는 아파서 읽기가 힘들다. 시가 아프고, 시 속에 실린 희생자들의 사진이 아프다. 꾹 참고 시를 읽어본다. 이리 꾹 참다보면 5.18도 제 의미를 찾게 될까? 
 

着語 : 시집에 <山經>이란 시가 있다. 한 구절이다. "다시 북쪽으로 3백리 가면 上溪山이 나온다. 초목은 자라지 않으나 물이 많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긴꼬리원숭이 같은데, 앞발이 다섯이요 뒷발이 셋이다. 이름이 狗鯖이며, 소리는 나무를 찍는 듯하고, 이것이 나타나면 그 고을에 철거와 토목공사가 많아진다." <산해경>에 바탕한 시인데 어찌 고대 중국에만 저 짐승이 나타났을까? 또 어찌 황지우가 맞닥뜨린 그 시대만일까? 철거와 토목공사 소리로 또 다시 아픈 시절을 지금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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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romo : A Tale of the Seaboard (Paperback) Oxford World's Classics 1
Jacques Berthoud / Oxford Univ Pr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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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독립국 술라코의 운명은 어떠할까? 
 

  굴드 부인의 말처럼 그 나라가 산토메 광산에 의해 유지되는 한 '공포와 증오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산토메 광산 뒤에는 미국의 기업과 자본이 있다.  

 

  이쯤 되면 술라코를 독립국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콘라드는 식민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말한다. 

 

  이 현실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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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 영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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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창비세계문학전집에 비할 때 여성 작가의 소설이 많다. 영문학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할 때도 여성 작가가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 편역자인 김영희 교수의 주관이 뚜렷이 반영된 터일진대 내겐 이들 소설이 반갑다. 여덟 명의 작가 중 여성 작가가 셋(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 도리스 레싱)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남성작가의 소설(토마스 하디 <오그라든 팔>, 데이빗 로런스 <차표 주세요>,<말장수의 딸>)까지 더하면 조금 과장해서 '영국여성소설선집'으로 말해도 무방한 책이다.   

  김영희 교수는 F.R.리비스를 전공한 영문학자인데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쓰는 글들이 내겐 의미있게 다가왔다. '아직도 여성을 장식으로 삼는 사회?'(<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2006-2008>)란 글이 기억에 남아있다. 뉴스 진행자의 모습을 분석한 글인데 남녀가 함께 진행을 하지만 늘상 남성이 먼저 뉴스를 진행하는 행태를 문제삼는 글이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이후론 뉴스 진행을 좀 더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여성 앵커는 안경 쓴 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싶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다. 남녀가 번갈아 먼저 진행해야 하나? 아니면 여성 둘이 혹은 남성 둘이 진행하면 될까?  

  책에는 조지프 콘라드의 단편이 하나 실려있다. <진보의 전초기지>인데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현재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콘라드의 단편 번역일 것이다. 김영희 교수가 작품 말미 소갯글에서 30여년 전 다른 단편이 번역되었다는데 그 책 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평생을 두고 연구한 콘라드는 근대세계체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가이다.  소설이 꽤 많은데 번역이 되었으면 한다. 장편만 놓고 봐도 절판된 <서구인의 눈으로>(중앙일보사, 1983)와  <노스트로모>(한길사, 1983)는 다시 펴냈으면 좋겠다. 단편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다.  

    

        Joseph Conrad(1857-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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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산책자 2010-05-2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서 또 콘라드를 보네요. 그리고 닥나무님, 혹시 트위터 하시면 저 팔로 해주세요. :) bjcecilia랍니다. ^^;

파고세운닥나무 2010-05-26 14:36   좋아요 0 | URL
전 이제 막 트위터 시작했는데요^^;
팔로우 합니다. 트위터에서도 활동이 많으시군요^^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6
프란츠 파농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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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시작이 고대 그리스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나처럼 파농도 자신이 프랑스인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새까만 얼굴 색깔에 어느 순간 화들짝 놀랐듯이 내게도 그러한 순간이 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검은 피부에 흰 가면'을 씌우는 힘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기를 바란다. 

