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인간의 헛됨을 완전히 알고 싶은 사람은 사랑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그 원인은 이른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코르네유)이고 그 결과는 끔찍하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찮은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온 땅과 왕들과 군대와 전세계를 뒤흔든다.(65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이 대목을 읽는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버닝썬, 승리, 정준영, 유리홀딩스 등등이 떠오를까?

비록 그들이 단톡방에서 키득거리며 주고받은 동영상 속 인물들을 피해자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고,

추악한 괴물로 추락한 그들 가해자들과 피해 여성들 사이에 그 무슨 당치도 않는 '사랑'이 있었겠냐만,

그들이 온 땅과 왕들(한류스타들)과 경찰과 전세계를 뒤흔든 것도 사실이니까.

 

 

 * * *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싶은 욕망에 관하여. 자존심은 우리의 비참이나 실수와 같은 것들 가운데서도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차지한다. 우리는 기꺼이 목숨이라도 버린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해주기만 한다면.

 

허영 : 도박, 사냥, 방문, 연극, 명성의 거짓된 영속.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이 대목을 읽는 데도 승리, 정준영이 거듭 떠오른다.

허구헌 날 아우성치는 팬들의 환호에 둘러싸여 지내는 그들에게 허영 말고 또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허영 : 해외원정 도박, 해외원정 성매매 알선, 한류 스타라는 명성의 거짓된 영속.

 

 

 * * *

 

 

허영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상것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자기를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 원한다. 이것을 반박해서 글쓰는 사람들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그래, 맞는 말이야. 허영이 늘 문제지... 불타는 태양(버닝썬), 빅토리(승리) 등등

파스칼이 했던 말이 썩어 문드러진 오늘날의 한국 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에 이토록 꼭 들어맞을 줄이야.

 

 

 * * *

 

 

당신이 자기들에게 별로 존경을 표시하지 않는 것을 불평하면서 자기들을 존경하는 지체 높은 사람들의 예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당신은 만나본 일이 없는가. 이에 대해 나라면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탄복시킨 당신의 진가를 보여주시오. 그럼 나도 존경하리다>.(67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그래서 그들은 사무총장도 아니고, 대학총장도 아닌, 어마무시한 '경찰총장'을 끌어들인 거로군.

 

 

 * * *

 

 

자애심과 인간적 자아(自我)의 본질은 자기만을 사랑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이 대상이 결함과 비참으로 가득 찬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못난 자신을 본다. 그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그는 뭇 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결함이 그들의 혐오와 경멸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듯 궁지에 빠진 인간의 마음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롭지 못하고 가장 죄악적인 정념이 태어난다. 왜냐하면 자기를 책망하고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게 하는 이 진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진실을 말살해 버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그 자체로써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진실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타인의 결함을 타인에게나 자기에게나 숨기기에 온갖 주의를 기울이며 타인이 이 결함을 그에게 보여주거나 그들 자신이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68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아아... '위대한 개츠비' 가 괜히 '승리'와 결합한 게 아니었군.

 

 

 * * *

 

 

불의. 그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킬 다른 방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8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3편, 비참> 중에서

 

 

 

불의. 오만이 필연과 결부될 때 그것은 극도의 불의가 된다.(87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3편, 비참> 중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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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2019-03-17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타는 태양(버닝썬) 빅토리(승리) 이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네요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oren 2019-03-17 16:05   좋아요 0 | URL
네...^^

겨울호랑이 2019-03-17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전해주는 책임을 oren님 글을 통해 깊이 느끼게 됩니다^^:)

oren 2019-03-17 16:04   좋아요 1 | URL
네.. 고전을 읽으면서 작금의 현실들을 비춰 보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9-03-19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을 보니 민음사의 <팡세>, 66~67쪽의 허영에 대한 글을 읽고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저도 팡세를 읽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댓글을 쓰는지 모릅니다.ㅋ

oren 2019-03-19 21:10   좋아요 1 | URL
파스칼의 『팡세』는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너무 호교론에 치우친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제게는 썩 구미에 당기는 책은 아니겠다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더랬지요. 그래서 페크 님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인용해 주시던 파스칼의 문장들을 보고도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까(아직 절반도 못 읽었지만요..) 뜻밖에도 ‘인간 존재의 조건‘을 둘러싼 재미있고 날카로운 통찰들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더군요. 몽테뉴를 많이 인용하는 것도 흥미롭고,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담긴 주장들과 유사한 이야기들도 많고요.(물론 몽테뉴를 그토록 자주 인용하면서도 그의 무신론에 가까운 입장에 대해서는 한사코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영 못마땅하긴 하더군요.)
 

