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이다. 인간도 아니고 요정이나 악령이라 하기에는 좀 모자란. 아무튼 이상한 생명체. 구루미.

일본 만화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에서 주인공 화니를 한없이 괴롭히다가 문득 도움도 되는.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짜달시리 도운것도 없는 캐릭터가 바로 구루미이다.

공중파에서는 하지 않고 케이블 체널인 투니버스에서 해 주는데 요즘은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12시가 넘은 시간에 해 주어서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뜨고 봤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제목이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라고 한다. 하레는 화니의 원래 이름. 그리고 구우는 구루미의 본래 이름이라고 한다. (구우 보다는 확실이 구루미가 귀엽다.)

만화의 내용은 도무지 애들이 볼 내용이 아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마법진 구루구루 처럼 골때리는 에피소드가 매회 이어진다고나 할까. 아무튼 캐릭터들이 다 엽기적이고 재밌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은 구루미라는 것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듯.

아무튼 저건 구루미 인형이다. 나는 구루미를 너무나 좋아해서 저 인형을 구하고 싶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소도시라 저런 캐릭터 상품이 잘 없다. (있어도 내가 못찾는 것은 대략 무효)

핑크색 머리와 핑크색 치마. 그리고 붕대처럼 생긴 노란 상의를 입고 다니는 구루미. 늘 저런 표정 아니면 눈이 일자인 -_- 표정이다. 그리고 가끔은 사람들에게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총명하고도 깜찍한 버전 (목소리도 변한다.)이 나오기도 하지만 역시 구루미는 저럴때가 제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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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8-2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아이 좋아해요.
얘 하구요 ㅎㅎㅎㅎ


플라시보 2004-08-2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이 아해는 또 누구란 말인가. 담배를 끊은 저에게 살짜기 고문을 해 주시는군요. 흐흐^^

▶◀소굼 2004-08-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해보니..내 구우 티셔츠는 어디로 간거지!!;;

물만두 2004-08-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거랑 카이레님 이미지랑 비슷한데 무슨 관계가 있나요???

깍두기 2004-08-2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레와 구우, 우리 딸들이 즐겨보는 만화인데......도무지 아이들이 즐겨볼 내용이 아니라니, 정말입니까?
그건 그렇고 그림만 살짝 퍼가도 되겠지요?(애들 보여주면 좋아할 거 같아서요^^)

플라시보 2004-08-2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1t님. 구우 티셔츠도 있나요? 이쁘겠다...

물만두님.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깍두기님. 음...내용이요. 다소 엽기적이에요. 구우는 맨날 하레를 괴롭히구요. 구우의 엄마는 늘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술이나 먹어요. 구우가 맨날 식사준비 하구요. 근데 나열하고 보니 아이들이 보면 이런 잇점이 있겠네요 '세상에는 저런 엄마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나에게 잘 해주시는지...휴우 정말 다행이야 내가 하레가 아니라서' 흐흐^^

깍두기 2004-08-2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에게 열심히 보여주겠습니다.히히히.
특히 애들 끼니를 제대로 안 챙겨준 날에.....

플라시보 2004-08-2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소드중에 엄마가 동생을 낳거든요. (근데 극중 하레는 아빠 없이 엄마랑 살구요. 동생은 엄마가 정글내에 학교에 있는 양호선생님과 재혼을 해서 낳습니다.) 그 아기마저 하레가 다 업어 키웁니다. 흐흐^^

털짱 2004-08-29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레와 구우가 저거였군요.^^
아, 너무 귀엽네요. 조금 새침한 저 표정이란!

stella.K 2004-08-2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후후.

nugool 2004-08-3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이 볼 내용'이 아닌데 울 진형이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 하긴 저도 너무 좋아해요.. ㅎㅎㅎ

플라시보 2004-08-3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저 표정 말고도 귀여운 표정들이 한가득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stella09님. 이쁘죠? 후후. 가끔 머리를 깜찍하게 양 갈래로 묶을때가 있는데 그때도 겁나게 귀엽고 이뻐요

너굴님. 흐흐. 애들은 내용보다는 아무래도 구우의 귀여우면서도 기상천외한 행동을 좋아하는게 아닐까요? 거기다 캐릭터들이 전부 할랑하니 웃기잖아요^^ 님도 저 만화 좋아하시는군요. 전 시작하기 전에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노래까지 따라 부르며 봅니다.^^

털짱 2004-08-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인형을 보면서 좋아라 웃고 있을 플라시보님이 상상되어 저절로 웃음이 나요..^^
 
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 문이당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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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이 책을 샀다고 아는 지인에게 자랑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 우리 문학판에 대해서 뭘 좀 알긴 아니?'

