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남편의 아름다움이라고? 이 부분에서 나와 같은 느낌을,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으리라 본다. 남편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 어떤 아름다움을 말하는 건가? 얼마나 어떻게 아름다운지 한번 볼까? 진정 남편의 아름다움이란 말이냐? 반어법이겠지?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남편은 아름답지 않다! 유수의 학자와 비평가들이 뭐라고 말했건간에 나는 그렇게 읽었다. ㄱㄴㅁㅅㅋ 라고 할 수 있겠다. 앤 카슨은 어쩌면 의미를 꼬고 또 비꼬아 겉으로는 마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놓고 이 사람들아 뭐가 아름다운 건지 알기나 하고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이야? 이러면서 남자들을 대차게 까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존 키츠라는 옛 시인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어마어마한 양의 송가, 사랑시를 썼다고 한다. 앤 카슨은 존 키츠의 시 등에서 문장들을 가져와 서두에 놓고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이성애의 결과인 결혼과 별거, 이혼, 이후에 이어지는 전남편과의 관계. 남자는 줄기차게 너를 사랑해, 너만을 사랑해, 지금 내 곁에는 비록 아기와 여자가 있지만 그래도 내 사랑은 너 뿐이야, 이 ㅈㄹ을 한다. 아주 가지가지 골고루도 하지. 앤 카슨이 존 키츠를 가져온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허구의 에세이라고 부제가 붙은 글은 에세이의 형식으로도 시의 형식으로도 규정할 수 없게 규정(?)을 벗어난다. 남자는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들의 규정, 남자들의 시각, 여자를 대하는 태도. 그러면 여자는 어떤가 하면, 답답하게도 역시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별거와 이혼을 거치고 전남편의 ㅈㄹ편지를 받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게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글쎄올시다. 그 아름다움, 나는 반댈세. 그래서 책 뒤의 옮긴이의 말에도, 책소개글에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라니. 나는 그냥 내 맘대로 읽을란다. 삐딱하게. 


앤 카슨은 "캐나다 출신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라고 한다. 책날개 저자 소개글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글이 그토록 난해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고.전.문.학. 고대 그리스어 전공.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쓴 앤 카슨의 글이 이해가 잘 될 리 만무. 하지만 그래도 읽기는 다 읽었다. 끝까지 읽은 것으로 일단은 충분하다. 암. 자고로 독후감은 일단이 아니라 이단이 백미 아니던가. 어쨌거나 <남편의 아름다움>은 읽었으니 이제 다른 한 권, <빨강의 자서전>이 기다린다. 좀더 오래 기다리라고 해야겠다. <빨강의 자서전>에는 헤라클레스와 게리온이 등장한다.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젠장. 



+ 존 키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가> 에서 시작한 글이라고. 그 시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끝난다. 

"아름다움은 진리이며,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는 그대가 지상에서 아는 모든 것이고,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책날개 글에서 발췌. 검색해 찾은 한글판 책에서 조금 가져오면 "늙음이 지금 세대를 쇠약하게 만들 때 / 너는 우리의 고통과 다른 괴로움 속에 남아 / 인간의 친구로서 인간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라고 - 이것이 / 너희들이 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 전부요, 알아야 할 전부이다.") 

존 키츠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앤 카슨이 말하는 아름다움과 정녕 같은 것일까? 그.럴.리.가. 나는 끝까지 의심한다. 아니죠, 앤 카슨님?????? 



++ 오늘 아침 북플에서 독서괭님의 글을 읽다가 '존 키츠'의 이름을 보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인용하셨는데 거기에 키츠의 이름이! 아, 나는 일년 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는데... 그러니까 존 키츠가 책에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기억 못하는 거 당연한 거죠?ㅠㅠ 심지어 책 뒤의 찾아보기에는 존 키츠가 언급된 곳이 이렇게나 많아...@@ 


너무 신기하다. 어제 이 페이퍼 쓰면서 존 키츠 누구냐, 이러면서 궁시렁대고 오늘 똭 우연하게도(아니 필연인가 @@) 키츠의 이름을 보게 되다니. 얼른 벽돌책을 꺼내와서 해당페이지를 펼치고 괭님이 인용해주신 부분 포함 몇 페이지를 읽었다. 오 놀라워라. 이렇게 재밌을 수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키츠가 얼마나 위대한 천재시인이었는지는 몰라도 역시 그는 남자였어. 나만 재밌을 수가 없어서 그 부분 몽땅 가져온다. 좀 길지만 읽어보셔유. (며칠 전 은오님 올려주신 아이퐁 기술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그런데 오타 작렬이야. 고친다고 눈 좀 아팠다. 그래도 오타 있을 수 있음.) 

....................