 

(밑줄긋기)

 

어떤 왕이 전 유럽의 웃음거리가 되고도 자기만은 이것을 모를 수도 있다.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는 유익하지만 말하는 사람에게는 해롭다, 미움을 사기 때문에. 그런데 왕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왕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더 소중히 여긴다. 따라서 자기를 해치면서까지 왕의 이익을 도모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불행은 분명히 신분이 높을수록 더 크고 더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분이 낮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항상 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의 삶은 영원한 환각일 뿐이다. 서로를 속이고 피차 아첨하기만 한다. 우리에 대해 우리의 면전에서 마치 우리가 없을 때처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 사이의 결합이란 오직 이 상호 기만 위에 서 있을 뿐이다. 만약 자기가 없는 자리에서 친구가 자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설사 그가 진실되게 사사로운 감정 없이 말하였다 해도 존속할 우정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자신 안에서나 타인에게나 위장이고 기만이고 위선일 뿐이다. 그는 타인이 자기에게 진실을 말해 주기를 원치 않는다. 그는 타인에게 진실을 말하기를 피한다. 정의와 이치에서 이토록 동떨어진 이 모든 성향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천성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다.(71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중에서

 

 

(나의 생각)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작년 여름에 뜬 블룸버그 통신의 그 기사마저도 여태까지 '보고'가 안 된 건 아닐까?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연설 덕분에(?) 이제는 삼척동자까지도 훤히 알게 된 그 유명한 뉴스 말이다.

또한 철 지난 외신 보도를 부각시킨 것만으로도 그토록 발끈한 게 다 '진실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던 걸까.

파스칼의 이토록 날카로운 글 한 대목을 읽으니 갑자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 * *

 

 

진실에 대한 혐오에는 갖가지 정도가 있다. 그러나 이 혐오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확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자애심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을 책망해야만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갖가지 우회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을 택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그릇된 조심성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의 결함을 축소시켜야 하고 이것을 변명하는 척해야 하며 칭찬과 함께 사랑과 존경의 표시를 섞어야 한다. 이 모든 것으로도 이 약이 자애심에 쓰디쓴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자애심은 가능한 한 그 최소량을 취하되 항상 불쾌감을 가지며 또 왕왕 이 약을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해 남모를 원한을 품는다.

 

사람들이 우리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게 될 때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은 여기서 유래한다. 그들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우리를 대해 준다. 진실을 혐오하기에 진실을 덮어주고 아첨받기를 바라기에 아첨하며 속임당하기를 바라기에 속인다.

 

출세의 길을 여는 행운의 각 단계마다 우리를 진실에서 더욱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랑을 받으면 유리해지고 반감을 사면 불리해지는 그런 인물들의 비위를 거슬리는 것을 더욱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7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중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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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쫓긴 흰눈이

벌써 주변의 언덕에서

진흙탕 여울 되어

물에 잠긴 초원으로 달려갔다.

막 잠에서 깨어난 자연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한 해의 아침을 맞이한다.

창공은 마냥 푸르게 빛난다.

아직은 성글기만 한 숲도

솜털 같은 연초록 새순으로 덮여 간다.

꿀벌은 들녘이 바치는 공물 모으러

밀랍의 방에서 날아간다.

말라붙은 계곡엔 얼룩이 지고

가축의 무리는 울어대고

꾀꼬리는 벌써 밤의 정적을 깨며 노래한다.

 

봄이여, 봄이여, 사랑의 계절이여.

네가 오는 것이 어찌 이리 슬픈가!

어이하여 내 영혼과 내 피가

이토록 음울하게 요동치는가!

시골의 적막한 품속에서

내 얼굴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어이하여 이토록 무거운 감동에

나를 휩싸이게 하는가!

즐거움이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인가,

하여 기쁨과 생명을 주는 모든 것은

오래 전에 죽어 버린 영혼에

권태와 번뇌만 안겨 주고

모든 걸 어둡게만 보이게 하는가?