내가 아니라고 하자 그녀는 '그러면 너에게는 상당히 재미없을 책' 이라며 읽지 말것을 권고했다. 그래도 내가 호기심에 못이겨 앞에 몇 페이지를 읽고 그녀에게 '의외로 재밌던데?'라고 하자 그녀 또한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결론부터 말해보자. 문학판을 모르면 재미 없는 책인가? 웃기지 말라고 해라 아무것도 몰라도. 적어도 서점가서 내 돈 주고 책을 사 보기 위해 한번 정도는 어슬렁거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현대에는 책도 하나의 상품이다. 하루에 쏟아지는 새 책만 해도 문화부기자들의 책상을 내려앉힐 만큼이다. 그런 와중에 책의 내용만으로 어필하겠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비록 이 책에서는 책의 제목이나 겉표지같은 외형에 신경쓰는 것을 아주 몹쓸 짓으로 규정지어 놓았지만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책은 책이니까 하면서 언제까지나 뒷짐을 지고 제목이나 표지에 연연하는 것은 천한 것들이나 하는 처사지 험험 해댈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책 제목과 표지에 신경을 쓰는것을 (물론 책에서는 내용과 무관하게 그저 멋지게만 보이려는 제목과 표지를 선정하는 것을) 침 튀기며 욕해놓은자 답게 표지와 제목에 무신경하다 못해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빨간색에다 어줍잖은 삽화. 그리고 원제와 아무 연관이 없는 제목 (원제는 The Book이다.) 인 '책 죽이기'라니. 물론 책의 제일 마지막에 책 죽이기라는 소단원이 나오긴 하지만 이 책 전체가 책을 죽이는 것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것은 아니다. 그냥 The Book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님 그냥 '책' 이라고 직역한 제목을 달고) 좀 더 눈아프지 않은 색을 표지로 결정하고 삽화 같은것도 빼버렸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몇권은 더 팔렸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업주의적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여기서 여자가 된다. 책을 여자로 의인화시켜 놓은 부분은 꽤나 재미있다. 다만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하하하'하고 웃기만 할 수는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특히나 책이 팔리고 빌려지는 과정을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여성과 빗댄것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비유였다. 중간으로 넘어가면 내가 아는 지인이 잘난척하며 말했던 문학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문학 작품 하나가 어떻게 상을 타고 또 출판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곳에는 어느 곳에나 그러하듯 당연하게 온갖 비리가 존재한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 비리를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비꼬았을 뿐이다.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이 부분 역시 문학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충분하게 재밌게 볼 수 있다. 즉 뭔가를 좀 알아야만 알아먹을 수 있는 블랙유머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슬랩스틱 코메디의 수준이다. 그러므로 나 같은 인간도 보고 충분히 웃거나 혹은 웃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재미에 의한 것이지 절대로 뭔가를 못알아 먹어서 웃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그저 책일 뿐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책의 입장에서 혹은 책이 써지고 또 출판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나열한 이 책은 어쩌면 요즘들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책의 의미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종이 책이 사라지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e-book을 읽기도 한다. (내 여동생의 경유 휴대용 저장장치에 책을 저장해서 읽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또 그에 맞춰서 발전해 나가고 시행착오를 겪어 나갈 수 밖에. 처음 원고지를 고집했던 작가들이 점점 컴퓨터로 글 쓰는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제는 거의 모든 작가들이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 처럼. 책은 책이나까 반드시 종이의 형태로 된 책으로만 보전되어야 하는 위대한 것 이라는 발상은 글쎄.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소리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책을 종이의 형태로 읽는것이 훨씬 편하지만 과거 나 만큼은 절대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동시에 사고를 하는 글쓰기 만큼은 못 할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종이와 펜을 잡으면 어색해져 버린 것 처럼 책의 앞날 역시 아무도 모를 일이다.

과거에 비해서 지금은 그 지위가 너무도 떨어져 버린 책의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는다면 꾀나 재밌는 책이다. 책을 의인화시킨것도 그렇고 과장스런 표현도 그렇고. 다만 아주 웃기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단 한번도 실제로 웃은적은 없다. 보통 재밌는 책은 실제로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냥 속으로 웃고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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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2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으로 웃고 치웠다'...별 셋.
음...책꽂이에서 대기중인 책인데...어쩌나..

