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저주의 소설


마태우스 님께서 소설을 쓰셨다는 사실만 하더라도 너무나 놀라운데, 그 기이하고도 저주스러운 소설을 끝까지 추적하고 찾아내어 기어이 작가님께 들이미는 데 성공하신 cyrus 님의 여러 행적들도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랍습니다. 차제에 마태우스 님께서 겪고 계시는 놀랍도록 기묘한 처지를 살펴 보니 문득 황당무계하면서도 포복절도할 만큼 웃기는 놀라운 소설『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걸작 소설에 대해 혹여나 뒤따를지 모를 '후세의 비난'을 미리 방비할 목적으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온갖 자질구레한 변명들을 마음껏 펼쳐 놓은 기나긴 '서문'도 다시금 떠오릅니다.

 

'서민' 님께서도 아무쪼록 그 독특한 소설에 딸린 기나긴 '서문'을 한번쯤 읽어보시면 황당무계하면서도 기이한 소설 『마태우스』를 쓰신 일에 대해서 결코 적지 않은 위로를 받으실지 모르겠다 싶어 이렇게 머나먼 댓글을 통해 그 소설의 '서문'을 옮겨봅니다. 이 서문은 너무나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생충처럼(?) 너무나도 긴 서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서문'이든 '서민'이든 '기생충'이든 아무튼 매우 특별한 사물이나 인물이나 동물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만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그럼 이만 총총...

 

 * * *

 

한가로운 독자여, 제가 제 지혜의 산물인 이 책이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사려 깊고 가장 멋진 책이기를 원한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하지만 만물은 자신과 닮은 것을 만든다는 자연의 순리를 저 역시 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재주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제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잡다한 망상에 휩싸여 제멋대로 사는, 주름투성이에 삐쩍 마른 작자가 온갖 불편함이 자리를 잡고 모든 슬픈 소리가 거주하는 감옥에서 탄생시킨 이야기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평온하고 평화로운 장소와 들판의 쾌적함과 하늘의 고요함, 샘물 소리로 인한 영혼의 평안이라면 아무리 메마른 예술적 영감이라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경이와 만족으로 채울 자식을 낳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겠지만요. 그러나 추하고 아무 매력도 없는 아들을 가진 아비도 때로는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자식의 허물은 전혀 보지 못하며 오히려 그것을 신중함이나 사랑스러움이라 여기고 친구들에게 자식 놈이 영민하고 멋지다고 자랑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가 이 돈키호테의 아버지 같기는 하지만 철저히 계부의 입장에 서서 그와 같은 오류는 범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처럼 이 자식 놈에게서 만날 수 있는 실수들을 용서해 달라거나 모른 척 넘어가 주십사 눈물로써 애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은 그의 친척이나 친구가 아닐뿐더러 당신의 육체에 영혼과 가장 훌륭한 자유 의지를 갖고 계시고, 왕이 거둬들인 세금이 그의 것이듯 당신도 당신 것의 주인 되시니, <내 망토 밑에서는 왕도 죽인다>라는 말처럼 편할 대로 하십시오. 당신은 이 책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존경심이나 의무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그러니 보시는 대로 무슨 말씀이든 하실 수 있습니다. 나쁘게 말한다고 당신을 비방할까 혹은 좋게 말한다고 당신에게 상을 줄까, 두려워하거나 고민하지 마십시오.

 