 

아니면 지난 가을 떨어진 나뭇잎이

되살아나는 것도 반갑지 않아

새로운 숲이 술렁이는 소리 들으며

우리는 그저 애닯은 상실만 기억할 뿐인가.

아니면 음울한 상념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조락과

다시 소생한 자연을

비교하는 건가?

어쩌면 시적인 몽상 가운데

또 다른, 그 옛날의 봄이

우리의 생각을 찾아와

머나먼 이국 땅, 신비한 밤,

달빛……의 꿈으로

가슴을 전율케 하는 건지도 모른다.

 

 -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 <제7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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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람들은 인생의 밭고랑에서

비밀스런 신의 섭리에 따라

순간적인 추곡처럼

싹트고 여물고 시들어 가고

그 뒤를 또 다른 이들이 좇아간다…….

그렇게 우리 덧없는 종족들은

자라나고 요동치고 들끓다가

조상들의 무덤으로 모여든다.

우리의 때도 곧 닥쳐오리라.

하여 손자들의 작별의 인사를 하며

세상에서 우리 또한 몰아내리라!

 

그러니 친구여, 아직 젊을 때

이 덧없는 인생을 마음껏 즐기라!

나로 말하면 인생의 무상을 너무 잘 알아

미련도 애착도 없고

환영을 향해 눈을 감은 지 오래건만.

그래도 어쩌다 머나먼 미래의 희망이

내 가슴 뒤흔든다.

티끌만한 흔적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한다면 서러우리라.

칭송을 위해 살고 시를 쓰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원하는지 모른다

내 슬픈 운명이 찬양받기를,

단 한 줄의 시구라도

막역한 친구처럼 날 추억해 주기를.

 

누가 알랴, 누군가는 그걸 읽고 감동할지,

내가 지은 한 편의 시

운명의 비호를 받아

어쩌면 레테의 강물 속에 침잠하지 않을지.

어쩌면(달콤한 희망이겠지만!)

후세의 어느 무식쟁이가

내 유명한 초상화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시인이었대 하고 말할지!

 

 -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 <제2장>

 

 

* * *

 

 

 

 

 

 

 

 

 

 

 

 

 

 

 

 

 * * *

 

 

엊그제 친구가 죽었다.

고3때 한 반이었지만 졸업 후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 녀석은 경찰대에 떨어지고 부산대 법대로 진학했다.

다시 만난 건 그 녀석이 서른 중반쯤 뒤늦게 사시에 합격하고 나서였다.

어디서 처박혀 내내 공부만 했던지 영 소식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졸업후 십수년 만에 만나서 니집, 네집 서로 찾아가기도 했었다.

 

서울 살이가 힘들다며 그 녀석이 안동으로 내려간 뒤로도 그럭저럭 보고 지냈다.

그러다가 차츰 뜸해 지더니, 나중엔 밴드로, 카톡으로 서로의 소식을 아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연초에 고교 친구 넷이 만나 저녁을 먹다가 그 녀석의 소식을 들었다.

 

"병두가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다더구먼. 벌써 달포는 지난 모양이야."

 

그걸로 끝이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던 친구였는데 이렇게 황망히 가다니.

빈소도 찾아가 보지 못하고 이렇게 영영 자네와는 작별이라니.

너무 애통하구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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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3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9-03-15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오렌 님의 나이에 이런 소식을 접하면 안 되는 건데 말이죠.
죽음은 나이 순으로 찾아오지 않으니... 무엇보다 건강이 먼저예요.
스트레스 덜 받으려고 노력하고 운동하고 골고루 먹고 과로하지 말고... 이렇게 살아야 해요.
저는 그래서 책을 예전보다 적게 읽고 글도 적게 씁니다. 오래 살려고요...

oren 2019-03-15 23: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데도 우린 천년 만년 살 것 처럼 아등바등 살아가니 그게 문제죠.
그 친구도 너무 열심히 살려고 애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던가 봐요.
운동도 참 열심히 하며 지내길래 건강하게 사는구나 했는데 말이지요.
이토록 갑작스레 세상을 하직하니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그저께 밤에는 이상한 뉴스를 하나 읽었다. 일본 지진에 관한 최신 뉴스였다.

 

“30년 이내 80%의 확률로 일어난다”고 알려진 일본 난카이 트로프(남해 해저협곡) 대지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닛칸겐다이가 최근 보도했다.