플라시보 2004-08-2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효주님.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아주 웃긴책도 그렇다고 재미없는 책도 아닌 중간정도. 읽히는 것도 술술 잘 읽힙니다.^^

마냐님. 흐흐. 일단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빨리 읽히거든요. 그리고 소리내서 푸하하 할 수 있는 책이 그리 많은건 아니니까요^^

털짱 2004-08-2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서재에서도 같은 책에 대한 리뷰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두분 다 개성있고, 재미있네요.^^

비누발바닥 2004-08-27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네여~~아직 읽어 보지 않았지만....짐 읽고 있는 책이 있으니 다 읽으면
읽어봐야겠네요.....님의 글 유익합니다~

플라시보 2004-08-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저도 마태우스님의 리뷰 읽었습니다. 그분은 아주 재밌게 보신것 같더라구요. (실은 그 리뷰를 보고 저 책을 샀지요. 흐흐)

sweetmagic님. 감사..으흐. 왜 저랬을까이... 댐시 고쳤어요. (근데 아무도 지적을 해 주지 않았다는게 신기하군요. 역시 CF가 너무 감동적이었던게야..하하)

비누발바닥님. 저 책이 님께도 재밌기를 바랍니다. 간혹 나는 재밌는데 남들은 재미없는 경우 혹은 그 반대가 많으니까요.^^
 
나의 이복형제들
이명랑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코메디언 중 박수홍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3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다른건 기억이 나질 않고 그 중 하나가 '가난' 이었다는 것이 기억난다. 나는 연예인 중에서 누구도 그 처럼 그렇게 가난이라는 것을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하지만 그 무게만큼은 충분하게 인정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를테면 연예인의 가난이란 것은 최진실양의 김치 수재비 처럼 조금은 신파적인 분위기를 내기 마련인데 박수홍이란 사람은 잘은 몰라도 충분할 정도로 가난 해 보았으며 적어도 앞으로는 가난하지 않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제밤 빗소리에 잠이 깨서 케이블 체널을 돌리다가 노숙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봤다. 0.7평의. 흔히 쪽방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에서 가족까지 이루며 사는 사람들 (한 부부는 간난쟁이가 있는것도 부족해서 둘째를 임신 한 상황이었다.) 을 보았다. 사실 나는 가난이 죄는 아니라던가.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말에 동조하지 못하겠다. 내가 본 가난은 모두 죄였으며 분명 부끄러웠다. 뭐 찢어지게 가난하면서 가족을 이루고 거기다 아이까지 낳는 사람들을 나는 돌을 맞을 망정 혐오한다. 생명이란 다 소중한거고 세상에 태어나서 어떤 훌륭한 인물이 될지 모른다고? 출발선상부터 0.7평 쪽방에서 시작한 아기가 얼마나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 한 20년 전이기만 해도 가능하다. 그때는 정말 가난해도 죽으라고 들고 파고 노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꿈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들 학원다니고 과외다니는걸 자기 노력만으로 따라 잡는건 내 생각에 천재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하게 태어나면 신께서 불쌍히 여겨 천재로 태어나게 해 주시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혼자 가난한것도 모자라서 자식에게까지 대물림을 하고. 자기 몸 만큼, 아니 어쩌면 자기 몸보다 더 귀할 그 자식을 출발선상부터 남들보다 10km는 족히 뒤에서 출발시키는 것. 나는 그게 사랑인지 뭔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가난에 대해 주절주절 길게 얘기한 이유는.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쪽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 가난하고 남루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시장통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 난 사실 그런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로지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저마다의 가난이었다. 사람들에게 쥐어터지고 밤에 잠도 못자며 일을 부려먹어도 다 떨어진 운동화 한켤레 사 신을 돈이 없는 인도 노동자 '깜댕이'. 남편에게 죽도록 얻어맞으면서 다방 레지를 하는. 그러면서도 탈출을 꿈꾸기에 2만원 3만원에 몸을 파는 중국 여자 '머저리'. 온 몸이 굳어가는 병을 앓으면서도 TV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협동합시다 아저씨에게 몸을 내어주되 그것마저 임의롭지 못해 입으로 정액을 받아야 하는 '춘미 언니' 거기다가 무당인 엄마에 이어 신이 내릴뻔 한 것을 피해. 아버지의 말처럼 '영원히 멀리 도망' 간 곳이 하필이면 시장통이며, 협동합시다 아저씨의 배려로 밤에는 인도 노동자 '깜댕이'와 함께 냉동창고가 있는 지하실에서 자고 낮이면 과일상회에서 과일을 팔고 하루 3천원을 받는 주인공 '영원'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하지만 선량한 도 아니고 가난하지만 꿈이있는 도 아니며 그저 가난한. 그것도 정말 최하위 5% 안에 들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작가 이명랑은 자신이 자란곳이 시장이었고 (전작 삼오식당이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혔듯) 그 시장통의 온갖 인간군상들을 다뤄보고 싶은 원대한 꿈 내지는 목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비춰진 것이라고는 그들의 너무도 확실한 가난 그것 뿐이었다. 전작 삼오식당에서는 그래도 가난이라는 것 만으로는 다 묶여지지 않은 (즉 그렇게 까지 가난하지는 않은) 인간 군상들이 존재했었는데 이 작품은 뭐라 더 입도 떼기 힘든 가난과 남루 거기다 비참의 비빔쑈가 펼쳐진다. 읽는 내내 인간이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도 살아야 하는가. 속된 말로 혀라도 확 깨물거나 접싯물에 코라도 박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더 떨어질곳 없는 곳 까지 떨어지면서도 살아서 숨쉬고 먹고 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고 동물은 짐승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알며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우는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존엄성 같은건 스스로 지켜야 하지 않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흙뭍은 구두를 혀로 핥았다 따위의 스토리는 내게 전혀 감동이 아니다. 거기서 나는 인간의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기 보다. 인간의 비루함과 비겁함을 느낀다. 죽음이 아니라면. 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악취나고 모멸스런 짓 마저도 끝끝내 다 해치울 수 있으며. 그게 당연하다는 식의 얘기들을 접할때 마다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밀려든다.

