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비가왔다.

우산 같은건

일단 현재 비만 안내리면 절대 들고 다니지 않는지라

당연히 내게는 우산이 없었다.

우산을 사려고 근처 문구센타를 다 뒤졌으나

그 흔해빠진 투명 비닐 우산이 없었다.

막 급하게 사는 우산으로는 그 이상은 없는데 말이지.

그래서 그냥 비를 조금 맞고 택시를 탔다.

 

비가 오기 때문에 집 바로 앞까지 좀 가 달라는 말에

아저씨가 대꾸했다.

'예쁜 얼굴에 비 맞으면 큰일나지. 당연히 앞 까지 가 드려야지'

그때.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만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 안예쁜데요'

그러자 아저씨.

힐끗 나를 보시더니만

'음...예쁜 얼굴은 아니네.. 뭐 근데 괜찮아' 하셨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건지.

 

싱글즈의 피처 에디터인 하연언니가 낼 책 이름은 로망백서이다.

언니가 수정전의 원고를 보내줘서 읽고 있는데

문득 나의 로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첫째도 예뻐 져 보는 것.

둘째도 예쁘게 한번 태어나 보는 것.

셋째도 예쁜 여자가 되어서 살아보는 것이다.

 

예쁘다고 딱히 뭘 해 보겠다던가

예쁜 얼굴을 이용해서 뭔가 이루어 보겠다던가 하는건 없지만

그냥 예쁜 사람, 아니 여자가 되어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럼 적어도 오늘 택시 안에서와 같은 일은 없을테니까.

(아마 내가 입을 다물었거나 저런 말을 했더라도 아저씨가 '아니야 충분히 예뻐' 같은 말을 들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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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1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후생에는 모델로 태어나고 싶어요. 정말, 진심으로. 학자나 교수, 회사원, 그 무엇도 아닌, 일단 예쁘고 헉 소리나게 잘생긴 모델이요.

그런데 플라시보님, 충분히 예뻐요. 진짜로.

플라시보 2010-01-21 14:40   좋아요 0 | URL
아하하 주드님도 차암..^^
우린 같은 로망을 공유하고 있군요. 다음 생에는 꼭 예쁘게 태어나요 우리ㅎㅎ
(지금처럼 그때도 친구라면 유유상종이란 말을 들을까요? ^^)

Mephistopheles 2010-01-2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 급뻘줌 급민망스런 표정이 궁금해지네요..^^

플라시보 2010-01-21 14:4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전혀 뻘쭘해하거나 민망해하지 않으셨구요. ㅎㅎ
너무 당당하게 말씀하셨어요. 게다가 약간 위로의 느낌까지 뭍어났답니다.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1-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까운 벗중에는 장동건같은 얼굴로 하루만 살 수 있다면 유토피아에서 지금같은 얼굴로 사는 한달과도 바꾸겠다는 인간도 있어요 ㅎㅎㅎ

플라시보 2010-01-21 14:44   좋아요 0 | URL
음...저는 JSA 하던 시절의 이영애와 같은 얼굴로 하루만 살 수 있다면 유토피아에서 지금같은 얼굴로 사는 일주일쯤과는 바꿀 의향이 있어요.^^ (한달은..좀..ㅎㅎ 게다가 유토피아라니..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1-21 17:32   좋아요 0 | URL
음.. 전 이영애 같은 얼굴로 한달이라면 한.. 일년과도 바꾸겠어요.. 뭔가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 쿨럭..

2010-01-21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10-01-21 22:47   좋아요 0 | URL
역시 부리야 너 뿐이야. 으흑... 나 요새 점점 늙어가나봐. 널 처음 만났던 꽃미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ㅠㅠ

플라시보 2010-01-2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어떤 작업을 하시게요. 영화?...는 아닌것 같고 다른 작업? ㅋㅋ
 











 한때의 나는 사진 찍는걸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내 얼굴에 별 불만은 없었지만  

 사진 속에 있는 내 얼굴은 미워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자꾸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얼마 안있어 나를 스쳐지나갈 마지막 젊음을 붙잡고 싶어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었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얼굴은 너무 슬프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바라봐야겠다고 

 지금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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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빙고! 근데 왜 이리 살이 빠지셨나이까.