 이 모든 것에, (로세티와 그녀의 오빠들이 매우 칭송했던) 존 키츠가 열아홉 살 때 이미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예술가의 길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키츠가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사실상 그는 자기 발전을 위해 엄청난 계획을 세웠다. ‘오, 10년 동안 나는 시로 나 자신을 압도하리라. / 그리하여 나 자신의 영혼이 명령했던 / 행위를 할 것이다.' 의미 심장하게도 압도하다는 단어가 암시하는 자기희생 이미지는 여기에서 ‘행위‘로서의 시 쓰기나 ‘영혼 만들기‘와 같이 강하게 자신을 주장하는 ‘남성의' 개념에 의해 상쇄된다. 물론 키츠는 적절한 겸손과 심지어 굴욕의 필요성도 이해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독학법이 있을까? 동시에 키츠는 자신의 무지조차 모호한 ‘비범함'으로 보며 자신이 사후에 ‘ 영국 시인들‘ 사이에 자리할 것이라는 직관을 주저 없이 선언했다. 이런 자기평가가 ‘허영‘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추호도 없었다. 모드처럼 키츠도 (1816년 리 헌트와 함께) 시 백일장에 참여했으며, 모드처럼 주어진 주제에 대해 빠르고 즐겁게 소네트를 썼고, 소네트에 자신의 깊은 근심을 투사했다. 소네트의 첫 문장은 (모드의 ‘어떤 수녀는 빛나는 하얀 모슬린 옷을 입고'와 대조적이게도) ‘지상의 시는 결코 죽지 않는다'였다. 키츠가 자신의 소네트에서 시가 모든 곳, 즉 자연의 모든 것에 있듯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건강함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있던 까닭은 적어도 자신이 창조의 주인이라는 남성적 확신 때문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드 로세티는 자신을 연약하고 허영심만 가득한 여자로 보았고,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고통받은 하인으로 여겼다.
 로세티의 여자 주인공처럼 키츠 또한 터무니없이 이른 나이에 죽었다. 모드는 불안해하는 저자에 의해 불가해하게 ‘전복당했지만, 키츠는 (바이런의 농담이나 셸리의 의심에도 아랑곳없이) 다른 힘이 아니라 유전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적대적인 힘에 쓰러져 죽었다. 모드는 기꺼이 죽었지만 키츠는 소멸과 힘겹게 싸웠고, 한편으로는 ‘편안한 죽음‘을 원하는 고통스러운 소망과도 싸웠다. 키츠가 죽었을 때 친구들은 그의 약혼녀 패니 브론이 보낸 상당수의 편지를 그와 함께 묻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키츠가 썼던 단 한 구절도 없애지 않았다. 로세티는 모드의 일기장을 죽은 저자와 함께 묻는다는 발상을 키츠에게서 얻었을 수도 있다. 동시에 이는 여성 시인이 남성의 은유를 ‘불안과 죄의식‘이라는 여성 이미지로, 얼마나 마조히즘적으로 변형시켰는지 보여준다.
 끝으로, 모드의 마지막 시는 허영심 때문에 ‘그대가 약해질 때를 감지해 그대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덮어줄 어둠의 힘'과 어쩌면 허영심을 잡아줄 가부장적 신이 부여한 십자가의 속박이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여기 물 위에 자신의 이름을 쓴 자가 누워 있다‘는 키츠의 신랄한 묘비명은 시인이 자신과 예술, 즉 자신의 이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에 열정적으로 헌신했음을 반어적으로 강조한다. 사실 초기 소네트 「키츠에 대하여」에서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이 묘비명을 정확하게 인용했는데, ‘이 강한 남자'에게 ‘멋진 운명이 / 비옥한 땅에 떨어졌다. 땅에는 가시가 없고, / 그 자신의 데이지만 피어 있으며, 그의 이름은 노래하는 모든 소박한 가슴에 / 참으로 사랑이 흘러나오는 샘이 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묘비에 새겨진 글귀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키츠도 자신의 정직하지 못한 묘비명을 부정했다. 이 시는 일반적으로 죽음을 넘어서까지 맹렬하고 노련한 열정으로 시를 쓰고자 했던 키츠의 마지막 상태를 기록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살아 있는 손, 지금은 따뜻하고 마음을 다해 
붙잡을 수 있지만, 만일 무덤의 얼음 같은 침묵 속에서 
차가워진다면, 이 손은 그대의 낮을 괴롭힐 것이며 
그대의 꿈꾸는 밤을 얼어붙게 하리니.
그대가 그대 자신의 가슴속 피가 마르기를 원할 정도로 
그리하여 나의 핏줄에 붉은 생명이 다시 흐르기를 
그리고 그대 양심이 평온해지기를 - 보아라, 여기 있다 - 
나는 그것을 그대에게 내민다.
 
모드는 죽어서 수동적으로 천사처럼 예의 바르게 누워 있는 반면(그리고 살아 있는 크리스티나 로세티가 ‘우리 모두를 위해 아멘‘을 쓰는 데 일생을 바치기 위해 펜을 집어든 반면, 죽은 존 키츠는 죽기를 거부하고 그를 잊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살아 있는 세계를 향해 분노의 주먹을 휘두른다. 키츠는 자신의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서 자신이 공손하지 못했다고 상냥하지만 조롱기 섞어 고백했다. ‘나는 항상 어색하게 인사했기‘ 때문에 인생의 따뜻한 방에서 떠나기를 주저한다고 말이다.


- <다락방의 미친 여자> 15장 체념의 미학 938~941쪽

....................





































억압은 다른 어떤 형태의 담론보다 섹스를 더 잘 말해준다.
현대의 전문가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에게
지배력을 갖게 되는가?는 대수적()질문이다.