이 책에서 중국인 '머저리'는 주민등록증을 따기 위해. 자신을 다방 레지로 부려먹고 또 날마다 두들겨 패며 인간취급을 해 주지 않는 한국인 남자를 견딘다. 거기다 잔인하게도 그녀는 희망 씩이나 품는다. 시장통의 사내들에게 2만원 3만원에 몸을 내어주면서 그 돈을 챙긴다. 남편에게 들켜서 흠씬 두들겨 맞고서도 만원만 가지고 어떻게 해 보려던 남자를 찾아가서 남편에게 이른다고 말해 기여이 만원을 더 받아온다. 비록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설정을 해 두었지만 나는 그녀가 나오는 대목을 '그냥 소설이며 더구나 한국 사람도 아니래잖아' 하며 넘길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도 같은 여자이고. 동조하지는 못할 망정 여자의 마지막 수단은 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몸을 자기 맘대로 할 권리. 그리고 지킬 권리도 가난하지 않을때의 얘기인 것이다. 그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가난' 이라는걸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가난에 너무 물려버려서 다른건 생각도 안난다. 그리고 영원이라는 여자아이의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며 그녀의 과거 또한 급히 끼워맞춘. 마치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온 촌색시의 장농안에 든 색동이불처럼 들떴다는 것도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이들이 정말 미치도록 가난했고 그들의 삶이 시장통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더더욱 시장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가난'의 아우라는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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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8-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 본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리뷰만으로도 절절하군요.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마냐 2004-08-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들의 사는 모습은 비루합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눈감으려 해도 이제는 못하겠어요. 고개를 돌려버리는 편이 마음은 편할텐데...그 비루함에 어찌할바 모르고 당황하기만 합니다.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플라시보 2004-08-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onara님 상당히 오랫만에 뵙네요. 그냥 제가 저 책에서 가난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지 실제로 오직 가난만을 말하는 책은 아닙니다. 작가는 시장이라는 공간속에 사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고 싶었다 하더군요^^

마냐님. 삶의 비루함. 참 싫지요. 허나 '너는 절대 요만큼도 비루하지 않으냐?'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 역시 자신있게 '그러하오' 하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비루하고 싶지 않은 제 삶에도 삶의 비루함은 파고 들 만큼 강력한 무언가이니까요. 아까 사요나라님께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 책은 마냥 가난만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저 책에서 가난을 읽었을 뿐이지요.^^

털짱 2004-08-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다른 두 가지는 차태현과 윤정수입니다.^^
너무 처참해서 눈을 감고 싶은 그 순간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경외감이 듭니다.
존재하는 것도 용기다. 그런 생각이 드는 리뷰였어요. 멋진 글이라 추천!

플라시보 2004-08-2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아..다른 하나가 차태현과 윤정수이군요. 후훗. 추천 감사합니다. 꾸뻑.

