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국보급 유물, 석가모니 고행상을 친견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6년 동안 겪은 극한의 단식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간다라 최고의 걸작‘이라고 한다. AD 2~3세기에 제작.

다소 소박한 외양의 라호르 박물관에 역시 다소 소박하게 전시된 보물.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어서 고맙긴한데, 이 대단한 세계적인 유물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해도 되나 싶었다.

파키스탄은 현재 대한민국 외교부 기준 2단계 여행자제 경보가 내려진 지역이지만 법적으로는 자유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경찰 호위를 받는 통제된 상태로나마 단체로 다닐 수밖에 없다. 관광객이 적을 수밖에. 덕분에 간다라 최고의 걸작을 여한없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행운이다. 머잖아 세월이 좋아지면 벌떼처럼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오늘은 싯다르타의 고행과 더불어 불상을 만든 사람(들?)의 고행도 떠올리게 하는 걸작 중의 걸작을 친견한, 아주 의미있고 뿌듯한 하루였다.

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불상을 자세히 관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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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9-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D2~3세기에 저런 불상을 제작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토록 잘 보존되어 계승된 것도 대단하네요. 핏줄 표현은 탄성을 자아냅니다.

nama 2026-09-12 11:26   좋아요 0 | URL
대단하지요.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의 국기하강식. 워낙 TV에 많이 나와서 현장에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을 수가.

삼십여 년 전에 가본 판문점이 떠올랐다. 자칫 판문점 너머로 달아날까봐 정장구두를 신고 오라고 했다. 삼엄한 분위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우리가 이들처럼 DMZ에서 국경하강식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전세계 관광객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텐데. 그러면 국경의 평화는 저절로 따라오련만.

코미디 같은 이곳 국기하강식을 보며 인류가 추구해야할 태도를 상상해본다. 갈등을 축제로 바꾸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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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로 앙숙인 두 국가가 그래도 저정도로 국기하강식 하는 것은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우리도 북한과 판문점에서 저렇게 사이좋게 국기 하강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nama 2026-09-11 01:30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요?

hnine 2026-09-1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키스탄이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미국과 이란 휴전을 중재하고 있다고 신문에서 보고 있는데, 여행중이시군요.
파키스탄외에 다른 나라도 다녀오시는지. 잘 읽으며 따라다니겠습니다.

nama 2026-09-11 01:33   좋아요 0 | URL
앞으로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다닐 예정이에요..잘 따라와 주신다니 노력할게요. 고마워요.

잉크냄새 2026-09-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리차르 인가요? 예전에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려고 암리차르 검토하다 관둔 기억이 나네요.

길게 여행 일정 잡으셨으면 훈자 마을도 들어가시나요? 마지막 버킷리스트중 한 곳입니다.

nama 2026-09-11 01:38   좋아요 0 | URL
파키스탄 라호르예요.

훈자에서 며칠 보낼 예정이구요. 저도 훈자가 무척이나 궁금하답니다.
 

젊었을 땐 돈을 아끼느라 저렴한 식당을 기웃거렸다. 이제는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하나 소화가 더디다. 그래도 여행지에서는 도전이 맞다.

네 명이서 닭고기 케밥 하나와 소고기 케밥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식 제육 볶음 한접시쯤 되는 양을 떠올리며 공기밥도 하나 추가. 음료수는 라씨와 모히토.

50cm쯤 되는 꼬치 케밥이 나왔다. 두 명이 먹고도 남을 양이다. 게다가 고기 밑에는 샛노란 볶음밥도 곁들여졌다. 놀라움과 두려움. 엄청난 양에 압도, 소고기 케밥 하나를 버스 기사와 현지 도우미분들에게 드렸다.

7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왕놀이 한번 해봤다.

그리고 공기밥은 우리식 공기밥의 3배 정도 되는 양이었는데 손도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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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저 정도 크기와 밥이면 한국에서 7만원으론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즐거운 여행 하세요^^

nama 2026-09-11 01:27   좋아요 0 | URL
맛있어요. 물가가 저렴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요. 고맙지요.
 

파키스탄에 와보다니... 늘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던 곳. 외국인 관광객이 드물어선지 현지의 아이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인도와 확연히 구분된다.

< 와지르 칸 모스크>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의 수많은 아름다움 중 하나가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무카르나스(Muqarnas, 종유석 천장장식)라고 한다. 벌집, 종유석, 눈결정체 모양을 형상화한 입체적인 3차원 기하학적 양식으로, 아치나 천장의 오목한 부분에 작은 아치형 셀(cell)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다고 한다. 이 양식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한히 확장하는 이슬람 특유의 기하학 패턴을 통해 신의 무한함과 창조의 질서를 나타낸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제미나이의 설명이다.

