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씨앗은 힘이 세다 - 앙성댁 강분석이 흙에서 일군 삶의 이야기
강분석 지음 / 푸르메 / 2005년 5월
평점 :
특별한 준비없이 귀농한 사람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읽다가 여러 번 눈물을 닦았다. 오래전, 늦게 귀가한 막내 오빠의 밥상을 건성 차려주며 수저를 빠뜨렸다가 마지못해 던지듯 건넸던 일화를 잊지못해, 나이가 들어서 오빠에게 쓴 참회의 편지는 내 마음을 후비는 것만 같았다. 그 비슷한 추억이 어디 한 둘이랴.
한평생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늙은 소의 눈물 이야기, 기르던 개가 죽은 이야기. 왜 그렇게 하나같이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초보 농사꾼의 경험담은 한꼭지 한꼭지가 내 일처럼 느껴졌다. 나도 몇년 전, 농사꾼 흉내를 내봤기에 이야기 하나 하나가 건성으로 들리지 않았다. 뽑아도 뽑아도 왕성하기 이를 데 없는 바랭이라는 잡초와의 싸움. 시어머니의 못마땅한 눈초리에 주눅이 들던 경험. 마침내 백기를 들고 농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밭을 그대로 방치하던 해, 나보다도 더 크게 자란 개망초를 보며 억장이 무너지던 경험. 한 달에 기름값 30만원을 들이며 열심히 주말마다 다녔건만 수확물이라고는 고구마 몇 상자, 콩 두어 말, 늙은 호박 두어 개가 전부. 취미라고 하기에는 남편이나 나나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나 컸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취미로 보였겠지만...
평생을 농부로 사시는 친구 부모님이 떠올랐다. 땅 값이 많이 올라서 땅만 팔아도 여생을 편안하게 사시련만 그런 생각은 절대로 안하신단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일을 하신단다. 그래서 그 친구는 세상에서 자기 부모님을 제일 존경한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을 존경하는 내 친구가 나는 몹시도 부럽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로부터 이해는 받았을지언정 존경까지는 받지 못하셨다.
밭일 하시다가도 딸내미 친구가 왔다고 하시던 일 접고 따끈한 밥을 지어주시곤하던 친구 어머니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 큰 마음을 나는 절대로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
|
|
|
폭우, 태풍, 폭설 같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을 잃는 것...(137)
|
|
|
|
|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 동네가 폐쇄적일수록 더 심하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이러저러한 그간의 경험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하고 결국은 나를 여러번 울게 했다.
결론삼아 저자가 정리한 '귀농 10계명'은 말 그대로 공감 100배.
1. 몸과 마음을 함께 준비한다.
2. 가족의 동의와 협조는 필수적이다.
3. 부자로 살고 싶다면 귀농을 포기하라.
4. 힘들더라도 덩어리 땅을 확보하라.
5. 주택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말라.
6. 맹지는 결단코 구입하지 말라.......(두말할 필요없이 절대적인 조건이다, 경험상)
7. 작물 선정은 신중을 기하라.
8. 마을 주민은 사돈같이 대하라.......(이것도 절대적인 계명이다)
9. 귀농단체를 이용하라.
10. 자연과 닮아가라....(이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준다, 진심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