연우주 2004-08-2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플라시보님. 지금 이 책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이명랑, 제가 꽤 주목하고 있는 작가거든요. 리뷰는 책 다 읽은 후에 읽을께요.^^

LAYLA 2004-08-2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기 보다. 인간의 비루함과 비겁함을 느낀다.
이말이 정말 와 닿았습니다.
제가 느낀 맘을 플라시보님이 딱딱딱 적어주셨네요.
그리고 가난하면서 애를 낳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돌맞을 생각을 저도 한답니다.
요즘은 학력이 돈과 거의 비례하는 세상이니까요.
아무리 좋은 말로 미화한다 한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게 잘사는 전문직 부부들은 한명씩만 딱 낳고 절대 안낳던데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계획없이 애를 낳는다는거요.
그냥 어쩌다 생겨서...하면서 낳는거 보면...;;제가 답답해서..;;;

플라시보 2004-08-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 마침 주문을 하셨군요. 그러세요. 책 다 보신후에 보세요^^ (책 재밌게 보시길)

LAYLA님. 그런것 같아요. 전문직일수록 애를 많이 안낳더군요. (만약 저라면. 아이를 잘 키울 자신과 동시에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많이 낳을듯^^) 저는 아직 미혼이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지만 제 짧은 생각에는 경제력이야 말로 아이를 기르기 위한 가장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베이스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랑이랄지 보살핌이랄지가 얼마나 빛을 발 해 줄지. 사실은 약간 의문스럽습니다. (흐흐. 그리고 님. 적어도 돌을 맞으면 우린 함께 맞겠네요. 동지가 생겨서 기쁘...다고 해야하는거죠?^^)

비누발바닥 2004-08-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진 않았지만.....절실하게 느껴 지네요
이때까지 가난이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이책을 읽으면 왠지 무섭단 생각이 들겠네요.....ㅠㅠ
하지만 님의 글은 훌륭합니다~^^

플라시보 2004-08-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가난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 같아요. 실제로 한번이라도 가난해본 사람은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것을 티내지 않을 뿐. 맘속까지 단 한번도 부끄럽지 않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난이 부끄럽다고 표현을 한 것이었습니다. 책은 별로 안무서워요. 그냥 뭐랄까 가난을 애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묘사 해 놓았거든요. 약간 디테일하긴 하지만 감정은 들어가 있지 않은 묘사요^^
아..그리고 제 글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뻑.
 

                    



이 영화. 쓰리 몬스터는 촬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부터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책을 읽어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하고. 드라마 보다는 베스트 극장 같은 류의 단막극을 좋아하는 나 이기에 영화에 있어서도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섯개의 시선'이랄지 혹은 '기묘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총 3개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의 '컷'. 두 번째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의 '박스'. 세 번째는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이다. 아시아 3국의 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쓰리 몬스터는 각각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악마성을 드러낸다. 인스턴트 커피 광고처럼 '내안에 악마가 들어있다.' 인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자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 일 것이다.

                 



쓰리 몬스터의 첫 번째 이야기는 올드보이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컷이다. 이병헌, 강혜정, 임원희가 주인공이다. 이병헌은 감독이며 강혜정은 그의 아내. 그리고 임원희는 이 두 사람을 위협하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겉으로 드러나 있는 악마이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감독. 그의 집은 마치 궁궐같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고 눈을 떠 보니 자기가 찍는 영화 셋트장에 와 있다. 이 셋트장은 자신의 집과 똑같이 지어놓은 곳인데 거기서 찍는 영화는 벰파이어 영화이다. 아무튼 눈을 떠 보니 아내 강혜정이 피아노줄에 꽁꽁 묶여있고 임원희는 감독에게 어떤 요구를 하며. 그 요구가 들어지지 않을 때 마다 피아니스트가 직업인 아내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참 잘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영화 세 개를 짧은 러닝타임에 다 담으려다 보니) 그가 좀 더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영화를 보통의 러닝타임으로 갔더라면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우리에게 충분히 여러가지 모습을. 감독이 의도한대로 다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캐릭터는 임원희. 나는 사실 연극을 오래 한 배우들이 영화에 진출하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아하는 편인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송강호나 최민식 모두 연극을 먼저 했던 배우들이다.) 임원희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의 연극톤 대사는 시종일관 이 영화를 마치 셋트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설정도 감독의 집과 똑같이 만들어진 셋트장이긴 하다.) 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즉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나온다. 거기에다 이제는 아주 제대로 하는게 정석이 되어버린 사투리를 (아마 영화 친구가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 임원희는 옛날 얼치기 식으로 표준어 억양 그대로 둔 채 했시유우~ 그랬구먼유우~ 만 반복한다. 충분히 잘 만들수 있는 영화였는데 어쩌면 여기서 임원희는 미스 케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뭐 감독이 어차피 그 모든 상황을 연기처럼 보이기로 작정을 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때 염정아가 잠깐 등장하는데. 감독의 집과 똑같은 셋트장에서 드라큐라 영화를 찍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녀. 연기를 너무 잘한다. 느끼하고 끈적한데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분위기를 낸다. 같이 본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염정아는 몸이 참 기괴하다고. 말라도 그냥 마른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자양분같은걸 다 빨리고. 그러고 나서도 악으로 깡으로 살아있는 육신 같다고. 어쩌면 그녀의 살집하나 없고 약간 섬찟한 얼굴도 이 이미지에는 한몫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기괴한 육신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역활이었다. 그녀보다 더 흐느적거리며 걸을 수 있는 여배우는 없으리라..