당신은 말하곤 했다. "욕망이 두 배면 사랑이고 사랑이 두 배면 광기야."
광기가 두 배면 결혼이지
내가 덧붙였다
그 독설이 황금률을 만들 의도가 없는
무심한 것이었을 때. - P53

그는 거의 슬픔을 몰랐다. 한 신이 그를 이끌었기에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나폴레옹이 이렇게 말하곤 했던 삶과 비슷해 보였던.
나는 세상과 세상 사이에 나 자신을 쓴다.
그가 무엇을 쓰는지는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 P155

... 우리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신처는 없다. ...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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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3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하고 들어왔습니다^^
아아!
하고 읽었습니다.

난티나무 2023-02-01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목이 그렇죠??? ㅎㅎㅎ

잠자냥 2023-01-3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제목 때문에 영 손이 안 가던데! ㅋ 이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ㅎㅎㅎ

난티나무 2023-02-01 16:45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3-02-0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출간 당시 남편의 아름다움이란 제목에 혹해서 읽었는데 도대체 뭔소린지 모르겠어서 읽자마자 팔아버렸더랬습니다. -.-

잠자냥 2023-02-01 08:52   좋아요 0 | URL
아하 참고 …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1 11:01   좋아요 0 | URL
잘 기억 안나지만 제가 안좋아하는 글의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ㅎㅎ

난티나무 2023-02-01 16:51   좋아요 0 | URL
똑똑한 사람들은 글을 그렇게 쓰고자 하는 것일까요? ^^;;;
저도 낯설고 어렵고 이해 안 가는 글이었지만 읽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은 남성적 글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혹은 여성의 글을 써야 한다, 식수와 이리가레가 그렇듯이, 앤 카슨도 이런 명제를 세우고 글을 쓴 것은 아닌가 하고요. 그래,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지, 하고요. ㅎㅎㅎ
평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좀 의아해요. 엘리엇상을 받은 이유도 좀 의심이… 남자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고 생각한다면 남자들이 얼마든지 상을 줄 거 같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입죠.ㅋㅋㅋㅋㅋㅋ 물론 이건 내용 해석에 대한 생각이니 상과는 별 상관 없겠지만…. ㅋㅋㅋ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옳다. 의지하거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곁의 사람은 중요하다. 우리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보고 살피고 함께 걱정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인간이므로. 아니 인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소설 속 테이트의 존재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가 없었다면 카야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다. 그렇다면 꼭 테이트여야 했을까. 흔하디흔한 영화나 드라마나 다른 소설들처럼 약한 여성 주위에 그를 돌보는 남성과 그를 해치는 남성을 놓아둔 설정. 도움을 주는 '착한' 존재인 남성. 악을 제거하는 역할은 여성일지 몰라도 찜찜함이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하다. 내가 썼다면(이라고 말이 안되는 가정을 해보자) 테이트는 여성이었을 것이다. 단단하고 여유있고 힘이 세고 똑똑하며 결단력이 있는, 그러나 장점만 가지지는 않은, 여성. 그 여성과 카야는 물질적 거리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성애주의와 로맨스 환상(이라고 하긴 그렇지만)을 보면서 그나마 다행이다 위안삼기에는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남성이고 여성은 여전히 교육받지 못한 채 버림받고 상처받고 폭력에 내몰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그만큼 성장했으니 다행이다 하기에는... 그런데, 주인공이 남성이었더라도 불만스럽긴 했을 것이다. 또 남성성장서사야?하고. 1960년대(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라는 시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게 뭐? 이건 소설인데. 픽션이라고. 


여성연대, 자매애, 같은 걸 내세우기에 현실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도 싶다. 소설에서조차 그려낼 수 없다는 건 작가의 상상력 빈곤 탓일까, 불가능 지레짐작 탓일까,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 무심함 탓일까, 현실이 그렇기 때문일까... 테이트라는 남성을 결국 비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어쩌면, 적절한 현실 반영일까. 어째서 항상 이성애가 시작되고 이성애로 끝나야 하는 걸까. 그래서 그 둘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걸 너무 똑같은 모양으로, 한결같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이성애의 모양도 이젠 좀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아니 이미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하지 않나 말이다. 


소설 곳곳에는 백인우월주의를 포함한 인종차별, 성차별,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차별, 등의 묘사가 엿보인다. 이런 부분들을 좀더 강렬하게 썼다면 소설의 분위기가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 생각으로는 좀 모자라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간이 눈물을 흘렸으며 곳곳의 문장들에 스티커를 붙였다.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 서사와 상관없이 곱씹게 되는 문장들. 




"놀란 사슴들이 고개를 홱 치켜들자 허공에 물방울이 흩뿌려졌다. 카야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소스라쳐 달아날 테니까. 야생 칠면조를 관찰하면서 배운 교훈이었다. 포식자처럼 행동하면 상대도 먹잇감답게 행동한다. 그냥 못 본 척, 천천히 가던 길을 가면 된다. 표표히 지나치자 사슴도 카야가 염생초 군락을 지나 사라질 때까지 소나무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58)


"지금은 점핑에게서 필요한 물건을 구하면 되고, 배 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 홍합이 있었다. 그리츠에 넣어 끓이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깨면 꽤 먹을 만했다. 홍합은 물고기처럼 눈이 달려서 카야를 쳐다보지 않았으니까. "(100)


눈이란 무엇일까, 가끔 생각하게 되는 문제. 눈이 달린 건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도 점점 눈이 달린 것들을(아직은 먹긴 하지만), 그 눈들을, 한참 쳐다보게 된다. 살아있는 눈, 죽은 눈, 내 눈. 자연의 법칙(?)에서 배우게 되는 것들, 그러나 자연적인 것은 얼마나 자연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또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도돌이표가 찍히는 기분. 




