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기차표도 영화표도 모두 롤지로 되어있다.
어쩐지 티켓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허술해 보이는 그것들.
예전의 빳빳한, 티켓이라 부르기 딱 좋은 표들이 그립다.
컬렉터의 기질이 강한 나는
93년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의 포스터와 티켓을 모두 갖고 있다.
티켓에는 누구와 봤다는, 혹은 혼자 봤다는 간단한 메모도 함께.
그런데 요즘은 티켓을 모으는 재미가 없어졌다.
다 저 롤지 때문이다.
롤지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인쇄된 글씨들이 증발하는데
그때는 이게 영화표였는지 기차표였는지 구분도 잘 안간다.
물론 롤지를 쓰면 자원이 절약된다.
종이를 아끼고 그러면 우리 강산은 푸르게 푸르게 변할 것이다.
그래도.
영화표랄지 기차표는
예전의 그 딱딱한 종이 티켓이 좋다.
나처럼 그걸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꽤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단지 자원 절약을 위해 의미있는 모든 것들을 중단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재미없어 질 것이다.
그날의 영화표가 특히나 실망스러웠던 것은
롤지에다가
두 명의 티켓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영화표를 모으는 친구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잠시 망설이게 될 것이다.
티켓은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 비록 롤지라 하더라도..
아마 영화표값을 낸 사람이 가지게 되겠지?
음...삭막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