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쫓긴 흰눈이

벌써 주변의 언덕에서

진흙탕 여울 되어

물에 잠긴 초원으로 달려갔다.

막 잠에서 깨어난 자연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한 해의 아침을 맞이한다.

창공은 마냥 푸르게 빛난다.

아직은 성글기만 한 숲도

솜털 같은 연초록 새순으로 덮여 간다.

꿀벌은 들녘이 바치는 공물 모으러

밀랍의 방에서 날아간다.

말라붙은 계곡엔 얼룩이 지고

가축의 무리는 울어대고

꾀꼬리는 벌써 밤의 정적을 깨며 노래한다.

 

봄이여, 봄이여, 사랑의 계절이여.

네가 오는 것이 어찌 이리 슬픈가!

어이하여 내 영혼과 내 피가

이토록 음울하게 요동치는가!

시골의 적막한 품속에서

내 얼굴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어이하여 이토록 무거운 감동에

나를 휩싸이게 하는가!

즐거움이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인가,

하여 기쁨과 생명을 주는 모든 것은

오래 전에 죽어 버린 영혼에

권태와 번뇌만 안겨 주고

모든 걸 어둡게만 보이게 하는가?

 

아니면 지난 가을 떨어진 나뭇잎이

되살아나는 것도 반갑지 않아

새로운 숲이 술렁이는 소리 들으며

우리는 그저 애닯은 상실만 기억할 뿐인가.

아니면 음울한 상념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조락과

다시 소생한 자연을

비교하는 건가?

어쩌면 시적인 몽상 가운데

또 다른, 그 옛날의 봄이

우리의 생각을 찾아와

머나먼 이국 땅, 신비한 밤,

달빛……의 꿈으로

가슴을 전율케 하는 건지도 모른다.

 

 -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 <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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