"엄마는 여자들은 남자보다 서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자랑스러운 우정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은 말해주지 않았다. 자연스레 카야는 숲속 더 깊이 물러섰다. 그리고 아이들이 백사장을 따라 왔던 길로 다시 멀어져 모래사장의 작은 얼룩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104)


카야의 엄마는 피해자이며 희생자이다. 동시에 카야나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여성의 삶을. 우리가 흔히 '버리다'라는 동사를 사용해서 비난하는 많은 어머니들의 것이기도 한, 족쇄와 같은 그것을. 안타깝기는 해도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다. 복잡하다. 알면서도, 지킬 수 없는 것. 그런 상황. 우정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은 누구나 당연히, 듣고 보고 배워야 한다. 




"열네 살치고는 야윈 편이지만 몸이 다부진 카야는 오후의 해변에 서서 빵 부스러기를 갈매기들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아직도 갈매기들의 숫자를 헤아리지 못했다. 아직도 글을 읽지 못했다. 이제 독수리와 하늘을 나는 백일몽 같은 건 꾸지 않는다. 진흙을 파서 저녁거리를 장만해야 하는 아이는 상상력이 납작해져 빨리 어른이 되나보다. "(111)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먹고 살기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 다른 무엇도 안중에 없게 된다. 생존과 더불어 존재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생존을 위해 얼마나 행동하고 있나, 어영부영 살면서 입으로만 가치니 존재니 부르짖는 건 아닌가, 가끔 회의에 빠지고. 




"그렇게 누워서 엄마는 말했다. "다들 엄마 말 잘 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 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며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거야. 아무리 진흙탕이라도 함께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 거야." "(122)


"하지만 그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 애들은 함께 몰려다니는 친구들이었다. 대단한 일이다. 겉으로 보면 멍청해 보이는 여자애들이었지만, 메이블이 여러 번 말한 대로 확실한 한 패거리였다. 

"어디에서도 여자 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서약도 필요 없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 다니면 거기가 이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188)


여자 친구들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말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나 잘 맞으며 어떻게 현명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지속하는지의 능력(?)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그렇다. 여자들은 지속한다. 한 사람과 영원히 지속하기는 어려워도 많은 관계를 이어나간다. 카야의 성장과 성공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들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간의 연결과 관계를, 그 중요함을 말하는 문장들. 




"카야는 체이스를 생각해서 웃어주었다.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인데도 곁에 누군가를 두기 위해 자신의 한 조각을 포기했다. "(221)


체이스, 이 나쁜 놈. 나쁜 놈도 머리를 쓸 줄 안다. 기다릴 줄 안다. 먹잇감을 포획해놓고 잡아먹기 전에 충분히 기다렸다고 나쁜 놈이 조금 덜 나쁜 놈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한 조각을 포기하는 일, 자신의 수많은 조각을 모두 포기하는 일, 이성애와 결혼, 가부장제. 




"정말로 외딴 이곳에서는 마음껏 돌아다니고 마음껏 채집하고 글을 읽고 야생을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 기척을 기다리지 않는 건 해방이었다. 그리고 힘이었다. "(226)


타인의 기척. 할 말 많음. ㅠㅠ 옳다. 타인의 기척을 기다리지 않는 건 해방이다. 그리고 힘이다. 




"[잘 알려져 있듯 자연에서는 2차 성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수컷들이 약한 수컷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영역을 확보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뿔이 가장 크다든가 목소리가 굵다든가 가슴이 넓다든가 우월한 지식을 가졌다든가. 암컷들은 이런 위풍당당한 수컷들을 선택해 짝짓기하고 주위에서 가장 뛰어난 DNA를 지닌 씨앗을 받아 자식에게 물려준다. 생명의 적응과 지속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현상이다. 덤으로 암컷들은 새끼에게 최고의 영역도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강인하지도 못하고 아름답게 꾸미지도 못하고 지능도 떨어져서 좋은 영역을 지킬 능력이 없는 발육 미달의 수컷 중 일부는 온갖 교묘한 술수를 써서 암컷을 속이려든다. 왜소한 몸을 한껏 부풀린 자세로 돌아다니며 과시하거나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라도 자주 고함을 질러댄다. 이런 수컷들은 위장과 거짓 신호에 의존해서 여기저기에서 교미의 기회를 움켜쥔다. 작가에 따르면, 조막만 한 황소개구리들은 풀밭에 웅크리고 숨어 우렁차게 울며 암컷을 부르는 알파들 옆에 바짝 붙어 있곤 한다. 강인한 목청에 이끌린 암컷이 여러 마리 나타나 알파 수컷이 그중 한 마리와 교미하느라 바쁜 틈을 타 약한 수컷이 펄쩍 뛰어나와 남은 암컷 중 한 마리와 교미를 하곤 한다. 이런 사기꾼 수컷이 바로 '음흉한 섹스 도둑'이다. "(228 - 음흉한 섹스 도둑 이라는 제목의 논문 인용 부분)


음흉한 섹스 도둑. 생각하면 할수록 섹스의 '폐해'가 많아진다. 오늘 아침에는 그런 이야기도 했다. 세상에서 삽입섹스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강간도 사라지고 결혼도 사라지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간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남편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큰넘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내가 말했다. 암울한 지구다. 




