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어라. 그전에 패디먼을 먼저 만나보라.


제1부 (1∼21)


2. 호메로스, 기원전 800년경,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인간의 가장 우둔한 행위인 전쟁을 아주 장엄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서사시의 주인공은 아킬레스이다. 이야기의 주된 라인은 그의 분노, 그의 시무룩함, 그의 야만 행위를 추적하다가 마지막에 그의 고상한 성품을 확인한다. 그는 서구 문학에 등장한 최초의 영웅이다.

지금껏 호메로스의 수준에 육박한 또 다른 서사시는 있어 본 적이 없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고 얻게 되는 또 다른 소득은 예술과 과학의 차이점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예술은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상상력을 밑천으로 삼는 예술가는, 만약 그가 위대한 예술가라면,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현대인처럼 보인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다.


3. 호메로스, 기원전 800년경, 오디세이아
















『일리아스』를 읽고 나서 『오디세이아』를 집어 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작품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조차도 다르게 들린다. 『일리아스』에서는 무기의 충돌로 시끄러운 쇳소리가 나는 데 비해, 『오디세이아』에서는 수많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바다의 속삭임 또는 노호努號가 들려온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의 차이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일리아스』는 비극적이다. 그것은 서구 문학에서 되풀이 되어 온 주제, 우리의 마음속에서 늘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대해서 말한다. 그것은 아무리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일지라도, 불변의 운명이 지배하는 세상과 맞서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주제이다. 하지만 『오디세이아
』는 비극적이지 않다. 이 작품은 우리의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 주제는 죽음과 맞선 용기가 아니라, 고난에 맞서는 지성이다. 그것은 지성의 힘이라는 또 다른 주제를 천명하는데, 우리 현대인은 이 주제에 즉각 반응한다. 오디세우스는 용감하지만 그의 영웅적 행위는 지성에서 나온다.

5. 아이스킬로스, 기원전 525∼456/5, 오레스테이아

 

















호메로스를 총칭하는 한 단어가 고상함이라면, 아이스킬로스를 총칭하는 단어는 장대함이다. 그의 드라마는 현대극을 읽듯 읽어서는 안 된다. 그의 언어는 고상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언어는 죄책감과 죄의식이라는 심오한 사상을 표현하기 위한 엄청난 몸부림이다. 죄책감과 죄의식의 주제는 오늘날의 유진 오닐[115]과 윌리엄 포크너[118]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학의 핵심 주제가 되어 왔다.

6. 소포클레스, 기원전 496-406, 오이디푸스 왕,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면 독자는 다음의 두 가지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인간을 사로잡아온 질문이다. 첫째,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매인 존재인가? 둘째, 지식(지능)이 비극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인간에게 유익한 것인가?

오이디푸스 사이클에서 소포클레스는 위대함의 몰락을 다룬다. 하지만 그는 위대함뿐만 아니라 몰락으로부터도 엄청난 영감을 얻는다. 소포클레스 드라마의 감동은, 인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그의 슬픈 인식과, 인간의 경이로운 힘에 대한 그의 존경심, 이 둘 사이의 긴장으로부터 나온다.

7. 에우리피데스, 기원전 484∼406, 알케스디스, 메데이아, 히폴리투스, 트로이의 여인들, 엘렉트라, 바카이

 

 
















『트로이의 여인들』은 전쟁의 영광을 모두 제거해 버렸고, 『메데이아』는 페미니스트 논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다른 드라마들은 신들을 사기꾼 혹은 믿지 못할 자로 묘사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여 파이드라와 메데이아의 초상화는 여성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한다. 그는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의 관계보다는 인간의 열정과 약점의 관계에 대하여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심리학자로서 또 아이디어의 전파자로서 에우리피데스는 입센[89]과 쇼[99]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8. 헤로도토스, 기원전 484년 경∼425년 경, 역사
















헤로도토스는 그의 목적을 이렇게 기술했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내고, 그리스인과 야만인의 위대하고 놀라운 행동들이 영광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 책의 후반부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한다. 이 역사의 아버지는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거대한 쟁투를 아주 충실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이런 군사적 '행동'과 관련하여 우리는 마라톤, 테르모필라이, 살라미스 같은 영광스런 이름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전투의 결과 덕분에 서양은 오늘날 아시아 문화권이 아니라 서구 문화권에 살고 있는 것이다.

