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슬람문화 체험기
최영길 지음 / 한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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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초의 한국인 유학생이 된 지은이의 이슬람문화 체험기이다. 지금도 그 나라로 유학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어떻게 그 시절에 유학을 가게 되었을까. 선구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튼 그 덕에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으니 내심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이 책은 지은이의 유학 생활 이야기를 점점이 들려주면서 이슬람 문화, 특히 <꾸란>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읽으면서 새삼 이슬람에 대한 나의 무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슬람이 내겐 낯선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p.223...그런데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꾸란>을 <성경>이나 <불경>처럼 생각하면서 이슬람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과 <불경>이 강제력이 없는 종교 경전이기 때문에 <꾸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국가에서 <꾸란>에 언급된 법을 위반하면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과 같이 구속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슬람이건, 그 무엇이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하나씩 깨닫게 되며, 왜 우리가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조금씩 수긍하게 된다. 특히 우리 나라와 이슬람은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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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
김은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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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읽은 <펑키 동남아>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한 구절 있기에 도서관 서가를 검색해봤더니 다행히 이 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재밌게 읽은 <펑키 ~>였기에 이 책을 찾게 되었지 나 스스로 이런 류의 책을 찾아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은 책. 그러나 결론은 잘 ~읽었다는 것!

 

성공담도 때론 읽을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 사고, 습관, 태도 등을 들여다 보는 것도 기분전환이 되고, 배울 만한 점을 많이 발견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담에 견주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내내 불편했고 부끄러운 점이 많았으나 때로는 내 모습을 대상화시켜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일도 필요하다 싶다.

 

경험에서 우러난 성공담이니 만큼 이 책의 저자가 쏟아내는 좋은 말들은 하나하나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 남에게 본보기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그게 혹 지나친 자랑거리인들 어떠랴. 잘난 것은 잘난 건데... 

 

많은 이야기 중에 특히 다음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남았다,

 

p.93...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가 마음을 움직였다. "베를린이 분단되어 동독은 공산 치하에, 서독은 자유 진영이 되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동베를린 사람들이 한 트럭의 쓰레기 더미를 서베를린 진영으로 쏟아 부었다. 화가 난 서베를린 사람들은 쓰레기를 다시 동쪽으로 내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오히려 트럭 한 대에 통조림과 식량을 채워 동독으로 건너가 산뜻하게 쌓은 후 그 옆에 표지판을 하나 세웠다. 사람은 각자 자기 속에 있는 것을 준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경구도 인용되었다.

 

p..178  자신이 말하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게나

           자네가 평소 사용하는 말이 자네의 미래를 만든다네.

           자네가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나 부정적인 말과 소문들을 내뱉으면

           자네의 장래도 그렇게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게 되네.

                   -<돈과 인생의 비밀>중에서

 

아직도 이런 류의 문장에 갇힌 나 보다도, 현실적인 면에서 이 책을 더 필요로 할 것 같아서, 이 책을,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카에게 추천했다.

 

" 고모, 정말 고마워.

  나에게 늘 고모는 답이다."

 

멋진 녀석! 그러나 답은 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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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문정희 산문집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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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지난 추석 연휴 때 강원도로 가는 승용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통해서였다. 어쩌다 듣게 된 라디오 방송이 신선했고 직접 출연한 문정희 시인의 육성이 인상적이어서, 연휴가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와서 이 책을 주문했다. 그 책을 이제야 읽었다.

 

이 책에는 시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페이지 마다 가득 담겨있지만, 나는 그의 시 보다 세계 이곳저곳을 다닌 여행자로서의 면면에 더 호기심이 일었고 몹시 부러웠다. 각종 세계시인대회나 작가대회에 참석하고 다른 나라의 문학촌에서 글을 쓰고...선택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자랑이 좀 지나치다 싶지만.

 

그러나 이 산문집을 그렇게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어리석은 일. 한 원숙한 시인의 인생 이야기는 때로 감동으로, 때로 놀라움으로, 때로 부러움으로...다양한 변주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겨울 밤에 딱 어룰리는 책이다. 이런 고즈넉함을 단순하게 즐기기에 그동안의 내 일상은 너무나 피곤하고 사람에게 지쳐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들은, 솔직히 시가 아니었다. 오히려 소박하다면 소박한 문장들이다. 이를테면,

 

p.35...분명한 것 한 가지는 생애를 통하여 오늘보다 더 젊은 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슬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아니라, 바로 나이의 수치만큼 정신이 함께 성숙하지 못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201...사춘기 시절, 나는 어른이 되면 세상을 사는 노하우를 좀 터득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세상을 사는 노하우는 없는 것이었다. 어린 그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매순간 두려움 앞에 서는 것은 똑같았다. 어떤 일 앞에서 서툴고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이유는 나이의 연치만 많아졌을 뿐 내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인생은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지난한 과정이 그 전부가 아닐까 싶다.