"몇 주가 지나고, 카야의 판잣집에서 달걀 프라이와 햄 그리츠로 아침을 마친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카야는 사랑을 나눈 후 맨몸에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섹스는 모텔에서의 첫 경험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카야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곤 했지만 어떻게 그 얘기를 꺼내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어차피 원래 어떤 기분이라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241)


환상. 권력. 그리고 감정. 인간의 '일반적인' 섹스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섹스는 감정이다. 여성들의 감정노동에는 섹스도 포함되지. 카야처럼 '이런 게 정상'인 줄 알고 평생을 사는 여자들이 있다. 많다. 많았고 지금도 많을 것이다. 




"카야는 자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카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247)


이 주제로 많은 글이 씌어졌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장착시키고 '용서'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라는 헛소리는 사라져야 한다. 



그밖의 구절들.


"카야는 논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구름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졌다. 곤충 암컷은 짝짓기 상대인 수컷을 잡아먹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포유류 어미는 새끼를 버리며, 많은 수컷이 경쟁자보다 더 잘 파정하기 위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방법들을 고안해낸다. 생명의 시계가 똑딱똑딱 돌아가는 한, 천박하건 무례하건 아무 상관 없다. 카야는 이것이 자연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그저 모든 위험요소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인간이라면 물론 그보다는 훌륭하게 행동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229)


"카야는 별뿐 아니라 시간도 고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시간은 행성과 태양을 두고 속도를 내거나 휘어지고, 골짜기와 산에서 서로 다르며, 공간과 같은 결인데 이 시공간의 결은 바다처럼 휘어지고 부푼다. 행성이나 사과 같은 사물이 추락하거나 궤도를 도는 건 중력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질량이 높은 사물이 창출하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시공의 주름으로 - 마치 연못에 잔물결을 일으키듯 - 직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야는 이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불행히도 중력은 인간의 사고엔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않으며, 고등학교 교재는 여전히 지구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진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232)


"... 바다는 늘 습지보다 크게 분노한다. 깊은 만큼 할 말도 많다. "(261)


" "속상하지, 당연해. 하지만 카야, 신의를 지키지 않는 건 남자만이 아니야. 나도 속고 차이고 여러 번 상처받았어.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 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 "(300 오빠 조디의 말 중에서)


"암컷 반딧불은 허위 신호를 보내 낯선 수컷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다. 암컷 곤충들은 연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340)


"법정의 언어는 습지의 언어처럼 시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카야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점을 꿰뚫어보았다. 대장 수컷에 해당하는 재판장은 위상이 확고하므로 제 영토의 멧돼지처럼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느긋하고 두려움이 없었다. 톰 밀턴 역시 수월한 동작과 자세로 온몸에서 자신감을 풍기며 높은 위상을 뽐냈다. 강력한 수사슴의 위상을 의심할 자는 없었다. 그러나 검사는 원색의 와이드 넥타이와 어깨가 떡 벌어진 양복 정장으로 자기 입지를 본래보다 부풀리려 했다. 두 팔을 허우적거리거나 언성을 높여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법정 경위는 제일 하급의 수컷이었고 빛나는 피스톨과 쩔렁거리는 열쇠 꾸러미, 거추장스러운 무전기의 힘을 빌려 자기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배의 위계는 자연에서 안정을 도모하지.' 카야는 생각했다. '그런데 좀 덜 자연적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봐.' "(396)





+ 마음에 안 드는 표현방식


"카야는 물살이 잔잔한 곳을 찾아 바람을 등지고 모래톱에 다가가 첫 키스처럼 부드럽게 정박했다." (263)

"시들한 해의 엉덩이가 무거운 먹구름 사이 틈새를 찾아내어 모래톱에 닿았다." (265)


--> 이러다가 의인법을 포함한 모든 비유법을 미워하겠네.ㅠㅠ 




......

소설을 읽는 동안 옆에 있던 중학생 조카에게 내용을 간간이 이야기해주었다. 아이가 가장 궁금해한 것은 누가 그를 죽였는가, 였지만 짧은 내 이야기 속에서 단지 그것만이 궁금하지는 않았으리라, 혼자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소설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경험, 오랜만이다. 가끔 그랬으면 좋겠다고, 혼자 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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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1-3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3, 265 쪽에 옮겨주신 류의 문장이 많이 있다면, 읽는 속도가 안 날 것 같아요...^^;; 비유법이 미워질랑 하는 마음을 감히 상상해봅니다.

난티나무 2023-01-31 01:53   좋아요 0 | URL
많지 않습니다.^^;; 딱 거슬리는 두 부분만 옮겼어요. ㅎㅎ

다락방 2023-01-31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카야 엄마의 입을 통해 여성연대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정작 카야에게 여성 연대는 없었잖아요. 그것은 부러 그런 것일까 궁금했어요. 외딴 곳에 사는 여자를 남자들은 찾아오지만 여자들은 찾아오지 않는, 남자들은 말을 걸지만 여자들은 말을 걸지 않는. 평생 여자보다 남자를 더 많이 알고 살아가죠, 카야는.