See full size image 

 

 

 

 

 

 

 

 

 

            

            Frantz Fanon(1925-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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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5-2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농에게 이런 책도 있었던가요??아..아직 따끈따끈한 책이군요. 새로운 정보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5-25 09:34   좋아요 0 | URL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더불어 파농의 주저라 불리는 책이죠. 주저랬지만 파농은 직업적 저술가가 아니니 책이 얼마 없구요.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출간되었더라구요. 파농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식민주의 비판 작업을 통해 알게 되었구요.

Forgettable. 2010-05-26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왔군요 이책.
무척 유명한 책이죠 ㅎㅎ 이거랑 레미제라블 같이 읽으면서 혁명에는 폭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촛불시위따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쩐다 하며 한참 친구랑 토론했던지라.. 이 책에 은근한 애정을 갖고 있지요.

죽음밖에 없는 생이어야만 혁명을 선택할지언데 한국은 이제 혁명이 일어나기엔 너무나도 살만한 나라일지도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5-26 09:23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은 캐나다에서 얻은 통찰인가요?^^
여긴 혁명이 아니래도 전쟁 분위기로 흉흉한데요. 남북이 서로 겁박하는 수준이 아이들 장난 같아요.
혁명에 관해 말씀하신 게 공감이 되네요. 팔순의 리영희 선생이 <리영희 프리즘>에서 곧 혁명이 있을거라는데 제가 살만하진 않은데 부담스레 다가오네요.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세트 (최신판, 전3권) (특별부록 :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100% 활용하기)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김규중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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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가는 조카 같은 아이에게 선물한 책이다. 책은 23종의 검인정 교과서로 바뀐 중1 국어교과서의 작품을 모두 담고 있다. 시, 소설, 수필이 각각 한 권이다.  가르치는 교사의 몫이야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선 좋은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지난 국정 국어 교과서에  민태원의 <청춘예찬>(중학교)과 <기미독립선언문>(고등학교)이 실려 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민태원의 잔뜩 겉멋 든 미문을 학생들이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는 문학사에서도 비중이 전혀 없는 작가이다. <조선일보>야 사사(社史)에서 자사의 편집국장이라며 홍보하지만 말이다. 무슨 이유로 그의 글을 교과서에 실었는지 모르겠다.  

  <기미독립선언문>은 고등학교 시절 나도 배운 바 있는데 그 때도 배우는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까지 교과서에 살아 있는 게 용하다. 이오덕 선생의 격한 비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발표되던 해인 1919년이면 언문일치체가 자리를 잡으려 용을 쓰던 시절이다. 2년 전(1917년) 첫 근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도 출간되었고 말이다.  학생들에게 독립의식을 고취하려는 뜻이라면 차라리 국사 교과서에 싣는 게 낫지 않을까?  

  아이에게 책을 건네니 "삼촌, 나는 수학이 더 좋은데?"한다. "응......근데 국어도 중요해." 나는 말끝을 흐렸다. 국문과 나온 내가 또 자기중심적인 선물을 했나 싶다. "그래도 고맙지?" 내가 묻자 아이도 "응......"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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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5-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삼촌 이네요 ^^

저는 동생이 조카에게 정기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팬인 조카를 위하여 슈퍼주니어 시디를

사주는 걸 보면서, 쓸데없는 데 돈 쓴다고 여겼는데, 말이죠 ㅎㅎㅎ 하긴 아무것도 해준것

없는 입장에서 그런 말 하는것도 부질없지만~

국어보다 수학이 더 좋다는 조카가 신기하네요~ ㅋ

그래도 고맙지 라는 말에서 씩 웃었습니다 ㅎ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5-21 21:15   좋아요 0 | URL
친삼촌 친조카는 아니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봐왔거든요. 커 가는 걸 보는 게 신기하구요. 녀석, 어릴 때는 그저 책만 읽어줘도 좋아했는데 요샌 선물 해줘도 별반응도 없구요.
어우, 좀팽이처럼 이것도 상처가 되는데요^^;

다이조부 2010-05-22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팽이 라는 단어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ㅋ

한 시절 김광규시집을 틈틈히 본 적이 있는데 그 양반 시집 제목중에 좀팽이처럼

이 문득 생각났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5-22 17: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시집 기억이 있네요. 좀팽이 의식에 시달리던 선배가 제 책상에 꽃혀있던 <좀팽이처럼> 빌려달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