내가 느낀 건 좀 더 구체적인데, 화려한 문양의 패브릭 원단의 원조와 조우한 기분이 들었다. 자세히 볼수록 그렇다.

세번째 사진의 아랍어 캘리그래피는 ˝알라는 충분하시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중에 글을 조금씩 다듬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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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은 위험지역이라고 잘 가지 않는 파키스탄을 여행 다녀 오셨나봐요.
파키스탄 하면 생각나는 것이 파키스탄과 중국이 인도와의 마찰로 서로 최대 우호국이라 그런지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몇개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러다보니 중국 틱토커들이 파키스탄인이 중국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라 한국인들이 파카스탄에 가면 중국인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공짜 접대를 받는다고 가짜 뉴스를 자신들 인터넷에 퍼트리더군요.
자신들이 중국인이라 해외 여행시 차별 받을까봐 한국인이리고 위장해서 그런 열등감이 생겼는지 꼭 파키스탄 관련 중국 동영사에는 이런 날조 영상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nama 2026-09-1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행중입니다. 가능하면 계속 포스팅할게요.
 

앞으로 몇시간이 지나면 30일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여행을 떠난다. 자유여행이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상 세미패키지 형태로 가게 되었다. 그러니 여행 준비랄 것도 없이 돈과 여권 챙기고 옷 몇벌, 비상식량 몇가지 정도 챙기면 되는데 문제는 내 몸이다. 정확하게는 내 위장이다. 열흘 정도 비실비실 아픈 듯 안 아픈 듯 감기인 듯 아닌 듯 병원에 가야할 듯 가지 말아야 할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오늘 동네의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서야 위염(식도염)임을 확인했다. 먼저 살던 인천의 30년 지기 단골의사샘께서는 알아서 신경안정제를 넣어주셨는데...빨리 새동네 의사와도 친해져야겠다.


이번에는 왜 위장에 탈이 났을까. 6도 6촌의 생활, 즉 6개월은 도시에서 6개월은 산골에서 지낸 지 수년째 접어들어 어느정도 틀이 잡혀가고 있는데, 슬슬 산골집으로 손님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몇년 전에는 내 친구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초대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르고나서 학을 떼어 다시는 그런 짓(?)을 삼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남편 친구들이 열을 맞춰 찾아들기 시작했다. 올해들어 세 차례, 여행 후 한 차례 더 남았다. 평소 먹기를 산중의 스님처럼 간소하게 먹는 탓에 손님을 대접할 만한 솜씨를 계발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평소 책상에 앉아 책 읽기에 전념하느라 밥할 시간이 없어 밥을 대충 먹게 된다. 그러잖은가. 책 읽기가 재미있지 밥하기가 재미있겠는가. 오랜 학생생활과 교사생활로 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다보니 밥하는 기능이 쇠퇴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쓰는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밥과 청소, 빨래 등을 해주는 사람들을 고용했기에 가능했다. (감히 버지니아 울프를....) 책 읽기도 그렇다는 얘기다. 책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밥때가 다가오는데 그렇게 징그러울 수가 없다. 깊은 산골 오두막의 200리터가 갓넘는 냉장고는 작은 김치통과 반찬 그릇 몇개, 과일 서너개 넣으면 속이 다 차버린다. 틈새에 끼워넣은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는 비상식량으로 아껴둔다. 문앞 쿠팡이츠 같은 게 있다면 텃밭에 심은 상추 모종(잦은 비 때문에 거의 성장을 멈추었다.), 작년에 심은 대파, 쑥쑥 자라는 게 보이는 가지, 이파리 뒷면에 곰팡이 활동이 왕성한 들깻잎 정도. 읍내 마트에 가려면 자동차로 왕복 두어 시간. 거의 여름 내내 내리는 비에 개울의 폰툰다리마저 끊기기 일쑤. 그래도 이런 산골 생활이 좋은 것은 오로지 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몰입하면 행동이 미련해진다. 독서 모드에서 밥하기 모드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게 여자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게 아닌데 세상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밥하는 것을 디폴트값으로 여긴다. 밥하는 것은 오랜 시간 수련을 쌓는 행위이다. 책에 몰입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요리에 몰입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정직한 행위이다. 밥 한끼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남자들은 제대로 경험해봤을까. 


어려서부터 '남자같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어온 사람으로서 밥하기는 참으로 고역 중의 고역이다. 남자처럼, 나의 남편처럼 공부하고 돈 벌고 똑같이 해왔는데 왜 밥하기는 내 차지가 되는지, 손님 상차림은 왜 내 차지가 되어야 하는지...이런 생각에 빠져들다보니 위장에 탈이 났다. 하루에 열시간 꼬박 앉아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으나 두세 시간 밥하는 건 그렇게나 어려운 내 자신도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의 오랜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 책 읽을 시간도 줄어드는데 밥은 여전히 숙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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