저는 흔히들 책 앞에 붙이는 서문이니 소네트니 경구니 찬사 같은 목록이나 수두룩한 장식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데 힘이 들긴 했지만, 실은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서문을 쓰는 게 가장 힘듭니다. 서문을 쓰려고 펜을 잡았다가도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다시 놓기를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종이를 앞에 놓고 펜은 귀에 꽂고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 볼에 손을 댄 채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 재미있고 명철한 제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저를 보자 친구는 그 이유를 물었고 저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서, 돈키호테 이야기에 쓸 서문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을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토록 고귀한 기사의 업적을 서문 없이 세상에 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 고민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을 결정하는 어른은 세상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랜 세월 동안 망각의 침묵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 나이가 되어 세상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두고 할 말이 많을 것인데, 그것이 나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할 것인지 자네는 모르겠는가? 기발하지도 않고 문체도 빈약한 데다 어떠한 박식함이나 교리나 개념도 부족하여 아프리카수염새 풀처럼 무미건조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말일세. 비록 터무니없고 이교도적이기는 하나, 아리스토텔레스니 플라톤이니 온갖 철학자들의 금언들로 가득하여 독자들이 그 말에 감탄하고 그 작가들을 박식하고 책을 많이 읽는 달변가로 여기는 그런 책들에 있는 마지막 부분의 해설이나 여백에 단 주석도 없는 이 책에 대해 말일세. 다들 성서까지 인용하더구먼! 자기들이 성자 토마스이거나 교회의 박사들이라는 말이겠지. 그리고 아주 기발한 장식들을 하고 있더군. 한 줄에는 사랑에 빠져 딴 데 정신이 팔린 연인을 그려 놓고 다른 줄에는 기독교 설교를 하고 있으니 듣기나 읽기에는 재미있겠어. 내 책에는 이런 것들이 일절 없을 걸세. 여백에 인용할 것도 없고 책 말미에 해설할 것도 없다네. 다른 사람들이 하듯 ABC 순서로 책 앞에 이름을 놓을 작가들도 난 모른다네.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해서 크세노폰이나 조일로나 제욱시스로 끝내고 있다네. 조일로는 악담을 내뱉는 자이고 제욱시스는 화가인데도 말일세. 내 책에는 책 처음에 붙이는 소네트도 없을 걸세. 적어도 공작이나 후작이나 백작이나 주교나 귀부인이나 유명한 시인들이 작가인 그런 소네트들 말일세. 비록 내가 두세 명의 전문 시인 친구들에게 부탁하면 에스파냐에서 가장 이름 있다는 작가들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훌륭한 작품을 써줄 것을 알지만 말일세. 그러니 친구여 …….」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차라리 『돈키호테』를 라만차의 문서 보관소에 파묻어 두기로 마음먹었다네. 물론 부족한 만큼 그것을 장식할 누군가를 하늘이 줄 때까지 말일세. 나는 학문이 짧고 부족하여 그것을 메울 수가 없을뿐더러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내가 써도 될 것을 대신 써줄 작가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지도 못하기 때문일세.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걸세. 이만하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걸세.」

 

이 말을 듣자 친구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한바탕 웃어 젖히더니 말했습니다.

 

세상에, 이 친구야, 내가 오랫동안 자네를 알아 오면서 자네는 늘 모든 일에서 진중하고 신중함을 다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겠구먼. 지금 보니 내가 알던 자네와 지금의 자네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있네. 아니,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다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서야 무너질 만한 자네가 그토록 성숙한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이건 재주의 문제가 아니라 게으름이 지나치고 방법이 부족해서 그런 걸세. 내 말이 맞는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잘 들어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자네가 어렵다고 하는 문제가 모두 아무것도 아님을 밝히고, 모든 기사의 거울이자 광채인 자네의 유명한 돈키호테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한 그 부족한 점들을 몽땅 해결할 테니 말일세.」

 

「말해 보게.」그의 말에 저는 대답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자네는 내가 주저하고 있는 그 틈을 메울 생각이며, 갈피 없는 나의 이 혼돈을 말끔하게 정리할 생각인가?」

 

그는 말했습니다.

 

「먼저 자네는 고관대작들의 소네트니 경구니 찬사를 책 처음에 싣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지. 이 문제는, 수고스럽겠지만 자네가 직접 원하는 이름을 지어 세례를 주면 해결될 일일세. 인도의 아비시니아 왕이나 트라피손다 황제가 쓴 거라고 하면서 말일세. 내가 알기로 이들은 유명한 시인들이었다네. 혹시 이들이 시인이 아니거나, 박식한 척하는 자들과 학사들이 자네를 물어뜯기 위해 이 일로 뒷말을 내더라도 모두 두 푼어치 가치도 없는 놈들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 또한 자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들, 그것을 쓴 자네 손을 자를 일도 없지 않겠나.

 

자네 이야기에 쓸 금언이나 경구가 실린 책들이나 작가들에 대해 여백에 주석을 달아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자네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 혹은 적어도 찾는 데 별로 힘이 들지 않을 금언이나 라틴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가령 자유와 포로 생활에 대해서라면, 이렇게 쓰면 되지.

 

 

자유는 황금으로도 살 수 없다.

 

 

그러고 나서 주석에다 호라티우스라든가 다른 누가 그런 말을 했다고 밝히면 되잖겠는가. 그리고 죽음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이렇게 쓰면 된다네.

 

 

창백한 죽음은 왕의 궁궐에나 가난한 자들의 초막에나 똑같이 찾아온다.

 

 

만일 하느님이 명령하신 대로 원수에 대한 사랑과 우정에 대해 다루고 싶다면 즉각 성서로 들어가서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행할 수도 있으며, 그땐 적어도 하나님이 말씀하신대로 써야겠지.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나쁜 생각에 대해 다루는 경우에도 복음서에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겠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살인, 간음, 음란, 도둑질, 거짓 증언, 모독과 같은 여러 가지 악한 생각들이다.> 그리고 우정의 불확실성에 대해 다룬다면 카톤의 2행 대구 시가 있잖은가.