난티나무 2023-01-31 06: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저도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다면 더욱 실망이고요.
어찌 보면 남자들의 세상, 여자들의 세상을 보이는 대로 그린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별 생각 없이 쓴 것 같기도 하단 말이죠. 흠흠.

라로 2023-01-31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직히 별로였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름다운 문장이 있었지만… 너무 소설 같다고나 할까요?? 물론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지만…

난티나무 2023-01-31 06:51   좋아요 0 | URL
소설인데 너무 소설 같은...ㅎㅎㅎㅎ
저도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렇더라고요.

공쟝쟝 2023-01-31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님의 삽입섹스란 무엇인가 ㅋㅋㅋㅋㅋ 🥹

난티나무 2023-01-31 06:52   좋아요 1 | URL
그렇다, 핵심은 그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그렇지 않아요? 삽입섹스 무엇인가!!!! 하.....ㅋㅋㅋㅋ

공쟝쟝 2023-01-31 07:0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남성에게 좋은 것일까요? 일단 남성성연구를 좀 해봐야하겠지만…. 여성에게도 잃기 어려운 쾌락이라는 경험적 증언들이 케바케라 ㅋㅋㅋㅋ 아니 나는 잃어도 되는 것들이라서…. (응?)

공쟝쟝 2023-01-31 07:08   좋아요 0 | URL
아 지속적 연구를 해야하는
데 내 몸에 맞는 데이터가 너무 희미해…(응?) 연구에의 동기가 요즘 식었습니다…

난티나무 2023-01-31 07: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의 동기가 식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왜 식었을까? 쾌락은 식을 수 있는 것인가?(쟝님의 경우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 ㅋ 아니 그 전에 쾌락은 어디에서 오는가?) 남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이란 무엇이고 얼마만큼인가? ...... 끝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지만 이쯤에서 말을 접기로 해요. (맥락 파악 못하는 것같아 급히 마무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삽입섹스를 논하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31 08:02   좋아요 0 | URL
번식이 인류 지탱의 이유였으니 합당한 쾌락이 따랐을 것으로 사료되는 가운데…. 섹스자본이 없는 저로서는 상당한 쾌락을 알지 못합니다 ㅋㅋㅋㅋ 이제 인류 번식이 중단되는 것이 인류 지구 모두에게 이로운 바, 모두가 마약을 할 필요없이 모두가 섹스를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욕구 조절이 가능하니까요…?
전생처럼 희미한 오르가즘의 기억🧠

공쟝쟝 2023-01-31 08:09   좋아요 0 | URL
근데 난티님 아침부터 너무 뜨거운 주제라서 제가 오후 체력 안배를(?) 위해 뇌 사용을 중단하고 ㅋㅋㅋㅋ 운동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ㅋㅋㅋㅋ 더 생각하면 안될 거 같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08:54   좋아요 1 | URL
왜 또 여기서 섹 연구야!

공쟝쟝 2023-01-31 09:08   좋아요 0 | URL
하다가 멈췄어요….. 하고 싶어질까봐 ㅋㅋㅋ 응?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1-31 14: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 이론을 통해 현대 여성 소설 비평하기
수잔 왓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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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고 실망도 컸다. 머릿속에서 이론과 비평이 정리가 안 되는 건 내 얕은 지식 탓이지만 오타와 비문의 ‘향연‘은 모른척 할 수 없는 정도다. 페미니즘 이론을 시대 흐름에 따라 훑어볼 수 있다, 언급된 페미니즘 학자들의 책/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만으로 역할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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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책탑 사진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싶지만 노트북 켠 김에 책탑 올리기. 

한 줄로 쌓지 못할 정도로 많다. 대략 분류해서 쌓아봄. 




두 달 동안의 책들이다. 하. 올해의 목표는 책소포 매달 받지 않기다. 부릅! 그래도 뭐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 @@ 




이 탑은 선물받은 책들! 

아래부터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어슐러 K.르귄의 말> 두 권은 **ㅈ님으로부터, 

<에브리-바디> <외로운 도시> 두 권은 *ㅂ*ㄷ님으로부터,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는 독서모임 멤버분으로부터, 

<누구의 것도 아닌 나> 역시 독서모임 멤버분으로부터, 

<슬픔의 방문> 역시 독서모임 멤버분으로부터, 

그리고 사진에는 빠졌는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ㅂ님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두 달이었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 기억력을 제가 믿지 못하니 혹시 저에게 책선물하신 분 또 계시면 알려주세요.^^;;;) 














































사놓고 한국에 보관하고 있던 책들의 탑. 




새로 산 책들의 탑 1. 




새로 산 책들의 탑 2. 


넘 많아 일일이 상품 찾아 넣기를 못하겠다. 차차 정리하고 (읽으면서) 소개하기로 혼자 결정.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서 '읽으면서'를 괄호 안에 넣었다.ㅋㅋㅋ 이것들 말고도 음악과 사진 관련 책도 몇 권 샀다. 따로 두었나 보다. 




아 또 있네! 














전자책으로 산 마리 루티의 <가치 있는 삶>

알라딘의 마리 루티 열풍에 동참하고자. 


