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다른 세상으로 떠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열린책에서 출간된다(아직은 예약구매상태). 에코에게 붙는 호칭이 많다. 철학자, 기호학자, 소설가, 사상가, 역사학자, 미학자 등등이다. 이 여러 호칭 중 에코는 어떤 호칭을 좋아했을까 궁금해진다. 내가 에코에게 하나 더 붙인다면, 중세 덕후다. 중세의 역사를 에코만큼 문학작품 속에서 되살려 놓은 작가를 아직 못 만났다.
『제0호』는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를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다.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는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된다.
내친 김에 에코의 작품을 정리해본다. 읽은 책도 있고, 읽고 있는 책도 있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