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줄도 몰랐다. 

어제는 하루종일 놀았으니까 나도 양심이 있는 인간이면 일을 해야겠기에. 

아침 열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잠깐 베이글을 데우고 카푸치노를 만든것 이외에는 

정말 직장인처럼 지금까지 꼼짝않고 책상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젠장... 비가 온다. 

난 비만 오면 미쳐버린다. 

스무살때 그러다가 서른 즈음에 시들했었는데 요즘 또 다시 그런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기는 하지만 

내 안은 점점 더 젊어지고 싶다고 믿고 싶은 요즘이다. 

궁뎅이 한번 안 떼고 열심히 일한 결과 

무려 연재를 미리 써 두는 기염을 토했다. 

너무 토해서 그런지 잠온다. 

초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일해야겠다. 

잠깐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비를 맞을까도 생각했지만 

부디 내일까지 그렇게 비가 오길 바랄밖에...(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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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왠지 밖에 돌아다니고 싶은 날이었다. 

집에서 작업을 하는것도 그렇다고 집안일을 하는것도 내키지 않는 날. 

가만히 앉아 책을 읽기에는 너무도 좀이 쑤시는.. 

그렇다고 TV를 켜고 멍하게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음... 생각해보니 원래 약속이 잡혀 있긴 했었구나. (친구들과 아바타를 2번째 관람하기로 했었다.) 

아무튼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 아바타를 보고 늦은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내가 가끔 글이 써지지 않을때 노트북을 들고 나가서 일을 하는 illy로 향했다. 

내가 그 illy를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커피 맛이 괜찮다. (일리나 라바짜는 다른 커피 체인점보다 커피맛이 확실히 좋은것 같다. 아마도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아니라 원두 브랜드라서 그런가보다.) 

둘째, 흡연실이 몹시 쾌적하다. (원래 그 장소는 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간단한 다과와 함께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아무도 회의를 하러 오지 않아서 그냥 흡연 가능 구역이 되어버렸다.)  

셋째, 교보문고가 바로 앞에 있다. 

넷째. 국민은행 CD기가 있다. (집 근처에는 하나은행 뿐인데 나는 원고료 통장이 국민은행이라 돈 확인은 되지만 어디서 얼마가 입금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이런 나를 두고 다들 인터넷 뱅킹을 하라고 하지만..글쎄다. 한때는 했었는데 안하니까 또 안하게 된다.) 

다섯째, 스타벅스가 바로 위에 있다. (가끔은 일리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커피가 땡길때가 있다. 스타벅스는 흡연실도 없고 사람들이 너무 북적거려서 카푸치노 벤티 사이즈를 시킨 다음 우유를 조금 더 넣고 마시다가 일리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섞어 먹으면 내 입에 잘 맞다.) 

여섯째, 스템프가 있다. (그냥 들르는것 이외에도 교보 협찬을 받을때면 늘 가야하기 때문에 스템프가 있는게 좋다. 다 찍은 다음 공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최고다. 게다가 당일 교보 영수증을 들고가면 10% 인가 15% 인가 할인도 해 준다.) 

illy 에 도착해서 우리들은 각자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부드러운 티라미스를 시켜서 먹었다. (일리 티라미스는 케잌 형태가 아니라 컵에 푸딩처럼 담겨서 나오기 때문에 그 부드럽기가 케잌류와는 비교 불가능이다.) 

온갖 얘기들이 오갔다. 

사는 얘기, 일 얘기, 그리고 요즘 어떤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는지에 대해. 

대부분 미혼인 우리들은, 그러나 결혼에 대한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건 뭐랄까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때가 찾아오면 이루어질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 얘기도 잘 하지 않는다. (내 남자 얘기 같은건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나는 그 자리 만큼은 연애카운슬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너무 편하고 좋다.) 

영화나 책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각자 재밌게 봤던 영화나 책을 서로에게 소개 해 준다. 

물론 가장 많이 책 소개를 하는 사람은 나다. 