 

난카이 트로프는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깊이 4000m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다. ‘수도직하지진’(首都直下地震·진원이 도쿄 바로 밑에 있는 지진)과 함께 현재 일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진 위험 지역이다. 수도직하지진이 도쿄를 강타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면 난카이 트로프 지진은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태평양 연안 일본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는 대재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다. 나는 고작 세 번밖에 가 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1995년에 맨 처음 그 나라를 갔을 때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도 가까운 나라가 이렇게도 잘 살고 있다니!

 

눈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물관을 가 봐도 놀라웠고, 도요타 전시장을 가 봐도 놀라웠고, SECOM이라는 유명한 보안회사를 가 봐도 놀랄 일 천지였다. 말로만 들었던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도 어마어마했다. 들른 김에 SONY 캠코더와 큼지막한 올림푸스 자동카메라를 샀고, 빌 게이츠가 즐긴다는 최신 유행 게임인 MYST라는 CD 게임까지 샀다. 그때 내가 산 게임 CD 1장 가격이 무려 7만원쯤 했었다. 지금 되돌아 보니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 같다. 아, 참,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여담을 할 때가 아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그저 단순히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이 뉴스를 보고 나니 지진 위험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구나 싶다. 용어조차 생경한 '수도직하지진'이니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충격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켰던 8년 전 대지진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듯하다.

 

전문가도 경종울렸다…日 난카이 대지진 ‘전조’ 잇달아

 

그런데 일본은 생각할수록 장래가 참 아리송한 나라다. 미래에는 일본이 망한다는 예언도 수도 없이 나왔었다. 지진만 문제가 아니라 일본 열도가 통째로 가라앉는다는 얘기도 자주 등장했다. 마침 그저께는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할아버지까지 한마디 보탰다. 일본은 경제학적으로도 아예 사라질 나라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로저스의 日비관론 "사라질 나라… 주식 다 팔았다

 

이 두 가지 뉴스를 하루 사이에 접하고 보니 문득 짚이는 게 하나 있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탄허록』이라는 책에 담긴 내용들이었다. 그 책은 탄허스님이 입적하신 후에 스님의 말씀들을 모아 펴낸 책인데, 그 책 속에 담긴 스님의 예언 중에서도 마침 일본이 해수면 아래로 잠길 운명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탄허록』에 담긴 스님의 미래에 대한 예견은 단순히 일본 열도만 가라앉는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변화가 도래한다. 그 내용들을 일부만 소개하면 이렇다. 무려 46억 년에 달하는 지구의 기나긴 역사가 우리 세대에 와서 다시 한번 중대한 변화를 맞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23.7도로 기울어진 지축이 바로 선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변화인가.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보면 이 정도의 변화는 도리어 사소한 변화로 치부될 정도다. 지구상에서 가장 험준한 지형을 자랑하는 히말라야 산맥들도 한 때는 해저였으니 말이다.

 

 5억 년 전에는 공기중에 지금보다 2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있었다. 2억 년 뒤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었을 때 역전된 '온실효과'가 일어났다. ...... 심지어 지구의 하루에 해당하는 시간도 변해왔다. 달은 그 이웃의 자전에너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 산호는 매일 변동하는 활동과 연간 변동하는 활동을 하는데, 4억 년 전부터 만들어진 성장 고리는 당시에는 1년이 400일이었음을 말해준다.(402쪽)

 

 -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 중에서

 

 

다시, 탄허 스님의 예언으로 돌아 오자. 스님은 일본이 미래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들이 저지른 죄악이 틀림없이 인과응보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내 눈으로 봐도 그렇다.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까지도 저런 식으로 다루는데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일본은 지난 5백 년 동안 무려 49차례나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만약 임진왜란 때 천운이 우리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세력으로만 보자면 일본에게 우리 땅을 열 번도 더 빼앗겼을 것이다. 수차례 왜군의 침략으로 삼남三南은 쑥대밭이 되었고, 결국 함경도까지 함락되면서도 나라를 완전히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우리나라의 국운 덕분이었다. 즉 우리 선조들이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동양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며 남을 해칠 줄 모르고 살아온 것이 결국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동양 사상의 근본 원리인 인과법칙이자 인과응보이며 우주의 법칙이다. 이것을 역학의 원리로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역》의 팔괘에서 우리나라는 ‘간방艮方’에 위치해 있다. 《주역》에서 ‘간艮’은 사람에 비유하면 ‘소남小男’이다. 이것을 나무에 비유하면 열매다. 열매는 시종始終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소남을 풀이하면 ‘소년少年’이라 할 수 있는데, 소년은 시종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소년은 청산靑山이면서, 아버지 입장에서는 결실이기 때문이다. 소년이 다시 시작되면 성장하여 언젠가는 아버지가 된다. 열매는 결실 전 뿌리에 거름을 주어야 효과가 있고, 일단 맺게 되면 자기를 낳아 준, 다시 말해 열매를 만들어 준 뿌리와 가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열매는 뿌리를 향하여 자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간艮’의 원리이자 소남의 해석이며 시종의 논리다.