                                         


다음은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박스. 3가지 영화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약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인데 너무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뻔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마지막 장면까지도 다 추측이 가능한 영화로 끝부분에 반전을 주려고 했지만 그 반전은 관객들에게 '오오..' 하는 반응을 일으켰다기 보다 '장난치냐?'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 뿐이었다. 물론 반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밀하지 못한 장치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서커스 공연을 하는 두 자매가 있다. 의붓 아버지와 공연을 하는 이 자매는 (의붓 아버지라는 것은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보고 알았지 극중에서는 어디에도 의붓 아버지라는 설명은 없다.)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다. 하지만 의붓 아버지는 언제나 첫째. 즉 주인공의 입장에서 볼때 언니만 이뻐한다. 질투를 느긴 주인공은 어느날 언니를 상자에 가두어 버리고 실수로 의붓 아버지와 언니를 모두 죽게 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영화가 재미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말한것 처럼 너무 진부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설정 자체도 일관성이 없고 어떤 해설도 없다. 한마디로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이다. 관객이 볼때는 이러하다고 느꼈는데 극중 배우들은 '실은 이러이러했던 것이야' 하며 딴소리를 해댄다. 대체 어떤게 실제고 어떤게 환상인지도 모호하다. 이미 빅피쉬에 나왔던 쌍둥이 자매들을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어설픈 쌍둥이들은 실소만 자아낼 뿐이었다.

쓰리 몬스터의 마지막 영화는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었고 또 끔찍했다. 친구와 나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스탭들의 이름을 보면서 계속 '오오' 했었는데 촬영은 왕가위감독과 짝을이뤄 동사서독, 타락천사, 중경삼림등을 찍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며 배우 양가휘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작인가 누군가의 이름도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세 편의 영화 중에서 내용면이나 영상미 그리고 효과 및 장치가 가장 좋았던 영화였다. 다만 좀 많이 끔찍했다.

젊은시절에는 배우였던 주인공. 그러나 늙은 요즘은 젊은 여자들과 놀아나는 남편 (양조위)이 위로 차원에서 끊어주는 수표나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메릴 스트립이 그러했듯. 그녀도 젊음의 묘약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만두를 만나게 된다. 그 만두를 먹으면 젊어진다는 얘기에 그녀는 만두를 먹는다. 만두의 재료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끔찍한 생각에 도망을 가지만 그녀는 다시 만두를 먹게 된다. 어떤 공포나 끔찍함도 그녀의 젊음을 향한 욕망보다는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했으니 영상이야 더 말할것도 없다. 끔찍하고 잔인한 영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듯. 그러나 결코 우중충하지 않은 색감으로 잡아낸다. (화려한 색감인데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것. 한없이 우울하고 쳐져있지만 색깔만큼은 눈이 부시도록 밝은것. 그게 바로 크리스토퍼 도일이 가진 마술같은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건 한때 내가 좋아했던 배우 양가휘가 너무나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머리도 하얗고 (물론 염색이겠지만) 배도 살짝 나와주시고 (옷을 좀 나이들어 보이게 입긴 했다.) 아무튼 내가 알던. 동사서독에서의 멋진 그는 아니었다. 거기다 얼굴은 또 왜 그렇게 시커멓게 나오는지. 베드신 마저도 나이가 드니 추하기 그지 없었다. (연인에서의 그는 절대 추하지 않았다.) 내 친구와 나는 늙어버린 양가휘를 보며 저절로 한숨을 쉬게 되었고 영화가 끝난 다음. 한참 그에게 열광하던 우리 역시 20대가 아닌 30대에 더 가가워졌음을 거울을 보며 실감했다.

