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켄지, 경제상식 충전소 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켄지 - 서른여섯, 침몰 직전의 회사에 올라타다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오씨이오(oceo)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조직, 기업이든 ‘문제가 없다는 것’은 곧 ‘문제가 있다’이다.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주위의 눈치를 살피느라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편 외부의 눈에는 문제점이 도드라져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내부자의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이 책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처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CEO 켄지는 누구인가? 책의 저자 사에구사 다다시의 분신격인 켄지. 그의 행적을 따라가며 여러모로 유익한 tip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동양권에선 그리 흔치 않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기업의 풍토가 또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 일본. 혈연, 학연, 지연으로 강하게 묶여진 분위기. 요즘은 많이 퇴색되었다지만, 종신고용이 일반적이었던 일본의 기업 분위기에서 탄생된 경영의 귀재. 그에게서 경영 및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탁월한 감각, 능력 그리고 신중하면서도 열정적인 젊음이 함께 느껴진다.

책은 저자가 30년이 넘도록 경영현장에서 뛰어다니며 체득한 경험을 켄지라는 주인공을 통해 재현, 소설형식을 빌린 경영전략서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고, 위기상황 때 인재가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영웅이나 인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땅에서 불끈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하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 대열에 들어 설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신사업개발 팀장이자 과장인 켄지는 평소에도 그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회장(자이쓰)에게 본인의 소신을 피력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에 합석한 임원의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회장은 켄지가 하는 말속에서 사심 없이 회사를 위한 충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것에 점수를 준다.

켄지의 회사는 중소업체 여러 곳에 회사의 지분과 함께 제휴회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수익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 적자행진을 기록하는 위기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급기야 기대를 많이 했던 제휴회사 하나가 문을 내려야할 정도가 되었고, 이 때 회장은 고심 끝에 켄지 과장을 그 회사의 사장으로 임명하고 전권을 위임했다.

켄지의 입장에선 본인의 경영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그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는 시험대이다. 젊은 사장이 기존의 직원들을 떠안고 새로운 분위기와 함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야 하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당연지사지만 그는 회사가 그 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과 문제점을 최단시간 내에 냉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어떤 시스템보다 인적자원 곧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남이 없도록 노력했다. 문제점이 드러났을땐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 그 자체에 주목했다. 나이가 젊은 탓에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회사의 기술진을 대할 때나 다른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직접 그들의 자리까지 찾아갔다.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사장실 책상도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두고 사용했다. 물론 그 후 회사가 성공적으로 재기 한 후 2층 사장실로 올라갔지만, 그 후에도 회사 구석구석의 분위기를 계속 그려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 편의 긴박한 드라마를 보듯 전체적인 흐름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가 되고,
기회 또한 위기가 되기도 한다. 회사를 성공적으로 재기시키자 켄지의 위치 또한 대뇌외적으로 확고해진다.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켄지. 말투, 태도, 생각 등이 달라진다. 위기상황이 왔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물론 대외적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회계장부에 붉은 줄이 그어질 상황까지 오게 되었고, 급기야 회장 앞에 서게 되었다. 회장은 경영상의 적자이전에 켄지의 마음자세가 전과 같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일갈한다. ‘회사를 그만 두어라!’.충격을 받은 켄지는 혼자만의 시간,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사실 회장은 켄지를 볼 때마다 본인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고 측근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에게 더 큰 일을 맡기고 싶었던 때에 켄지의 자만심이 회사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피 엔딩. 켄지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일어나고, 회사는 정상적인 운행을 하게 된다.

책의 중간 중간엔 경영전략서답게 경영과 경제에 대한 tip과 manual이 실려 있다. 그리고, 켄지 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인물은 자이쓰 회장이다. 켄지의 뒤에서 든든히 받혀주면서 키워주고 있다. 사실 국내 그룹회사의 거의 전부는 2세 경영내지는 친인척 중심의 고위 경영시스템이다. 회사 내에서의 후진 양성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회장이나 사장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주인과 주인의식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들 어찌 회사가 내 것이 될 수 있느냐가 직원들의 입장이다. 결국 경영자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한 희생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 여기서 경영수업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일부터 당장 회사를 운영해보라고 하면 정말 자신 있을까? 경영자는 물론 켄지처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역할을 멋지게 해보고픈 장래 CEO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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