나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책도 많은데 그런 책들에서 왕왕 보석같은 작품들을 찾아 

내니까. (그래서 이들의 집에 가 보면 내 서재의 미니 버전같다. 내가 권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한 사람은 바이올린 레슨을 하러 나가고 

나는 라디오 방송이 있어 나갔다.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계속 얘기를 하고, 얼마 후 레슨이 끝난 아이와 내가 거의 동시에 다시 도착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너무 맛있고 가격도 저렴한 곳이라 예약 없이는 

거기서 뭘 먹는게 불가능한 곳이었다. 다른 곳에서 먹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나와 또 한 친구가 그 

곳에 가 본적이 없어서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예약을 잡으니 8시 30분 이후에나 자리가 난다 

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다. 

차 따위로 물배를 채울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고픔을 극한으로 몰아 붙여서 밥이 나왔을때 정말 맛있게 먹자고. 

그리하여 노래방을 갔다. 

보통 노래방을 가면 

사람들은 남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호응해 주는 척 하면서 자신이 부를 노래를 찾는다. 

그리고 노래방에서는 노래가 끊기는 일이 잘 없다.  

끊임없이 예약 번호들이 밀려있다. 

그러나 우리가 노래방을 가면 좀 다르다. 

우린 일단 앉아서 얘기를 한다. 

주로 실없는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가 '야, 그래도 노래방인데 노래 좀 불러야하지 않냐?' 하고 말 

하면 그제야 노래를 부른다. 

노래도 자주자주 끊긴다. 

그리고 남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자신이 부를 노래를 찾지 않기 때문에 

한곡 한곡 호응이 장난이 아니다. 

어제 최고의 곡은 박진영의 '허니' 였다. 

어쩜 그 오래된 노래의 율동을 우리는 그다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단체로 가서 이거 꼭 한번 불러보기 바란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허니의 춤 동작들이 다 생각나서 일제히 군무를 추게 될 것이다. 당시 워낙에 유명한 곡인데다 안무도 어렵지 않아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그 다음은 방송하는 친구와 디자인하는 친구가 두엣으로 부른 아브라카다브라. 

그들의 춤도 춤이었지만 그 야시시한 눈빛이란... 아... 여자인 내가 봐도 죽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극도로 굶주린 상태가 되어 8시 20분쯤 노래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 식당으로 갔다. 

식당의 모든 매뉴는 균일가. (균일가 세일도 아니고 나참 레스토랑 매뉴가 균일가라니 재밌지 않은가.) 

보통 하나를 시키면 2~3인분 용으로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은 양이 나온다. 

고기를 못 먹는 나를 배려해서, 그리고 서른 넘어서는 밀가루가 아닌 쌀을 먹어야 한다는 한 친구 

의 주장에 따라 새우 볶음밥과 연어 샐러드를 시켰다.  

새우 볶음밥의 새우는 굵직하니 컸으며 연어 샐러드의 야채들은 아삭하니 싱싱했다.  

접시를 싹 비운 다음 우리는 누가 뭐랄것도 없이 일제히 거울을 꺼내 얼굴을 봤다. 

이빨에 뭐가 끼지는 않았는지, 앞머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얼굴은 번들거리지 않는지. 

끝으로 각자의 립스틱과 립글로스를 꺼내 입술 화장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리고 레몬 맥주를 한잔씩 시켜서 마셨다. 

이제 그만 헤어져도 괜찮았지만, 그럴만큼 이미 충분하게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어쩐지 우리는 아쉬웠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차를 마시기도 싫고 술을 많이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중 한명이 새로 뚫었다는 레스토랑겸 술집에 가서  

샹그리아를 마셨다. 

사실 바이올린 하는 친구와 나는 와인을 마셔도 드라이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샹그리아가 그다지 입에 맞지는 않았지만 

달달한 술을 좋아하는 나머지 친구들은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먹었다. (그 안에 과일까지 싹 다 건져먹었다.) 

그리고 술이 한잔씩 들어가자 드디어 우리의 주 특기인 야한 얘기가 등장했다. 

