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대표작인 『1984』를 소개합니다.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완성한 『1984』는 너무나 정치색이 짙은 소설이어서 일반적인 문학 작품과는 사뭇 동떨어진 느낌을 줍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의도한 정치적 신념이 예술적 목적을 압도한다고나 할까요? 『1984』는 그만큼 암울한 분위기를 띄고 있으며, 우리가 이미 지나온 바 있는 '1984년의 세계'에 대해 얼마쯤 안도해도 좋을 만큼 디스토피아적입니다.
조지 오웰은 영국이 지배하던 식민지 인도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학창 시절 영국의 이튼 스쿨을 다녔으나, 졸업 후에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다시 버마로 건너가 경찰에서 5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는 '버마 시절'을 겪으며 영국의 식민 지배 가치관을 거부했으며, 자기 자신을 아나키스트 혹은 사회주의자로 자처했습니다. 그는 1930년대에 벌어진 스페인 내전에도 공화파로 참전했는데, 그 때의 경험으로 그는 '전체주의 정치사상'에 대하여 깊은 혐오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미 1945년에 발표한 『동물농장』을 통해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일약 유명해진 터였습니다. 그보다 4년 뒤에 발표한 『1984』는 앞선 작품보다 훨씬 더 나아갔습니다.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일상이 낱낱이 감시되고, 사상 경찰에 의해 생각할 수 있는 자유마저 통제됩니다.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에선 심지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욕마저 통제합니다. 체제에 반발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은 당국에 의해 체포되고, 구금되고, 가혹한 고문을 거쳐 결국 사회에서 '증발'되고 말지요.
소설 『1984』에서 그려진 암울한 모습들은 과거에 일당 독재와 비밀 경찰을 통해 끔찍한 정치체제를 유지했던 많은 공산권 국가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구 소련, 동독, 동유럽 공산 국가들과 구 소련 연방을 이뤘던 여러 공산국가들이 대표적이지요.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도 『1984』에 그려진 암울한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 국가요, 3대에 걸쳐 절대 권력이 세습되고 잔학한 통치가 이뤄지는 북한입니다. 조지 오웰의 상상력이 어쩌면 이토록 오늘날의 북한의 모습과 쏙 빼닮았는지 경이로울 지경이지요.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외부 당원입니다. 서른 아홉 살인 그는 1930년경에 지어진 승리 맨션 7층에 홀로 살고 있습니다. 그의 주위에는 어디에든 거대한 컬러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복도 한쪽 끝 벽에도 걸려 있고, 엘리베이터 맞은편 벽에도 붙어 있습니다. 포스터에서는 언제나 커다란 얼굴이 그를 노려보고 있지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말이지요. 또한 윈스턴이 생활하는 곳곳엔 어디서나 '텔레스크린'이 그를 감시합니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이 기계는 윈스턴이 내는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낱낱이 포착하지요.
소설의 배경인 1984년의 런던은 전체주의 초국가인 오세아니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윈스턴은 300미터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웅장한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의 일터는 진리부였습니다. 그 건물의 전면에는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우아한 필체로 쓰여 있었지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런던에는 외형과 규모가 진리부와 비슷한 건물이 세 동이나 더 있었고, 이 건물들에는 모든 정부기관이 들어 있었습니다. 보도 · 연예 · 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부(眞理部),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平和部),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애정부(愛情部),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풍요부(豊饒部)가 그것이었지요. 이 이름들은 신어로 각각 '진부', '평부', '애부', '풍부'라고 불렀는데, 가장 끔찍한 곳은 허울좋은 명칭이 붙은 애정부였습니다.
윈스턴이 텔레스크린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는 사각지대에서 시도하는 최초의 반항은 '일기'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일기 쓰기는 불법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25년 형의 선고를 받을 만큼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종이에 글을 쓴다는 것은 결단력이 필요한 중대 행위'였으니까요. 그가 서툴게 쓴 글씨는 '1984년 4월 4일'이었습니다. 일기 쓰기를 통해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체제에 맞설 수 있는 방법과 행동들을 탐색하기 시작하지요.
윈스턴은 진리부의 기록국에서 일하고 있지요. 정정이 필요한 논문이나 뉴스 기사들을 수정해서 '과거를 날조'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정정된 기사들을 바탕으로 신문을 다시 인쇄하고, 원래의 신문을 폐기하고 정정된 기사가 실린 새 신문을 신문철에 꽂습니다. 이같은 과정은 신문뿐만 아니라 일반 서적, 정기간행물, 팸플릿, 포스터, 전단, 영화, 녹음테이프, 만화, 사진 등 그 모든 것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들은 근무시간 도중에도 틈틈이 '이 분 증오(Two Minutes Hate)'를 통해 체제 전복을 도모했던 반역자인 골드스타인을 향해 극도의 집단적인 분노와 증오를 표출함으로써 '체제 수호'를 위한 정신 교육에 동원됩니다. 반역자들에 대한 증오가 절정에 달할 때면 으레 빅 브라더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나지요. 그들 가운데 누군가 "나의 구세주여!'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기록국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 분 증오' 활동 시간에 윈스턴이 만난 인상적인 사람이 둘 있었습니다. 복도를 오가며 자주 얼굴을 마주친 여자는 창작국에서 근무하는 스물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습니다. 윈스턴은 행동이 민첩하고 대담해 보이는 그녀가 처음부터 싫었습니다. 윈스턴은 특히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싫어했지요. '고집스럽게 당에 충성하는 사람들, 슬로건을 곧이곧대로 신봉하는 사람들, 아마추어 스파이들, 이단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여자들, 그것도 젊은 여자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오브라이언'이라는 내부 당원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은밀한 직위에 있는 남자였지요. 그가 오브라이언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정치적인 신조가 불완전하리라는 은밀한 믿음, 아니 단순히 믿음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는 '텔레스크린이 없는 데서' 단 둘이 만날 수만 있다면, 한번쯤 말을 걸어봄직한 사람이었지요.
