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 과학, 기술, 그리고 서양 우위의 이데올로기
마이클 에이더스 지음, 김동광 옮김 / 산처럼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유럽인들이 자신들 문화의 물질적 우월성, 특히 과학적 사고와 기술 혁신에서 나타난 우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것이 해외에서 마주친 사람들에 대한 태도와 그들과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는 반(反)과학이나 반산업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다. 사실 내가 컴퓨터로 - 확실히 서양(그리고 점차 일본)의 연구와 혁신의 주목할 만한 산물 중 하나인 - 일하면서 이러한 작업에 관여하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과학 산업의 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제안할 만한 유토피아 체계를 알지 못하며, 그럴 경우 지배자가 될 비서양인 경쟁자들이 본질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믿는 것도 아니다. 과학과 기술 혁신과 관련된 제반 문제에서 여전히 과학과 기술은 인류사회의 대다수에게 어지간한 생활수준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찾아낸 유일한 길이다. 모든 사회 혹은 산업화된 사회의 모든 집단이 이러한 혜택을 똑같이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속적인 개혁 노력을 위한 문제이지, 그 자체가 과학과 기술이 인류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후 수십 년 동안 유럽의 저명 지식인들 사이에서 기계화와 미국화에 따른 위험과 산업사회의 운명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논쟁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나타난 발명과 혁신에 대한 열광주의, 산업기술의 대량소비 상품, 그리고 전쟁을 거치면서 숱한 유럽 사상가들이 형편없는 망상임을 깨닫고 폐기했던 무한한 향상과 진보라는 환상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 무렵, 모든 서양 사상가들에게 유럽 문명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의식들은 상당부분 과학과 기술의 적절한 역할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즉, 오용되고 남용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또한 유럽의 일부 사상가들은 과학의 발전과 기술적 성취의 근거를 기반으로 어떤 민족이 야만인지를 결정하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는 양상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본인의 생각과 의지를 표명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 당시 차별화의 피해를 많이 본 민족은 아프리카인입니다. 한동안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원숭이와 같은 종으로 분류 한 때도 있었으니 해도 너무 했습니다.

 

1744년에 영국의 여행자 윌리엄 스미스는 앞선 기술적 능력으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지 의구심을 품습니다. 여행 초기에 스미스는 여러 차례 아프리카인들이 게으르고 무지한 야만인이라고 단정했지만, ‘가장 융성한 도시’ 베냉과 주변 지역을 방문한 후 아프리카인들의 ‘자연적이고 유쾌한’ 삶이 여러 면에서 유럽인들보다 오히려 더 낫다고 결론짓습니다.

 

 

그가 유럽인들에게 ‘흔하다’고 주장했던 남색(男色)이나 수간(獸姦)이 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처럼 많은 발명’을 했고 ‘자연에 그토록 많은 제약을 가한’ 유럽인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미 소유가 행복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에선 쉽사리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방향이 되고 말았지요. 영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최소한 자신이 만났던 아프리카인들 못지않게 유럽인들에게도 ‘헛되고 우스꽝스러운 관습과 개념들이’ 많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 표현은 좀 약하고 완곡하게 여겨집니다만.

 

 

기계화, 산업화 과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보타지(sabotage). 태업(怠業), 파업(罷業)입니다.

sabotage의 어원은 sabot입니다.

중세 유럽에 사보(sabot)라는 나막신들을 신었습니다. 너도밤나무, 버드나무 등을 오래 말렸다가 파서 만든 신입니다. 특히 프랑스 농민들이 많이 신었지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자 이들은 신고 있던 신을 벗어서 기계에 화풀이를 합니다. 참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나막신으로 기계를 때린들 표시가 나겠습니까. 화풀이대상은 기계화를 생각하고, 도입한 사람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계에다 그 울분을 털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의 sabotage하곤 전혀 성격이 달랐지요.

 

그 어떤 기술 혁신보다도, 철도는 1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엄청난 물질적 진보를 구현했고, 그 과정에서 유럽과 그 밖의 모든 비 서양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산업변화의 핵심적인 발명품이었던 증기기관이 구동되는 증기기관차는 야금학과 공작기계분야의 최신발전을 뚜렷하게 나타냈습니다.

 

1820년대 처음 영국에 도입된 시점부터, 철도는 ‘당대의 가장 위대한 경이’로 간주되었습니다. 최초의 성공적인 상용철도를 건설했던 공학 천재 조지 스티븐슨의 전기에서, 새뮤얼 스마일스는 리버플-맨체스터 선을 보기 위해 영국 전역에서 구경꾼들이 몰려왔다고 썼습니다. 스마일스는 19세기 중엽이었던 “약 25년 전에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를 보는 것은 평생 처음 겪는 일대 사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지고, 편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안함은 평안함과 다릅니다.


평안함은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지만, 편안함은 반드시 그렇진 못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