 

 

네가 행복할 때는 친구가 많을 것이나

어려워지면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이처럼 라틴 구절이나 그런 부류의 것들을 쓰면 사람들은 자네를 문법학자로 알 걸세. 요즘 세상에 문법학자라면 명예와 이득이 적지 않지.

 

책 끝에 해설을 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일세. 이런 식으로 하면 문제없을 걸세. 자네 책에 어떤 거인을 언급하고 싶다면 골리앗이라고 하는 걸세. 단지 이것만으로도 자네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멋진 해설을 붙일 수 있을 걸세. 이렇게 말일세. <거인 골리아스 혹은 골리앗은 필리스틴 사람이었는데, 「열왕기」에 의하면 목동 다윗이 테레빈 계곡에서 큰 돌팔매로 죽였다>라고 쓰고는 그게 몇 장인지는 자네가 찾아보면 된다네.

 

그다음, 자네가 인문학과 우주 형상에 조예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려면 타호 강을 자네 책에 들먹이게나. 그러고는 이런 식으로 유명한 해설을 달게. <에스파냐 왕들이 타호라고 이름 붙인 그 강은 아무개 장소에서 발원해 유명한 리스본 도시의 성벽들을 감싸 흐른 뒤 대양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강변 모래가 황금이라는 말도 있다, 운운.> 만일 도둑에 대해 다루고 싶다면 내가 외우다시피 알고 있는 카쿠스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만일 창녀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몬돈녜도 주교가 있지 않은가. 그분 책에서 라미아와 라이다, 그리고 플로라를 끌어다 쓰면 독자는 자네를 무조건 믿을 걸세. 잔인한 자들에 대해 다루고 싶다면 오비디우스의 메데이아를 인용하고, 마법사나 마녀 이야기라면 호메로스의 칼립소, 베르길리우스의 키르케가 있지 않은가. 용감한 장군에 대한 이야기라면 바로 카이사르가 자신의 전기에서 스스로를 빌려 줄 걸세. 플루타르코스는 수천 명의 알렉산더를 얘기해 줄 것이고 말이야. 사랑 이야기는, 토스카 언어를 조금만 알면 레온 에브레오에서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걸세. 만일 낯선 땅으로 돌아다니기 싫으면 우리 나라에 폰세카가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의 『신의 사랑에 대하여』에는 자네나 기발한 사람이 볼 만한 사랑에 대한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네. 결론적으로 자네는 내가 여기서 언급한 이름들이나 이야기들을 자네 책에서 다루기만 하면 된다네. 주석이나 설명을 다는 일은 내게 맡기게. 맹세코 내가 책의 모든 여백을 주석으로 메워 주고 책 마지막은 넉 장 분량의 해설로 마무리해 줄 테니 말일세.

 

이제 다른 책들에는 있는데 자네 책에는 없다는, 작가들의 이름을 다는 문제를 생각해 봄세. 아주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지. 자네가 말한 대로 A에서 Z까지 작가들의 이름을 써놓은 책만 찾으면 될 걸세. 그 이름 목록을 자네 책에 그대로 옮기면 되잖겠는가. 그 작가들이 자네 책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라서 거짓 같아 보여도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혹시 모르지, 너무 순박해서 그 작가들을 모두 자네의 단순하고도 소박한 책을 쓰는 데 이용했다고 믿을 자가 있을지도. 적어도 다른 데는 소용이 없을 지라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네 책을 권위 있게 보이게 하는 데 그 긴 작가 목록이 한몫할 수도 있고 말이네. 자네가 그 작가들을 인용했는지 아닌지, 자기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골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자네가 필요하다고 말한 그런 것들이 자네 책에는 하나도 필요치 않네. 자네 책은 기사 소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니 말일세.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사 소설을 알 리가 없고 성 바실리오도 그것에 대해 말한 적이 없고 키케로도 그렇지 않겠나. 더군다나 기사 소설의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진리의 정확성이나 천문학적 관찰이 필요할 리 없고 기하학적 측량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며 수사학을 잘 아는 자들의 반론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지. 머리가 제대로 된 기독교인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장르의 혼합, 즉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을 섞어 누구에게 설교하기 위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단지 사실을 모방하면 되는 걸세. 모방이 완벽하면 할수록 글은 더욱 좋아지지. 그리고 자네 책이 이 세상과 속인들 사이에서 차고 넘치며 권위를 갖는 기사 소설을 무너뜨리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면 굳이 철학자의 금언이나 성경의 충고나 시인들의 우화나 수사학자들의 문장이나 성자들의 기적들을 구걸하고 다닐 핅요가 없지 않은가. 그저 의미 있고 정결하며 잘 정돈된 단어들로 평범하게 자네의 단문과 복문을 울림이 좋고 유쾌하게 만들어 자네가 의도한 바를 가능한 한 잘 묘사하도록 하게. 자네가 말하려는 개념을 헷갈리게 하거나 난해하게 하지 말고 말일세. 또한 신경 쓸 일은, 자네 이야기를 읽으면 우울함이 웃음으로 바뀌고 웃음은 더 큰 웃움으로 바뀌게 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한 사람은 그 기발한 착상에 감탄하고 심각한 사람은 경멸하지 않고 진중한 사람은 칭찬하도록 만드는 걸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증오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는 기사 소설의 잘못된 점을 무너뜨리는 데 주안점을 두게나. 여기까지만 달성해도 적잖은 성과가 아니겠는가. 」