누군가. 이 영화를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번쯤 보길 권하고 싶다. 단 영화가 꽤나 길다. 6시 50분 영화를 봤는데 다 보고 나니 거의 9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넉넉하게 무언가를 먹고 들어가서 보길 바란다. 영화관에서 뭘 먹거나 끝나고 난 다음에 먹겠다고? 글쎄다. 비위가 좋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도하지 않길 권한다. 특히 제일 마지막 편 '만두' 를 보고 나면 냉동실에서 만두국이나 군만두가 되기 위해 한가득 쌓여있는 그것들을 어떻게 처치하지 하는 걱정마저 된다. 만두 파동에 이은 제 2의 만두 수난시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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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8-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효주님. 감사합니다. 음...이 영화 원래 생각이 별로 없으셨다면 비디오로 보셔도 무관할것 같습니다. 굳이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영화관에 가서 꼭 봐' 라고 추천할 만하지는 못하다고 할까요? 아무튼. 영화가 꽤나 깁니다. 그리고 제가 끝에 말씀 드렸듯. 뭔가를 꼭 다 먹고 보세요^^ (아. 그리고 너무 과하게 칭찬을 하셔서...부그럽습니다.^^)

털짱 2004-08-2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스토리를 말한 것도 아닌데, 영화를 본 것처럼 관객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네요.^^

플라시보 2004-08-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그럼 저... 그 몹쓸것이라 알려진 스포일러인가요? 으흑..

털짱 2004-08-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예요. 영화는 하나도 안보고 느낌만 생생히 전달-! 마술같은 리뷰였습니다.^^

RainSmile 2004-08-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봤답니다~ 박찬욱감독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단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는.. ^^;; 임원희가 사투리도, 전 충청도 사투리를 잘 몰라서그런지 별로 안튀던데요~ 흐, 그런데 경상도사투리로 나오는 영화나드라마는 대부분이 어색그 자체! '친구'에서는 사투리 대략 잘 하긴했지만 그래도 오바하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암튼, 영화보기 전에 밥 안먹고 봤는데, 영화보고 나와서도 친구들이랑 아무것도 안먹었다죠~ㅡ,.ㅡ!! 정말 좋지 않음.

치니 2004-08-2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만두 파동 2탄에 합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길가에 있는 만두집만 봐도 영화가 떠올라서, 도저히 먹고픈 생각이 안들어요. ㅠㅠ

플라시보 2004-08-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후훗 감사 감사^^

RainSmile님. 음..님도 보셨군요. 저는 사는 지역이 지방이라서(충청도는 아니지만) 사투리에 대해 좀 민감한 편입니다. 수도권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못드셨다니 배고프셨겠어요. 영화 보기 전에 저처럼 미리 드셨으면 좋았을것을..^^

치니님. 후훗. 특히나 핑크빛이 약간 돌아주시면 더더군다나 못 먹을것 같아요... 영화보고 음식으로 고생한건 예전에 301.302 이후 이게 두번째인것 같습니다.

흰 바람벽 2004-08-2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비됴로 <범죄의 재구성>을 봤는데요.
이상하게 염정아가 매력있더라구요.
그래서 보고나서도. 머릿속에 염정아가 자꾸 떠오릅니다. 무슨이유일까요.. 여튼 묘한 매력이 있는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그 전에는 참 별로였는데..

<<<염정아는 몸이 참 기괴하다고. 말라도 그냥 마른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자양분같은걸 다 빨리고. 그러고 나서도 악으로 깡으로 살아있는 육신 같다고. 어쩌면 그녀의 살집하나 없고 약간 섬찟한 얼굴도 이 이미지에는 한몫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기괴한 육신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역활이었다. 그녀보다 더 흐느적거리며 걸을 수 있는 여배우는 없으리라..>>>

역쉬~ 대단한 글실력이십니다.
어쩜 이리도 가려운 곳을 잘도 벅벅 긁어 주신답니까.


