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가는 조카 같은 아이에게 선물한 책이다. 책은 23종의 검인정 교과서로 바뀐 중1 국어교과서의 작품을 모두 담고 있다. 시, 소설, 수필이 각각 한 권이다. 가르치는 교사의 몫이야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선 좋은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지난 국정 국어 교과서에 민태원의 <청춘예찬>(중학교)과 <기미독립선언문>(고등학교)이 실려 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민태원의 잔뜩 겉멋 든 미문을 학생들이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는 문학사에서도 비중이 전혀 없는 작가이다. <조선일보>야 사사(社史)에서 자사의 편집국장이라며 홍보하지만 말이다. 무슨 이유로 그의 글을 교과서에 실었는지 모르겠다.
<기미독립선언문>은 고등학교 시절 나도 배운 바 있는데 그 때도 배우는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까지 교과서에 살아 있는 게 용하다. 이오덕 선생의 격한 비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발표되던 해인 1919년이면 언문일치체가 자리를 잡으려 용을 쓰던 시절이다. 2년 전(1917년) 첫 근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도 출간되었고 말이다. 학생들에게 독립의식을 고취하려는 뜻이라면 차라리 국사 교과서에 싣는 게 낫지 않을까?
아이에게 책을 건네니 "삼촌, 나는 수학이 더 좋은데?"한다. "응......근데 국어도 중요해." 나는 말끝을 흐렸다. 국문과 나온 내가 또 자기중심적인 선물을 했나 싶다. "그래도 고맙지?" 내가 묻자 아이도 "응......"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