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나만의 완소 여행 4
김지선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스물 셋에 떠났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20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88만원 세대'의 절망과 꿈틀거림을 읽자니 묘한 감상에 젖는다. 나는 그 나이에 무엇을 했던가? 저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과외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해괴한 제도 덕택에 이른바 '몰래 과외'를 하며 대학 나온 값을 하려고 비루한 나날을 숨 죽이며 보냈었다. 지랄같은 시절이었다. 

(355쪽) ...그냥 산다는 것이, 시간이 흐르고, 저절로 늙는다는 사실이 우리는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한 달을 살기로 한다. 자발적인 시간의 유예, 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내게는 그저 로망으로 남아있을 뿐. 책 곳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드러나는 산티아고 순례나 장기적인 여행은 부럽기 그지없다.  

엄살이 가미된 아픔. 20대이니까 용서할 수 있는 낭만 같은 방랑 내지는 방황. 그것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을 안다. 정의될 수 없는 황홀한 시절. 시간이 저절로, 무의미하게 흐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고개를 젓는 시절. .....20대.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밑줄긋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내게는 그 시점이 책의 절반쯤에서 시작된다. 왜 그런지는 아직 따져보지 않았다. 아무튼 내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역시 절반 쯤 되어서야 몇 개의 문장에 눈길이 머물기 시작했다. 

(187)...그런데 말이지.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포르투갈은 좀 아껴두고 싶으시대. 포르투갈은 여전히 전통이 살아 있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도 상업화가 되지 못해 안달인 다른 곳을 먼저 찾고, 포르투갈은 좀 더 나이가 들어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해도 될 만한 곳이라는 거지. 이곳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언제부턴가 포르투갈에 관심이 가 있던 차에 이 부분을 읽고는 피시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늙어가는구나, 라고. 마카오에서 흐릿하게나마 감지되었던 포르투갈의 냄새를 이 책에서 흠뻑 맡게되어서 책 읽는 재미가 내내 쏠쏠했다.  

하나 더.  

(275)...도시를 멀찍이 떨어져 보는 법. 이것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나만의 여행 방법이다. 유명 관광지의 유적지나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에 시간과 정성을 쏟지 말 것. 대신 거리를 두고 그 도시를 한눈에 담아볼 것. 

정신이 바짝들게 하는 야무진 문장이다. 그대의 젊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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