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기자의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
김수현 지음 / 음악세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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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읽는 맛이 있다, 이 책은. 

방송 기자, 뭐 특별한 게 있겠나 그 세계라고.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글이 몇 개 있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서는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취미이자 일이기도 한 공연 관람에 대한 여러 경험담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물론 부럽기도 하고. 

1년간의 영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내가 해 보지 못한 것이니까. 

일요일.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집 밖으로는 한발짝도 내딛기 싫을 때, 연주회는 둘째치고 영화조차 버거워 꼼짝하기 싫을 때, 이럴 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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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나만의 완소 여행 4
김지선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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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물 셋에 떠났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20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88만원 세대'의 절망과 꿈틀거림을 읽자니 묘한 감상에 젖는다. 나는 그 나이에 무엇을 했던가? 저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과외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해괴한 제도 덕택에 이른바 '몰래 과외'를 하며 대학 나온 값을 하려고 비루한 나날을 숨 죽이며 보냈었다. 지랄같은 시절이었다. 

(355쪽) ...그냥 산다는 것이, 시간이 흐르고, 저절로 늙는다는 사실이 우리는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한 달을 살기로 한다. 자발적인 시간의 유예, 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내게는 그저 로망으로 남아있을 뿐. 책 곳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드러나는 산티아고 순례나 장기적인 여행은 부럽기 그지없다.  

엄살이 가미된 아픔. 20대이니까 용서할 수 있는 낭만 같은 방랑 내지는 방황. 그것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을 안다. 정의될 수 없는 황홀한 시절. 시간이 저절로, 무의미하게 흐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고개를 젓는 시절. .....20대.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밑줄긋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내게는 그 시점이 책의 절반쯤에서 시작된다. 왜 그런지는 아직 따져보지 않았다. 아무튼 내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역시 절반 쯤 되어서야 몇 개의 문장에 눈길이 머물기 시작했다. 

(187)...그런데 말이지.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포르투갈은 좀 아껴두고 싶으시대. 포르투갈은 여전히 전통이 살아 있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도 상업화가 되지 못해 안달인 다른 곳을 먼저 찾고, 포르투갈은 좀 더 나이가 들어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해도 될 만한 곳이라는 거지. 이곳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언제부턴가 포르투갈에 관심이 가 있던 차에 이 부분을 읽고는 피시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늙어가는구나, 라고. 마카오에서 흐릿하게나마 감지되었던 포르투갈의 냄새를 이 책에서 흠뻑 맡게되어서 책 읽는 재미가 내내 쏠쏠했다.  

하나 더.  

(275)...도시를 멀찍이 떨어져 보는 법. 이것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나만의 여행 방법이다. 유명 관광지의 유적지나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에 시간과 정성을 쏟지 말 것. 대신 거리를 두고 그 도시를 한눈에 담아볼 것. 

정신이 바짝들게 하는 야무진 문장이다. 그대의 젊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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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산책길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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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떠나며 만나기로 한 장소가 김포공항이었다. 비행기를 타야만 공항인가, 우리는 운전병을 자처한 친구의 편의를 위해 공항을 집합 장소로 택했다. 

마음먹고 나섰더니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하릴없이 서점을 기웃거렸다. 언제부턴가 인터넷 서점에 익숙해진 이후 서점에서 서너 시간을 보내던 일은 까마득한 옛 일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시집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우선 시집 코너를 둘러보았다. 꿈도 크시지, 웬만한 매장에서도 찾기 힘든 시집을 공항의 작은 서점에서 기대하다니. 현실감이 떨어지는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롯한 두툼한 인문한 서적들이 버젖이 누워있는 인문학 코너에선 다소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전문 서적을 얼떨결에 공항에서 구입한다고? 얼떨결에 혹은 우연하게 혹은 아무렇게나 한 권 집어드는 곳이 이런 공항의 서점일텐데. 

저런 두툼한 책을 집어들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며 겨우 한 권 집어 들었다. 아침고요 수목원을 만든 사람이 쓴 책이다. 물론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사면 할인이 되는데.... 

문장과 문장을 성큼 성큼 건너뛰며 읽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나무만 잘 심으면 됐지 글까지 기대하면 과하겠지 하면서 읽었다. 글 중에, 옻나무와 붉나무 얘기가 나왔다. "그 붉은 빛에 취해 산야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서 이 나무의 존재를 확실히 아는 이들은 드물다."는 붉나무. 내가 알고 있는 많지 않은 나무 중에서 확실하게 알고 있는 나무였다. 정원수로도 어울린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떠벌리기까지 한 나무였다. 잠시 으쓱했다. 

이 책을 또 뒤적일 일이 있을까. 그런데 이 한 쪽이 나중에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다. 나무를 전정할 때 전정 기준이 되는 모양새에 대한 설명이다. 

"수직으로 곧게 자란 가지(직립지, 도장지), 나무의 안쪽을 향한 가지(내향지), 아래로 향한 가지(하향지), 동일 방향으로 겹쳐지는 가지(평행지), 같은 높이에서 서로 경쟁하는 가지(대생지), 그리고 병든 가지...."(180족) 

그러다가 이어지는 다음의 글에서 잠시 마음이 머문다. 

"전정을 하면서 생각한다. 때로 정신없이 살다보면 나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피해를 받고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는 주변 사람들을 잊을 수가 있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은 존재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남에게 폐를 끼칠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태양를 바라보며 감동할 때 이미 내 뒤에는 그늘이 던져지고 있다. 고목 곁에 뿌리를 내린 어린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이치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사라져야 할 시기까지 예상해야 할 것이다....누군가가 아직 나를 붙잡아줄 때, 나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을 때, 그때가 바로 돌아가야 할 시기임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나는 전정을 한다." 

퇴임식이 이어지는 요즈음. 아쉬움과 미련으로 퇴임 후의 친목계를 결성하는 어떤 교장이 떠오른다. 퇴임 교장끼리의 모임이 아닌 수하에 있던 사람들과의 모임이라...깨끗하게 떨어져버리는 동백꽃 같은 모습을 기대한다면 너무 과한가? 

나무를 한 번도 옮겨 심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언젠가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를 사람으로서, 다음의 귀절도 인용해둔다. 

"이른 봄에 나무를 옮겨심을 때는 먼저 뿌리를 둥글게 끊어서 조심스레 새끼줄로 감아야 한다. 그리고 본래의 뿌리가 잘려나간 만큼 비례하여 지상부의 나뭇가지를 솎아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며 잘려자간 뿌리에 비하여 가지가 너무 많아 충분한 수분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나무가 말라죽기 십상이다. 더 좋은 곳에서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여 더 크레 자라기 위해 나무는 뿌리가 잘려진 비율만큼 가지도 잘려지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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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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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이다. 문화심리학이란 무엇일까.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져도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그 개념이 파악되고 무척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문화심리학으로 살펴본 일본 분석이다. '현상은 개념이 있어야 이해된다.'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일본을 제대로 보기 위해 여러 개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개념 내지는 용어에 매몰된 이론서는 아니다. 조금은 능청스럽고 수다스러운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 새 책의 끝장까지 성큼 다가와있어서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 약간은 책을 아껴 읽고 싶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책은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로운 개념도 많은데 꼭 집어서 밑줄긋기에는 쉽지 않다. 정보와 수다를 넘나드는 대화처럼 말이다. 들은 것도 많고 재미도 있는데 남한테 옮기기에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일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우리끼리 비웃고 얕잡아 보아도 일본은 우리가 배울 부분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시름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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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함정임 지음 / 푸르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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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 값에 사서 그런가, 책 제목만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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