 

《주역》을 지리학상으로 전개해 보면 우리나라는 간방에 해당되는데 지금 역의 진행 원리로 보면 이 간방의 위치에 간도수(艮度數; 《주역》에서 인간과 자연과 문명의 추수 정신을 말함)가 비치고 있다. 이 간도수는 이미 1900년 초부터 시작되었다.(42∼44쪽)

 

 

일본 열도가 물에 잠기면 우리나라라고 안전할까. 그럴 리는 없다. 우리나라 또한 동남 해안 쪽 1백 리의 땅이 피해를 입는다고 본다. 그러나 서부 해안 쪽으로 약 2배 이상의 땅이 융기해 도리어 국토는 늘어나리라 본다. 지구 대변화의 시기에 우리나라는 가장 적은 피해를 입으리라 본다. 한반도가 지구의 주축 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는 간방에 간도수가 접합됨으로써 새로운 역사 또한 우리 땅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남북 문제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1년 동안 북핵을 둘러싸고 숨가쁘게 진행된 움직임까지도 소상히 내다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결국 시종을 함께 포함한 간방의 소남인 우리나라에 이미 간도수가 와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문제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과 통일 문제를 살펴보자. 전체 인류사적 관점에서 보면 작고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 문제야말로 오늘날 국제 정치의 가장 큰 쟁점이며, 한반도 문제 해결이 곧 세계 문제 해결로 직결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현상은 곧 지구의 남극과 북극의 상대적인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겠다. 지구에 남극과 북극은 있지만 서극과 동극은 없지 않은가. 이는 지난 세기에 있었던 동서의 문제가 바로 역사의 결실기를 맞아 남북의 문제, 즉 지구의 표상인 남극과 북극의 상대적인 현상과 닮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략) 

 

역시 역학의 원리로 본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도 일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36년 동안 강점할 당시 그들은 일본 황궁皇宮을 한반도로 옮기려고 궁터까지 마련한 적이 있었다. 또한 영구히 일본 본토로 만들기 위해 우리 민족의 대부분을 만주 등으로 이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36년이라는 일시적 강점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끝이 났다.

 

일본의 식민지 통치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났듯이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 문제 또한 그러할 것이다. 물론 위정자나 학자들이 남북 분단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말고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천륜天倫의 법칙에는 당할 수가 없다. 인간이 자연에 아무리 강력하게 도전한다 해도 결코 자연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추세가 아닌가.

 

결국 머지않아 통일을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에 하늘의 섭리가 필연적으로 작용할 것이다.(44∼47쪽)

 

 

여기서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미국의 역할'이다. 좋든 싫든 미국은 우리의 군사동맹국이다. 일찌기 마키아벨리가 얘기했던 것처럼, 자국의 군대로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을 때는 강력한 군사동맹만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나라에 주한 미군이 주둔하게 된 것도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군대만으로는 우리 자신을 지켜낼 힘이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 강대국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탄허 스님은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관계에도 음양의 이치가 작용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8·15 광복은 미국의 힘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등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를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킨 것은 알다시피 우리나라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 일본을 항복시키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도왔다는 것은 역학으로 풀이하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자 우주의 필연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역학에서 ‘소남小男’과 ‘소녀小女’, ‘장남長男’과 ‘장녀長女’, ‘중남中男’과 ‘중녀中女’는 서로 음양陰陽으로 천생연분의 찰떡궁합의 배합配合이다. 미국은 역학에서 ‘태방兌方’이며 ‘소녀’다. 이 소녀는 소남인 우리나라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까닭에 해방 이후 정통적인 합법 정부를 수립한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일의 우방으로 삼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건국을 도왔고, 6·25 동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함께 전선戰線에서 피를 흘린 맹방盟邦이 되었으며, 전후에는 수많은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원조 속에는 미국의 국가적 이익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정치적 이익관계를 떠나서 우주의 원리에서 본다면 미국은 소녀이자 부인婦人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도움을 준 것은 마치 아내가 남편을 내조하는 것과 같아 결과적으로 남편의 성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중략)