 

친구의 이러한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참으로 인상적이고 좋았기에 저는 군소리 없이 받아들여 이 서문을 쓰고자 했습니다. 그러니 다정한 독자여, 이 서문을 통해 당신은 제 친구의 신중함과 절실할 때에 그런 조언자를 찾은 저의 행운과 더불어, 유명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이야기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만날 수 있게 된 당신 자신의 위안을 맛보시게 될 것입니다. 돈키호테 데 라만차에 대해서는, 몬티엘 지역 주민들 말에 따르면 그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 지역에서 나왔던 가장 순수한 연인에 제일 용감한 기사였다고 하더군요. 그토록 품위 있고 명예로운 기사를 소개하는 제 노고를 알아 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종자인 그 유명한 산초 판사를 아시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제게 감사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에 쓸데없는 잡동사니 기사 소설들에 흩어져 있는 종자들이 지닌 모든 매력들이 그자에게서 한꺼번에 보일 테니 말입니다. 이만 하느님의 가호가 당신에게 있기를 바라며, 안녕히 계십시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서문' 중에서

 

 * * *

 

그렇다고 하여도 그것을 자랑한 적은 없는 산초 판자는 세월 가면서, 저녁 시간 밤 시간들에 기사소설 도적소설들 한무더기를 곁에 둠으로써 후에 그가 돈 키호테라는 이름을 준 그의 악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 데 성공하였는데, 그 악마가 그 다음부터는 그침 없이 미친 짓, 그러나 미리 정해진 대상, 바로 산초 판자였을 대상이 없음으로 해서 아무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은 미친 짓만 골라 하게 하는 식으로였다. 자유인인 산초 판자는 태연하게, 어쩌면 얼마만큼은 책임감에서 원정에 나서는 돈 키호테를 번번이 따라갔으며 거기서 유익하고도 큰 재미를 맛보았다, 그의 생애 끝까지.

 

 - 프란츠 카프카,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 (全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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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돈키호테』를 성찰할 시간?
    from Value Investing 2017-07-29 14:03 
    넘어지는 것은 물론 똑같다. 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과, 별만 바라보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 돈키호테가 열심히 보았던 것은 바로 별이다. 이 공상과 망상의 정신이 추구한 웃음의 깊이는 얼마나 심오한가.- 앙리 베르그송, 『웃음』중에서 * * * 읽는 즉시 마법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고,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새 등장 인물의 말과 행동 속으로 빠져 들면서 모든 게 현실보다 더 생
 
 
cyrus 2016-01-16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oren님의 글을 읽으면서 《소설 마태우스》에 대한 제 느낌의 의미와 비슷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우울함이 웃음으로 바뀌고, 웃음은 더 큰 웃음으로 바뀌게 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한 사람은 그 기발한 착상에 감탄하고...˝

oren 2016-01-21 15:37   좋아요 0 | URL
《소설 마태우스》를 읽어보지 못해서 뭐라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황당무계하면서도 기발한` 소설이라는 측면에서는 《소설 돈키호테》를 무척이나 닮지 않았을까 싶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16-01-16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oren 2016-01-21 15:40   좋아요 0 | URL
pek 님 반갑습니다. 알라딘에만 오면 책도 열심히 읽고 글도 열심히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이 마을을 벗어나기만 하면 그런 생각들도 싹~ 사라질 때도 많답니다. 참 신기한 일이에요. pek 님께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랄께요~

yamoo 2016-01-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 님의 첫 소설집, 작년 여름에 알라딘 강남점에서 건졌습니다..ㅎㅎ

oren 2016-01-21 15:42   좋아요 0 | URL
열심히 발품을 팔며 `책 사냥`에 나서시는 분들은 저런 희귀한 소설책도 너무나 쉽게 습득하시게 되는군요. 암튼 오래 오래 보관하시다 보면 나중엔 몹시도 귀한 책으로 바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