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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 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_박영규 / 김영사
인간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이 땅에 살면서 병을 고치기 위해 애썼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질병 또한 다양해졌다. 오래 전 인류역사에서 전염병에 대한 생각은 신의 분노 탓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대중 역사 저술가인 박영규 저자는 조선시대 질병과 의료, 명의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에선 조선의 의료 행정 중심기관인 전의감을 비롯해 왕실 전담 병원인 내의원, 도성 백성들의 의료기관인 혜민서, 질병 치료소로 이용되던 찜질방의 원조 한증소,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 등의 역할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감기와 치질, 중풍, 역병 등은 조선 백성들이 가장 많이 걸렸던 질병 10가지 중 상위를 차지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감기(感氣)는 조선시대에도 골치 아픈 병이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맞다. 특히 그 당시엔 감기와 독감의 구분이 없었으니 더욱 그리했을 것이다. 저자는 세종실록에서 형조판서 김점이 세종도 참석해서 정사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아이가 지금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으니, 내약방에 입직한 의원 조청에게 병을 봐주도록 명해달라고 요청한다. 세종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호되게 꾸지람을 한다. 정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사정(私情)을 말하며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질책한다. 형조판서 김점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도 김점의 아이는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독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흔히 중풍(中風)으로 불리는 뇌졸중(腦卒中)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참으로 어려운 병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풍에 걸리면, ‘풍 맞았다’는 표현을 한다. 그 당시 중풍은 누워 있다가 죽는 병으로 여겼다. 현대 의학에선 재활치료를 통해 기능회복을 도와주지만, 그 당시엔 오직 침과 한약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 중풍을 앓다가 회복하면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소생한 것처럼 신기하게 생각했다.
조선 왕들의 죽음을 ‘독살’로 연결시켜 책을 쓴 저자도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을 주목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별다른 지병을 앓지 않았던 덕에 74세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한다. 지금 식으로 계산하면 100세가 넘지 않았을까? 조선 역사상 70세를 넘긴 인물은 태조와 영조뿐이었다. 조선 왕 27명 중에 지병이 없었던 왕은 이들 두 사람에 한정된다.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지병으로 고생이 심했다.
많은 사례 중 광해군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광해군은 34세에 왕위에 올라 15년 동안 용상에 머물다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후,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뒤 67세에 죽었다. 광해군 역시 갖가지 질병에 시달렸다. 그를 괴롭힌 대표적인 질병은 종기, 눈병, 치통, 인후증 등이었다고 한다. 화병 까지 있었다. 폐위될 다시 광해군은 여전히 종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종기 치료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강화도와 제주도를 전전하며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유배지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67세까지 장수했다. 수많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서 화병도 나았을 것이다. 폐위 된 것이 오히려 장수의 비결이 된 셈이다.
팬데믹 시대이다. 질병들이 랜선을 타고 흐르나? 인공위성을 통해 전파되나? 의심이 들 정도로 바이러스 질병의 전파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어떤 질병으로 고통 받았고, 그 질병들은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의료적 관점에서 보는 조선의 역사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