플라시보 2004-08-2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흐흐. 예전의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키크고 늘씬한 타입이었죠. 얼굴에 젖살도 많아 좀 귀여운 타입이었구요. 어찌보면 귀엽고 복스럽다까지 갈 뻔 했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바짝 바짝 마르더군요. 본인이 다이어트를 한 결과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염정아의 이미지라는 것이 생긴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뭐랄까 그냥 흔한 미인? 미스코리아 출신이라 길이는 긴. 그리고 약간 오동통한 얼굴을 가진 여자 정도였죠. 그리고 목소리도 살이 빠지고 부터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저음으로 변해서 확실하게 자기 이미지를 정립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하루아침에 이뤄진건 아닌것 같구요. 그녀의 노력이 가상할 뿐입니다.^^ 아. 그리고 범죄의 재구성에서 염정아. 괜찮았죠?^^ 이 영화에서도 짧게 나오지만 염정아 끝내줍니다.흐흐

비로그인 2004-08-2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금방 이 영화 보고 들어왔는데.. 저한테는 상당히 껄끄러운 영화였어요.
사실 컷이나 만두는 너무 잔인해서 그랬고 박스는 도통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가서 불편했어요. 그리고 컷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참 좋았는데 선혈이 낭자한 피아노 주위를 보고 있자니 낮에 먹은 고기들이 절로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마지막 만두는 정말 너무너무나 끔찍해서 거의 반쯤 눈을 감고 봤어요. 설마 내 안에도 그런 악마성이 존재할까 싶었죠. 참고로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이 반쯤 경악하고 몇몇은 나가버리고 그랬었죠. 만두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 욕조에서 스스로 낙태하고 혀를 낼름 내밀때.. 우욱.. 정말..
영화 끝나고 나와서 같이 본 사람들 쌈밥집 들어가서 맛있게 밥먹는데 저 혼자 밥도 못먹고 메스꺼워하고 있었답니다. <쓰리 몬스터>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영화였어요... ㅠㅠ

플라시보 2004-08-2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마음처럼님. 저에게는 그런 영화가 301.302였더랬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봤는데 며칠을 밥을 못 먹어서 고생했더랬어요. 먹는것 그 자체를 끔찍하게 다룬 영화라서 더 그랬던것 같아요. 님도 고생하셨네요. 후유증이 오래가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비누발바닥 2004-09-2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가 이해를 못해서인지 재미가 없다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님의 글을 읽고 나니 더욱더 보고 싶어지네여~~
그리고 영화를 보는듯한 님의 글솜씨가 너무 부러워요~~!
 


도시락은 언제나 네모난 모양인데 이 도시락은 동그랗다. 생각해 보니 도시락이 꼭 네모날 필요는 없는것 같다. 네모난 책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참. 나는 도시락을 싸 다닌다. 매일 어떤 걸 사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귀찮고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니까. 또 혼자 살면서 장까지 보는데 하루에 한 두끼만 먹으면 너무 억울하다. 도시락이라도 싸야 장 보는 보람이 있지. 처음에는 좀 귀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습관이 되어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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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8-1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크기가 얼마나 되는건가요? CD크기정도 될 것 같이 보이는데..(그보다는 좀 크려나.?)
님이 왜 살이 안찌는지 이해가 가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ㅠ.ㅠ
아, 뚜껑이 특이하네요. 이쁘긴 참 이뻐요. 저거 두개 사서 밥과 반찬을 싸면 대략.....3=3=3

플라시보 2004-08-1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설마요. CD크기면 그게 밥인가요. 간식이지^^ 더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레코드 판만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CD보다는 클꺼에요. (그렇게 믿고파요) 만약 작다면 저도 두 개 사서 밥과 반찬을 쌀겁니다. 그리고 저 잘 먹습니다. 한때 회식가서 공기밥 3그릇 반을 먹어치워 모두를 기절시킨걸요. 지금도 삼겹살을 먹으러가건 낙지볶음이나 해물탕을 먹으러 가건 꼭 공기밥은 두그릇씩 먹어야 양이 찹니다.^^

stella.K 2004-08-1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그란 도시락통도 있군요. 플라시보님 도시락은 어떻게 생겼어요? 요즘 주로 싸가지고 다니는 도시락 만찬은 뭐죠? 아, 학교 때 생각난다. 그나마 그낙이라도 없었으면 무슨 멋으로 학교를 다녔을까요? 흐흐.

nugool 2004-08-1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쁘다...헌데 반찬이 많이 안들어갈 거 같아요...

방긋 2004-08-19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반찬 담는 곳에 밥을 담고 넓은 쪽에 반찬을 담겠습니다.
반찬 맛으로 밥 먹는 거 아닌가요? ^^

LAYLA 2004-08-20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보고 개밥그릇이 생각난....-0-;;;;;

털짱 2004-08-2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조건 밥이 많아야 한다에 한표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