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 러시아 예술기행 이상의 도서관 6
이병훈 지음 / 한길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오랫동안 사랑한 나라, 러시아. 러시아인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인은 러시아를 사랑하는 인간이라고! 그에 따르면 나도 러시아인이다.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준 땅. 러시아는 나의 정신적인 고향이면서 끝내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다.(p.393)  
   

러시아에 대한 도저한 애정이 느껴지는 모스끄바 예술기행서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모스끄바. 내가 대체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책이다. 모스끄바에 널려있는(?) 박물관, 극장, 미술관, 그리고 산책로들. 그 풍부함이 진하게 전해져오면서 가슴 한 구석에 서늘한 바람이 일렁인다. 내가 도대체 지금까지 어딜 싸돌아 다닌 게야? 

이 책은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감성,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노력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똘스또이, 뿌쉬낀, 도스또예프스끼, 고골, 체호프, 마야꼬프스끼, 뚜르게네프, 빠스쩨르나끄...고3때 학교 단체관람-그 시대에는 그게 유일한 영화 관람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으로 보았던 <닥터 지바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20대의 백수 시절에 읽었던 똘스또이와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 소설들이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그건 이미 기억 저 편으로 넘어갔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 두루두루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문학은 그렇다치고. 러시아 미술에 대한 지은이의 애정을 읽을 수 있었는데 내가 감탄하면서 읽은 부분도 단연 이 러시아 미술 부분이다. 깐딘스끼와 샤갈 정도만 알고 있을뿐 대부분 생소한 화가들이었지만 그림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한다. 러시아 미술사에 한번 도전해봐? 

'굴랴찌'라는 단어를 기억해두자. 우리말로 '산책하다'라는 뜻이란다. 이 굴랴찌는 러시아인의 생활문화와 정신문화의 토대라고 한다. 

러시아 예술의 요람이라는 <아브람째베보>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모스끄바에서 6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으로 당대 유명한 작가들의 회합장소로 쓰였던 저택이다. 이곳을 노래한 글이 또 내게는 인상적이다. 인용한다.(p.269) 

   
 

 아름다운 곳  

빠른 물길 위 언덕에 

녹음이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눈앞에 다가서네 

거기 공원이 있어 

숲 그늘을 깊고 

물은 넘쳐흐르네 

연못은 무릎 아래 찰랑대고 

집은 무엇에도 부럽지 않네

 
   

어제는 딸아이와 생태공원으로 산책(굴랴찌)하러 나갔다가 산책이 끝나자 그 길로 동인천가는 버스에 올랐다.  배다리에 있는 유명한 아벨서점(헌책방)에 들렀다가 반가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러시아 예술기행 2. 이병훈 지음)였다. 지금 막 읽기를 끝낸 책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흠...내게도 이런 우연의 운이 있다니. 가격은 절반가. 빨리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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