 

별 특징없는 이런 소박한 문장들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시구들 중 한 편 쯤 베끼고 싶었지만, '세상을 사는 노하우는 없는 것이었다.' 한 문장이 내게는 그 어떤 시 보다 마음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사람도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날마다 새로운 상황에서 대책없이 흔들리다보니 '세상을 사는 노하우'를 아예 떠올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인용된 릴케의 시처럼,'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극복이 전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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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비행 - 조종실에서 바라본 세상, 그 특별한 이야기
신지수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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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보지 못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 궁금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늘 궁금하다. 그중의 하나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이다.

 

이 책은 현직 비행기 조종사가 쓴 에세이집이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 두께가 약간 얇은 게 좀 아쉽다. 나도 한가지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엮어낸다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 평생을 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 조종사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고 그 관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p.79....사람들은 목표점을 높은 곳에서만 찾으려 한다. 더 높을수록 더 원대하다. 뒤를 돌아보고, 낮은 곳을 쳐다보는 이는 진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중에 수비가 백패스를 하면 야유를 보내고, 희생번트보다는 홈런으로 점수를 내야 더욱 큰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비행은 늘 마지막에 낮은 곳을 조준한다. 미래와 정상보다는 과거와 집을 지향한다. 이미 높은 곳을 마음껏 날은 비행기는 집으로 그리고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것을 꿈과 모험의 피날레로 여긴다.

 

'비행기는 늘 마지막에 낮은 곳을 조준한다.'.....당연한 말인데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비행기 조종실에 앉아서 캄캄한 밤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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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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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글은, 시집이건 산문집이건 큭큭거리거나 낄낄거릴 수 있어서 좋다. 점잖은 척 폼 잡지 않아서 더더욱 좋다. 시를 읽는 순간순간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저승사자>

 

세상 모든 집에

하느님을 보낼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는

쑥스러운 말이 있더구나

 

세상 모든 집안에

저승사자를 보낼 수 없어서 아내를 보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도 있더구나.

 

아내한테는 자식한테처럼 자분자분

이 어미한테는 아버지한테처럼 든든당당.

그럼 어디 감히, 저승사자가

이승에다 호적을 두겄냐?

 

'세상 모든 집안에/저승사자를 보낼 수 없어서 아내를 보냈다는' 구절을 읽고 한참을 숨 죽이고 웃었다. 도서관 일반실에서 읽고 있었다.

 

<남는 장사>

 

목 아파 죽겄다.

 

- 곡식자루 이고 장에 다녀오셨어요?

 

내다 팔 거나 있냐?

니들도 아버지도 다 떠나서 그렇지.

 

-돌아가신 지 이십 년 가까운데

아직도 목 빼고 기다리세요?

 

잠을 잘못 잤나벼.

이젠 베개까지 달아나야.

머리에 착 달라붙어서 자석베개련만.

 

-베개를 아예

요에다 꿰매놓으세요.

 

식구들 잠들었을 때

배갯머리 잘 디밀어줘라.

 

-자지 않고 베개만 지킨데요?

 

깜깜한 잠자리에 그런 눈길 두어 번이면

자식이고 아내고 지극정성을 다하는 법이여.

잠결에도 그런 건 다 느끼는 거여

그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겄냐?

 

요즈음 말썽꾸러기 녀석이 있어 속을 무척 상하고 있다. 그저께 금요일에도 그 녀석이 다른 녀석과 내 앞에서 보란듯이 싸우기에 싸움을 말리느라고 교무실에 붙잡아놨더니 자꾸 도망치기에 소리 좀 질렀더니 금새 목이 가버렸다. 내 목은 비교적 강인한 편인데 얼마나 사납게 질러댔으면 금방 목이 가버리나 싶어 한심하기도 하고...사실은 힘들다.

 

이 말썽꾸러기 녀석이 자꾸만 말썽만 피우는 건, 바로 잠결에 베갯머리 디밀어주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탁구공처럼 이 사람 저 사람 손에서 옮겨가며 자랐다. '깜깜한 잠자리에 그런 눈길 두어 번이면' 이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지극정성'다하는 평범한 아이로 자랐을텐데. 지금은 너무나 멀리 베갯머리가 떨어져있다. 아마 이 아이에게는 지금 베고 잘 베개가 없는지도 모른다.

 

에이, 이 시인의 시는 모처럼 유쾌한가 싶어 혼자서 숨 죽이며 키득거리다가 끝내는 가슴에 묵직한 바위 하나 얹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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