그 중에 우리가 야동꼬마라고 부르는 이가 있는데 

아... 그녀를 통해 나는 진정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였고 

새삼 내가 쓴 첫번째 연애 책이 부끄러웠다. (너무 착하고 얌전했던거지..) 

이날 최고의 어록은 절륜JJ. (이거 뜻은 차마 못 밝히겠다.) 

내 이름의 이니셜인 JJ가 들어가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아비가 내 이름을 그리 지은것을.. 

여자들이 하는 야한 얘기들은 너무 재밌다. 

그러나 남자가 야한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 나는 모욕감 같은게 든다. 

나를 모욕하려고 하는 얘기도 아닌데, 남자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너무 불편하다.  

우리가 센트로 펠리스 보살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야한 얘기가 아닌 뭔가를 맞추는 것에 도통한 친구다. 

그는 얼굴만 척 보면 그 사람의 스타일을 맞춰낸다. (성격 말고 성 적으로..) 

우리는 그녀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남자들을 다 얘기했다. 

얘는 어때? 쟤는 어때? 

그러다 마침내 아는 남자들이 다 떨어지자 

이번에는 누구나 알법한 연예인들이 등장했다. 

그녀는 매우 디테일하게 그리고 꽤 신빙성있게 그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맞춰냈다. (사실 맞춘건지는 알 수 없다. 왜냐면 우리들 중 누구도 그날 등장한 연예인들과 불타는 하룻밤을 보낼 가능성은 제로이므로) 

그 레스토랑은 입구에 8명 이상 단체손님 불가, 너무 크게 얘기하거나 웃고 떠들면 퇴장당한다는  

문구가 적혀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치 부모들 몰래 다락방에 올라가서 각자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고백하는 소녀들처럼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중간중간 이건 좀 쓰러지며 웃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대목들이 등장했으나 

애써 참으며 옆사람을 치면서 웃거나 테이블 위에 조용히 엎어지는 것으로 대신했다. 

샹그리아를 다 마시니 시간은 밤 12시 

생각해보니 낮에 만난 시간이 그쯤이었다. 

물론 바이올린 하는 친구와 나는 중간에 일을 하러 다녀오긴 했지만 

무려 12시간을 함께 있었던 것이다. 

남들 같으면 서로 쳐다만 봐도 징그러울만도 한데 

그래도 우리는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울때 떠나라 라는 말을 주억거리며 (박수칠때 떠나라였던가?) 

각자 택시를 잡고 헤어졌다. 

누가 누구를 바래다 주지도 않고 누가 누굴 기다려주지도 않고 

그냥 줄을 서서 순서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헤어졌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정말 재밌었어 다음에 또 봐' 따위의 문자는 서로에게 보내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 

나와 내 친구들은 그렇게 논다.  

각자 따로 따로도 만나지만 모두 모이는건 한달에 두 번. 적으면 한 번. 

그러나 그냥 넘어가는 달이 있으면 섭섭하다.  

가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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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맹맹한 소리로 노래 처음 나오는 "우웅~ 허어니이~" 이건 제가 잘하는 편입니다.(우엑!)

플라시보 2010-01-27 16:25   좋아요 0 | URL
하하하 육성으로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원래 그 부분은 코메디언 정선희씨가 했던거 맞죠? (맞나?) 아무튼 그 뮤직 비디오에서 고소영이 놀랍도록 아름답고 섹시하게 나왔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토토랑 2010-01-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그 야한 이야기에 끼어보고 싶어요 ㅜ.ㅜ 너무너무 궁금해요~~

플라시보 2010-01-2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흐흐흐. 완전 재밌어요. 저도 끼워드리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끼는 거지만 

사람 사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표현함에 있어 점점 인색해진다. 

그만큼 사람에게 다쳐보았고 

또 그만큼 모험심도 줄었다. 