플라시보 2010-01-21 14:46   좋아요 0 | URL
실제로는 몇 킬로그램 안빠졌는데 보기엔 티가 나나봐요. 사실 전 빠진줄도 모르고 늘 입던 트레이닝복과 청바지가 늘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울에 올라서보니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한참 빠졌을때(아마 서른이었을 거에요.ㅎㅎ) 보다 1kg정도는 더 불어있는 사진이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담배든 사진 멋져요!
저는 동글납작한 제모습이 싫어서 사진 찍는게 별로인데..
(그 와중에 뺨살이 쳐지고 있어서 더 찍기 싫어졌어요 ㅠ.ㅠ)
저 위의 글 택시 아저씨 이상하시네..
어디가 안이쁘다는거여!

플라시보 2010-01-21 14:49   좋아요 0 | URL
고고씽휘모리님. 매우 위로가 되어버리고 있어요. 흐흐.
다들 자기 얼굴에는 뭐든 하나씩 혹은 그 이상 불만이 있더라구요.
저는 각진 턱이 싫어요. (님은 동글하신게 싫으시다지만^^)
살이 빠지면서 뺨은 더 들어가버려서 그것도 싫구요. 살 빠지는건 뭐 별 상관 없는데 볼살은 정말이지 안빠지고 싶어요.

stella.K 2010-01-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좋군요. 여백이 있어서. 전 이런 사진이 좋습디다.^^

플라시보 2010-01-21 14:50   좋아요 0 | URL
네. 마지막 사진은 아주 오랜 제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랍니다. 그녀가 그런 사진을 좋아해요. 인물이 예쁘기보다는 느낌이 있고 여백이 있는 사진^^

2010-01-21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5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난 임산부도 청소년도 아니다.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어차피 죽을때는 다 병으로 죽는다. 

늙으면 몸은 고장나게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는 동안 즐겁게 살란다. 무슨 원인으로 저 세상에 가게 되던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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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1-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너무 많이 피진 마십시오.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플라시보 2010-01-21 14:51   좋아요 0 | URL
네. 알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글만 좀 안써도 덜 피울텐데 말입니다. 쩝 ㅠㅠ
 



(밖에서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일하는 중) 

가끔 정신없이 원고를 쓰다가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일 할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휴가 가서 놋북과 고속도로 휴계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
 

(이게 완전 하이라이트. 정말이지 이마를 훌러덩 까고 저러고 있는 모습은 내가 봐도 좀 무섭다. 매우 바쁠때는 주로 저런 형상으로 앉아서 일을 한다.) 

일하는 모습이 멋있다는둥 일하는 당신이 아름답다는둥 하는 말은 

내가 볼 때. 다 뻥이다.  

뭔가에 몰입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대게 얼빵해 보이거나 멍때리고 있는것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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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겠지만  

내게는 이른바 뾰족 구두로 불리우는 하이힐형 구두가 하나도 없다. 

겨울에는 어그 부츠와 납작한 세무가죽 부츠로 버티고 

봄, 가을에는 운동화와 남성용마냥 투박한 구두로 버티고  

여름이면 샌들이나 버켄스탁 쓰레빠를 끌고 다닌다. 

(비가오면 왕왕 장화도 신는다.) 

 

오늘 쇼핑을 하러 갔다가 

양가죽이라 엄청 부드럽다는 점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뾰족한 하이힐을 샀다. 

킬힐 까지는 아닌데 

맨날 낮은 굽의 구두만 신던 나에게는 '킬' 그 자체였다. 

 

점원의 말과 달리 

신고 하루종일 여기저기 뛰어 다녔더니 

어느새 내 발등은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다행스러운건 뒷꿈치는 전혀 까지지 않았다는 것. 

이 신발이 나에게 길들여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혹은 내 발이 이 신발에게 길들여지는 걸까? 

새로산 신발은 예쁘기는 하지만 

언제나 내게 그것에 합당한 적응의 고통을 안겨준다.  

구두 하나에 적응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사람에게 적응하려면 대체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적응했다고 믿었는데 

어느순간 보면 딴 사람 같이 멀리 느껴질때, 

나와 꼭 맞는다고 생각했고  

서로에게 충분히 길들여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꼈을 때. 

그럴때 나는 생각한다. 

새 구두 보다 헌 구두가 좋고 

새로운 사람 보다는 옛날 사람이 좋다고...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자꾸 옛날 사람들만 만나게 된다.  

그것의 익숙함과 편안함이 

나를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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