 

여기에서 미국과 월남전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이 월남전에 개입을 확대해 나가자, 미국은 월남에서 망신만 당하고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함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행원 스님(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나라 불교 포교에 힘씀)은 당시 내 견해에 의구심을 가지고 반문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 하나면 월남은 꼼짝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러다 3년 후 일본에 갔을 때 그곳에서 행원 스님을 다시 만났는데, 그때 내 예언이 어쩌면 그렇게 적중할 수 있느냐고 놀라워했다.

 

역학의 원리로 보았을 때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역학의 오행으로 보더라도 월맹은 ‘이방离方’인 남쪽으로, 이것은 ‘화火’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태방兌方으로 ‘금金’인데, ‘금’이 불[火]에 들어가면 녹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화극금火克金’의 원리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금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 다 녹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역학적으로 미국은 소녀少女, 월남은 중녀中女다. 두 나라가 음陰이어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나는 미국의 국력이 제아무리 막강하더라도 월남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는 간방에 위치해 있으며, 지금은 결실의 시대로 진입해 있다. 결실을 맺으려면 꽃잎이 져야 하고, 꽃잎이 지려면 금풍(金風; 여름의 꽃이 피어서 열매를 맺게 하려면 가을의 차가운 기운이 있어야 한다. 가을은 ‘금’ 기운의 상징이고 방위는 서쪽임)이 불어야 한다.

 

이때 금풍이란 서방西方 바람을 말하는데, 이 바람은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이른바 미국 바람이다. 금풍인 미국 바람이 불어야만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는 가을철인 결실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도움으로 인류사의 열매를 맺고 세계사의 새로운 시작을 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7∼50쪽)

 

 

이 대목은 지금 다시 읽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1983년에 입적하신 스님은 마치 오늘 밤 베트남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도 훤히 내다보는 듯하니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일본이 정말로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스님은 다음과 같이 소상히 예견했다. 스님이 살아 계실 당시만 하더라도 화석 연료의 과다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이 결국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고 북극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 상승을 초래한다는 정도로까지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을 터인데, 1983년에 입적하신 분이 어떻게 이토록 멀리, 정확하게 내다봤는지 그저 스님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서양 종교의 예언은 인류 종말을 말해 주고 예수의 재림으로 이어지지만, 정역의 원리는 후천 세계의 자연계가 어떻게 운행될 것인가, 인류는 어떻게 심판받고 부조리 없는 세계에서 얼마만한 땅에 어느 정도의 인구가 살 것인가를 알려 주고 있다.

 

미국의 어느 과학자는 25년 내에 북빙하北氷河가 완전히 녹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1980년 〈경향신문〉과의 대담 중). 북빙하의 해빙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역 시대는 ‘이천·칠지二天·七地’의 이치 때문이다. 《성경》에 따르면 말세末世의 세계는 불로써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되어 있고, 그때는 아기 가진 여자가 위험하니 집밖에 나가 있으라고 쓰여 있다. 이것은 곧 지진에 의하여 집이 무너진다는 말이다. 여기에 열거한 사례들은 지구의 종말에 대하여 어느 지점에서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렇다면 북빙하의 빙산이 완전히 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과 같은 일이 예상된다.

 