9. 투키디데스, 기원전 470/460년경∼400년경,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헤로도토스가 수다스럽고 산만하다면, 투키디데스는 근엄하고 통합적이다. 그는 문화사가라기보다 정치와 군사의 역사가이다. 그는 의심이 많은 데다 매력적이지 못하며, 그래서 읽기가 까다롭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그의 책은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하여 읽으면 진국이 나오는 작가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권력(힘의) 정치의 내면을 파악한 최초의 역사가이다. 홉스[43], 마키아벨리[34], 마르크스[82]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그의 자식들이다.

11. 아리스토파네스, 기원전 448년∼388년, 리시스트라테, 구름, 새들

 
















코미디는 우습지 않으면 실패작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연극에 대해서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듯이, 코미디는 아주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이트[98]가 지적했듯이, 유머는 무의식적 차원에서 우리를 크게 괴롭히는 금기 사항들을 대면하여 그것들을 우회하게 만든다. 코미디는 불유쾌한 현실을 대낮의 환한 빛 속에다 노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12. 플라톤, 기원전 428∼348, 변명, 크리톤, 프로타고라스, 메논, 파이돈, 국가

 
















플라톤은 한 명의 사상가라기보다 사상의 세계라고 해야 옳다. 그는 서양 문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대여섯 명의 사상가 중 한 명이다.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모든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작품에 붙인 일련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거니와, 약간의 과장이 섞이기는 했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독자는 플라톤의 핵심 사상 세 가지를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첫째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인데, "탐구하지 않는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상이 플라톤의 모든 저작에서 핵심을 이룬다. 두 번째는 지식은 미덕이라는 것이다. 충분한 지혜를 갖춘 사람은 충분히 선량한 사람이다. 세 번째는 관념론이라는 가장 소중한 지식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믿었는데 이것은 사물, 행동, 특질의 원형 혹은 원래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13.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384∼322, 윤리학, 정치학, 시학

 
















아리스토텔레스를 공부하려면 고통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의 스승 플라톤[12]과는 다르게, 그는 매력이 없다.

고대 그리스 비극을 분석한 책, 『시학』은 후대의 문학 평론에 엄청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쳤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가 인생에 접근하는 태도는 플라톤에 비하여 현실적이었고 덜 유토피아적이었으며 보통사람들의 성품과 능력에 더 관심이 많았다.

17. 실명씨, 기원전 200년경, 바가바드 기타
















『바가바드 기타』는 짧은 작품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심오한 뜻이 우러나온다. 머리카락을 오싹 솟게 하는 힘과 장엄함을 가진 작품이다. 많은 서양인들이 이런 평가에 동의했다. 영국 동인도 회사가 인도의 식민 통치를 점점 강화하던 시절에, 『바가바드 기타』는 처음으로 영역된 고대 인도 고전의 하나였다. 에머슨[69]은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고 소로[80]는 월든 호수에 칩거할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읽었다. 서양인이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일 것이다. 그는 세계 최초의 핵무기 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를 관찰하고서 크리슈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이제 나는 세상의 파괴자인 죽음이 되었다."

18. 사마천, 기원전 145∼86, 사기
















그 엄청난 규모만으로도 『사기』는 놀라운 저서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이 작품을 읽어도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사마천이 뛰어난 문장가였고(이 때문에 그를 번역하려는 사람은 문학적 소양이 깊어야 한다), 또 그의 역사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투키디데스[9]와 함께 과학적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20. 베르길리우스, 기원전 70년∼19년, 아이네이스


















영국 시인 테니슨은 베르길리우스를 가리켜 "인간의 입술에서 나온 것 중 가장 장엄한 가락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단어들을 교묘하게 조종하여 미묘한 가락이 울려 퍼지게 하는 데 있다. 단어들을 기이하게 배치하고, 병치하고, 연결시키고, 억제하여 강력한 리듬의 효과를 낸다. 바로 이 때문에 베르길리우스는 모든 시인들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시인이 되었다.

2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21∼ 180, 명상록

 














지난 여러 세기 동안 무수한 선남선녀들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황금의 책'을 읽었다. 그들은 이 책을 고전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위로와 영감의 원천으로 보았다. 이 책은 선남선녀들에게 더 좋은 삶을 지향하고, 인간의 위엄을 인내와 용기로 지켜내라고 가르친 몇 안 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13]를 머리를 싸매가며 공부한다. 하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의 마음 속에 새긴다.

(제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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