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흐르는 시
전가람 지음 / 가을하늘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야기가 흐르는 시 】    

  _전가람 (지은이) | 가을하늘 | 2017-09-28

 

     

()는 심상(心象)이다. 이미저리다. 함축된 짧은 글을 읽으며 그림이 그려진다. 느낌이 전달된다. 시와 소설을 건축과 연관지어 생각해본다. 소설은 건축자재가 많이 들어간 건물이 연상된다. 대하소설은 거의 빌딩수준이다. 반면 시는 소박하다. 건축에 들어간 재료도 많지 않다. 나무로만 만들어진 집도 있다. 못 하나 안 박고도 집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집이 허술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더 오랜 세월 생명력을 지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상에 문득 어느 때 시 한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시가 그렇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참 소박하다. 따뜻하다. 사람 사는 내음이 난다. 2014년 겨울로 시작하는 예상하지 못한 임신이야기는 앞으로 이 집에 일어날 여러 가지 향기로운 사건들을 암시해준다. 2014년 겨울. 부부 사이엔 2011, 2013년 생 아들들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예상치 않은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임신이다. 더군다나 쌍둥이란다.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쩌면 아들만 넷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나는 이 대목에서 기도를 해줬다. 딸 쌍둥이 낳기를. 내 기도 덕분은 아니겠지만, 딸 쌍둥이를 낳았다.

 

 

맑고 신선한 가을,

그래서 감사한 계절.

 

티 끝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

그래서 닮고 싶은 하늘.

 

첫 가을 하늘이 열린 날에

엄마 아빠와 만난 우리 쌍둥이 딸,

그래서 이름도

가을이와 하늘이.

 

가을아 하늘아

사랑을

둘이 나누어 받는다고

시샘하지 마라.

 

함께 걸어야 덜 힘들고,

함께 바라봐야 더욱 즐겁고,

힘께 듣는 노래가 더 흥겹다.

 

살다보니 그렇더구나.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진정 행복하단다.

 

_ 가을 하늘 : 우리 딸전문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할 일은, 젊어서는 못 느꼈던 감사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젊어서는 내게 없는 것, 부족한 것 헤아리는 것이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엔 그 생각만 꽉 찼다. 남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젠 마음을 안으로 들이며 감사거리를 찾는 것을 보니 뒤늦게 철이 드는 모양이다. 내게 남은 것을 많이 생각하는 요즈음이다.

 

 

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에 감사하고

 

내일은

희망이 있기에 감사하며

 

오늘은 감사할 줄 아는 이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감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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