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 - 떠남과 휴休, 그리고 나의 시간
장 루이 시아니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 - 떠남과 휴, 그리고 나의 시간

   _장 루이 시아니 (지은이) | 양영란 (옮긴이) | 쌤앤파커스 | 2017-07-21

 

 

 

휴가지에서 철학책이라? 궁합이 맞을까? ‘철학이라고 하면 평소에도 먼 그대인데 휴가지에서? 그러나 지중해 영혼의 소유자라는 닉네임이 붙어있는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이며 언어학자인 지은이 장 루이 시아니의 글을 읽어 나가다보니, 휴가기간 중 철학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먼저 철학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권유한다. 휴가지에 도착한 후, 일상에서 걸치고 있던 갑갑한 옷을 모두 벗어던지는 것처럼 그렇게 철학을 만나자는 것이다. “철학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우리의 여름 휴가철을 수놓는 싱그러운 물방울과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 철학은 경이로움을 품을 줄 알고, 사랑하고 읽고 쓰고 대화하고 걷는 일 따위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개인적 사유의 활동이기도 했다. “여름철을 위한 이 작은 철학책은 휴가를 사유 안, 또는 사유를 휴가 안에 슬쩍 밀어 넣을 것이다.”

 

 

책은 떠남으로 시작해서 돌아옴으로 마무리된다. 철학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각 꼭지 글들의 제목은 가볍다.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다, 놀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옷을 벗는다, 자신을 북돋아준다, 명상을 한다, 관조한다, 걷는다, 기뻐한다. 웃는다. 소통한다, 사랑한다 등등이다. 그리곤 (떠났던 곳으로)돌아간다.

 

 

휴가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 없이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넥타이도 풀고, 정장도 벗어던지고, 회의(會議)에 대한 회의(懷疑)도 내려놓고 떠나는 것이다. 더러 일중독 환자는 휴가지에 가서도 일을 손과 머리에서 못 놓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일터는 생각조차 않으려고 한다. 전화도 받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바닷가에 갔다고 마냥 물속에서만 놀 수 없다. 빈둥거리는 시간도 생길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에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 시간에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단다. 철학이 별건가?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손에서 놓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곧 철학 타임 아니겠는가?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철학은 길 위에서 행해진다.”고 말했다. 그 길은 보일 수도 있고, 안 보일수도 있다. 삶의 여정도 역시 이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언급하는 세 가지 여행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실존적 여행이다. ‘실존(exister)’이라는 단어에는 떠나다’, ‘저 멀리 가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철학은 실존적 여행의 자유로운 활용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여행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윤리적 여행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타인과 세상을 좀 더 잘 알고자 탐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은 사색인식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세 번째는 영적 여행이다.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다른 뭔가를 개입시키고, 우리가 전율하는 그 순간에조차 우리를 다른 어딘가로 이끈다. 또 다른 삶, 보다 진실하고 보다 강렬한 삶에 목말라했던 랭보는 우리의 삶은 다른 곳에 있다.”고 했다. 다른 곳이라니? 그곳은 어디일까? 이상적인 삶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그곳을 누가 알고 있을까? 있기나 할까? 철학은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미지의 곳을 향하는 떠남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은이는 유레카가 생각이 났을까? 철학을 한다는 것은 벌거벗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벌거벗고 있다고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일상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지자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벌거벗는다는 것은 사유하는 정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정신이 제일 먼저 하는 행위이다.”

 

 

여름휴가를 못 떠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짧은 여름휴가가 있었지만, 못 떠났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고, 평소에도 근무처에 붙박이장으로 있는 신세 이다보니, 휴가 기간 중 하루는 온전히 그동안 미뤄놨던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이 책은 실제 휴가나 여행 중에 읽으면 제 맛이 나겠지만, ‘떠난다가정하고 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지질이 도톰하지만, 책은 페이퍼 북처럼 가볍다.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세심한 생각과 손길이 느껴진다. 컬럼식으로 쓴 글들이라 목차에서 하나 골라잡아 차를 마시며 읽어도 무방하다. 여름에 꼼짝 못했다면, 겨울은 어떨까? 친절한 루이씨는 책 말미에 겨울을 건너기 위한 책들리스트도 만들어줬다. 겨울 옷 만큼 좀 무겁긴 하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들 중엔 미셸 푸코의 비판이란 무엇인가?》 《주체의 해석학과 시몬 드 보부아르의 그러나 혼자만이 아니다, 카를 야스퍼스의 철학 입문등이 눈에 들어온다.

