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10여분 전 11시. 예술의 전당 앞. 누가 아는 체를 하여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 내 오랜 친구 J가 나를 보고 반색을 하는 거다. 얼마 전 여행도 함께 하였던 친구다. 11시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단다. 나 역시 11시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만나기로 한 친구들은 연중행사처럼 일 년만에 만나는 대학 때의 친구들이다. 

우연의 해후에 마음이 붕 뜬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역시 친구가 좋다. 

각자 친구들을 만나고서 함께 관람한 전시가 바로 이 루오전이다. 이리저리 흩어져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또 제각기 오디오의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서는 충분했던 것 같다. 

루오라는 화가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 보도자료만 보아도 될 것 같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98778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림에 붙인 작품 제목이다.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다'처럼 시적인 울림이 있는 제목이 많은 데 루오가 직접 붙였다고 한다. 특히 <미제레레>라는 일련의 작품에 붙인 제목에 눈길이 가서 작품도록을 사볼까 하고도 생각했으나 참기로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이 있는데 먼저 위 기사에 실린 글에서 조금 인용해보면,

다만 루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증이 있었다. 한 일화로 당시의 드가, 세잔, 마티스, 피카소의 수집가로 유명한 화상 볼라르(A. Vollard 1865~1939)가 있었는데 그는 루오를 높이 평가해 그 작업실을 통째로 산다. 그런데 그 화상이 1939년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 이후 루오와 볼라르집안 사이에 소유권문제로 재판이 열리고 1944년 루오가 승소해 그의 작업실작품을 돌려받으나 그 중 315점은 공증인이 보는 데서 태워버린다. 1958년 루오가 죽자 그의 미망인이 그림을 1963년 국가에 기증했고 퐁피두미술관에서 보관해왔다.


전시회 한 코너에서는 루오가 그 315점의 그림들을 불 속으로 던지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치열한 작가 정신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온통 불 속으로 던질 것 만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나름 충격적이었다.

다만 우연히 해후한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쁨처럼 그저 가끔은 삶의 여정이 아름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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