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인간의 헛됨을 완전히 알고 싶은 사람은 사랑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그 원인은 이른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코르네유)이고 그 결과는 끔찍하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찮은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온 땅과 왕들과 군대와 전세계를 뒤흔든다.(65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이 대목을 읽는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버닝썬, 승리, 정준영, 유리홀딩스 등등이 떠오를까?

비록 그들이 단톡방에서 키득거리며 주고받은 동영상 속 인물들을 피해자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고,

추악한 괴물로 추락한 그들 가해자들과 피해 여성들 사이에 그 무슨 당치도 않는 '사랑'이 있었겠냐만,

그들이 온 땅과 왕들(한류스타들)과 경찰과 전세계를 뒤흔든 것도 사실이니까.

 

 

 * * *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싶은 욕망에 관하여. 자존심은 우리의 비참이나 실수와 같은 것들 가운데서도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차지한다. 우리는 기꺼이 목숨이라도 버린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해주기만 한다면.

 

허영 : 도박, 사냥, 방문, 연극, 명성의 거짓된 영속.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이 대목을 읽는 데도 승리, 정준영이 거듭 떠오른다.

허구헌 날 아우성치는 팬들의 환호에 둘러싸여 지내는 그들에게 허영 말고 또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허영 : 해외원정 도박, 해외원정 성매매 알선, 한류 스타라는 명성의 거짓된 영속.

 

 

 * * *

 

 

허영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상것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자기를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 원한다. 이것을 반박해서 글쓰는 사람들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그래, 맞는 말이야. 허영이 늘 문제지... 불타는 태양(버닝썬), 빅토리(승리) 등등

파스칼이 했던 말이 썩어 문드러진 오늘날의 한국 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에 이토록 꼭 들어맞을 줄이야.

 

 

 * * *

 

 

당신이 자기들에게 별로 존경을 표시하지 않는 것을 불평하면서 자기들을 존경하는 지체 높은 사람들의 예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당신은 만나본 일이 없는가. 이에 대해 나라면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탄복시킨 당신의 진가를 보여주시오. 그럼 나도 존경하리다>.(67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그래서 그들은 사무총장도 아니고, 대학총장도 아닌, 어마무시한 '경찰총장'을 끌어들인 거로군.

 

 

 * * *

 

 

자애심과 인간적 자아(自我)의 본질은 자기만을 사랑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이 대상이 결함과 비참으로 가득 찬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못난 자신을 본다. 그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그는 뭇 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결함이 그들의 혐오와 경멸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듯 궁지에 빠진 인간의 마음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롭지 못하고 가장 죄악적인 정념이 태어난다. 왜냐하면 자기를 책망하고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게 하는 이 진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진실을 말살해 버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그 자체로써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진실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타인의 결함을 타인에게나 자기에게나 숨기기에 온갖 주의를 기울이며 타인이 이 결함을 그에게 보여주거나 그들 자신이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68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2편, 헛됨> 중에서

 

(나의 생각)

 

아아... '위대한 개츠비' 가 괜히 '승리'와 결합한 게 아니었군.

 

 

 * * *

 

 

불의. 그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킬 다른 방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8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3편, 비참> 중에서

 

 

 

불의. 오만이 필연과 결부될 때 그것은 극도의 불의가 된다.(87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제3편, 비참> 중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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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2019-03-17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타는 태양(버닝썬) 빅토리(승리) 이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네요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oren 2019-03-17 16:05   좋아요 0 | URL
네...^^

겨울호랑이 2019-03-17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전해주는 책임을 oren님 글을 통해 깊이 느끼게 됩니다^^:)

oren 2019-03-17 16:04   좋아요 1 | URL
네.. 고전을 읽으면서 작금의 현실들을 비춰 보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9-03-19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을 보니 민음사의 <팡세>, 66~67쪽의 허영에 대한 글을 읽고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저도 팡세를 읽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댓글을 쓰는지 모릅니다.ㅋ

oren 2019-03-19 21:10   좋아요 1 | URL
파스칼의 『팡세』는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너무 호교론에 치우친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제게는 썩 구미에 당기는 책은 아니겠다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더랬지요. 그래서 페크 님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인용해 주시던 파스칼의 문장들을 보고도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까(아직 절반도 못 읽었지만요..) 뜻밖에도 ‘인간 존재의 조건‘을 둘러싼 재미있고 날카로운 통찰들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더군요. 몽테뉴를 많이 인용하는 것도 흥미롭고,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담긴 주장들과 유사한 이야기들도 많고요.(물론 몽테뉴를 그토록 자주 인용하면서도 그의 무신론에 가까운 입장에 대해서는 한사코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영 못마땅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