윈스턴은 그날 오전 중에 있었던 '이 분 증오' 시간에 일어났던 여러 풍경들을 떠올리면서도 무의식중에 계속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큼직한 대문자로 보기 좋게 다음과 같이 똑같은 글을 되풀이해서 일기장에 적어 넣었습니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이렇게 무의식중에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된 윈스턴 스미스의 '반체제 의식'은 뜻밖의 일로 한층 탄력을 받게 됩니다. 사무실 복도에서 가끔씩 마주치던 검은 머리의 대담한 여자(줄리아)가 어느 날 자신과 갑작스럽게 맞닥뜨려 쓰러지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자신의 손에 몰래 '종이쪽지'를 건네 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쪽지엔 놀랍게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지요. 사실 윈스턴은 기혼자였지만 아내 캐서린과 헤어진 지 오래였습니다. 당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은 대신, 아이가 없다면 차라리 별거를 하라고 권했지요. 당에서는 '남녀 간의 애정'조차 통제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글로 인해 살고 싶은 욕망이 불타오른 윈스턴은 '온갖 현실적 제약과 난관'을 뚫고 감시의 눈을 피해 그녀와의 밀회를 즐깁니다. 누구보다도 열성 당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던 그녀에 대해 오랫동안 사상 경찰이나 스파이단의 정보원으로까지 오해했던 윈스턴은 그녀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되지요.
"당신 얼굴에 쓰여 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기회를 노렸죠. 저는 얼굴만 보고도 당의 충복이 아닌 사람을 금방 알아맞힐 수 있어요.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놈들'에게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윈스턴과 줄리아의 밀회는 점점 더 위험한 국면으로 빠져듭니다. 둘만이 밀회를 즐길 수 있는 방을 빌리기에 이른 것이지요. 둘은 그것이 미친 짓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일부러 무덤으로 가는 계단을 밟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지요. 윈스턴과 줄리아는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 있는 방에서 더 자주 밀회를 즐겼고, 두 사람은 거기서 사카린 대신 설탕을, 싸구려 커피 대신 진짜 커피를, 흑딸기 이파리가 아닌 진짜 홍차를 즐겼으며, 줄리아는 얼굴에 화장을 하고 향수까지 뿌렸습니다. 거기서만큼은 당의 동지가 아니라 진짜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지요!
윈스턴에게 마침내 고대하던 순간이 왔습니다. 오브라이언에게서 기대했던 메시지가 온 것이지요.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부름에 응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겼지만, 이제는 글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여겼습니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오브라이언을 만나러 내부당원의 으리으리한 저택을 찾아가고, 방문객을 맞은 오브라이언은 텔레스크린을 미리 끄는 친절까지 베풀지요. 윈스턴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방문 동기를 말합니다..
오브라이언은 와인을 대접하며 그들을 냉담하게 환영합니다. "자, 건강에 좋은 것이니 마십시다. 우리의 지도자,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을 위해!" 라고. 그리고는 골드스타인이 쓴 '그 책'을 보내 줄테니 읽고 다시 돌려달라고 말합니다. 얼마 후 윈스턴은 '그 책'을 은밀한 방법을 통해 전달받습니다.
책의 제목은 《과두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였습니다. 소설에서는 윈스턴이 줄리아에게 이 책을 읽어준다는 설정으로 무려 43쪽에 걸쳐 책 내용이 아주 길게 이어집니다. 윈스턴이 먼저 펼친 [제3장, 전쟁은 평화]에서는 '전쟁의 본질'을 다루고, [제1장, 무지는 힘]에서는 '계급투쟁의 본질'을 다루는데, [조지 오웰이 쓴 정치철학 강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내용이 체계적이면서도 깊이 있고 논리정연합니다. 반체제 인사인 골드스타인이 쓴 그 책의 내용이야말로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년의 역사적인 배경과 정치·경제적인 제반 환경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어서 소설 『1984』를 한층 더 깊숙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끄는 훌륭한 교재가 되는 셈이지요.
채링턴 씨의 2층 방에서 밀회를 즐기던 윈스턴과 줄리아는 끝내 그곳에서 사상 경찰에게 체포되고 맙니다. 방을 선뜻 빌려줬던 채링턴 영감은 나중에 알고 보니 서른다섯 살쯤 된, 빈틈없고 냉정한 얼굴의 소유자로 드러나지요.
