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 꿈꾸는 작은 씨앗 9
엘자 발랑탱 글, 이자벨 까리에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아빠 생각엘자 발랑탱 / 씨드북

 

 

 

아이는 아빠를 그리워한다. 아빠가 저녁을 만들어 주신 지도 한참 됐다. 바다로 놀러가자고 한 약속도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다. 섬에 가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모래성도 쌓고, 두꺼비집도 만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텐데..

 

 

 

혼자 놀다가 재미없으면, 아빠하고 둘이서 실컷 모래밭을 달리기도 하고, 커다란 파도를 타면서 신나게 헤엄도 칠 수 있을 텐데 언제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빠가 학교로 나를 데리러 오시지 않은 지도 벌써 몇 주째다. 선생님은 우리가 수영장에 갈 때 부모님도 같이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아빠가 오실 수 없어서 속상하다. 수영이라면 아빠들 중에서 울 아빠가 최곤데.

 

 

 


 

 

아빠가 나한테 화를 내신지도 오래되었다. 이제는 집안 곳곳에 내가 어지러운 물건들이 잔뜩 인데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다아빠가 화를 낼 땐 무섭고 싫었는데 이젠 그 화를 내는 아빠 모습이 그립다.

 

 

 

엄마는 늘 바쁘고 피곤해 보인다. 설거지를 하다가 컵이나 접시를 깨뜨리는 일이 잦아졌다. 전에는 어쩌다 그랬는데 요즘은 자주 그렇다. 아마 생각이 흩어지거나 팔에 힘이 없어져서 그런가보다. 아빠가 동생에게 우유를 먹여주신 것도 몇 달이 지났다. 아빠는 소파에 누워 동생에게 우유를 먹여주다가 동생과 함께 잠이 든 적도 있다. 엄마와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서로 얼굴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웃었다.

  

 

 나는 아빠에게 줄 그림을 그린다. “보고 싶은 아빠. 캉탱그림 속 아빠는 슬픈 표정이다. 우리 식구 모두가 집 근처 공원에 간 그림인데 아빠 얼굴은 우울하다. 동생은 유모차 안에 앉아서도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좋아한다.

 

 

 

아빠와 함께 축구를 한지도 오래됐다. 한번은 아빠가 킥을 했는데 그 공이 내 얼굴로 날아온 적도 있었다. 내가 얼른 피해서 크게는 안 다쳤다. 공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아빠 닮아서 순발력이 짱인가보다. 아빠가 미안해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아빠는 내가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은 고장 난지 두 달 이나 되었다. 베란다 전구가 나간지도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새것으로 못 바꿨다. 아빠랑 엄마가 말다툼을 한 지도 백만 년은 된 것 같다아빠, 엄마가 서로 말다툼을 하면 참 싫었는데 이젠 너무 조용한 것이 싫다.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돌아오실 때쯤이면 동생은 세 살이 될 거라고 한다. 내 계산으론 너무 까마득하다 내가 잠들기 전에 아빠가 내 등을 간질이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적도 까마득한 옛날 같다. 아빠를 보러 갈 때마다 아빠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녀석 많이 컸네!” 그리곤 아무 말 안하시다가 내가 일어날 때 쯤 되면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잘 보라"는 이야기도 하신다.

 

 

 

 

 

 

아빠에겐 차마 말은 못하지만 아빠는 갑자기 늙어버리신 것 같다. 나랑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아빠가 빨리 할아버지가 되어 버리시면 나는 슬프다. 울고 싶다. 아빠하고 둘이서 배꼽을 잡고 웃어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다시 생각해보면 내 이야기는 엄청 힘든 일은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내겐 그런 걸요.”

 

 

 

 

 

 

아이의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아들에게 녀석 많이 컸네!”하고 말한다는 것은 자주 못 본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크는 것을 먼저와 비교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뜸하다는 이야기다. 아빠는 '교도소'에 있다. 동화에선 아마도 거의 쓰지 않았던 소재였을 것 같다. 나도 처음 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구상 어딘가에 이런 가정이 수없이 많이 있다. 차라리 아빠가 멀리 해외로 출장을 갔다면 모를까. 아빠가 교도소에 있다는 것은 그 가족들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주는 상처가 크다. 물론 억울한 일로 잠시 또는 길게 갇힌 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교도소란 나쁜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아이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지고 훌륭한 아빠가 교도소에 있다니 참 슬프다. 아이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적신다.

  

     

 

 

          “ ‘엄청 힘든 일은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내겐 그런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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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9-1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엄마도 있어야 하고 아빠도 있어야 한다는 건 틀림없죠..
만약 하나라도 빠지면,결핍의 증상이 심각하게 평생에 따라다니게 되더군요,

쎄인트saint 2015-09-11 12:20   좋아요 0 | URL
예...이젠 이미 상식화 되었지만....성장과정 중 빈 자리와 상처가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