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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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미처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_모리 슈워츠 / 나무옆의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는 이 책의 저자인 모리 슈워츠이다. 모리가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일 때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 매주 화요일 모리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리는 1995년 세상을 떠났고,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첫 출간 된 것은 1997년이다. 모리를 포함한 가족들은 책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모리 교수가 세상을 떠나고 2000년대 초 가족들은 우연히 서재의 책상 서랍에서 원고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가족들은 오래 의논하고 고심한 끝에 모리의 아들 롭 슈워츠가 이 원고를 편집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출간을 숙고한 시간이 20년은 된듯하다. 따라서 이 책은 모리의 유고작이다.

 

노후는 독특한 제약과 기회가 있는 특별한 성장기이다. 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원한다면 노후에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늙어가는 과정 자체가 괴로움이기도 하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 등이 늙어감과 함께 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 본인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화에 대한 지혜들을 모았다. 특징적인 것은 저자가 쓴 글들이 30여 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근 원고를 책으로 펴낸 듯하다. 노화, 노년에 대한 저자의 선견지명이 느껴진다. 40년간 사회학 교수로 지내며 축적한 사회학과 심리학 지식,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삼았다. 자신의 직업인 고령자 상담과 노화 관련 심리치료도 적극 활용했다.

 

멘시(mensch)’라는 단어가 있다. ‘(친절하고 남을 잘 도와주는) 좋은 사람나아가선 진정한 인간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멘시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잠재성을 이야기한다. 즉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긴 나이 70, 80에 작가나 화가로 데뷔하는 분들, 2, 3의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을 여럿 보았다. 저자는 인간의 내적 변화에 중점을 둔다. 내적 변화를 추구해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지 알라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삶이 더 진솔하고 조화롭고 온전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도 품위 있고, 아름답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많이 소개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순리이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한다. 나이 들어감의 최고 장점은 뒤에서 흘끔대며 지시하는 상사가 없다는 점이라는 언급에 미소로 공감한다(상사대신에 배우자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 삶을 내 주관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이긴 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알아서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을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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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이민 2세대의 삶은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다. 보호막이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엔 대만계 미국인 후아 쉬의 성장기가 담겨있다. 성격은 서로 반대이지만 절친인 케네스 이시다가 강도들에게 살해당한 후 그 상실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아름답고 진솔하다. 이 책이 출간 된 후 다수의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2023년 전기, 회고록 부문 퓰리처상 수상.

 

 

_책 속에서

 

이민자들이 모이면 곧잘 밀고 당김의 역학을 얘기하게 된다. 고향으로부터 자신을 떠미는 무언가와 저 멀리 어딘가에서 끌어당기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 곳에서는 기회가 말라붙고 다른 곳에서는 움터,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쪽으로 우리를 이끄는 힘이 있다고. 수백 년 전부터 이런 여정들이 각양각색으로 도처에서 쭉 펼쳐져 왔다.” (p.25)

 

 

 

#진실에다가가기 #후아쉬 #에세이 #퓰리처상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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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책

 

 

달러를 키워드로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역사를 살펴본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이다. 기축통화는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 환율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달러를 제대로 알면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저자는 달러의 역사를 7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패권, 전쟁, 리더십, 화폐, 질서, 위력, 미래 등이다.

 

-책 속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일부에서는 달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의 과도한 특권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시각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달러 기반의 금융 시스템이 중차대한 위기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이치은행, BNP파리바 같은 유럽의 거대 은행들이 연준에 의존해서 위기를 극복했던 사실과 연준이 유럽중앙은행에 제공한 거대한 스와프라인을 떠올리면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필요하다.

 

21세기 초의 달러는 더 이상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 근거하여 지배적인 위상을 구축한 것이 아니었다. 글로벌 달러의 기초는 민간 금융시장 네트워크였고, 이는 월가와 런던시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거대한 유로달러 시스템은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의 금융계가 공동으로 만든 것이다. 2008년 가을에 발생한 금융위기 사태는 달러의 상대화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의 기축적 역할을 극적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달러는 힘이 약화된 게 아니라, 연준의 대응으로 글로벌 달러로서 새로운 위상을 획득했다. <13장 연준, 최악의 금융위기에 글로벌 최종 대부자 되다>

 

 

#달러의힘

#김동기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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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테레사 뷔커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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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_테레사 뷔커 / 원더박스

 

 


시간에 관한 오래된 농담이 있다. 시간과 연령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20대는 시속 20km, 40대는 시속 40 km, 60대는 시속 60km로 시간이 지나간다는 이야기다. 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 아니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까? 남은 생의 모래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마음 때문일까?

 

체감으로 느끼는 시간보다 실제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지만,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부족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가 의문점이다. 자기계발분야에서 시간관리도 한 몫을 차지한다. 성공한사람들의 공통점은 시간관리를 잘해서라나 어떻다나. 그럼 죽었다 깨어나도 시간 관리는커녕 잠 잘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은 성공하곤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인가?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간부족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국가나 사회 속에서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지는 정의justice’와 관련된다고 언급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시간빈곤시간주권을 경험하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구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간은 왜 늘부족한가?를 화두로 현 사회의 노동시간이 갖고 있는 문제점(국가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에서 시간부족이 사회적불평등의 단면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돌봄을 위한 시간에선 육아휴직 중 저자의 경험이 십분 반영되어있다. ‘자유시간챕터에선 자유 시간마저 알차게(요즘 용어로 빡세게)보내야 한다는 강박성을 지적한다. 성인에게도 놀이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 어떻게 놀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시간이 돈도 될 수 있다는 말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마치 일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공정한 시간분배에 대한 논의가 있는 사회라면 숨 쉴 공간이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의 원제는 Alle_Zeit: Eine Frage von Macht und Freiheit 이다. 직역하면, ‘모든 시간 : 권력과 자유에 대한 질문(또는 문제)’이다. 다분히 논문제목 포스이다. 의역된 책제목은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되어있다. 이를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로 해도 좋았겠다.

 

#시간을잃어버린사람들

#테레사뷔커

#원더박스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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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유니폼도 유니폼 나름이다. 일단 상대방의 기를 한풀 꺾어주는 유니폼도 있는가하면, 반면 유니폼을 입은 사람의 기를 깎아내리며 대면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 제목에 실린 경비원이라는 타이틀만 보고..자칫 경비원이 보고 쓴 것이 뭐 그리 대단하겠어? 하는 마음이 들 뻔했다. 송구스럽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때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어느 날,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저자는 지독한 무력감에 빠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 번째 삶을 살아갔다. 10년의 기록이다. 근무시간 내내 미술관의 작품들을 관리(라고 쓰고 감상이라 읽는다)하며 써내려간 기록들이다. 가슴으로 읽는다.

 

 

_책 속에서

 

사진에서 눈을 돌려 전시실을 둘러보니 문득 웃음이 터질 것 같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십 명의 살아 숨 쉬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데 하나같이 벽에 걸린 무색의 움직임 없는 인물 사진들을 보느라 옆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현실의 사람들은 흔해빠진 대상들로 간주되는 듯하다. 정말이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대상 아닌가. 우리의 삶을 순식간에 지나쳐 영원히 사라져버릴 낯선 이들에게 왜 구태여 관심을 쏟겠는가.” (p.151)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

#패트릭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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