그리고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늘 그렇듯이 다이어리와 달력도 (지나치게) 생겼다. 특정한 물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분석탐구할 필요가 매우 있다.@@ 있으나, 책과 책 관련 물건들은 자꾸 예외로 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커서 분석탐구의 자세는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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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28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뭐 그렇게 많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난티나무 2023-01-28 23:22   좋아요 1 | URL
윽 정곡!!!!!! ㅋㅋㅋㅋ
올해의 목표 기필코 지킨다!!!!! ㅠㅠ 😭

공쟝쟝 2023-01-2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사도 먹을 양식 든든 ㅋ

난티나무 2023-01-29 15:22   좋아요 0 | URL
과연 안 살 것인가?!?!?! ㅋㅋㅋ 진짜 책 구매는 최소한으로 줄일 거예요. 사놓고 안읽은 책 읽기!!!!!!

바람돌이 2023-01-2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그렇게 많은거 맞습니다. 자꾸 진실을 회피하지 마세요. ㅎㅎ
남의 책탑을 보면서도 배부른듯한 이 기분은 뭘까요? ㅋㅋ

얄라알라 2023-01-29 11:3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바람돌이님 ㅋㅋㅋ
˝많은 거 맞습니다.˝

난티나무님 서재 신간 책탑은 양적으로만 많은 게 아니라
권권 삭혀 읽어야 하는 어려운 책들이 많아 보여서 질적으로도 많은

난티나무님께서 많은 분들을 배부르게 해주시네요
제목만 보고 가도 배부른 저.

난티나무 2023-01-29 15:24   좋아요 1 | URL
나는야 진실 회피자!!!! ㅎㅎㅎ

미미 2023-01-2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좋은 책들을 선물받으셨네요!!
<정동이론><말을 부수는 말><누구의 것도 아닌 나>특히 더 궁금합니다🤭

얄라알라 2023-01-29 11:33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에 서재에서 많이 올라왔던 감정 사회학의 연장에서
<정동이론> 정말 궁금하네요^^ 미미님께서 저보다 먼저 읽으실 거 같다는 데 한 표!

난티나무 2023-01-29 15:26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얄라알라님도 저를 이미 간파하셨군요.ㅋㅋ 사놓고 절대 바로 읽지 않을 거라는 걸… ㅎㅎㅎ

아직도 저렇게 쌓여만 있는데 정리하면서 한 권씩 좀 들추어봐야 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1-2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상품 검색 서비스를 활용하시기에도, 새 책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뿌듯하시겠어요
커피 쿠폰만 받아봤지
책 선물은 가뭄에 콩도 안 나게 받아본 저로서는 난티나무님의 풍성한 책 순환(선물)이 아름다워보입니다....

올해 저는 달랑 1권 샀는데, 난티나무님 서재에서 대신 배 불리고 갑니다^^

난티나무 2023-01-29 15:29   좋아요 0 | URL
다 찾아넣고 싶어서 조금 갈등하다가 ㅎㅎㅎ 못했어요..
저도 올해엔 좀 많이 자제하는 걸로!!!!
책 선물은 늘 기쁘고 감사해요.^^

라로 2023-01-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럼요!! 우리 동포들에겐 머 껌(!)은 아니지만 저 정도면 아주 잘 하신 겁니다.ㅋㅋ
암튼, <사람, 장소, 환대> 저도 있어요, 근데 어려웠어요,, 다시 읽어야 함요,,, <가치있는 삶>은 저도 전자책으로,,, 이 책이 알라딘 핫템이었군요!! 이렇게 가끔 의도하지 않고 동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괜히 기쁨,ㅋㅋ 암튼 반가요, 난티님!!^^

난티나무 2023-01-29 15:32   좋아요 0 | URL
라로님 ㅎㅎㅎ 🙏
<사람,장소,환대> 저는 전자책 빌려서 읽었었거든요. 언젠가 종이책을 사서 다시 읽으리라 하고 있었어요.^^
마리 루티도 잠깐 책 빌려서 보다가 사서 읽어야 겠다! 한 책…ㅎㅎ

책읽는나무 2023-01-29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정동이론??!!!!
전 책탑을 위로만 쌓지 않고, 옆으로 나란히 몇 개씩 쌓아도 된다는 신박한 정보를 얻고 갑니다. 저렇게 나열하니까, 많이 샀는데도 많이 산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ㅋㅋㅋㅋ
요즘 바쁘셨나 봅니다.
넘 오랜만이네요^^

난티나무 2023-01-30 07:13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제 말이 그 말입니다.ㅎㅎㅎ 안 많아보이죠?ㅋㅋㅋㅋㅋ
네 좀 바쁘기도 했고 정신없기도 했고 무기력증에 빠져있기도 했고요.^^;;;

은오 2023-01-30 08:10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책나무님께 이런 정보 알려드리면 안됩니다 ㅜㅜ 책나무님은 이미 3권만 구입하시기로 해놓고 3x2가 6이라고 결국 6권을 구입하시는 기적의 계산법을 갖고 계신 분...🫢

책읽는나무 2023-01-30 13:22   좋아요 1 | URL
앗!! 은오님!!!ㅋㅋㅋ
안그래도 이번 달에 몇 권 더 오버해서 산 책들을 어떻게 계산해야할지 몰라 올리지 못하고 있단 걸 어찌 아시고??ㅋㅋㅋ
난티님 따라하려고 했었는데...들켰네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1-30 16:55   좋아요 2 | URL
의도치 않았으나 신박(?)한 정보를 주고 말았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너 권 여섯 권 정도는 쌓지 말고 앞표지 보이게 펼쳐놓으세요.ㅋㅋㅋㅋㅋㅋ
 















