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듯. 성장기의 어느 시절, 누구나 얼마간 자의적이면서 타의적인 `정서적 방치`를 겪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절망적이지만 끝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자신을 극복해내는 게 나름 감동적이지만,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분간 책 선물은 이 책으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대를 버린 나라 -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평화 이야기
아다치 리키야 지음, 설배환 옮김 / 검둥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 '군대를 버린 나라'가 있다, 라고 말하면 열 명에 아홉(내지 열명 모두)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군대 없는 세상을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제 군대 없는 나라가 존재하며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고 말하면, 분단상황을 들먹이며 역공을 해온다. 군대의 존재에 관한 한 아무런 이견을 낼 수 없는 나라였구나, 대한민국이.

 

p186....코스타리카에서 지낸 2년 동안 군대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에 군대에 관해 인터뷰를 하더라도 "군대? 무슨 이야기요?" 라고 오히려 의아한 표정들을 지어 보이곤 했다. 많은 코스타리카인들은 평소 군대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잘 살지도, 발전하지도 않는, 그저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나라가 코스타리카라고 한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인데 여기라고 낙원이겠는가. 우리네 문제처럼 그곳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 그럼에도 온국민이 '군대 같은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니 한번 이 책을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한번도 군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런데 군대 없는 나라를 어떻게 유지할까? 그 방법은 바로 외교다. 약소 중립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똑똑한 외교다. 한없이 부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부분은.

 

가능성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있다는 걸,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그럴 수도 있다.'고 믿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가능성 앞에 도사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이 유쾌하지 못한 뒷맛.

 

나는 때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겉도는 것만 같다. 누구 말마따나 '우물쭈물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어."하는 기분.

 

함께 꿈꾸지 않으시렵니까? 군대 없는 나라를.

 

*퇴근 앞두고 급하게 마무리했다. 내겐 글보다 걷는 일이 더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유쾌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늙는 것에 쫄지 말 것, 꾸준히 운동할 것, 독서를 부지런히 할 것, 시간을 알차게 쓸 것, 붙박이 가구 같은 영감도 고마운 존재, 그리고 결국 삶은 견디는 것.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되는 책.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에게 일독을 권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처럼 도서관에 갔는데, 아차, 안경을 집에 두고 왔다. 글자수 적은 책을 찾다가 이문재 시집을 발견. 안경없이 30분이 지나면 급난시가 되는 바람에 더 이상 책 읽기가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피할 요량으로 시 몇 편을 베껴 보았다. 베껴보니 시가 차분하게 가슴을 채워온다.

 

지금 여기가 맨 앞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끝이 시작이다'라는 말이 좋다. 그리움의 끝, 절망의 끝, 분노의 끝, 시대의 끝....끝은 시작이니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결국 다시 시작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괴로움도 절망도 사랑도 기억에도 끝은 있고 다시 맨 앞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것.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오래된 기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나의 퇴근길은,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고/꽃 진 자리에서 지난 여름을 떠올리고/갈대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고/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고/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고/철새들 시선을 따라 먼 곳을 응시하고/늘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데...나는 늘 기도하고 있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