소설의 제3부는 거의 전부가 감방 안에 갇혀 모진 고문을 당하는 윈스턴의 이야기뿐입니다. 반역죄를 저지른 정치범이자 사상범인 윈스턴에게 가해지는 모진 고문은 뜻밖에도 오브라이언의 몫이었습니다. 애정부에서 그를 만난 건 이미 관례적인 예비 심문에서 주먹과 곤봉과 쇠몽둥이와 구둣발질에 만신창이가 된 이후였지요. 오브라이언의 전기 고문은 마치 '학생과 선생 사이처럼' 진행됩니다. 윈스턴은 과거에 일어난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부정을 강요하는 오브라이언의 심문에 대해 완강히 거절합니다. 그건 당에 반항하는 일이었지요. 오브라이언이 새삼 당의 슬로건을 상기시킵니다.
그렇습니다. 당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모든 과거는 당의 뜻대로 조작되고, 날조되고,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과거를 지배하는 일이니까요. 오브라이언은 '네 개의 손가락'을 윈스턴에게 펼쳐 보이면서 그게 '다섯 개'라고 대답하도록 끈질기게 강요합니다. 당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라고 말하면 결국 '다섯 개'가 맞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윈스턴은 전기 고문의 다이얼이 최대치에 이를 때까지도 '다섯 개'라는 대답을 선뜻 내놓지 못합니다. 그게 네 개인데 어떻게 다섯 개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식으로 오브라이언의 고문은 계속됩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하는 도중에도 간간이 자못 친절한 태도로 윈스턴과 길고 긴 대화를 나눕니다. 온갖 사상범들을 잔인하게 고문할 게 아니라 간단히 없애버리면 그만일 텐데, 왜 당국은 그토록 힘들여서 정치범들을 고문하고 심문하는지,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 우리는 왜 권력을 원하는지 등에 관한 '고문실의 대화' 속에는 오웰의 예리하고도 깊이 있는 통찰들이 담겨 있지요.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가혹한 고문 때문에 점차 '당에 대한 이해와 수용' 쪽으로 기울지만 끝내 감정적인 벽을 넘지 못합니다. 결국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빅 브라더를 증오한다'고 고백하고 '마지막으로 밟아야 할 단계'인 공포의 101호실로 끌려가지요. 거기서 가장 끔찍한 공포와 전율을 마주한 그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순간에 줄리아마저 배신합니다. 모진 고문과 세뇌교육 끝에 정상적인 사고 능력까지 망가진 채 석방된 윈스턴은 과거 반체제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던 체스넛트리 카페에서 술로 허송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애정부로 돌아가 모든 죄를 고백하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공범자로 만듭니다. 그리고는 총살을 당하지요.
소설 『1984』는 고도로 정보화된 미래 사회에 대한 암울한 예언이나 경고를 담은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 담긴 '고도로 억압되고 통제된 감시 사회'는 과거의 숱한 공산권 국가들뿐 아니라, 2020년 현재까지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가공할 만한 지배 체제를 거듭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얼굴을 짓밟고 있는 구둣발'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이지요. 오웰이 상상했던 1984년의 공포스런 정치 체제는 다행히 1980년대 후반에 진행된 소련 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의 암담한 현실은 여전히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게다가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는 통치자가 핵무기 버튼까지 움켜쥔 채 전세계를 상대로 거대한 게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현실에서 지켜보게 될 줄 그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조작과 날조, 감시와 통제, 억압과 처벌로 유지되는 끔찍한 사회를 차츰 견디다 못한 주인공 윈스턴이 오랫동안 '유일한 희망'이라고 믿어 왔던 오브라이언으로부터 도리어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끝내 제거되는 이야기는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윈스턴이 '반체제 혁명을 꿈꾼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줄리아마저 고문 과정에서 끝내 배신하고, 석방된 이후에 우연히 서로 조우했을 때조차 이내 서로 냉랭하게 돌아서는 모습은 너무 황량하고도 서늘합니다. "그런 일이 닥치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죠."라는 그녀의 말이 귓가에서 온전히 다 사라지기도 전에 텔레스크린에서는 마치 그들 두 사람을 비웃는 듯한 음악이 흘러 나옵내다.
울창한 밤나무 아래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물론 가장 진한 아이러니는 빅 브라더를 타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오브라이언을 만나기를 갈망했고, 그로부터 온갖 고문과 심문을 당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처럼' 사상 교육을 받은 윈스턴이 마침내 죽는 순간에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사실입니다. 이보다 더 완전한 파멸과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을까요. 가눌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드는 소설의 맨 끝줄을 온전히 다시 음미하기 위해서라도 소설의 맨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갔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기나긴 여운이 남는 소설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하면서 작품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윈스턴은 빅 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사십 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부질없는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 안을 떠나 제멋대로 고집을 부리며 지내온 유랑의 삶이여! …… 그러나 잘되었다. 모든 것이 잘되었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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