 

 

#휴가지에서읽는철학책 #떠남과휴그리고나의시간 #장루이시아니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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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월에 읽고 싶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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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와 정치적인 것- 타자 윤리의 정치철학적 함의
김도형 지음 / 그린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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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레비나스의 철학
강영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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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죽음 그리고 시간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자크 롤랑 엮음, 김도형 외 옮김 / 그린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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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서 존재자로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서동욱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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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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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제하는 권력과 연산군이 매치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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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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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 조선의 왕 이야기

_박문국 (지은이) | 소라주 | 2015-09-07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아직 논란이 있지만) 대통령들을 보면 한국의 현대사를 알 수 있듯이, 조선의 왕들을 보면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창업의 군주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다. 이성계는 요동 정벌 자체를 반대했기에, 마지못해 출정에 올랐지만 돌아올 구실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위화도 회군은 준비된 수순이었다. 물이 불어나 군대가 움직일 수 없으며, 군량미도 떨어져가기 때문에 우왕에게 회군을 요청하지만, 최영과 함께 한 우왕은 요청을 거부한다. 결국 이성계는 장수들을 모아 회군의 뜻을 밝히고, 회군은 시작된다. 회군은 곧 반란군이 된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개경을 향한다. 결국 권력은 이성계에게 넘어온다. 이성계의 정책에는 정도전이 추구한 사상인 성리학적 왕도정치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성계의 말로(末路)는 측은한 마음만 들뿐이다.

 

 

나는 매주 한 번씩 방배역 사거리에 있는 청권사 앞을 지난다. 세종의 둘째 형 효령대군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태종의 속을 어지간히 뒤집어놨던 양녕대군에 비해 효령대군은 조용히 살다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종의 셋째 아들이자 한민족 역사상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은 사실 왕이 될 가능성이 희박했던 인물이다. 첫째를 지나 둘째도 건너뛰고 왕통을 이어받은 세종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세종이 그의 뜻을 한껏 펼친 것은 태종이 상왕으로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면서 뒤를 봐주었고, 조선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쿠데타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은 세종의 최고 결과물은 훈민정음이다. 흔히 세종이 새로운 글자를 개발하라고 어명을 내리고 집현전 학자들이 밤을 세워가며 만든 것이 훈민정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은이의 논지대로 세종 혼자서 밀실작업을 통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당시 여러 정황을 참고해 볼 때). 비록 세종이 화폐개혁에 실패하고, 북방개척을 위해 사민정책을 추진하는 과정 중, 중부, 남부지방의 백성들을 동토의 땅으로 강제 이주시킨 냉혹한 면도 없지 않으나 세종의 치세는 조선의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조선의 10대 왕으로 기록되는 연산군 이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연산군은 조선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폭군으로 통한다. 연산군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 듯하다. 성종 사후 즉위 초 연산군은 나름의 치적을 남기고 있지만, 삼사의 대간 세력들과 계속 충돌이 발생하면서 결국 칼을 빼들게 된다. 무오사화(戊午士禍)와 갑자사화(甲子士禍)가 모두 연산군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사화(士禍)는 사림이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연산군의 폭정은 아무래도 그의 친모인 폐비 윤씨에 대한 보복성이 짙다. 연산군이 현 시대를 살았다면, 뇌의 기질적인 병인(病因)을 밝혀내기 위해 MRI를 찍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분노조절장애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간원, 사헌부와 같은 삼사라는 언론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처참하게 잃는 등 비극적인 개인사를 갖고 있지만 그가 벌인 폭정의 도가 너무 지나쳤기에 현재까지도(앞으로도) 옹호 받지 못하는 군주이다. 언론을 통제하는 권력과 연산군이 매치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조선의 왕 이야기 #박문국 #소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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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왕을 뽑아라 같이 보는 그림책 17
로르 뒤 파이 그림, 라파 오도네즈 글, 우현옥 옮김 / 같이보는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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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내가 못하는 것에만 마음을 두지 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찾아내어 개발시켜주는 것도 부모의 큰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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