그냥 있는 사람들이나 잘 관리하자 싶고 

괜히 인간관계의 스펙트럼을 늘여봤자 인생 복잡해지기 밖에 더 하겠나 싶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은 

탐이 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빨리 친해지고 싶고, 조금이라도 그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지고 

가능하다면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얘기도 내 얘기도 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약간은 조심스럽다. 

내가 나를 보여줘도 이 사람이 지금 가진 호감을 나에게 그대로 가져 줄 것인가.. 

혹시 그 사람이 생각했던 것과 실제의 나는 너무 괴리감이 큰거 아닐까.. 

그래도 어찌 되었건 

나이가 들어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약간은 놀랍고도 신나는 일이다. 

 

러시아에 오랫동안 공부를 하러 가서 

귀국한지 얼마 안된 친구의 친구가 있다. 

그녀와 나는 

정말 1년에 한 두번 가뭄에 콩나듯 만났었다. 

단 둘이서 만난적은 없었고 주로 그녀를 소개해 준 친구가 동석을 했었다. 

그래서 우리의 중심은 항상 그녀였다. 

그러다 얼마 전 부터 우리는 따로 만나기 시작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와 달리 

그녀와 나는 프리랜서라서 

'오늘 점심 같이 먹을까?' 

혹은 '심심한데 작업실에 차 마시러 올래?' 같은게 가능하기 때문. 

취향은 아주 다르지만 

미를 추구하는 것은 똑 같으며 

각자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일을 꽤 재밌어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나는 그녀에게 사놓고 쓰지는 않던 빨간 립스틱을 선물했고 

그녀는 나에게 사놓고 쓰지 않던 까만 썬글라스를 선물했다. 

새로운 선물을 하는건 쉽지만 

쓰던걸 주는건 쉽지않다. 

그건 뭐랄까.. 단순히 물건이 아닌 

그걸 살때의 내 자신을 주는것 같고, 그 물건과 함께 지낸 세월을 건네는 것 같다. 

어제 밤 늦게 그녀의 작업실에서 내가 말했다.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 해 달라고. 

내가 여태까지 들은 그 어떤 G선상의 아리아보다 

그녀가 연주하는 G선상의 아리아는 아름다웠다. 

바이올린을 켤때 그녀의 모습은 

완전 다른 사람같다.  

사는 형편이 비슷해서 그런지 

우리는 어디서 차를 마실 것인지 밥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실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너무 갭이 큰 사이는 

조금 불편해진다. 

누가 돈을 낼 것인지, 혹은 어디가서 뭘 할 것인지에 대해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면 참 편하다.  

요즘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그녀는 무사히 연주회를 마쳤으며 

자주 나를 만나러 나온다. 

이 사람. 

점점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진다.  



참. 난 이렇게 약간은 까칠해보이고 만만하지 않게 보이는 사람이 좋다. 

나 역시 매우 유순한 순둥이로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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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연주, 좋죠? 저도 플라시보 님 앞에서 가야금 뜯으면 이렇게 멋진 페이퍼 써주실까요? ㅎㅎㅎ

플라시보 2010-01-27 00:38   좋아요 0 | URL
물론이지요. 근데 의상도 갖춰 입어주심 더 좋죠. 한복을 입은 단아한 Jude님. 상상만 해도 예뻐요.^^

라로 2010-01-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 완전히 동의 하며 댓글답니다!!! 님께서 주셨다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신건가요????ㅎㅎㅎ 저도 제가 사용하던 물건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하느라 주저하다 만답니다,,,결코 쓰다 버리고 싶은 물건이 아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그 친구에게 더 맞을 것 같은 그런 물건 말이에요...

