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내 고등학교 동기 녀석 가운데 사진기자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하니 어언 삼십여 년을 카메라와 함께 한 셈인데,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에서 사진부 기자 생활만 25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친구가 나이를 먹더니, 몇년 전부터 '안동을 중심으로' 이 동네 저 동네를 주말마다 찾아 다니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장수 기원 사진'을 찍어드리고 있다는데, '공짜'는 절대 아니고, 액자값 2,000원에 사진값 100원을 쳐서 총 2,100원을 받는단다. 주말마다 별 일이 없을 땐 꼬박꼬박 안동엘 '사진 찍으로' 다녀오는데, 벌써 900여 분의 사진을 찍어드렸다고..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늙은 모습'의 사진을 찍기를 싫어하시는 편인데, 10년 이상 젊게 해드리겠다, 주름과 점도 빼드리겠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꼬신다고 하고, 실제로도 (온갖 사진기술을 총동원하여) 심지어 에꾸눈인 분한테는 '눈'도 달아 드리고, 난닝구 차림으로 사진을 찍은 분한테는 '양복'까지 입혀 드린다고 한다.
암튼 이 친구를 서울에서 이래저래 자주 만나는 편인데, 한달 전쯤 1박 2일로 내 고향을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나로서는 '친구의 사진 작업'보다는 고향의 민물고기를 잡아서 친구들과 함께 '매운탕에 쏘주 한잔'을 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간절했었는데, 마침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직후라 강물이 너무 많이 불어나, 투망과 반도를 들고 냇가로 나가 제법 설쳐댔지만 결국 허탕만 치고 말았다.
결국 읍내로 올라가 '정든식당'에 들러 '매운탕꺼리'를 사 오는 수밖에 없었고, 숙소로 잡아놓은 고향 동네의 평바우 앞 팬션의 앞뜰에서 맛있게 끓여 먹을 수 있었다. 휘영청 떠오른 밝은 달과 술에 너무 취해 그날 밤은 언제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도통 기억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날 밤을 함께 한 친구들은 20여 년을 서울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올해 봄에 귀향한 친구, 고향에서 그냥 눌러앉아 지금껏 농사만 짓고 있는 또다른 친구,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고향에 되돌아와 눌러앉은 후배 한 녀석을 포함해서 포함해서 총 다섯이었다.
참 즐거운 여행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딱 두가지가 있었다. 고향의 민물고기를 도대체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는 것과 사진을 찍기 위해 내 친구가 잔뜩 준비해간 엄청난 장비에도 불구하고, 워낙 바쁜 농번기여서 '동네 여러 어르신들'을 카메라 앞에 모시지 못했다는 것. 나중에 농번기를 피해서 다시 한번 '고향'을 방문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서 팬션을 비롯한 온갖 편의를 제공해준 친구녀석도 고마웠고, 먼 길을 마다않고 내 고향까지 찾아준 경향신문의 '권○○ 기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주말마다 온갖 잡다하고 무거운 사진장비들을 챙겨서 일일이 '혼자' 저런 작업들을 계속해 온 게 놀라웠고 또 약간은 안쓰럽기도 했다. 아무튼 저 친구도 맨날 사진을 찍기만 하다가 모처럼 사진을 찍혀봤을 것 같다.
* * *
1.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앉은 ○○ 아지매
2. 어르신의 자세를 잡아드리는 친구
3. 카메라 기자의 익숙한 '리드'에 따라 활짝 웃음을 짓는 오○○ 큰할배
4. 어깨는 활짝 펴 주시고요~~
5. 조명장치와 카메라 가방들
6. 고추를 말리다가 일손을 멈추고 카메라 앞에 앉은 고향 친구
7. 성내지 말고, 활짝 웃어 보소~
8. 좋니더~~
9. 할매요~ 제 손을 보소~
10. 옛날 우리집 뒷편 밭에 생겨난 북카페
11. 우리집 뒷편에 이런 북카페가 생길 줄이야~
12.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 『총,균,쇠』라는 멋진 책도 꽂혀 있네.. (사진기자한테 사진도 찍혀 보고...)
8년 전인 2004년 10월에 이 책에 대해 쓴 리뷰 덕분에 알라딘으로부터 거액(?)의 상금을 받은 기억도 새롭다.
☞ http://blog.aladin.co.kr/oren/549493
13. 책 너머로 내 어릴적 살았던 우리집 지붕이 다 보이네~
15. (고향 출신이자 개인적으로는 안동고등학교 선배인) 소설가 이문열씨의 책들이 빼곡~
16. 나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여기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
17. 북카페 한켠에는 지게와 탈곡기까지~
18. 북카페 앞 장독대(아마도 그냥 빈 단지들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