"애나 울프는 남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담은 첫번째 소설의 인세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으나, 지금은 작가로서 글을 쓰지 못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세상이 이토록 끔찍하다면 자신이 무엇을 쓰든지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저 현실의 부정확한 버전만을 창조해낼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137)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 자주 하는 것같다. '이게다무슨소용이야' 모드로 들어갈 때, 들어가 앉아있을 때, 내팽개쳐져있을 때. 글쓰기와, 그밖의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뭣하러, 해서 뭐하게, 의미 없다, 무슨 소용이람. 이런 감정이 어쩌면 책에 나오는 '자기 회의'이겠지. '공격은 자기 회의의 또 다른 면이다.'(141) 나는 어째서 나를 공격하는가. 그러나 이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시시각각 조금씩 변화도 하고 그 상황에 맞게 치장도 한다. 공격과 동시에 수비가 이루어지는 방어의 기술이 또 현란하다. 이런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될 때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두세 달이 그랬다. 무력감과 자기회의를 넘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력감이 워낙 우세해서 자기회의가 쭈그러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대체로 못 읽고 못 쓰고 있다가 이런 구절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의욕이 솟는다. 


" "여성은 자신의 몸으로부터 추방된 것처럼 글쓰기로부터 추방당했다. 여성은 여성 자신을 글로 써야 한다. 여성에 대해서 써야 하고, 여성을 글쓰기로 도입해야 한다 -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법으로, 똑같은 치명적인 목표를 가지고" " (206) 


엘렌 식수의 글이다. 작년부터 읽고자 하였으나 떄를 기다리느라(?)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을 마침 또 꺼내두었길래 인용구가 들어있는 부분, [메두사의 웃음] 챕터를 야금야금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구절들!


"그대는 왜 글을 쓰지 않는가? 글을 쓰라! 글쓰기는 그대를 위한 것이다. 그대는 그대를 위한 것이다. 그대의 육체는 그대 것이다. 그것을 취하라. 왜 그대가 글을 쓰지 않았는지 나는 안다. (스물일곱 살 이전에 내가 글을 쓰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글쓰기가 그대에게는 너무나 높고, 동시에 너무나 위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위대한 자들, 다시 말해서 '위대한 남자들'에게 국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보짓'이다. 게다가 그대는 약간 글을 썼었다. 그러나 숨어서 썼었다. 그건 좋지 않다. 숨어서 썼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을 스스로 벌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글을 쓰면서 저항할 수 없이, 우리가 몰래 자위를 하듯이, 멀리 가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긴장을 완화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너무 지나쳐서 고통스럽게 되지 않을 정도로만 긴장을 풀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유하고 나자마자 우리는 서둘러 자신에게 죄의식을 부과했었다 - 스스로를 용서받게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서둘러 망각하고 매장했다. 다음번까지. 

글을 쓰라. 아무도 그대를 만류하지 못하리라. 아무것도 그대를 멈추지 못하리라. 남자도, 바보 같은 자본주의 기계도 그대를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

나는 여성을 쓴다. 여성이 여성을 써야 한다. 그리고 남성은 남성을 써야 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남성을 향한 간접적인 사색밖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남성의 남성성과 남성의 여성성이 남성에게 어떤 것인가를 말하는 것은 남성의 소관이다. 남성들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될 때, 그때서야 그것은 우리와 상관있는 일이 될 것이다. " (<메두사의 웃음> 12~13) 




얼결에 [메두사의 웃음] 챕터를 다 읽었다. 금방 기분'이가' 좋아져서 컴터를 켠다. 애나 울프의 불안과 자기회의를 떨치기에 차고 넘치는 메두사의 웃음이었다. 글쓰기를 강권(강력히 권유)하는 이 곳, 서재 이웃분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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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27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흐 넘 좋아요! 제가 밑줄그은 부분과 정확히 일치합니당 (꺄~)

난티나무 2023-01-27 22:48   좋아요 0 | URL
죽어(?)가는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책의 감상을 엘렌 식수가 살렸다! ^^;;;
저도 꺄~~~~~

2023-01-27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7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1-2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 너무 좋네요? 메두사의 웃음 사야겠어요!!

난티나무 2023-01-27 22:51   좋아요 0 | URL
아 의외입니다. 다락방님께 메두사의 웃음이 없다는 사실이~!!!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27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저 분이 메두사십니까? 아니 너무 아름답잖아요. 하긴 메두사가 원래 너무 아름다워서 문제였죠. ㅎㅎ
이 책도 사고싶고 아 참... 이 곳은 개미지옥입니다. 오랫만에 오셔서 또 막 뽐뿌를....이 글이 난티나무님 슬럼프 탈출 글이면서 또 책뽐뿌글인거죠. ^^

난티나무 2023-01-27 22:52   좋아요 1 | URL
저의 주된 임무(?)가 책 뽐뿌 아니겠슴니꽈.ㅋㅋㅋㅋ
그런 의미로다가 최근의 책탑도 올려야 하는데 말입죠. 곧~~~ㅎㅎㅎ
슬럼프 탈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