플라시보 2010-01-27 00:39   좋아요 0 | URL
mabee님. 그럴때는요. 한번 물어 보세요. 그럼 알 수 있을 거에요. 진심으로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지 그냥 예의상 거절하기 힘들어 그러는지^^ 저 빨간 립스틱은 제가 준거 맞습니다. 오늘도 만났는데 바르고 나왔더군요. 뿌듯했어요.^^

stella.K 2010-01-2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잘 나왔네요. 누가 찍었을까요?
모르긴 해도 취향은 플라시보님과 제가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사람에게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알고 보면 순딩인데...3=3=33

플라시보 2010-01-27 00:41   좋아요 0 | URL
사진은 제가 찍었어요. ㅎㅎ
stella09님. 그럼 생김새는 완전 제 취향이신데요? 하하
저와 많이 다른 친구 맞아요. 그런데 어쩌다 공통분모가 있으면 그게 더 신기하고 좋은거죠. 예전에는 나와 같은 사람,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도 만나니 좋더군요. (그걸 이재야 알다니..ㅠㅠ)

레와 2010-01-2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요.. ^^

플라시보 2010-01-27 00:41   좋아요 0 | URL
^^ 감사해요.
 



KTX 차 안. 

한달에 한번 정도는 KTX를 타고 출장을 가는데 

왜 난 철도 승차권 회원에 가입하지 않았을까?  

뭐 게으른 탓이지 뭐.. 



캠벨 스프와 마를린 먼로 사이에 위치한 엄한 저 여자는 누구인가... 





이런 극단적인 클로즈업.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데  

유일하게 이 사람은 그러하지 않다. 

하긴 광고를 찍으시는데 이런것 쯤이야.. ENG도 아닌데 말이지.  

곧 다우니 (세제, 아마 세탁용) 광고를 찍는다 하심 

데톨에 이은 두 번째 가정용 위생용품(맞나?) 광고 

한때는 이 언니랑 방송도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오래전이라 내가 방송을 했었단 사실도 까마득. 



숙소를 잡아놓고 

욕실 정리를 하고 나온 후 

화장실에 다녀온 내 친구가 깜딱 놀라며 말했다. 

'욕실에 저 와글와글 한 것들은 다 니가 싸온거냐?'  

다들 집 나오면 저 정도는 하는거 아닌가? 

나만 그런가? 

음.... 



정말 우라지게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숙소 창이 저 모양이었다.

반팔 T셔츠, 그 위에 검은색 쫄티,  

목 폴라 니트, 꽈배기 문양의 꽤 두꺼운 카디건 

그리고 오리털 패딩 재킷에다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그래도 추웠다. 

더이상 나더러 뭘 어쩌란건지...



한때 아파트 아래 위에 살던 사이 

함께 학교를 다니던 사이 

맨날 학교 같이가고 장보러 다니고 알바까지 함께해서 

둘이 사귀는거 아니냐는 소문에 시달리던 사이. 

그러나 그의 남다른 취향이 밝혀지면서 

소문은 순식간에 증발. 



서울역 4층 엔제리너스 커피. 

내가 알기론 서울역에서 유일하게 실내 흡연이 가능한 곳. 

이제 담배피러 카페나 커피숍 가던 호시절은 사라졌다. 

이 엄동 설한에 오돌오돌 떨지않고 

실내 흡연 가능한 곳을 위해 역삼부터 청담, 압구정까지 다 뒤지던 그 시간이 떠올라 

새삼 토하겠다. 

점점 흡연자에게 가혹한 시절이 오고 있다. 


 

명색이 출장이라 

나름 스케줄이 빡빡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짬짬이 지인들을 만났다. 

인간관계 정리되는 그 순간 

그야말로 나이가 팍 들어버릴 것 같아서...  

근데 저 얼굴에 저 피부에 

노메이컵은 진짜 너무했다. BB크림이라도 바르는 성의를 보일껄. 

저건 진짜 예의가 아닌거지..민폐인거지..



집으로 오는 길 

다이어리를 펴고 뭘 끄적거리다가 

그대로 엎어져서 쿨쿨 잤다. 

알람 안맞췄음 어쩔뻔했어. 

생각만해도 아찔. 

 

이번 출장에서 건진건 

새로운 연재와 

새로운 책에 대한 제안과 

나의 가장 멋진 파트너인 편집자 수진씨의 진심어린 조언들. 

