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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예술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박소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평점 :

《 창문 너머 예술 》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검색
_박소현 (지은이) / 문예춘추사(2025)
“창 너머 예술이라는 주제는 창에 묶여 있던 내 생각을 창 너머로 확장시켰다. 그것은 예술가들이 창을 그리는 이유와 같다. 작가에게 창은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경계이자 현실을 투영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창(窓)은 야누스이다. 창을 통해 밖을 볼 수도 있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창 안쪽이라고 안전할까? 창밖은 과연 자유일까? 창에 ‘살’이 붙으면 ‘창살’이 된다. 갇힌다. ‘창’을 생각하면, 유럽에서 실제로 행해졌던 조세 제도 중 ‘창문세’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창문의 개수를 갖고 세금을 매겼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행되었다. 창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방이 많다는 것과 창에 끼울 유리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그 당시 유리 값이 꽤 비쌌다고 한다). 먹고 살만 하다는 이야기다. 창문세를 만들기 전엔 난로세가 있었는데, 징수원이 직접 집으로 들어가야 확인되기 때문에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창문세로 바꿨다고 한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이 책의 지은이 박소현 작가는 15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을 하고 퇴직 후, 전시를 기획하고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등 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책은 3부로 편집되었다. ‘경계 위에 서서’, ‘창문 너머 빛이 이끄는 대로’, ‘그렇게 활짝 열어 두었다’ 등이다. 글은 음악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단상이 잘 버무려져있다. 스페인의 유명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화가이다. 근대미술, 다다이즘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독특한 개성과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진 중 기억에 남은 것은, 익살스런 표정과 함께 뒤집어진 8자로 된 콧수염이다. 콧수염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다. 3살 어린 여동생 안나 마리아는 달리에 대한 책을 집필한 작가이다. 달리는 1923년에서 1926년 사이에 12번이나 여동생의 그림을 그렸다. 〈창가에 서 있는 소녀〉의 모델이 바로 안나 마리아이다. 달리의 그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몹시 차분하다. 그림 속 소녀는 바다와 저 멀리 보트를 바라보고 있지만, 우리는 소녀의 뒷모습에 집중한다. 때로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진실 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그림은 볼 때 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다(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집을 떠나 다른 곳 거처를 들어가게 되면 창문부터 확인한다. 창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가? 지은이는 도쿄도 정원 미술관의 히로마(Hiroma)라고 불리는 응접실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바깥을 찍었다. 사방이 모두 창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안에 있어도 밖을 실감한다. 사람은 사방이 막힌 방에 있을 때보다 사방이 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선 좀 더 몸가짐이 조신해질 것이다. 언제 누가 들여다볼지 모르지 않은가? 따라서 창은 막는 기능 보다는 소통이 우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과 창문을 찬찬히 다시 보게 된다. 무엇이 보이는가?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마지막 글 ‘위대한 유산’은 작가의 외삼촌 고 김관수 화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김화백이 한창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후 가족들은 모두가 말을 잃은 채 2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고 한다. 누군가가 남긴 ‘상실이란 과거완료의 사건이 아닌, 남겨진 이들의 삶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현재적인 것’이라는 메시지가 생각났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가슴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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