첫째, 대양大洋의 물이 불어서 하루에 440리의 속도로 흘러내려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을 휩쓸고 해안 지방이 수면에 잠기게 될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이 점차 가라앉고 있으며,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데, 이것은 북빙하의 빙산이 녹아서 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이제까지 지구의 주축主軸은 23도 7분이 기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지구가 아직도 미성숙 단계에 있다는 것을 말하며, 4년마다 윤달과 윤날이 있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1890년 이래로 지구의 기온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역학의 이천 칠지에 의하면 지축地軸 속의 불기운[火氣]이 지구의 북극으로 들어가서 북극에 있는 빙산을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소규모 전쟁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인류를 파멸시킬 세계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지진에 의한 자동적 핵폭발이 있게 되는데, 이때는 핵보유국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남을 죽이려고 하는 자는 먼저 죽고, 남을 살리려고 하면 자신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이다. 수소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민중의 맨주먹뿐이다. 왜냐하면 오행五行의 원리에서 ‘토극수土克水’를 함으로써 민중의 시대가 핵의 시대를 대치해서 이를 제압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비극적인 인류의 운명인데, 이는 세계 인구의 60퍼센트 내지 70퍼센트가 소멸된다는 것이다. 이중 수많은 사람이 놀라서 죽게 되는데, 정역 이론에 따르면 이때 놀라지 말라는 교훈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때는 일본 영토의 3분의 2가 침몰할 것이고, 중국 본토와 극동의 몇몇 나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러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넷째, 파멸의 시기에 우리나라는 가장 적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반도가 지구의 주축主軸 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정역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구 중심 부분에 있고 ‘간태艮兌’가 축軸이 된다고 한다. 일제시대 일본의 유키사와行澤 박사는 계룡산이 지구의 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과거에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국의 침략과 압제 속에서 살아왔으며, 역사적으로 빈곤과 역경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후천시대에는 한반도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하겠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이 정역 시대正易時代에 태어났음에 감사해야 한다.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인물들이 나와서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또한 모든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여러 나라의 귀감이 될 것이며 전 세계로 전파될 것이다.

 

중·러 전쟁과 중국 본토의 균열로 인해 만주와 요동 일부가 우리 영토에 편입되고, 일본은 독립을 유지하기에도 너무 작은 영토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영향권 내에 들어오게 되며, 한·미 관계는 더욱 더 밀접해질 것이다.

 

이러한 대변화의 시기를 세계의 멸망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역의 시대는 지구의 멸망이 아니라 성숙기라 할 수 있다. 결국 복희팔괘는 천도天道를 밝혔고, 또 문왕팔괘는 인도人道를 밝혔으며, 정역팔괘正易八卦는 지도地道를 밝힌 셈이다. 특히 정역팔괘는 후천팔괘後天八卦로서 미래역未來易이므로 이에 따르면 지구의 멸망이 아니라 지구는 새로운 성숙기를 맞이하게 되며, 이는 곧 사춘기 처녀가 초조初潮를 맞이하는 것과 같다.

 

20년 전후에 북극 빙하가 녹고, 23도 7분가량 기울어진 지축이 바로 서고, 땅속의 불에 의해 북극의 얼음물이 녹는 현상은 지구가 마치 초조 이후의 처녀처럼 성숙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지구 표면에는 큰 변화가 온다. 현재는 지구 표면에 물이 4분의 3이고, 육지가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를 거치고 나면 바다가 4분의 1이 되고, 육지가 4분의 3으로 바뀌게 된다. 또 인구의 60∼70퍼센트가 소멸되고, 육지의 면적이 3배로 늘어나는데 어찌 세계의 평화가 오지 않겠는가.

 

후천의 세계는 마치 처녀가 초조 이후에 인간적으로 성숙하여 극단적인 자기감정의 대립이 완화되듯이, 지구에는 극한과 극서가 없어질 것이다.

 

불이 물속에서 나오니

천하에 상극相克의 이치가 없다.

 

이 구절은 《주역》에 나오는 문장으로 미래 세계는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가 온다는 뜻이다.(50∼55쪽)

 

 

그러고 보니 마침 내일 모레가 3.1절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굳이 시시때때로 전해지는 이웃 나라 일본의 '대지진 조짐'이 아니더라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래에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기는 하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저 모양 저 꼴이니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라마저 빼앗겼던 1913년에 태어나 일제의 식민 지배와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까지 겪는 등 평생 동안 나라의 위태로운 모습만 보고 겪었던 스님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토록 밝게 내다본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스님이 입적할 당시와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가 눈부시게 발전해 왔음에도, 다가올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 위치로까지 올라서게 된다니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부푼다. 알고 보니 스님의 부친도 건국훈장을 받은 이름난 독립운동가였다. 때마침 들려온 이웃나라의 지진 소식과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회담 때문에 탄허록에 대한 인용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다. 그러나, 이럴 때가 아니라면 언제 또 탄허 스님의 혜안을 이토록 길게 인용할 기회가 있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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