그리고  

난 혼자가 아니란걸 알게 해 준 

원영언니, 훈이, 정이언니, 여하연 기자, 영이의 존재를 새삼 확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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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1-2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랑 칫솔만 챙겨가는 저도 깜딱!

플라시보 2010-01-26 09:55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일단 밖에서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 집을 통째로 업고 가고 싶어져요.
 

요즘은 기차표도 영화표도 모두 롤지로 되어있다.

어쩐지 티켓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허술해 보이는 그것들.

예전의 빳빳한, 티켓이라 부르기 딱 좋은 표들이 그립다.

 

컬렉터의 기질이 강한 나는

93년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의 포스터와 티켓을 모두 갖고 있다.

티켓에는 누구와 봤다는, 혹은 혼자 봤다는 간단한 메모도 함께.

 

그런데 요즘은 티켓을 모으는 재미가 없어졌다.

다 저 롤지 때문이다.

롤지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인쇄된 글씨들이 증발하는데

그때는 이게 영화표였는지 기차표였는지 구분도 잘 안간다.

 

물론 롤지를 쓰면 자원이 절약된다.

종이를 아끼고 그러면 우리 강산은 푸르게 푸르게 변할 것이다.

그래도.

영화표랄지 기차표는

예전의 그 딱딱한 종이 티켓이 좋다.

나처럼 그걸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꽤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단지 자원 절약을 위해 의미있는 모든 것들을 중단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재미없어 질 것이다. 

 

그날의 영화표가 특히나 실망스러웠던 것은

롤지에다가

두 명의 티켓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영화표를 모으는 친구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잠시 망설이게 될 것이다.

티켓은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 비록 롤지라 하더라도..

아마 영화표값을 낸 사람이 가지게 되겠지?

음...삭막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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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1-21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롤지가 아니였을 때의 티켓은 기억도 안 나는 1人
뭐였죠? 아 궁금하다. 갖고 싶다. ^^

하두 오래간만에 왔더니, 전 Eternal Nowism 을 얘전에는 Now로 제대로 읽었는데, 지금 No로 읽고 바꾸셨나. 했다는, 제가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한 증거일까요? ;;

플라시보 2010-01-21 09:08   좋아요 0 | URL
오... 티켓이 기억 안나시다니요. 역시 연식이 나오시는군요.ㅋㅋ 전 빳빳한 티켓 이전에 조그만 종이 쪽지였을때도 기억이 난답니다. 그 티켓도 물론 갖고 있구요. 사진한번 찍어 올릴께요.

그리고 No로 읽으셨다니..ㅎㅎ 제가 아는 하이드님은 매우 긍정적인데..^^

비로그인 2010-01-2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낭비라고 하더라도,전 나름 철저한 환경보호론자지만, 그래도 빳빳한 종이 티켓이 그리워요. 빳빳한 기차표도요. 그래서 외국 여행 떠났을 때 제가 쓴 승차권들을 다 갖고 있는데, 요즘은 롤지에다가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글씨가 점점 희미하게 사라지지요.

플라시보 2010-01-21 09:09   좋아요 0 | URL
네. 롤지까진 좋은데 거기에 글씨가 사라진다는게 문제죠. 나중에는 이것도 저것도 다 같이 과거에 뭔가가 인쇄되었음직한 종이가 되는거죠.

Mephistopheles 2010-01-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초연하는 오페라 S석 티켓이 백금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부다 백금이 아니라 티켓 안에 백금 팬던트를 부착하는 형태. 표를 끊고 팬던트 뜯어내는 구조)

플라시보 2010-01-21 14:39   좋아요 0 | URL
매우 럭셔리한 티켓이군요.^^ 어떤 모양의 팬던트였는지 궁금한데요? ^^

Mephistopheles 2010-01-21 20:54   좋아요 0 | URL
투란도트였군요..
http://weekly.hankooki.com/lpage/business/200502/wk2005021510412137060.htm
관련기사 주소입니다.^^

플라시보 2010-01-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잘 봤습니다. 그야말로 베리 임포턴트한 퍼슨들의 이야기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